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48화 (48/222)

# 48

48화

[chapter 3-2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3-2를 클리어합니다.]

[보상으로 패시브 스킬이 주어집니다.]

[종말 거부 장치를 작동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패시브 스킬이 주어집니다.]

노이즈가 걷힌 신호의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 대구 지상 벙커······ 대피 불가능! 쉘터 기능······ 상실··· 지원······ 종말 거부······ 위험!

“뭐야? 너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었어?”

“위험하다는 내용 같은데요?”

“그건 지나가는 강아지한테 물어봐도 왈왈! 위험해! 하겠다, 새끼야.”

“왈왈! 그런가? 아무튼, 시그널은 이게 전부예요. 아까 저 홀로그램에 떠 있는 파란 점이랑 그렇게 멀지는 않나 본데요?”

“음······ 종말 거부 어쩌고 하는 거 보면 그쪽에도 용광로가 있는 건가?”

“글쎄요? 거기도 부산이랑 비슷한 상황일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임마?”

“왈왈! 저한테 뭐라 하시길래 알 줄 알았죠.”

“이 새끼가 근데?”

준석과 통제실에 있는 각성자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성진.

그의 시스템창에 시나리오가 새롭게 떠올랐다.

============================

[chapter 4-1. 남동풍]

「부산의 종말이 종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도 종말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당신은 한곳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도움을 바라는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신호가 전해져 온 장소에 도착해야 합니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 이 임무는 시간제한이 있는 임무입니다.

* 남은 시간: 119 : 58 : 32

* 임무 실패 시 상황이 안 좋아질 우려가 있습니다.

============================

‘시간제한 임무라고?’

여태 시간제한 임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실패하면 상황이 안 좋아질 임무는 많았지만.

시나리오 자체에서도 저렇게 언급할 정도면, 혹시라도 제한 시간 내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시나리오 진행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었다.

일단 기본적인 난이도부터가 살인적이었으니 그보다 어려워진 난이도라면, 성진도 혼자 해결하기엔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최대한 빨리 떠나야 해.’

많은 일이 있었는데 쉬지도 못하고 바로 떠나야 한다. 성진은 그것을 딱히 억울해하지는 않았다. 종말 이후가 그만큼 여유로운 세상도 아니었고, 일주일에 한 번 신아름을 만나는 것이 그로서는 최고의 휴식이었으니까.

성진이 준석에게 물었다.

“혹시, 신호가 오는 곳을 GPS로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까?”

“야, 묻잖아. 가능해?”

“음··· 그건 어렵지 않은데···.”

“나침반처럼 휴대용으로 만들 수 있습니까?”

“그건··· 당장 필요하십니까?”

“예, 아마도.”

“지금부터 만들기 시작하면 오후쯤에는 완성할 수 있습니다. ···만들어 드릴까요?”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성진의 대답을 들은 각성자가 통제실에 있는 거주민과 이것저것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거주민이 이런 쪽에 지식이 있는 것 같았다.

준석이 눈썹을 찡그리며 성진에게 물었다.

“후······ 예상은 했다만, 가려는 거지?”

“···네. 할 일이 있습니다.”

“아무렴. 종말 거부 장치를 작동시키려는 거잖아?”

“······.”

“민상이가 아쉬워할 거야. 정이 많은 놈이라···. 인사나 하고 가.”

“예, 그럴 생각입니다. 그럼.”

성진은 통제실을 벗어나 걸었다.

시나리오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했지만, 먼 길을 떠나야 한다. 준비도 해야 했고, 길을 똑바로 나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차량을 이용하면 오히려 몬스터들 덕분에 더 많은 시간이 소모될 것이니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GPS를 넘겨받으면 바로 떠난다.’

조금 더 여운을 즐겨도 괜찮았지만, 시나리오가 허락지 않았다.

성진은 걸으면서 시나리오 클리어 보상을 떠올렸다.

분명히 시스템창에 올라온 보상은 두 줄이었다.

‘스킬이··· 두 개였지?’

시나리오를 진행할수록 스킬의 중요도가 커졌다. 상대하는 몬스터들의 수준이 급격하게 올라갔기 때문에 능력치 상승만으로는 상대하기 버거웠다. 새 시나리오가 시작하려 하는 만큼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전투와 위협이 기다릴지 모른다. 그렇기에 그의 무기가 되어줄 스킬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어떤 능력이지?’

성진은 시스템창을 열어 새로 얻은 능력을 확인했다. 확실히 새로 생겨난 능력이 있었다.

[올빼미님의 보유 스킬]

[펄스 탄환 (Lv.1) : 당신은 펄스 제어를 보유했습니다. 펄스 탄환은 당신이 서로 다른 펄스를 다룰 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파생된 능력입니다. 당신은 당신이 쏘아낸 에너지의 응집체에 펄스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응집체에 부여할 수 있는 펄스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펄스의 경지가 오를수록 능력이 강화됩니다.]

[수르트의 피부 (Passive) : 당신은 불의 거인 수르트를 쓰러트렸습니다. 또한, 펄스 : 블레이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능력은 블레이즈 펄스를 발동할 경우 상시 유지되는 능력입니다. 화염에 상처 입지 않습니다.]

새로 떠오른 시나리오에 대해 떠들어 대던 시청자들은 성진의 스킬이 공개되자 바로 화제를 전환했다.

‘이 시대 쿨가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에게 기쁨이란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 올빼미는 언제쯤 기뻐하는 겁니까?

- ㅇ_ㅇ(기쁨) ㅇ_ㅇ(슬픔) ㅇ_ㅇ(분노) ㅇ_ㅇ(절망)

- 확실히 화났을 때만 얼굴이 다르네

- 나도 바로 알아차렸잖아

- ㅅㅂ 너네 뭐야, 나만 구분 안 되는 거야?

‘개쩐다 펄스탄환’님이 3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에너지 쪽 능력 말고는 탄환 강화 없지 않나?]

- 에너지 쪽 능력은 일단 효율이 망이라 몇 번 못 씀

- 효율 얘기는 좀; 펄스 쪽 능력들은 효율 넘사자너

- 근데 범용성은 에너지 쪽 능력이 좋긴 함. 대부분 초기 각성 능력 아니면 얻을 수가 없어서 글치

- 왜 우리 펄스 탄환 기를 죽이고 그래욧? 이건 걍 펄스 쪽 개화 특성인디.

‘수르트의 피부’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수르트는 죽어서 피부를 남긴다]

- 섬뜨으으윽! 속담이 좀 무서운데;

- 근데 블레이즈 켜면 열 면역 아니었음?

-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열 펄스만 면역이었나 본데?

- 어쩐지··· 아무리 그래도 펄스 하나에 화상 면역 달리면 그게 사기지 ㅋㅋ

- 팩트) 방금 화상 면역 달렸다

성진은 새로 얻은 능력들이 만족스러웠다. 수르트의 피부도 여러모로 쓸모가 많겠지만, 특히나 펄스 탄환은 아주 중요한 능력이었다. 그의 주력은 에너지 병기와 장검이다. 최근 근접전을 펼치기에 위험한 상대를 만났을 때 고전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원인은 간단했다.

‘에너지 총기의 파괴력이 아쉬워.’

늘 그랬다.

에너지 병기는 견제 용도로 나쁘지 않았지만 유의미한 타격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기본적으로 소형인 몬스터도 그렇게 작지만은 않았다.

열병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에너지 병기를 사용하지만, 수르트 같은 상대한테는 화를 부추기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었다.

코끼리를 나뭇가지로 찔러대며 언제 죽나 불평하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에너지 탄환의 파괴력을 강화하는 능력을 얻은 건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다.

이제, 조금은 할만해 진 기분이다.

성진이 민상을 찾기 위해서 거주구역을 돌아보았다.

“플랜트 쪽 시설 인원 충원 언제래?”

“응? 이번에 뽑은 것도 모자라서 또 뽑아?”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가나 봐. 이 시대에 노동력이 중요한 일이 남았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래도 가만히 서서 배급받는 것보다는 일 좀 하고 더 가져가는 게 낫긴 하겠네.”

사람들의 대화가 성진의 귀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시끄럽다고 소음이라 치부하기엔 희망 가득한 내용이었다.

“목장에 있는 가축들 수가 생각보다 많다며?”

“그 돼지 새끼가 다 안 먹은 게 용하네.”

“이 사람아, 사람 혼자서 그걸 어떻게 다 먹나?”

“어쨌든 잘된 일이네. 관리만 잘하면 이제 고기도 배급으로 나오겠어.”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했다.

입을 모아 불행과 불안, 지독한 절망만을 얘기하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그래, ···잘된 일이야.”

어떤 중년의 읊조림을 지나쳤다.

성진을 알아보고 많은 사람이 고개를 까딱여왔다.

그도 마주 인사했다.

“형!”

“민상아.”

민상을 마주한 곳은 저번에 식사를 대접받은 그곳이었다.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즐거운 식사자리였을 거다.

“식사 중이야?”

“아뇨, 이제 다 먹었어요. 형도 좀 드실래요?”

“아니. 배가 안 고프네.”

‘후후’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거짓말을 하는구나, 올빼미. 아직 한 끼도 안 먹었잖아]

- 착한 거짓말 인정합니다. 살고 봐야지

-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지만 먹다 죽은 귀신은 성불을 못 한다

- 민상이는 차도살인지계의 달인인가

- 치열한 생존 싸움!

“아, 형? 할 얘기 있나 보네요?”

“그래.”

“나가요. 나가서 얘기해요.”

민상과 성진은 승강기에 올랐다.

승강기는 빠르게 지상으로 치달았고, 둘을 1층에 내려놓았다.

정문으로 나가는 민상.

후읍···

“하아··· 옛날 생각나요, 형. 막 간질간질하네.”

“그래? 다행이네.”

“다 형 덕분이에요. 사람들이 살아있는 것도, 웃는 것도요.”

“글쎄···.”

민상의 말이 맞을지는 모르겠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노력해서 이뤄낸 결과다. 성진은 그 결과를 확실하게 앞당겨 왔을 뿐이고. 물론 이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성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연제구 벙커도 그렇고 부산 쉘터도 그렇고 모두 스스로 변하려고 했기 때문에 변한 거다.

다른 이유는 필요 없다.

“떠나려는 거죠?”

“······.”

“형이 할 말이 달리 뭐가 있겠어요? 쉘터에 온 순간부터 맨날 급한 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는데 지금은 아니잖아요.”

“민상아, 형 오늘 떠난다.”

“와, 빠르기도 해라. 정 없기가 아주······.”

성진은 조금 불편했다.

우습게도 민상에게 정이 들었다.

“가세요.”

“뭐?”

“가셔야 하잖아요. 형 아니면 누가 움직이겠어요?”

“······.”

“형,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민교 그 새끼든 교주 돼지 새끼든 우리가 만들어낸 거라고요. 우리가 막았어야 해요.”

성진은 이곳이 가상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민상은 지금 그의 눈앞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생각하고, 후회하며 나아간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느꼈을 거예요. 행동하면 조금씩이라도 뭔가가 바뀐다는 거.”

“민상이, 철들었네.”

“그래 보여요?”

‘저는 성불합니다’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민상아, 누나 너 때문에 성불해. 잘 자라주었구나. 성인 되면 누나랑 결혼하자ㅠ]

- 이건 민상이 말도 들어봐야 한다

- 당신의 양심, 안녕하십니까?

- 누나의 마음에는 삼각형이 있다···

- AI 미쳤냐고 나 눈물 찔끔 ㅠㅠ

- 부산 쉘터 편은 민상으로 시작해서 민상으로 끝났다

- 민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래도 오늘 떠나는 건 예상 못 하긴 했지만.”

“급한 일이야. 어쩔 수 없어.”

“어디로 가실 건데요?”

“···대구.”

“여기 구 역사 선로 타고 가시다 위험하다 싶으면 시가지로 들어가시면 되겠네요.”

“그럴 생각이야.”

‘머야’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럴 생각이었어? 왜 나는 아무 생각 없었지?]

- 생각 언제 했누

- 확실히 그편이 편하긴 하겠네. 대구 근데 넘 멀어ㅠ

- 시간 촉박하긴 하다. 차량 못 쓰나?

- 10분쯤 가서 바로 GTA로 변하겠지. 몬스터 아직 산더미에 도로 부서진 곳도 많아서 ㅋㅋㅋ

- 명-쾌!

“지금은 슈트 때문에 못 따라가지만, 나중에는···.”

“따라오려고?”

“그럼 저 떼어놓으시게요? 제가 여기서 뭐 하겠어요? 학교도 없어졌는데.”

“······그래. 뭐든 네 생각대로 해.”

“가요. 준비하실 거죠?”

민상과 성진은 쉘터 밖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아직도 하얗게 덮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부산. 이 모습도 언젠가는 변할 것이다.

성진은 민상과 병기창에서 정비했다.

“이거 어때요?”

“별로, 짐만 돼.”

“음··· 그러려나? 배낭에는 뭐 챙기시게요?”

“식량, 배터리.”

“상남자시네.”

다른 것은 필요 없었다.

성진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그것뿐이었으니까.

‘펄스 탄환이 궁금하긴 하네’

실제로 사용해봐도 될 일이었으나, 어차피 쉘터를 나서는 순간 곧장 실전이다. 수르트 같은 몬스터가 깔려있지는 않을 테니 실전에서 확인해 볼 생각이다.

“근데, 대구도 빙하기래요?”

“모르지.”

“그럼 형도 위험한 거 아니에요? 다른 도시랑은 소식 다 끊겨서 서로 어떤 상황인지 모르잖아요?”

“난 상관없어.”

“네?”

“상관없다고.”

민상은 이상한 표정을 짓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능력은 숨기시는구나? 사람이 세도 너무 세다 했어.”

“이제 통제실로 가보자.”

준비가 끝난 성진은 통제실로 들어섰다가,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말을 듣고 잠시 기다렸다. 시간이 꽤 지나 다시 들어가니 GPS를 건네기로 한 사람이 일어나서 성진을 맞이했다.

"여기 있습니다.”

삑-

넘겨받은 GPS 장치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성진이 서 있는 곳과 목적지. 그리고 방향이 제대로 표시되었다.

“그 정도 넣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다른 기능을 넣으면 복잡하기도 하고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관뒀습니다.”

“감사합니다.”

준석이 민상에게 어깨동무했다.

“야, 들었냐?”

“뭐요, 올빼미형 가는 거요?”

“오, 안 운다?”

“제가 애예요? 질질 짜게?”

“앤 줄 알았는데, 다 컸네.”

성진은 통제실을 벗어나 짐을 챙겼다.

손에 익은 펌프 액션 더블배럴 샷건.

식량과 배터리가 담긴 배낭.

먼 길을 떠나는 사람치고는 단출했다.

준석의 안내로 폐쇄된 구 역사의 입구에 도착했다. 빛이 들어오는 전구는 여기까지가 마지막이었고, 폐쇄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깜깜한 어둠이 계속된다고 했다.

성진은 그 어둠이 자신에게 예정된 길 같다고 생각했다. 별수 있나, 부단히 걷는 수밖에.

“형, 조금만 기다려요. 따라갈게요.”

“가긴 어딜 가, 이 자식아.”

“아, 왜요. 왜 꿈많은 청년의 꿈을 짓밟고 그래요?”

“올빼미, 내가 모래주머니는 제거했다. 잘했지?”

“내가 모래주머니면 준석이 형은 손오공 중력 갑옷이에요. 전 1인분 했거든요?”

“이 새끼가? 그럼 나는 뭐 그냥 인분이었냐?”

재밌는 사람들이다.

성진은 부산 쉘터에서 이들과 가깝게 지낸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간다.”

“가요, 형. 또 봐요.”

“가라, 올빼미.”

아쉬움이 남은 눈빛들이 성진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 통로를 개방합니다.

푸취이이이이···

성진이 문을 지나치자, 문은 금방 닫혔다.

육중한 소리가 나며 통로의 문이 양옆에서부터 맞물렸다.

뚜벅··· 뚜벅···

시청자들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쳤다.

- 안 보여! 대구까지 이렇게 가야 함?

- 모르지; 1인칭으로 보던가

- 1인칭은 무서워!

- 어쩌라는 거야ㅋㅋ

- 구 역사도 지상으로 금방 나올걸?

- 그럼 그때까지 숨 참겠읍니다 흡!

버려진 선로의 냄새가 가득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이 열차에 올랐을 텐데

이 선로 위를 열차가 다시 달릴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 같다.

부산역에서 대구역까지는 못해도 100km 이상이다. 성진의 체력이라면 하루에 인간이 가지 못할 거리를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지만, 몬스터가 빽빽이 들어찬 곳을 이동해야 하니 하루에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대폭 줄어든다.

첫날이라 배려를 받은 것인지, 밀양역까지는 지하 노선이었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으니 몬스터의 습격도 없을 확률이 높았다.

지하로 몬스터가 기어들어 오지만 않았다면.

걷고, 걷다 보니 제법 지나왔다.

오늘은 늦은 오후부터 움직였지만, 체력은 아직 충분했다. 최대한 이동해보기로 마음먹고 길을 걸었다. 언제 몬스터 때문에 시가지로 들어가야 할지도 몰랐으니 미리미리 움직여두는 게 좋을 것이다.

얼마쯤 더 걸었을까.

구포역은 진작 지나쳤다.

컴컴한 길을 걸으니 시간개념이 마비되는 기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스템 창을 통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밤이 되어서도 계속 걸었다.

지하라 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시간상 밤일 것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고속선 리뉴얼 이후 부산에서 밀양까지의 노선은 지하에 자리 잡았다.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긴장을 유지하고 방송을 보다가 성진이 종일 별일 없이 이동만 하니 등불 방송을 보기 위해 꽤 빠져나갔다.

애초에 시청자 수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 성진이었으니 상관없었다.

한참을 걸어 어딘가에 도착했다.

성진은 아무래도 안전한 여정은 여기까지라고 직감했다.

오싹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상한 울음소리도 들리는 게 성진이 접근한 걸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을 이곳의 주민들은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었고.

훼손된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밀양···.’

선로는 어느 순간부터 부서져 있었고 역사는 멀쩡한 구석을 찾기 힘들었다.

이곳이 역사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보았다면 폐건물이라고 여길 정도다.

기이이이잉-

철-컥!

이제, 시가지로 건너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성진.

부서진 역사의 구덩이에서 불청객들이 기어 올라왔다.

요사한 붉은 눈을 한 불청객들이.

“끼이이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