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40화
“크아아아!”
가장 먼저 달려든 건 악어 입을 한 사도였다.
성진은 몸을 뒤틀어 한쪽 발을 높이 차올렸다.
콰직-!
입을 벌리고 있던 사도의 턱이 부서지며 고개가 위쪽으로 젖혀졌다.
마무리하려 했지만 이어서 달려든 코뿔소의 머리를 한 사도 때문에 몸을 빼야 했다.
휙-
콱-!
몸통을 젖히고 팔을 크게 휘둘러 코뿔소의 눈에 장검의 손잡이를 박아 넣었다가 뺐다.
푸확-!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얼굴에 뿌려지는 피에도 개의치 않고 코뿔소의 어깨를 짚어 뛰어올랐다.
직후, 성진이 있던 위치로 달려오던 매의 사도와 곰의 사도가 부딪혔다.
으직!
소름 끼치는 소리, 성진은 코뿔소의 어깨 위에 쪼그려 앉은 채로 검을 역수로 쥐어 코뿔소의 목을 베었다.
푸하악-!
피가 튀며 사도들도 적셨다.
서로가 피에 젖으면서도 비명을 지르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광기와 열기.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고, 가끔 울리는 위협성과 숨소리만 적막을 뚫고 나왔다.
이 괴물들과 끈적한 어둠 속에서 성진은 보랏빛 눈을 빛냈다.
사도들은 성진이 올라탄 목 없는 코뿔소에게 달려들었다.
목을 잃어도 코뿔소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었다. 코뿔소는 성진이 천장으로 날아오르자, 끈 떨어진 인형처럼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사도들의 고개가 위를 바라볼 때, 성진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성진이 악어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쿠직-!
악어의 머리통이 군홧발에 의해 짜부라졌다.
눈알이 튀어나오며 질척한 액체를 쏟아내면서.
성진은 다시 사라졌다.
위장색을 발동해 전투의 흐름을 당겨왔다.
푹!
촤악-!
방금, 사자의 머리를 한 사도의 등에서 검이 튀어나왔다. 검은 무심하게 바닥으로 그어졌고 사자는 반으로 갈라지며 내장을 쏟아냈다.
썩은 내가 코를 마비시켰다.
아무래도 냄새의 근원은 사도들의 몸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었던 듯.
남아 있는 사도는 총 일곱.
성진은 장검이 피를 마실 때마다 움직임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이제, 정면승부도 해볼 만했다.
달려오는 사도 셋과 포위하는 넷.
틈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틈이야 만들면 될 뿐이다.
성진이 검을 들지 않은 한쪽 손으로 코트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그리고 한 바퀴를 크게 회전했다.
공중에 떠오른 코트.
사도들은 이목을 사로잡은 코트에 주목했지만, 성진은 그 자리에 없었다. 몸을 낮춰 바닥에 가까이 붙은 그는 사도들의 사각에 놓여있었다.
스걱-!
달려들던 사도 셋이 고꾸라졌다.
바닥과 맞닿아있는 여섯 개의 다리.
그 다리들은 주인에게 버림받았다.
퍼퍼퍽!
다리를 잃은 몸들이 바닥으로 내던져졌다. 성진은 어렵지 않게 장검을 찍어눌러 차례차례 그들의 숨통을 끊었다.
이제 넷.
“뭐, 뭐 하는 건가요!”
교주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각성자라고 해도 결국 인간, 자신의 사도들은 상대가 인간이라면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
아니, 패배하지 않았었다.
눈.
보랏빛 눈이 교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온기가 없는 그 눈은, 교주의 근원적인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항거할 수 없는 존재에게 사로잡힌 기분.
거미줄에 옴짝달싹 못 하게 된 날벌레의 심정이었다.
퍽!
방금, 교주의 옆으로 머리가 날아와 터졌다.
퍽!
방금도.
퍽!
콰아앙-!
세 개의 머리와, 한 구의 사체가 날아와 벽에 부딪혀 터지거나 박혔다.
“이, 이럴 리가 없어요···. 이럴 수는···.”
칠흑 속, 보랏빛 눈이 여전히 교주를 보고 있었다.
교주는 허둥지둥 뒤돌아 달려나갔다.
휙-!
철컥-!
성진은 코트를 주워 입고 납검했다.
그 후, 천천히 교주의 흔적을 따라 이동했다.
일부러 그를 놓아준 것도 있다.
성진은 지하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며, 어차피 교주가 그곳으로 향하리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했으니까.
저벅··· 저벅···
피를 뒤집어쓴 성진의 모습은 평소와는 다르다. 평소에도 냉정한 인상이라 할만했지만, 지금의 그는 누구도 다가올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붙잡힌 신도들이 있을 거야.’
앞서 올라온 여성들에게서 확인하기도 했다. 교주를 징벌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두려움에 떨고 있을 이들을 풀어주는 것도 그만큼 중요했다.
역시, 교주의 방 한편에 휑하니 열려있는 문이 있었다. 성진은 그곳으로 걸어 내려갔다.
피에 전 군화가 바닥에 성가시게 달라붙었다.
익숙한 기억이다.
성진은 또 떠오르려 하는 과거의 악몽을 차단했다.
인기척이 들린다.
“···누, 누구세요?”
“이곳으로 교주가 지나갔습니까?”
“교, 교주요? 아까 황급하게 지나간 사람이 교주였나?”
교주가 이곳으로 지나간 건 확실한 듯했다.
성진에게 대답한 사람은 여성이었는데, 모두 돼지우리 같은 창살 안에 갇혀 있었다.
“···교주의 부하인가요?”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은···.”
서른 명은 더 되어 보이는 여성들.
피 냄새와 사도들의 악취가 동시에 풍겨오는 성진을 두려워하여 가까이 오지 못하고 있었다.
성진은 창살을 찌그러트려 열어젖혔다.
끽··· 끼이익···
창살이 우악스럽게 한쪽 편으로 밀려났다.
제대로 먹지 못해 볼이 오목하게 들어간 여성들은 그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교주의 사도들은 처치했습니다. 돌아가세요.”
“하, 하지만···.”
여인은 성진이 그 무서운 사도들을 전부 처치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성진의 피에 전 모습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성진이 여인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건···.”
영원교에 충성할 마음은 전혀 없었던 여인들.
단지 굶주림이 싫었을 뿐이다.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일이 전개될 줄 누구도 몰랐지만, 연고가 없는 여인들을 이곳에 잡아 가두고 고역을 치르게 했다고. 각성자들에게 넘겨지는 건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고 했다.
성진의 감정이 더욱 차갑게 식어만 갔다.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런데, 남자 신도들은 어딨는 겁니까?”
“으아아아아! 아니야! 으아아!”
탈출하는 여인의 무리 중 맨 뒤에 있는 여성이 넋을 놓고 소리쳤다. 서둘러 나가던 여인들이 화들짝 놀라 뒤돌아 봤다.
“난 봤어! 난 봤다고!”
성진은 저 여인이 뭔가를 알고 있다고 느꼈다.
“무엇을 봤다는 겁니까?”
“으아아··· 으아아아··· 괴물··· 다들 괴물이야···.”
여인이 용을 쓰다 결국 까무러쳤다.
다른 여성들이 그녀를 부축해 데리고 나갔다.
처음에 대답하던 여인이 성진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 성함이···?”
“올빼밉니다.”
“올빼미님··· 쉘터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쉘터의 미래라.
확실히 교주가 없어진 미래는 혼란을 불러올 수 있었다. 일단 열성 신도들부터 민간인들에게 살아남기가 힘들 것으로 보였으니까.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럼, 이만.”
성진은 다시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몇 개의 창살들이 더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비어있는 창살도 있었고, 많은 인원이 사로잡혀 있는 곳은 처음이 유일했나 보다.
여성들은 교주가 이곳으로 지나갔다고 확언했다. 그들은 감격에 몸을 떨며 지하에서 탈출했다. 마침내, 지하의 끝에 도달했다.
그 순간,
기이이잉···
철컥-
퍼어엉-!
성진은 이미 예상했기 때문에 날아든 에너지 탄을 어렵지 않게 피했다. 성진의 몸은 예상 착탄 지점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애초에 사격 실력이 형편없는 상대였기 때문에, 일말의 위기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스륵···
성진의 몸이 허공으로 스며들었다.
“어, 어딨어! 이익···!”
샷건을 들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교주.
전투를 경험해보지 못한 자다.
저런 식으로 행동하면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 성진에게는 별 상관이 없었지만.
교주가 전투에 일가견이 있는 자였어도 성진은 어렵지 않게 그를 제압했을 것이다.
철컥-
퍼어엉-!
철컥-
퍼어엉-!
교주의 목표 없는 사격이 사방으로 날아들었다. 성진이 보이지 않으니 아무 곳에나 갈겨대는 것이다.
하지만.
팍-!
“어, 엇···!”
성진은 교주의 뒤에서 나타나 샷건을 쥔 손을 올려 찼다. 샷건은 빙글빙글 회전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휙-
쿵!
“컥······!”
성진은 발로 교주의 오금을 툭 차 무릎을 허물어트리고 멱살을 잡아 바닥에 내팽개쳤다.
척···
그리고 떨어지는 샷건을 한 손으로 받아들었다.
그것을 교주의 얼굴 앞에 가져다 대었다.
“교주···.”
“사, 살려줘요! 나, 난 이렇게 죽어선 안 돼요! 난 세상을 구원할 사람이란 말이에요!”
“······.”
“다, 달라는 건 다 주겠어요! 뭐가 필요하죠? 피, 필요한 게 있을 거 아니에요? 사람인 이상 원하는 게 반드시 있다고요!”
성진의 눈은 감정을 담지 않았다.
교주는 절망에 몸부림쳤다.
“죽기 싫어! 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 없다고!”
“···남자들은 어딨지?”
“아! 그자들을 말하는군요. 마, 말해주면 살려주는 건가요?”
“······.”
“제발··· 제바알.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난, 나안···.”
교주는 도저히 대화가 통할 정신상태가 아니었다. 어차피 멀쩡한 상태였어도 성진과는 맞지 않는 부류였으니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성진은 단지, 사라져 버린 남자 신도들이 어디로 갔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그리고 10명의 사도는 어떻게 저런 모습이 된 건지.
“모두! ···모두 나를 이렇게 끌어내리려는 수작이었어! 내 절대성을 흠집 내려는 수작이었다고!”
“···무슨 말이지?”
“난, 나안··· 윽··· 으아아아아아아악!”
교주의 몸이 이상하다.
아까 전 사도들이 변했던 것처럼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끄으아아아악!”
교주의 얼굴이 마침내, 두꺼비처럼 변했다. 두꺼비가 된 교주의 머리는 원초적인 적개심을 표하며 성진을 물어뜯으려 했다.
철컥-!
퍼어엉-!
성진은 샷건을 교주의 입에 물리고 격발했다.
두꺼비였던 머리는 에너지의 응집에 터져나갔다.
머리를 잃은 몸은, 오돌토돌한 양서류의 피부로 변해가는 것을 멈추고 축 늘어졌다.
결국, 교주의 변이로 인해 남자 신도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부산 쉘터의 절대자는 이렇게 허망하게 쓰러졌다.
성진은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를 둘러보았다. 아마 교주의 향락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 같았다. 곳곳에 핏자국, 그리고 벽을 손톱으로 긁어댄 건지 네 갈래 줄이 그어진 곳도 눈에 띄었다.
‘그것뿐인가?’
성진은 주변에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찾아 걸어 다녔다. 찾은 것 같다. 한쪽에 마련된 쪽방이 있었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지 않은 공간이 나왔다.
‘CCTV?’
쉘터 내부에 통제실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장소였고 이런 비밀공간에 CCTV가 있는 건 이유가 있지 않을까.
CCTV가 찍고 있는 건 외부의 중요 시설들이 아니었다. 이곳 지하실과 비밀스러운 공간들.
성진은 기계를 조작하는 방법은 몰랐으나, 되는대로 아무거나 움직여 보았다. 영상이 되돌아가며 수많은 사람이 나타났다. 이것저것 만져보는데, 인기척이 들렸다.
“형! 혀엉! 어딨어요!”
“어딨나, 올빼미!”
각성자들의 목소리다.
아무래도 도망친 여인들이 이민상을 부른 것 같다. 아마 이민상은 자신을 도울 각성자들을 찾아 이곳에 나타난 것 같고. 흘러나오는 영상을 조금 더 확인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뭐?’
성진은 영상의 특정 부분을 확인하고, 샷건을 장전했다.
철컥-
퍼어엉!
파직! 파지직!
샷건에 기계가 먹통이 되었다.
“형! 어딨어요?”
“민상아.”
“형!”
성진은 쪽방에 들리지 않은 기색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정보를 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형! 다친 데 없어요?”
“그래.”
“이 피는 다 뭐에요?”
“내 피는 아니야.”
이민상이 성진에게 다가왔다.
성진은 자신을 살피려는 이민상에게서 살짝 물러났다.
“피 묻어, 떨어져 있어.”
“괜찮아요. 근데 교주 방에 있던 몬스터들은 뭐예요?”
“사도들이야.”
“사, 사도요? 그 교주만 졸졸 쫓아다니는?”
“그래.”
“어떻게 그럴 수가···.”
성진은 뒤편을 바라봤다. 교주와 손잡은 각성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저번에 민상을 구해주어 고맙다던 각성자가 다가왔다.
“교주를 따르는 각성자들은 어딨습니까?”
“찾아봤더니 없더군. 슈트를 입고 도망친 것 같은데··· 아마 일이 들킨 걸 눈치챈 모양이야.”
“굳이 쫓을 필요는 없겠네요.”
“그래, 어차피 이 근방에 남아 있는 벙커는 하나도 없어서 차량을 이용하지 않으면 가지도 못해.”
“차량은···.”
“그대로야. 그냥 몸만 빠져나갔으니 얼어 죽겠지.”
그들에게 어울리는 최후다.
이곳에 남아 있으면 이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몰매 맞아 죽거나, 잔인한 복수를 당했을 수도 있으니 어차피 매한가지다.
이민상이 물어왔다.
“형, 쉘터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남겨진 사람들이 헤쳐나가야지. 잠시간 혼란이 있을 거야.”
그 혼란의 정도가 어느 정도 일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때, 한차례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들려왔다.
이번엔 민간인들이었다.
“올빼미님! 괜찮으십니까?”
“아, 민교님.”
“청년! 괜찮아?”
“다행이야! 무사한 것 같아!”
시민들이 우르르 쏟아져 와서 성진을 걱정했다.
그 후, 교주의 끔찍한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은 구토하거나 고개를 돌렸다.
강민교만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성진이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보십니까?”
“몬스터로의 변이라··· 이게 가능한 건가? 위에서 본 사도들도 이렇게 변해있던데···. 속단할 수 없겠네요.”
“원인을 알 수는 있는 겁니까?”
“아마도, 제 연구소로 가져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꽤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이런 건 제 전문이 아니라서···.”
수르트에 대한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는데, 골치 아픈 문제를 하나 더 껴안아 버렸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단, 쉘터의 혼란부터 잠재워야겠어요.”
****
‘야밤에’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불 끄고 보니까 공포게임 느낌 나네]
- 나도 무서워서 불 켰음ㅋㅋ
- 캡슐로 1인칭으로 보던 사람들 허겁지겁 탈출했을 듯ㅋㅋ
- 나왔더니 캡슐에 오줌싼 거 아니냐
- 캡슐세척업체: 흡-족
- 와 진짜 불 꺼지고 사도들 이상하게 변할 때 솔직히 VR 집어 던졌다
- 캡슐로 안 본 게 다행이지
‘다이나믹 그 자체’님이 2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 겜 장르가 계속 변경되니 정신을 못 차리겠누]
- 난 이런 건 하나도 안 무서워(오들오들)
- 요즘 이런 거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음?ㅋㅋ(바지에 똥 쌈)
- 진심 종말에 일어날 법한 일이라 더 무서웠다;
‘러시아에서도’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러시아 섭도 이런 일 있었을걸? 지나치게 현실적;]
- 혁명 국가에서 있을 법한 일이군
- 린민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근데 교주’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마지막에 떡밥 뿌리고 갔잖아. 뭐라고 하는 거였을까?]
- 내 유산은 막내에게······
- 사회에 환원···
- 그동안 감사했던 분들에게···
- 사이버 장례식도 꼭···
- 내 장례식 육개장은 싱겁게···
- 그냥 모르면 모른다고 해 샛기들아
‘치킨 먹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비둘기 사도 나오길래 입맛 뚝 떨어졌다]
- ㅋㅋㅋ 매 아니었냐? 비둘기였어?
- 몰라ㅋㅋㅋ
- 그래서 안 먹음?
- ㄴㄴ 먹는 중
- 비위 보소ㅋ 그거 보고 치킨이 넘어감?
- 아 몰랑ㅋ 그러게 누가 맛있게 태어나래?
****
성진이 교주를 처치하고 이틀, 쉘터는 아직도 지도자를 정하지 못했다.
“아니,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니까?”
“뭐가 곤란해? 그럼 당신이 쉘터를 이끄는 건 타당하고?”
이틀 동안 계속된 논쟁이다.
여유가 없는 곳은 지도자가 누가 되건 반대가 뒤따른다. 갑작스럽게 공석이 되어버린 지도자의 자리. 잇달아 벌어진 사건들. 천천히 머리를 맞대고 앞날을 의논한다는 건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쉘터가 여유로워지기까지, 누군가는 희생해야 했으니까. 그 누군가가 자신들이 되지 않기 위해 모두 필사적이었다.
성진은 생각에 잠겼다.
쉘터의 폭탄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올빼미님,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예. 곧 가겠습니다.”
이제, 진실을 확인할 차례다.
성진은 콧바람을 뿜어 폐부를 비워냈다.
강민교를 먼저 보내고, 터덜터덜 걸어 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에는 해부가 이루어진 사도들의 사체가 있었다. 역겨움이 한층 더 배가된 모습에 시청자들이 고개를 돌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성진과 뒷짐을 진 강민교는 사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꽤 재밌는 방법입니다. 체내에 몬스터의 유전자를 투입한 것 같아요.”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변하는 겁니까?”
“음··· 글쎄요. 정확하진 않겠지만, 감마선과 유사한 방사능 처리를 해서 유전자 결합을 용이하게 만든 것 같아요.”
아마 맞을 것이다.
“그리고 또, 사도마다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가 달랐어요. 이 말은, 누군가 사도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는 겁니다.”
“재미없습니다.”
“예?”
팍-!
성진은 강민교의 은밀히 뻗어오는 팔을 잡아챘다.
날카로운 바늘이 인상적인 주사기가 강민교의 손에 들려있었다.
우드득···
“끄아악! 무, 무슨···.”
주사기가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투명한 용액이 가득 차 있었다.
“교주의 비처에는 왜 들어갔습니까?”
교주에게 불려간다는 얘기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교주가 남들에게 숨겨야 하는 비처라면 얘기가 다르다. 비처에 있는 CCTV에 강민교의 모습이 잡혔다. 성진은 그것을 확인했고.
강민교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하··· 푸하하하! 역시···.”
이자는 사라진 신도들이 어딨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들켰잖아?”
거의 부러졌던 강민교의 손목이 멀쩡히 움직였다.
그의 얼굴엔 귀까지 찢어지다시피 한 웃음이 걸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