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
47화
재벌가의 차녀라는 신분.
최별은 태어나면서부터 왕녀였다.
그녀의 아버지가 일군 기업의 영지를 물려받을 미래가 예정된 왕녀.
왕녀는 왕관을 쓸 수 없었다.
아니, 왕관은 물론이거니와 왕좌 자체가 신기루였다.
“별아, 기억해라.”
“예. 아버지.”
최별의 아버지.
최재국은 부인을 일찍 사별하고 딸자식에게 많은 애정을 쏟았다. 최별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빈자리를 느껴본 적이 없다.
그녀의 아버지는 기업을 일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식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도 중요히 여겼다.
간단한 소풍이라도 가는 날에는 최재국이 밤잠을 설쳐가면서까지 직접 김밥을 쌌다.
가정 도우미가 있는데도, 자식들에게 직접한 음식을 먹이려 앞치마를 두른 최재국. 김밥도 얼기설기 싸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지만, 최별은 아버지가 좋았다.
그런 아버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수 있다.
“별아, 세상엔 드러나지 않은 게 더 많다.”
“무슨 말씀이세요?”
“진정한 위협은 언제나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다. 언젠가 그 위협이 일어나면 이런 보잘것없는 기업과 사람들은 쓸려나갈 거다.”
아버지의 기업은 거대하다.
그의 얼굴은 재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정도였으니까. 그런 기업을 일군 사람이 자신의 왕국을 보잘것없다고 평할 정도면 그 위협이라는 건 얼마나 거대한 것일까?
“이 말이 믿기지 않니?”
“믿어요, 아버지. 아버지는 농담도 안 하시잖아요.”
“그래, 문득 부질없어지더구나. 이 모든 게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최재국은 입술을 짓씹었다. 골치 아픈 일이 있을 때 그가 종종 하는 버릇이었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단순한 기업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신께서는 더 심오한 분이셨다. 아버지의 진정한 모습은 최별도 모른다. 하지만 범상치 않으신 건 확실했다. 그러니 이런 터무니 없는 일을 딸에게 말했을 테니까.
“별아, 너에게 맡길 일이 있다. 너라면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말씀만 하세요.”
“이 상황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누군가를 찾아야 해.”
“그게 누구죠?”
“그들은······.”
왁자지껄한 소음이 들려온다.
최별은 지금, 벙커의 수면실에서 깨어났다.
‘꿈···.’
아버지는 아직 건재하시다.
식사도 거르지 않으시고 여전히 자식들에겐 인자하신 아버지였다.
하지만, 얼굴에 드리우는 그늘만큼은 나날이 깊어졌다.
최근에는 인상을 쓰시는 일이 잦았다.
- 그들은··· 데자뷰라는 자들이다.
- 데자뷰요?
- 그래, 그들의 행적에서 수상한 흔적을 잡아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어. 그만큼 신출귀몰한 자들이겠지. 이건 오히려 잘 된 거야. 우리가 찾기 힘든 만큼 다른 이들도 그들을 찾기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니까.
- 데자뷰···
- 별아, 네가 먼저 그들을 찾아내야 한다. 긴말 않으마, 할 수 있겠니?
최별은 그때, 대답했다.
- 저만 믿으세요.
최재국은 그제야 한시름 놓은 표정을 지었다.
- 그래, 넌 영특한 아이니 잘 해낼 거다. 나도 최대한 돕도록 하마.
최별이 이세계 스칸다부터 게임에 전력투구한 이유다.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접점은 바로 이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종말 이후를 꽤 플레이 한 지금은··· 이 게임을 과연 인간이 만든 게 맞는 건가 생각할 정도로 경이로움을 느꼈다.
스륵···
수면실을 벗어났다.
최근 들어 풀 다이브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등불에 합류하고 나서부터다.
‘참 신기한 사람들이야.’
자신은 불순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목적을 가지고 종말 이후에 임한다.
목적이 있는 만큼 필사적이고, 더 치열하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 함께하게 된 등불이란 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필사적이고 치열했지만,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최별은 게임을 즐겨본 적이 없다.
항상 전투적으로 플레이했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데 집중했다. 그래야 데자뷰에게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등불이라······.’
얼마 전, 연제구 벙커에 몬스터 웨이브를 경험했다.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모두는 전선을 넓게 펼쳤다. 단지 조병창의 의지만이 아니다. 모든 등불이 이 결정을 지지했다.
심지어 자신마저도.
‘소속감? 동질감?’
최별은 그 일 이후로 갖게 된 감정의 정체를 아직 모르겠다. 단지, 웨이브를 막아내고 올빼미가 수르트를 끝장냈을 때는 그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어났습니까?”
“화질구지···.”
이 남자는 끝까지 화질구지가 새라고 우겼다.
결국에 등불 사람들에게 그 닉네임을 인정받고 있다.
물론, 인정받더라도 딱히 달라지는 점은 없지만.
“아, 저도 풀 다이브였으면 얼마나 좋았을지···.”
“화질구지씨는 풀 다이브가 아니었나요? 랭커들 대부분 풀 다이브를 자주 하는 거로 아는데···.”
“풀 다이브를 할 환경이 아닙니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
“······.”
“아침은 꼭 같이 먹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들이라······. 어쨌든 지금 바로 가시는 겁니까?”
“잠시만요, 아직 세수도 못 해서.”
화질구지는 씻으러 가는 최별을 뒤로 한 채 어딘가로 움직였다.
게임에서 씻는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화질구지는 별문제 삼지 않았다. 이미 외국 서버에서도 복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벙커나 쉘터의 거주민들은 위생에 신경을 썼으니까.
잠시 뒤, 화질구지가 원탁에 앉았다. 과거, 장의원이 쓰던 방이다. 이제는 그곳을 본부처럼 사용하고 있다. 전에는 올빼미의 방송으로만 보던 장소였는데, 실제로 그곳에 직접 와 있으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기분과 드라마 촬영장에서 사진 찍는 기분이 동시에 느껴졌다.
끼익······
“지각생 왔네.”
일반 유저 대표 여럿과 랭커들 대부분이 모여있었다. 자리가 부족해 군데군데 쇼파를 놓았고 비중 있는 랭커는 원탁에 빙 둘러앉았다. 이런 대우를 딱히 즐기진 않았지만, 앞으로 커져 나갈 등불의 규모를 생각해봤을 때 그렇게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
‘아, 먼데’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회의 은제 시작하냐! 그때 올란다!]
- 아직 시간 안 됐거든요?
- 뭔가 원탁의 기사단 같아서 두근두근···
- 회의 굳이 해야 하나?
- 그럼 200명은 되는 모임인데, 따로 놀면 머하러 같이 함
‘이 회의’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공개해도 되는 거임? 방송에 다 나올 텐데;]
- 등불은 방송 못 끈대잖아, 무한 송출모드
- 헉··· 그럼 샤워하는 것도···
- 프라이빗 모드는 잠시 가능함. 꿈 깨셈
- 쳇··· 조병창,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다음엔 어림없다
- 병창이 형을?
‘회의 내용’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알아서 어쩔 건데 ㅋㅋ 인원 제한 있는 서버에]
- 맞어ㅋㅋ 그냥 잘 들었군 하고 끝날 일
- 글고 스칸다도 아니고 어차피 경쟁자도 아닌데 머
- 그래도 울끼리는 비밀로 해주자 ㅇㅈ?
- ㅇㅈ 우리 4만 명끼리만 아는 거야, 알았지?
- 완전 철통 보안이네! 절대 새어나갈 일 없겠어!
- 꼭두새벽부터 4만 명 보는 거 실화냐 ㅋㅋ
- 밀수들이 부지런하긴 해. 이제 취직만 하면 될 텐데
직박구리가 문을 열고 들어온 최별에게 빈정댔다.
크게 의미는 없었다. 그냥 예전부터 그런 사이다.
“아직 회의 시작까지 좀 남았잖아요. 지각은 아니에요.”
“뭐, 그렇긴 하다만··· 근데 이 빈자리 누구 자리지?”
“어? 거기 송하린 자리일 텐데.”
“이 여자는 왜 안 와?”
“쳐 자빠져 자는 거 아니야?”
누군가 한 명이 송하린을 부르러 갔다.
잠시 뒤, 등장한 송하린.
부르러 갔던 인원이 장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쳐 자빠져 자고 있었습니다.”
“접속을 안 했던 거겠지.”
“풀 다이브입니다.”
“······.”
‘송하린은’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매일 레전드를 찍는구나. 얼굴 부은 것 좀 봐라]
- 데자뷰 디테일 보소 ㅋㅋ
- 꿈에서 캥거루한테 맞았누
- 컨셉 진짜 ㅋㅋ
- 이젠 어떤 게 컨셉인지 모르겠어···
송하린이 하품하며 자리에 앉았다.
회의가 시작됐다.
조병창이 먼저 말했다.
“아침부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으시겠습니다만, 이 시간이 제일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별로. 일단 안건이 뭡니까?”
“전리품 획득 방식부터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직박구리가 대답했다.
“등불은 기여도 시스템이 정해져 있던데 그대로 진행하는 게 좋아 보이는데.”
“맞아요. 이번에 웨이브 이후에 드롭된 아이템이나 능력들은 기여도가 높은 사람에게 돌아가던데, 다들 딱히 불만 없어 보였어요.”
‘후, 아무래도’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시죠.]
- 누구세오?
- 밀순데요?
- 끌어내! 여기 잡상인 들여보내지 말랬지!
‘어차피 이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위험한 일 한 사람이 더 가져가는 게 맞지]
- 근데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임무도 있잖음
- 글킨한데, 그거야 나중에 기준 정해서 지급하면 될 일이고
- ㅇㅈ 아침에 그런 거 정하기는 좀; 걍 그대로 진행하는 게 서로 좋음
“다음으로는 이번에 얻게 된 부산물들 정리가 필요합니다.”
“송하린이 이번에 ‘초감각’ 얻은 거 말고는 크게 쓸만한 건 없지 않았나?”
“예, 송하린 양이 얻은 능력 말고는 특별한 건 없었어요.”
“시나리오 보상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으니까. 이것도 인원수대로 책정되는 건가?”
“아직 확실하진 않죠.”
쓸만한 능력을 얻은 송하린은 정작 퉁퉁 부은 눈을 한 채로 중얼거리기만 했다.
이 외에도 여러 안건이 있었다.
부산 쉘터와는 어떻게 접촉할 것이며, 경계조 편성과 아직 수복 가능한 벙커시설을 수색하는 안건 등.
토의는 착실하게 진행되어 한두 가지 안건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직박구리가 조병창에게 물었다.
“그런데, 올빼미와는 접촉 못 하는 거지?”
“그쪽에서 접촉하려 하지 않는 이상 우리 쪽에서 접촉할 방법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지. 애초에 성장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으니까.”
“그래도 최대한 빨리 따라잡아야겠죠.”
향후 일정으로는 최대한 빨리 등불의 덩치를 키우는 게 옳다고 보고 다음 등불을 깨우기로 했다.
회의 내용을 듣고 있던 최별은 쉽사리 회의에 집중하지 못했다.
‘올빼미··· 그 사람을 최대한 빨리 만나야 해.’
한국 서버에 갑자기 나타난 구원자.
최별은 그에게도 비밀이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데자뷰에 대한 단서를 얻을지도 모른다.
“뭐, 그럼 여기까지 하고···.”
최별도 조병창의 말에 일어나려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직 피로감이 남아 있는 느낌이다.
모두가 의자를 끌고 반쯤 일어섰는데, 그들은 곧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시스템창이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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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해빙기]
「부산에 불의 거인 수르트가 잠들고, 종말 거부 프로토콜이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위협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용광로가 가동되어 기후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얼음 밑에 잠들어 있던 몬스터들이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존재들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들을 제거하여 부산의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 이 임무는 일정 진행도 이상 진행해야 완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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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일어섰던 자세 그대로 다시 앉았다.
조병창이 눈썹을 매만지다 말했다.
“회의가 좀 더 길어질 것 같네요.”
송하린이 더 자고 싶다고 꿍얼거렸지만, 강제로 앉혀졌다. 양옆의 사람들이 억지로 그녀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부엉이 같아 보였다.
“호주 서버로 돌아가고 싶네···.”
****
신아름은 의사를 부르러 가서 잠시 나타나지 않았다. 성진의 담당의가 찾아와 성진의 상태를 몇 가지 확인하고는 신아름을 불러 검사 일정을 잡았다.
담당의가 떠나고, 신아름이 성진밖에 남지 않은 병실에 들어왔다.
탁-
신아름이 기우뚱 서 있었다.
또 구두 굽이 나간 거겠지.
어쩐지 아까 너무 험하게 넘어지는 것 같았다.
성진이 최대한 숨을 고르게 쉬려 애썼다. 여간해서는 떨지 않는 그였지만, 이 순간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마음은 계속해서 떨려왔다.
신아름이 이를 앙다문 게 보였다.
그녀는 구두를 대충 벗어버리고 맨발로 다가와 성진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한참을 아름과 성진 대신 침묵이 떠들어댔다.
이 둘은 그것마저 좋았다.
신아름의 동공에 수많은 질문이 가득했다.
성진을 힘들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그 질문들을 붙잡아 그녀의 눈에 가뒀다.
‘무서웠어···, 오빠 이제 어디 안 가는 거야?’
‘5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오빤 알아?’
‘왜 다쳐서 왔어··· 왜, 대체···.’
신아름이 물기 가득한 눈으로 대답을 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힘들게 울음을 참고 있다.
그녀는 성진의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아마, 손을 잡고 엉엉 울까 걱정해서인 듯.
신아름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그도 아니면 여전히 사랑한다고?
그녀가 눈에 담고 있는 수많은 의문에 모두 답할 수 없다. 성진은 숨을 고르게 쉬다가 입을 열었다.
건조하다 못해 말라붙어 갈라진 목소리가 성진에게서 흘러나왔다.
“새··· 로··· 사··· 자···.”
“······뭐?”
“···구······ 두···.”
“이······ 이··· 나쁜······.”
신아름은 결국 성진의 손에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
올빼미가 깨어났다.
신아름이 일주일 내내 찾아오겠다는 걸 담당의가 절대 안 된다고 말렸다고 했다. 어떤 말을 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면회는 지금과 같은 주기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신아름은 아쉽다 못해 떼를 쓸 지경이었지만, 성진의 이마에 가볍게 입 맞추고 웃으며 떠났다.
울다가 웃는 건 그녀다운 모습이다.
이 종말의 세계를 얼마나 걸어야 그녀 옆에 설 수 있을까. 성진은 그것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해낼 생각이다.
“어, 형!”
“민상아.”
“어제는 부르지 말라고 하셔서 부르지 않았어요. 괜찮아요?”
수면실에서 접속을 종료했으니, 종일 잠만 잤을 거다. 그런데도 아무도 성진을 부르지 않은 건 성진이 미리 당부했기 때문.
쉘터나 벙커에서 접속을 종료하는 건 이런 점이 불편했다.
민상은 또 한참을 재잘대다 성진의 곁을 떠났다.
‘휴, 등불땜에’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등불 보다가 늦을 뻔했네. 지금 일어난 거?]
- ㅇㅇ 이제 일어난 듯 방송 킨 지 얼마 안 댐
- 매주 어딜 그렇게 다녀오는 거지?
- 캡슐에 풀 다이브 용 수액이랑 영양제 갈아야 하잖아. 그것 때문이겠지
- 으, 나는 그런 거 싫어서 풀 다이브 안 함
- 해보셈 몰입감 오짐 ㅋ
‘올빼미 동무’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설마, 여자친구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 님 같으면 풀 다이브 하는 남자친구랑 사귐?ㅋㅋ
- 휴, 그렇겠네. 하마터면 구독 해제할 뻔했는걸?
- 올빼미는 우리 기만 안 함. 여친 없음 확실.
- 밀수들의 영원한 친구 올빼미!
성진의 현실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멋대로 결론지어 버렸다. 성진은 그들에게 반응하지 않고 다급하게 접속을 해제하느라 미처 못 했던 일을 하려고 했다.
‘우선, 능력확인부터.’
[펄스 : 블레이즈 (Passive) : 당신은 초자연적인 힘 블레이즈를 깨우쳤습니다. 블레이즈는 많은 펄스 가운데 공격력은 최상위에 속하며 힘의 확산성은 최고로 꼽힙니다. 강한 적을 사냥할수록 블레이즈의 경지가 상승합니다.]
사이오닉이랑 크게 설명이 다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마간 능력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이제는 펄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정도의 수준에 올라왔고, 블레이즈는 그 능력을 배가시켜 줄 좋은 능력이라는 거다.
‘간지난다’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나도 펄스 좀 얻어봤으면 ㅠㅠ]
- 일반 유저들은 펄스 근처에도 못 가봄
- 랭커 중에도 펄스 쓰지 못 하는 사람 꽤 많음
- 일단 등불은 지금 다 못 쓰잖아 ㅋㅋ
- 갸들은 이제 막 온 건데 뭐. 님은 그냥 못 쓰잖아요
- 야······ 왜 때려···
성진은 나름 만족했지만, 뭔가 허전했다. 아직, 시나리오가 끝나지 않았다.
‘왜 시나리오가 끝나지 않지?’
어려웠던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아마 보상도 능력으로 줄 것 같았다. 그도 아니라면 능력의 경지를 상승시켜주거나.
그런데, 정작 시나리오가 끝나지 않으니 보상도 받을 길이 없었다.
이런 경우 보통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상황이 아직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성진은 천천히 쉘터를 걸어 다녔다.
사람들이 눈에 띄게 밝아져 있었다.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 쉘터의 밖에 나가 제설작업을 하거나 뛰어놀았다.
안전구역 안에서 돌아다니는 건 특별하게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성진이 거주구역에서 용광로를 지켜보다가 통제실로 향했다. 용광로를 가동하고 들리지 않은 곳은 이곳밖에 없었다.
통제실에는 각성자인 준석과 그의 동료들, 그리고 거주민 중 뛰어난 자들 몇몇이 있었다.
이들이 무언가를 바라보며 옹기종기 모여 떠들어댔다. 성진이 가까이 다가가자 준석이 알아보았다.
“응? 일어났나 보네?”
“예. 바쁘신가 보네요.”
“아, 바쁘긴 뭘. 그냥 볼 줄도 모르면서 옆에 서 있는 거지. 그보다, 이리 좀 와봐.”
성진이 다가갔다.
“이거 봐, 보여?”
“점 말입니까?”
“그래, 깜빡이는 거 보이지? 이게 용광로인 것 같아.”
삐익- 삐익-
짤막한 기계음이 나면서 붉은 점이 깜빡였다. 어떤 홀로그램 장치처럼 보였다. 성진은 이런 데에 문외한이라 준석을 바라보았다.
“이게 말이지. 나도 잘은 모르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 말로는 용광로 같은 기계가 하나 더 있다는 것 같아.”
반짝이는 붉은 점.
이것을 용광로라고 한다면, 북서쪽으로 떨어진 위치에서 반짝이는 푸른 점은 무엇일까?
“이건가요?”
“그래, 위치상··· 아마도 대구? 정도 돼 보이는군. 물론, 확실하지는 않아. 그렇게 추정할 뿐이지.”
‘대구?’
용광로의 가동이 출발선이었을까.
이런 건 원래 없었다고 말하는 그들.
성진은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치지이이익···
“어? 뭐야? 방금 저거 뭐지?”
“무슨 신호가 잡히는데···, 형님 좀 만져볼까요?”
“그래, 뭐라도 좀 들리나 보자.”
치지이이익···
대구··· ···능 ······ 지원···
“대구? 뭐라는 거야. 똑바로 좀 잡아봐. 무슨 신호 같은데?”
“이게 최대한 잡아보는 거예요. 잠시만···.”
잠시 후, 조금은 노이즈가 걷힌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성진의 시나리오가 새 국면을 맞이했다.
[chapter 3-2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3-2를 클리어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