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42화 (42/222)

# 42

42화

‘강민교’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어케 살았누; 머리통 뎅겅했는데]

- 인간 다 강민교처럼 되면 종말 극복각?

- 그땐 인간이 없겠지

- 아 ㅇㅋ 똑똑하네

‘강민교 개트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강민교 무슨무슨 사유 고의 트롤로 리폿합니다]

- 속보) 강민교 리폿 영향으로 채팅 금지 10회

- 개트롤로 한국섭 다 조지네 강민교;

- 이래서 믿을만한 놈 하나 없다니까?

- 강민교: 그치만··· 너희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등불’님이 2,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거기도 똥 맞았어! 어카냐? 우리 연우 오또케ㅠㅠ]

- 몬스터 웨이브 비슷한 거면 막긴 막을 듯; 근데 레이드 몹 한두 마리라도 섞여서 오는 순간 지옥 ㅋ

- 병창이 형이랑 별이 누나가 컷 해주지 않을까?

- 그 둘이 올빼미냐? 컷은 무슨 컷이야 귀두컷 색기야

- 어떻게 알았냐? 이거 시원해

- 바로 맞췄누ㅋㅋㅋ

‘에바잖아’님이 2,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에바··· 에바··· 에바에 타라 신지!]

- 갑자기 분위기 수르트 솔로 레이드

- 준비 안 된 채로 수르트 상대 가능할까?

- 님 빤스만 입고 소개팅 가능?

- 가능. 빤스도 필요 없음

- 야만전사냐

‘민간인 도움’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도움! 도움! 썸바리 헬미! 야!]

- 여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친구 있네

- 민간인 패닉, 글고 수르트 전을 민간인이 어찌 낌?

- 꽉 낌

- 아 씨, 이딴 거에 웃었어ㅋㅋ ㅅㅂ 자존심 상해

- 씨익- 한 놈 해치웠다

****

수르트의 하울링.

사람들은 몸에 전해져 오는 진동과 귀를 찢을 듯한 소음에 귀를 막고 벌벌 떨었다.

한차례 폭풍 같았던 굉음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숨을 돌렸다. 다행히 별문제는 없는 듯 보였으니까.

그런데, 누군가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저, 저기! 뭐가 잔뜩 오잖아?”

“뭐라고?”

성진도 누군가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비록 엄청난 기세로 달려오진 않았지만, 뭔가가 떼로 몰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이 노리는 곳은 이곳인 것 같았다.

“타, 탈출! 탈출해야 해!”

“차량으로 못 빠져나갈 것 같은데?”

“그럼 걸어서라도 나가야지!”

“걸어서? 미쳤어, 이 양반이! 그것만큼 확실하게 죽는 게 어딨다고!”

“그럼 어떡해! 앉아서 죽을 거야?”

남쪽에는 불의 거인이, 반대편엔 몬스터의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진퇴양난에 빠진 이 순간에도 맞서 싸운다는 얘기는 어느, 누구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인간은 위기에 맞서 싸우기보단 가장 먼저 물러날 생각부터 한다는 강민교의 말.

안타깝게도 지금은 상황이 그의 말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형! 여깄었네요!”

“민상아.”

“어, 어떻게 하죠? 강민교 그 새끼가 쉘터에 어떻게 이런 짓을··· 믿었는데···.”

“······.”

“다들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근데, 어떻게 우리한테 이러냐고요!”

강민교를 의지했던 만큼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은 비단 이민상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쉘터의 거주민들 대부분이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으리라.

성진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수르트를 눈에 담았다. 건물보다도 더 큰 그 괴물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수르트가 쉘터에 도달하기 전에 막아야 했다. 성진은 민상의 어깨에 살포시 한 손을 올려놓았다.

“민상아, 사람들을 부탁해.”

“예? 형? 지금 그게 무슨···.”

“수르트가 시가지를 벗어나게 둬선 안 돼.”

“형? 형! 어디 가요!”

콰직-!

성진은 거주구역의 분진 탄 몇 개를 힙색 형태의 전투 가방에 넣고 승강기에 탔다. 남쪽 승강기를 이용하면 피난을 할 수 없기에 승강기는 아무도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성진은 아래로 내려가는 승강기에서 저 멀리 다가오는 수르트를 보고 있었다.

띵!

승강기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1층에 닿았다. 수르트가 다가온다면 1층이든 거주구역이든 위험한 건 매한가지겠지만, 지금 이 순간 수르트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성진이었다.

성진은 거미줄을 사출해 시가지로 향했다. 얼굴에 바람이 맞닿아 머리카락이 뒤로 젖혀졌다.

눈은 차갑게 가라앉았지만, 전투의 열기는 서서히 끌어 올랐다. 다소 무리를 해서 시가지에 도착했다.

‘어디쯤이지?’

중앙역을 지나쳐 얼마 안 가 고층 빌딩에 내려섰다. 은행들. 아니, 은행이었던 건물들이 보이고 연안부두 삼거리와 이름 모를 공원 사이에 솟아 올라와 있는 화산이 보였다.

수르트다.

수르트가 입을 벌리고 다시금 하울링을 했다.

“끄아아아아아아!”

다행히 직접 보고 있어 귀를 막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고막이 위험했을 거다.

아직, 성진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성진으로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수르트가 자신을 발견하면 그때부턴 위험의 연속이겠지만, 발견하지 못하면 쉘터가 불탈 테니까.

기이잉-

철컥-

전투는 이제부터다.

퍼어엉!

퍼어엉!

두 발째의 샷건 격발.

탄은 휘몰아쳐 날아가 수르트의 상반신에 적중했다.

하지만, 수르트는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아 보였다.

수르트가 천천히 성진에게로 돌아섰다.

철컥-

퍼어엉!

퍼어엉!

다행히 따끔하기는 한 모양이다.

“끄어어!”

부웅-!

거대한 손아귀가 성진이 올라와 있는 건물을 중층부터 통째로 날려버렸다. 다행히 미리 몸을 뺏기 때문에 휩쓸리지는 않았지만, 잠깐 본 파괴력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딸깍.

성진이 분진탄을 꺼내 들었다.

‘효과가 있을까?’

아마도 있을 것이다.

퍼어엉! 퍼어엉!

성진이 재차 샷건을 쏘아대자 수르트가 이제는 바닥에 손을 짚고 성진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윗과 골리앗?

아니, 그보다도 더한 상황이었다.

여래에게 대항하는 손오공처럼 보였다.

저 굳건한 손아귀에 짓눌리면 어떻게 될지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큿···.”

열기에 털이 그을리는 기분이었다.

사이오닉을 끌어올려 열기에 저항했다.

수르트의 뻗어오는 오른손.

후-웅!

다행히 덩치가 커서인지 속도는 감당 못 할 정도까진 아니었다.

‘여기쯤.’

성진이 대로변을 죽 미끄러졌다.

수르트가 뻗은 팔은 거리를 조절한 성진에게 닿지 않았다.

펑!

성진이 던진 소화용 분진 탄이 수르트의 손등에 적중했다.

“끄아아!”

손등의 불길이 잠시 꺼졌다.

‘효과가 있어.’

하지만 그뿐.

파편과 강민교를 상대할 때와는 또 달랐다.

말 그대로 분진 탄에 영향받은 부위가 손등이 전부였으니까.

성진이 빌딩을 넘나들며 손등을 노리려 했지만, 수르트가 오른손을 회수했다.

‘확실한 기회가 아니면 분진 탄은 아껴야 해.’

쉘터의 분진 탄을 전부 들고 왔어도 힘든 상대다. 에너지 병기는 수르트에겐 간지러워 보였고 근접전을 펼치기에도 만만치 않았다. 수르트는 여전히 건재했고, 난공불락처럼 보였다.

물론 이 순간에도 성진은 분진 탄에 적중한 손등에 펄스가 언제쯤 재점화되는지 보고 있었다.

사거리를 지나 표지판에 대청로라고 적힌 대로변을 지날 때까지도 손등은 새까만 피부 그대로였다.

다시 한번 수르트의 공격이 성진이 있는 건물로 치달았다.

콰아아앙-!

건물이 무너지면서 녹아내렸다.

속도가 빠르지 않은 수르트나 접근해서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 없는 성진이나 답답한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공중에 떠오른 상태에서도 성진은 수르트의 손등을 보고 있었다.

곧, 손등에 펄스가 다시 피어올랐다.

‘3분.’

불이 꺼진 몸에 불꽃의 펄스가 다시 솟구쳐오르기까지의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것이다.

성진은 필사적으로 생각하다 저층의 건물에 내려섰다.

이어지는 수르트의 공격.

콰아앙-!

어차피 맞지 않는다.

쩌적-

‘···뭐지?’

“끄아아아!”

성진은 수르트가 괴성을 지르는 이유를 알아챘다.

공격한 왼손이 손목까지 얼어있었다.

‘얼어?’

수르트가 내려친 건물을 바라보았다.

전투 중이라 경황이 없었지만, 수르트와 성진은 어느새 다시, 사거리에 와있었다.

붉은색과 흰색이 혼용된 건물의 잔해.

위치상 부산중부 소방서였다.

‘소방서라면···.’

분진 탄은 아닐 것이다.

분진탄은 저렇게 얼어붙게 하진 못 했다.

성진은 수르트가 휩쓸고 간 건물의 파편을 자세히 눈에 담았다.

‘물탱크.’

짜부라진 물탱크의 모습이 보였다.

특수한 장치라도 되어있는 건지 물탱크에 저장된 물이 얼어붙지 않았던 것 같다.

‘물?’

아무래도 수르트의 팔이 물탱크의 물을 뒤집어쓰며 급격하게 냉각된 것 같았다.

‘물을···.’

이곳은 빙하기.

얼지 않은 물은 없다.

쉘터에 저장된 물을 사용하기도 여의치 않았고.

애초에 소방서의 물탱크를 수르트가 공격한 것도 천운이었다.

성진은 더 늦기 전에 수르트의 왼팔을 잘라내려 했다.

화르륵···!

수르트의 몸에 불길이 거세게 일어 성진을 위협했다.

하지만 성진도 각오했기 때문에 수르트의 오른팔을 피해 왼팔에 도달했다.

그때, 성진이 기감이 경고했다.

‘위험해!’

성진은 왼팔을 노리던 걸 멈추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고오오···

콰아아아아아!

방금까지 성진이 있던 자리를 거대한 불길이 휩쓸고 지나갔다. 그는 어떻게 된 일인지 곧 알게 되었다.

수르트의 입에서 열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쩌억 갈라진 피부와 입가는 용암이 흐르는 것처럼 달궈져 있었고.

성진은 사거리의 건물에 올라 수르트를 노려봤다.

수르트는 불꽃을 토해낸 입을 아직 다물지 않았다.

상황이 어렵다.

****

성진이 시가지로 떠난 후, 쉘터의 사람들은 두려움에 휩싸여있었다. 아니, 애초에 성진이 떠난 것조차 몰랐다. 그들로서도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이제 끝이야··· 도망가기에도 늦었어···.”

“썩을 새끼들.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가니까 그런 꼴을 당하지.”

어디로든 대피하려 했던 사람들.

약삭빠른 사람들이 가장 먼저 큰 차량을 몰아 쉘터를 빠져나갔다.

그 차량은 꽤 멀리 벗어나 탈출에 성공한 듯 보였으나, 곧 몬스터의 무리에 갈가리 찢겨 나가는 게 창밖으로 보였다. 그 모습을 생중계로 본 사람들은 차량을 이용해 빠져나가는 것도 포기했다.

“죽기 싫어···.”

“왜 우리가 이렇게 죽어야 해···.”

밝은 감정보다는 어두운 감정이 전염되기 쉽다. 쉘터의 상황이 딱 그랬다. 한없이 우울해진 사람들은 말이 없어지고 바닥만 보고 있었다. 마치, 정해진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처럼.

이민상은 떠난 성진이 자꾸 떠올랐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성진이 남긴, 수르트를 시가지에서 막아내야 한다는 말. 그게 이민상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민상이 성진을 떠올리고 있을 때, 누군가 창밖을 가리켰다.

“저, 저거!”

“누구지? 누가···.”

그 말에 이민상의 고개가 휙 하고 돌아갔다.

창밖을 눈에 담았다. 눈을 찌푸려 자세히 보려고 노력하자 특징이라 할만한 걸 찾아낼 수 있었다.

코트.

수르트와 맞서고 있는 사람은 어렴풋이 보였지만, 저 사람이 방한슈트를 입지 않았다는 것은 지켜보는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성진이었다.

“형! 형이 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저, 저 청년이 저기서 지금 뭐 하는 거야?”

“······신경 쓰지 마. 죽고 싶은가 보지···.”

“아니, 그래도···.”

싸우고 있는 성진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끊어진 건 아니었다. 다만 응원하지도 않고 승리를 염원하지도 않았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웃기지도 않은 예능을 보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어?”

“뭐야···?”

“왜···.”

거주민들의 마음에 아주 작은 파문이 일었다.

파문은 간단한 의문이었다.

‘왜 죽지 않는 거지?’

성진이 쓰러지지 않았다.

불의 거인의 쉘터로 향하던 발걸음을 붙잡은 것도 모자라 아예 고개를 돌리게 했다.

누군가 소리쳤다.

“우리 사, 살 수 있는 거 아니야?”

“정말! 정말 저 청년이······.”

뒷말은 아마도 둘 중 하나였으리라.

불의 거인을 이긴다면, 혹은 이대로 불의 거인을 데리고 멀리 사라져준다면······

말을 끝맺지 않은 거로 보아 사람들은 후자로 짐작했다.

“형···.”

이민상은 자신의 무력함을 통감했다.

이전 임무에서도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민상이었다. 그때, 성진이 위험을 무릅쓰고 몬스터를 막아서지 않았다면 자신의 목숨도 장담하지 못했을 거다.

이민상의 마음속에 어떤 반발감이 치솟았다.

왜 숨죽이고 피해 다녀야 하는지.

아마도 종말에 소중한 것을 잃은 후에 생긴 버릇 같았다. 잃는 게 무서웠다.

이민상이 손에 땀을 쥐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람들도 그저 무서울 뿐이다.

‘뭐, 아닐 수도 있고.’

이민상이 거주구역 한 편에 마련된 공간에서 슈트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슈트에서 삑- 소리가 나며 방한 기능이 정상 작동한다는 걸 확인시켜 줬다.

바이저를 한 손에 들고 승강기로 다가서려 했다.

“미, 민상아! 어디 가는 거냐?”

중년의 사내가 물었다.

이민상이 거주구역에서 악동으로 통했지만, 그만큼 친화력이 좋아 거주민 중 민상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밑에요.”

“그, 그러다 죽어!”

이곳 거주민들은 이상하게도 죽는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그러면서 죽는 것을 가장 겁냈다. 이민상이 대답하며 승강기에 올랐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어차피 몬스터 못 막으면 다 죽어요.”

철컹-

승강기 문이 닫히자, 사람들이 머쓱한지 조용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헛기침하는 사람도 있었다.

승강기 문이 닫히는 걸 지켜보던 각성자 무리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성진과 자주 대화를 나눈 각성자였다. 이민상과 가깝게 지내던 사람.

“저 새끼, 형 두고 가면 어떡하냐.”

“민상이는 형님,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아직 애라 뭘 몰라서 그래. 슈트 다들 입었지?”

“예, 형님.”

“동휘, 너는 애들 몇 데리고 가서 차량 끌고 올라와.”

“바리케이트 치게요?”

“그래, 빽빽하게 할 필요는 없는데 물 샐 틈 없이 해. 올빼미 싸우는 곳에 하나라도 들어가면 안 돼.”

“에이 씨, 그 말이나··· 그 말이나···.”

“달라, 이 자식아.”

몇 명 안되는 수였다.

그들이 바이저를 뒤집어쓰기 시작했다.

“아, 시발··· 이거 내 거 아니네. 왜 이렇게 꽉 끼어?”

“내 거랑 바뀌었나 본데? 난 좀 헐렁해. 그러게 대가리 좀 작은 거 써.”

“내가 레고냐, 이 새끼야? 너 지금 우리 부모님 욕했냐?”

각성자 둘이 피식거리며 바이저를 바꿔썼다.

삑- 삑- 삑-

방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

각성자 무리는 승강기 앞에서 기다렸다.

거주민 중 여성 한 명이 물었다.

“싸, 싸우시는 건가요?”

“그럼, 놀러 갑니까?”

“위험할 텐데······ 죽을 수도 있는데···.”

“애새끼도 싸우겠다고 나간 판국에 여기 남아 있으면, 쪽팔려서 먼저 뒤지겠지.”

“저··· 그럼···.”

“뭐요.”

“슈, 슈트는 어디에···.”

그 말을 들은 각성자가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쪽 쭉 따라가면 병기창 있습니다. 문 따뒀으니 입든지 말든지. 소총도 거기 있습··· 야, 너 내려. 네가 알려줘.”

“저요?”

“그래, 너요.”

“나구나?”

구시렁거리며 내리는 각성자.

준비를 마친 나머지 각성자들은 승강기를 타고 모두 내려갔다.

거주민들 사이에 홀로 남은 각성자가 여성을 데리고 이동했다.

“아··· 보시면은··· 사이즈가 다 나뉘어서···.”

어쩐지 이상해서 가이드를 맡은 각성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저··· 저도, 좀 알려주세요.”

“그··· 총은 쏠 줄 모르는데···.”

“슈트는 지금 충분합니까?”

“여기 좀 같이 도와주세요!”

병기창이 금세 미어터질 것처럼 붐볐다.

여인만 따라온 줄 알았더니, 거주민들 대부분이 각성자를 따라 이동했기 때문이다.

“아이 씨! 한 사람씩! 염병, 똥 맞았네.”

각성자가 몇 명에게 가르쳐주었다.

각성자에게 먼저 배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무장하는 것을 도왔다.

위기에 한발 물러서는 것이 인간이지만, 다시 두 발자국 내딛는 것도 인간인 것일까.

삑- 삑- 삑-

병기창을 온통 삑- 소리가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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