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43화 (43/222)

# 43

43화

‘등불 현 상황 요약’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 -1, -3, -1, -5]

- 이게 머임?

- 계속 쥬금; 웨이브 ㄹㅇ 오션월드 파도풀임

- 엥; 그 정도임?

- 보면 암; 보쉴?

- 올빼미 방송 봐야 함

- 아 난 뭐 보지? 짬뽕이냐 짜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누가 올빼민데?

- 짜장

- 이 집은 짜장이 또 기가 막힘. 짬뽕 먹으면 개손해

‘야 이거 무린데’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등불 대가리 미쳤음? 이걸 전선을 왜 이렇게 길게;]

- 등불이 연제구만 지키면 일케 안 했지

- 엥? 그럼?

- 지금 쉘터 가는 몬스터들 붙잡는 거자너

- 아;; 그래서 길게 형성한 거구나

- ㅇㅇ 랭커들은 괜찮은데 일반 유저는 갈려 나가긴 하더라

‘올여름 기대작’ 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우지섭 주연, 영화는 영화다]

- ㅋㅋ 올빼미가 혼자 잡는다고 자기도 되는 줄 아는 사람들 있더라

- 올빼미는 특수한 경운데 이제 막 합류해서 설치는 건 에바지; 근데 랭커들은 그래도 몇 명 모여서 하니까 버티긴 버티던데

- 그것도 일반 유저들이 카바 쳐줘서 그런 거임 ㅋㅋ

- 300명 살살 녹는다;

- 정확히는 일반 유저만 ㄷㄷ

- 그래도 밀수들은 등불 지지해ㅠ

조병창은 연제구 벙커보다 더 나아간 위치에 전선을 형성했다. 차량을 동원해 바리케이트를 형성했고 주변 건물잔해를 옮겨 취약한 부분을 틀어막았다.

정병철이 조병창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하려는 겁니까?”

“중요한 시기입니다. 소극적으로 수비만 하다가는 전황이 바뀔 수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온다! 와요! 준비해요, 다들!”

등불 중 먼 거리를 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여성이 소리쳤다.

기이잉-

“벙커 병력의 반 정도는 취약한 곳에 투입해주시고 나머지는 혹시 모르니 벙커에서 대비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콰아앙!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전투의 전조.

등불의 표정이 굳어갔다.

“무, 문제없겠지?”

“올빼미는 혼자서 지켰잖아. 우린 300명인데 뭐가 문제겠어?”

“그래도···.”

어쩐지 대답이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말을 한 사람도 괜히 말했구나 싶었다.

올빼미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코너를 돌아 등장하는 무리.

아이언 오크들이다.

흐읍···

“쏴! 다 죽여버려!”

“으아아!”

기이이잉-

투다다다다!

300명의 화력은 장관이었다. 물론 맡은 구역이 정해져 있기에 일시에 쏘아낸 것은 아니었지만, 일부만으로도 그 위력을 충분히 짐작하게 했다.

“크워어어어!”

“크왁!”

에너지 병기의 살상력을 많은 사람이 아쉬워하긴 해도 수백 명이 쏘아대면 얘기가 또 다르다.

아이언 오크 수십 개체가 에너지 탄에 맞고 쓰러졌다.

예상치 못한 저항이었는지 아이언 오크들이 부서진 지형 뒤로 엄폐했다.

툭-

기이잉-

파지이이이이익!

“크와아악!”

“크와악!”

유탄과 수류탄도 보유한 등불에게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전투는 조병창의 스타일처럼 차분하게 전개됐고 별 무리 없이 막아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전투 양상에 흡족해야 할 조병창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고작 이정도라고?’

랭커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최별이 조병창에게 다가왔다.

철컥-

배터리를 교체하는 최별.

그 와중에 말을 걸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웨이브가 지나치게 싱거운···.”

그때, 슈트에 내장된 기능인 등불의 음성 채널에서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 여, 여기! 시청 쪽 대로에! 안돼에!

콰직-!

- 지원 필요합니다! 대형 몬스터 출현! 두, 두마립니다.

조병창이 음성채널에 응답했다.

“알겠습니다. 어떤 몬스터죠?”

- 오, 오우···

꾸직!

조병창의 표정이 사라졌다.

혹시라도 나타난 몬스터가 오우거라면···

‘두 마리?’

비록 올빼미가 혼자서 처치한 몬스터지만, 일반 유저가 상대할 경우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할지 짐작할 수 없다.

‘누구를, 또 얼마나 보내야 할까?’

자신이 직접 가는 것도 고려해야 했다.

아무래도 위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일···

톡톡···

누군가 슈트의 어깨를 두드렸다.

“누구···?”

바이저 밑으로 악동 같은 미소가 걸려있는 여인이었다.

“본녀가 가리다.”

“송···하린 양?”

“다급한 상황이니 본녀가 나서는 게 맞지 않겠소?”

송하린은 무협지에서 배운 어설픈 대사를 중얼댔지만, 우습게도 믿음직스러웠다. 그녀의 실력은 등불에서도 상위에 속했다.

송하린의 뒤편으로 한 명이 더 등장했다.

“병창아, 나도 갈게.”

“일국···. 알았어. 인원들 편성해서 더 빼볼게.”

송하린과 차일국이 서둘러 지원을 요청한 곳으로 출발했다. 조병창은 뺄 수 있는 인원 중 일부를 추려 그들의 뒤를 따르게 했다.

얄궂게도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 신리 삼거리 쪽 방향! 트롤 워로드입니다! 아직 접근까지는 좀 남았는데 현재 있는 병력으로는···

‘누구를···.’

“나를 보내라.”

“······.”

“나랑 저 최별이면 충분할 거야. 병력이나 좀 붙여줘.”

“직박구리···.”

어감이 이상했지만, 알려진 그의 실력은 상당한 편이다. 최별이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워로드 정도라면 최별과 직박구리 둘만으로도 충분히 해볼 만했다. 일단 오우거 보다는 훨씬 해볼 만했으니까.

최별과 직박구리를 삼거리 쪽으로 보내고, 여유가 생긴 곳에서 랭커와 병력을 빼내 시청 쪽으로 지원을 보냈다.

상황이 안 좋았지만, 다행히 이쪽은 자신 혼자가 아니다. 믿을 만한 사람들이 함께였다.

바이저의 음성 채널로 송하린과 차일국의 음성이 새어 나왔다.

- 간다아! 흐아압!

- 같이! 같이 해! 위험하다고! 송··· 야!

전투가 진행될수록 피로도는 올라갔지만 실수해선 안 됐다. 위험한 몬스터가 한 마리라도 쉘터로 새는 순간, 쉘터의 거주민들이 형성한 전선이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한 마리도 보내지 않아야 해.’

체스판의 킹을 지키는 폰들이 이러할까.

등불은 연제구뿐만 아니라 쉘터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 비록 그것이 등불의 전력을 갉아먹을지라도, 아무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애초에 등불을 깨운 건 올빼미였으니까.

****

“후우··· 괜히 나왔나.”

이민상은 소인배다.

아니, 소시민이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할 것이다. 나서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고, 중고등학교 시절 양아치 짓도 잠시 해봤지만, 성격에 맞지 않아 금세 때려치웠다.

휩쓸리고, 흘러왔다.

종말이 일어난 세상에서는 그런 자신의 성향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죽기 싫어.’

죽기 싫었다.

자신의 여자친구와 부모님, 그리고 소중했던 사람들처럼. 그들이 맞이한 죽음처럼 허망하게는 죽기 싫었다.

“아 씨, 그래도 한 명은 따라 나올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그냥 휩쓸릴 걸 그랬나···

역시 이런 일은 자신의 성미에 맞지 않는다.

곧 몬스터가 들이닥치면 자신은 죽는다.

근데 어차피 저 위에서 가만히 있어도 죽는다.

쉘터에서 엉덩이 뭉개고 있어 봐야, 성진이 수르트에게 패배하는 순간 끝이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서 몬스터들이 성진에게 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래 죽나 저래 죽나.

확실한 죽음 앞에 담담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민상은 고개를 돌려 남쪽을 바라보았다.

치솟는 불길, 수르트가 내뱉는 고함과 건물이 부서지는 굉음.

놀랍게도 저곳에선 성진이 싸우고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

‘형 혼자라면 살아나갈 수 있을 텐데···.’

부산 쉘터가 어떻게 되든, 혼자서 살아나갈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보여준 힘과 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명력.

‘왜 남았을까. 아니, 왜 막아섰을까.’

홀로 불의 거인과 싸우고 있는 성진이다.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갑자기 초라해지네. 에휴.”

몬스터의 파도가 몰려오는데 자신은 이곳에 혼자 덩그러니 나와 있다. 겨울날 부모님이 내복만 입혀서 문 앞에 내쫓은 기분이었다.

괜히 소총을 매만졌다.

달칵-

소총 한 자루로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겠지.

그그긍···

“어?”

쉘터 쪽에서 소음이 일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라 혹시나 몬스터가 반대로 돌아온 건 아닌지 걱정되어 고개를 쏘옥 빼서 확인했다.

엔진 소리.

바득바득 갈리는 엔진의 소음이 들려왔다. 헤드라이트가 켜진 차량이 줄지어 등장했다. 맨 앞에 오는 차량의 운전자는 이민상도 아는 사람이었다. 바이저를 쓰고 있어도 워낙 머리가 커 남들보다 존재감 있어 보이는 사람.

“동휘 형!”

“민상아.”

“어떻게 된 거예요?”

“그렇게 됐다. 형님도 올 거야.”

차량이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더니 도로를 틀어막았다. 동휘라는 남자가 이야기한 형님이 차에서 내려 민상에게 다가왔다.

“새끼야, 니가 먼저 가면, 형이 뭐가 되냐?”

“준석 아저씨···.”

“형이라고!”

“준석이 형. 좀 감동인데··· 다시 봤어요.”

“새끼··· 평소엔 어떻게 봤길래. 아무튼, 어찌어찌 막아보긴 할 텐데 솔직히 자살행위야. 알지?”

“···알아요.”

이민상의 대답에 준석이란 사내가 이민상의 바이저를 툭툭 두들겼다.

“아, 왜요?”

“다 컸네. 이만 하산해.”

“뭐래···.”

“뭐래는 반말이고 이··· 어? 뭔 소리 안 들리냐?”

“그러게요. 웅성거리는 소리? 뭐지?”

“······에이, 설마.”

민상과 준석이 쉘터 쪽으로 걸어갔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대체 왜 들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쉘터의 출입구를 확인한 둘은 경악했다.

“···이게 무슨.”

“형, 형이 한 거예요?”

“미친놈아, 내가 이영호냐? 배럭에서 마린 찍어내게.”

“그럼 이건···.”

슈트를 입고 우물쭈물하며 내려오는 사람들.

일단 눈으로 셀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더 웃긴 건, 지금도 그 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야······ 죽기 전에 이런 걸 다 보네.”

“죽기는 누가 죽어요? 밥을 잘못 드셨나 이상한 소리를···.”

“아까 너 분명히 자살행위라니까 ‘아라여··· 흑··· 훕···.’ 하지 않았냐?”

“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렇게 운 적 없어요!”

“응? 난 그렇게 들었는데?”

“개또라이···.”

“뭐 이 새끼야?”

“잘 안 들리시는 줄 알고 확인 한 번 해본 거예요. 아, 하지 마요! 바이저 벗겨지면 저 죽어요!”

준석이 민상의 머리를 팔 안에 끼워 넣고 헤드락하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얘기했다.

“민상아.”

“···예, 형.”

“넌 가라.”

“네?”

“가라고, 너 아까부터 올빼미 있는 곳만 쳐다보고 있잖아.”

민상은 준석과 합류한 후에도 계속해서 성진이 싸우고 있는 장소를 쳐다봤다. 이곳은 이제 수많은 사람으로 가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성진은 혼자였다.

민상은 그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돼요?”

“안돼.”

“아, 진짜. 장난치시나? 저랑 싸우자는 거에요?”

“응, 장난이야. 가. 여긴 우리끼리 막을 수 있어.”

“진짜요?”

“그래, 새끼야. 어차피 넌 여기서 쓸모없어. 가서 올빼미나 도와줘.”

우스운 말이다. 저 불의 거인을 상대하는 데 민상이 도움이 될 리가 없다.

“내가 뭔 도움이 되겠어요.”

“가서 그럼 올빼미 뒤지는 거나 지켜보던지. 어차피 올빼미 죽으면 여기도 끝이야.”

이민상은 정말로 자신이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성진이 싸우고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단이 없다는 점 때문에 더 망설였다.

“됐어요. 어차피 설상 기동으로 가 봐야 늦을 텐데요.”

“짜식아, 이 형이 차량 끌어 올리면서 이런 걸 찾았다. 이리와 봐.”

“뭔데요?”

준석이 데려간 곳엔 멋들어진 바이크 한 대가 있었다.

“와··· 이런 게 있었어요?”

“나도 놀랐어. 어쨌든, 이거 타고 가.”

“뭘 선심 쓰는 척해요. 어차피 쉘터 건데.”

“그런 건 눈치채도 말 안 하는 거야 새끼야. 형 자꾸 창피하게 할래? 이 새끼가 자꾸 국룰을 어기네?”

준석의 농담에 민상과 준석이 마주 보고 웃었다.

“형, 저 가요. 죽지 마요.”

“그래, 병신아. 죽지 마라.”

“진짜로···.”

“그래, 진짜로. 살아서 보자.”

평소처럼 친근감 있게 주먹을 부딪치고, 민상이 불타오르는 남쪽을 바라보다가,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부아앙-

제법 운전 솜씨가 괜찮았다.

준석은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차량으로 메꿔진 장벽 뒤에서 어리숙한 행동을 보이는 거주민들에게 다가갔다.

툭- 하고 어깨를 두들기면서 소총 파지법과 주의할 점을 일러주고는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온 몬스터의 물결을 보고 말했다.

“준비, 장전하세요.”

꿀꺽···

기이이잉-

“긴장 푸시고, 우리 어차피 뒤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이렇게 뒤지기엔 좀 억울하니까 몇 발 갈겨보기라도 해야죠?”

철컥-

****

‘수르트 어케 잡음’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수르트 어케 잡았음?]

- 못 잡고 멸망함

- 뭐애오 시발

- 수르트 지금 아가리에서 빔 쏘는데

- 우리 올빼미도 이제 합체 로봇 부르면 되겠네

- 합체할 멤버도, 로봇도 없다ㅠㅠ

‘등불 지린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와, 랭커들 싸우는 거 봐라; 송하린은 즐겜런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 즐기긴 함, 즐기는 자 모드인 천재라 졸라 셈

- 그래도 일반 유저들 이미 50명 넘게 죽지 않음?

- 그렇긴 한데, 이게 그나마 피해 최소인 거임

- ㅇㅈ 오우거 쌍둥이 나왔을 때는 깜짝 놀랐는데;

- 랭커 한 10명 달라붙고 병력도 커버쳐주니까 잡긴 잡더라

- 한 20명 뒤지고 말이지

- 오우거 캐삭펀치 매운맛 어디 안 가죠? 맛집 인정!

- 정보) 올빼미는 혼자서 한 마리 뚝딱 깠다

콰아아앙-!

사거리 쪽은 이제 거의 모든 건물이 폭삭 주저앉았다.

지옥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았다.

성진은 코트 안주머니에 담긴 물건들을 색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이제는 거추장스러워진 코트를 벗어버렸다. 목까지 올라오는 검은 색 긴 팔 티셔츠가 드러났다. 몸에 달라 붙어오는 티셔츠라 바람에 나풀거리진 않았다. 불에 타면, 아무래도 상의는 입지 않은 채로 싸울 수밖에.

“끄아아아아!”

자꾸만 날 파리처럼 엉겨 붙는 성진이 짜증 났는지 수르트가 입에 불꽃의 펄스를 모았다.

휘오오···

집중되는 펄스의 압박감에 몸이 떨려왔지만 침착하게 다른 건물로 옮겨갔다. 성진이 있던 건물에 불꽃이 작렬했다.

콰아아아아!

‘슬슬 한계인가···.’

방적 기관이 생각대로 움직여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혹시라도 과열되기라도 하면 기동력을 잃은 성진은 수르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사거리에서의 전투는 끝이다.

이곳에서 더 싸우면 지상에 내려선 성진을 수르트가 태워죽이던지 으깨버릴 것이다.

남쪽으로 건물을 타고 이동하던 성진은 아직도 분진 탄을 매만지고 있었다. 딱히 사용할 만한 타이밍이 나오질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성진의 귀에 수르트의 굉음 말고 다른 소음이 감지됐다.

‘차··· 아니, 바이크 소리?’

부아아아앙-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성진은 그 소리로 저 바이크가 자신에게 다가오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형! 혀엉!”

“민상이야?”

“형! 괜찮아요?”

수르트를 피해 우회해서 왔는지 다행히 별 부상은 없어 보였다. 바이크도 멀쩡했고.

“왜 왔어? 위험해!”

“형은요!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요?”

“도망쳐!”

“도망치는 것도 이제 신물··· 으악!”

부아아앙-

다시 바이크를 몰아 자리에서 벗어나는 민상.

민상의 바이크가 있던 자리를 수르트가 쏘아낸 불꽃이 덮쳤다. 다행히 민상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성진은 민상에게 재차 도망치라고 외치려 했다.

‘···잠깐.’

성진은 자신이 아까부터 가진 의문을 해소할 상대를 찾았다.

“민상아!”

성진은 이민상에게 아까부터 품고 있던 의문을 물어봤다. 그러자 이민상은 수르트를 피해 바이크를 몰면서도 한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성진은 그곳을 쳐다보았다.

‘그래, 저기밖에 없어.’

상황이 힘들었기 때문에 이번 노림수가 실패하면··· 그 뒤는 상상하기 싫었다.

마음을 다잡은 성진이 민상을 쫓아가려던 수르트의 주의를 끌어 자신을 따라오게 만든 후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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