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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39화 (39/222)

# 39

39화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간 방은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 곳이었다. 살에 파묻힌 몸이 뿜어내는 악취인 건지, 그도 아니면 그 몸 주위에 시립하고 있는 10명의 사도에게서 나는 냄새인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성진과 민상이 민간인들과 어울리는 걸 지켜본 남자는 그 사실을 교주에게 고했다.

“그 둘이 민간인들과 쓸데없는 접촉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교주님.”

“호오··· 그 올빼미란 친구 말인가요?”

“예, 물론 교주님께서 걱정하실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얘기해 보세요, 형제님.”

남자가 인상을 찡그리며 얘기했다. 남자는 이야기를 들은 교주의 인상마저 구겨지게 했다.

“올빼미라는 자가 강민교와도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민교··· 확실히, 둘이 가까워져서 좋을 건 단 하나도 없겠군요.”

“예,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대로 두고 봐야만 하는지 여쭙고자···.”

“잘 알았어요. 고민해보죠.”

“예! 그럼 전 이만···.”

보고한 남자는 무거운 문을 밀어젖히며 나갔다.

쿵-!

문이 닫힌 방안은 교주와 신도들만이 남아 있었다.

“흐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죽여야 합니다.”

“강민교와 접촉한 이상, 이상한 생각을 품을까 염려됩니다.”

교주가 원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뭐랄까,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이 나오면 단박에 그렇게 하겠다고 할 텐데.

10명의 신도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입에서 썩은 내가 풍겨 나왔다.

“일단은 다른 각성자들에게 한 것처럼 회유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호오··· 그리고요? 뭔가 부족한데, 만약 그자가 그걸 마다한다면?”

말을 꺼낸 신도가 악귀같이 웃었다. 신앙생활을 하는 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웃음이었다.

“그렇다면 그때 죽이면 됩니다. 굳이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겠다는데, 뜻대로 해주는 게 좋아 보입니다.”

“좋아요! 나 영원교의 태양은 마음이 그렇게 좁은 자가 아닙니다. 그자에게 기회를 주도록 하겠어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거부한다면··· 깔끔하게 처분하도록 하죠. 쉘터에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거북하니까.”

“옳으신 말씀입니다.”

10명의 음성은 한 치의 흔들림 없었다. 교주의 말은 곧 진리이다. 이곳 부산 쉘터에서는 그랬다.

“그럼··· 적당한 시기를 봐서 불러들이도록 하자고요.”

****

‘근데’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우리는 잊고 있다. 수르트는 어떻게 잡냐?]

- 아 맞다! 등불 얘기 때문에 까먹고 있었다ㅋㅋ

- 수르트 보다 그 아줌마 요리가 강적이었어

- 음식에 필요한 건 기본적으로 정성과 맛이다 ㅋㅋㅋ

- 일단 정성은 들어가긴 했어

- 정성스럽게 맛없었나 보지 그럼 ㅋㅋ

‘수르트야 뭐’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대충 잡으면 되는 거 아님? 막 슥슥삭삭 빡!]

- 올ㅋ

- 왜

- 올ㅋ

- 뭐

- 그 생각은 당신의 좌뇌와 우뇌 중 어디서 나온 생각이죠?

- 이성이 어디였죠?

- 좌뇌입니다

- 그럼 우뇌에서 나왔겠네요

‘수르트 근데’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 파편인지 먼지가 축소판이면 본체도 똑같다는 거자나]

- ㅇㅇ 에너지 흡수, 피부 금강불괴, 펄스 막강

- 어케 잡누;

- 이렇게 보니까 개사기네

‘그래도’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우리에겐 소화용 분진탄이 있는걸! 리자몽! 넌 내 거야!]

- 소화용 분진 탄으로 택도 없겠더만 ㅋㅋ 쉘터에 있는 거 다 때려 박을래도 덩치가 워낙 크니;

- 근데 왜 소화용 분진 탄은 먹히는 거지?

‘내가 알려주지’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펄스 기반이긴 한데 또 순수 원소인 불의 속성을 따르는 것 같다. 말인즉 비라도 내리면 공략할 실마리라도 있어 보이는데, 아시다시피 부산은 빙하기. 비가 내릴 일은 음따]

- 장문 에반데;

- 근데 잘 정리하긴 했네. 님 누구임? 랭커임?

- ㄴㄴ 지나가는 행인임

- 계속 지나가세요

- 지나갑니다··· 총총총

채팅창이 등불 때문에 잊고 있던 사실을 꺼내놓았다. 사실 성진은 쉘터에 있는 내내 그 생각뿐이었지만.

‘분진 탄으로 공략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

자신이 해치웠던 파편은 수르트의 발톱만큼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고전했다.

물론 몬스터의 특성과 약점을 알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점을 차치하더라도 당장 수르트를 상대하는 건 성진으로서는 역부족이었다. 자신감과 객기는 다른 문제니까.

‘쉘터에 쉴드가 있다는 점은 다행이네.’

그다지 희망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성진에게 생각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쉘터의 쉴드는 중요했다.

그렇게 시간만 흘렀다. 마땅한 공략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수르트를 자극하는 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성진도 일단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

흔히들, 사건이 급물살을 탄다는 말을 한다.

마치 예정된 일처럼 지지부진하던 모든 게 한꺼번에 진행되는 그런 상황.

적란운이 생긴 하늘은 언젠가 비를 쏟아낼 것이고, 금이 간 댐은 반드시 붕괴하여 산천을 무너트릴 것이다. 부산 쉘터의 일이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성진은 사람들과 꽤 친해졌다. 그 아주머니가 만든 음식 모습을 한 무언가를 함께 먹었다는 동질감인지 사람들은 더 살갑게 굴어주었다. 성진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게 오랜지라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곧 스며들었다.

“오늘도 감자 쪼가리 몇 개 던져주고 끝이군.”

“그 돼지 새끼 입으로 다 들어간 거지 뭐.”

“하··· 말세야, 말세.”

친해진 만큼, 사람들의 무거운 삶도 눈에 들어왔다. 성진에게 교주의 사도가 찾아온 것은 이때쯤이었다. 교주의 사도는 성진을 조용한 곳으로 불러 이야기했다.

“교주님께서 찾으신다.”

“무슨 일로 찾는 거죠?”

“그건 따라와 보면 안다.”

여전히 말이 통하지 않는 교주의 부하들. 신도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뭘 믿는 지도 의문투성이고 제대로 종교활동을 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성진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을 적대할 이유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또, 그로서는 과격한 행동을 지양해왔지만 만에 하나 이들이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대적해야 했다.

가장 중요한 수르트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는데, 혼란만 야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겠지.’

수상한 교주와 쉘터의 비정상적인 운영은 짚고 넘어가야 하긴 했다. 이는 교주를 만나봐야 알 일이다.

결국, 사도의 제안을 수락했다.

“교주님은 자애로우시다. 네가 경거망동하지만 않는다면 큰 축복을 받을 것이다.”

“······.”

악취가 났다.

성진과 사도는 교주의 방에 도착했다. 크지는 않지만 육중한 무게의 철문이 열리고 성진이 방 안에 발을 들였다.

‘식사?’

성진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 아니었다. 현실에서는 기억이 흐릿해 잘 모르겠지만, 종말 이후에서 위정자에게 초대받은 적이 있다.

장의원이 쩝쩝거리며 식사하던 그 자리.

성진은 숨을 크게 쉬었다.

폐부로 썩은 내가 흘러들었다.

영원교 교주와의 식사자리는 달갑지 않았다.

처음 마주했을 때의 쇼파는 치워지고 없었다. 대신, 긴 석재식탁이 성진과 교주의 앞에 가로놓였는데, 의자에 앉아 팔을 뻗어도 상대에게 닿지 않을 만큼 멀었다.

식사도 자신의 방에서 하는 걸 보니, 평소에 얼마나 게으른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 괜히 애먼 신도들만 끙끙대며 저 식탁을 날랐겠지.

“왔나요? 서 있지 말고 와서 앉아요.”

“······무슨 일로 부른 겁니까?”

“앉아요, 음식이 식잖아요.”

드륵···

의자 끌리는 소리.

친절하게도 신도 한 명이 의자를 빼주었다.

역시나 썩은 내가 났다.

성진은 의자를 빼내 준 신도를 쳐다보았다. 얼핏 상대의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는데 위화감이 들었다.

뻣뻣하게 마른 시체를 보는 것 같다.

신도는 어설프게 입가를 씰룩이며 앉으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성진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 앉았다.

쩝쩝대며 크게 썬 고기를 씹어먹는 교주. 식탁에는 와인이 올라와 있었다. 목이 막힌 듯 와인을 마시는 교주. 성진은 가만히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안 먹나요? 맛있는데요?”

“생각 없습니다.”

“그럼 좀 기다려요. 식사가 안 끝났으니까요.”

교주는 한눈에 봐도 한 근은 될 법한 고기를 제대로 썰지도 않고 씹어 삼켰다. 음식을 씹을 때마다 푸들대는 볼, 입가에 소스를 다 묻혀가며 먹는 모습에 성진은 질려 했다. 이 거대한 쉘터의 지도자가 이런 모습이라니.

“하··· 잘 먹었네요. 자, 그럼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어떤 얘기 말입니까?”

“까칠하긴. 나는 괜히 떠보는 건 질색이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어요.”

교주가 디저트로 나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눈은 저번에 봤던 뱀의 눈이었다.

“영원교에 몸담으세요. 당신이 원하는 걸 주겠어요.”

식상한 말이다. 성진은 고작 이런 얘기를 들으려고 온 게 아니었는데. 지금 성진의 머릿속은 수르트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아는 겁니까?”

성진은 그저, 종말을 끝내고 무사히 신아름 곁으로 돌아가 행복을 찾고 싶었다. 자신이 병상 신세를 지게 한 남자에게 복수는 당연한 것이고. 그걸 알 리 없는 교주는 절대 성진의 목마름을 해갈할 수 없다.

교주가 비열하게 웃었다.

“그야, 뭐 일반인들이 원하는 것쯤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어요. 뭘 원하나요? 지위? 안락한 삶? 그도 아니면 여자?”

“···여자라고?”

“오호호! 역시, 그쪽에 마음이 있었군요. 자, 골라보세요!”

짝!

교주가 박수를 치자 쇠사슬로 손을 동여맨 여성 세 명이 등장했다.

철그럭···

치렁치렁한 옷에는 온갖 먼지와 피가 묻어있었다. 누구의 피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주는 성진이 정해놓은 기준선을 밟고 있었다.

“이들은 본교가 자랑하는 신도들이에요! 자, 골라 보세요.”

“···다.”

“응?”

“다 데려가겠습니다.”

“과연··· 욕심이 많군요.”

교주는 성진의 무력을 외부 CCTV 기록으로 확인했다. 물론 전투의 여파로 제대로 확인은 안 됐지만, 최소한 박재용같이 입만 산 녀석보다는 쓸모 있겠다고 생각했다. 빚을 지워두면 꾸준히 말을 듣겠지.

“그러도록 해요. 어차피 다른 신도들도 있으니.”

성진이 쇠사슬을 끊고 다가오는 여성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눈에 띄게 떨고 있었고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시커멓게 나 있었다.

성진이 한 여성의 귓가에 물었다.

“당신 같은 여성이 또 있습니까?”

“지··· 지하에 있어요······ 서른 명 정도···.”

“또 없는 겁니까?”

“예··· 제가 알고 있는 건 그게 다예요···.”

“알겠습니다. 문을 열어드릴 테니 도망치세요.”

“···네?”

성진은 벌떡 일어나, 말 그대로 문을 열었다. 너무나 태연자약한 그의 행동에 교주는 물론 10명의 신도들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철컥···

세 명의 여성은 성진을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란 표정을 짓다가, 문밖으로 뛰쳐나가 달리기 시작했다.

쾅-

문이 닫혔다.

성진이 다시 자리에 앉자, 교주가 물었다.

“방금 행동은 무슨 뜻이죠?”

“본 그대로입니다. 교주, 당신은 내 질문에 대답해야 합니다.”

“질문? 어디 해보시지요.”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겁니까?”

“이런? 아아··· 저 여인들 말인가요?”

“당신이 하는 행동 전부.”

성진은 교주의 대답을 들을 마음이 없었다. 애초에 궁금해서 한 질문도 아니었으니.

그는 지금 시간을 끌고 있었다.

‘10명, 팔이 뻗어있는 위치로 봤을 때 무장을 했다.’

티가 나진 않게 자연스러운 자세로 앉아있는 성진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은 거장이 거칠게 그려낸 크로키처럼 흐릿했지만 담아야 하는 건 전부 담았다.

‘10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힘들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성진에게 부담이 갔고 다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린 그림이다.

이제, 성진이 그려낸 그림은 점 두 개만 더 찍으면 완성된다.

똑똑···

“나는 모든 이들의 희망이에요. 그런 내가 하는 일에 의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요. 나는 현상이자··· 초월자이며···.”

똑똑···

“잠깐, 왜 자꾸 식탁은 두들기는 거죠?”

“단단한지 확인하는 겁니다.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봐.”

교주가 본색을 드러냈다. 더 이상 성진의 행동을 인내하기 힘들다는 듯.

“이번엔 뒤에 있는 당신들에게 묻죠.”

“감히···.”

“당신들은 이런 일이 정상이라고 봅니까?”

“우리는 그저 충심으로 교주님을 섬길 뿐이다!”

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점 두 개가 찍히고 그림이 완성되었다.

“영원교와는 함께할 수 없다 이거죠?”

“물론입니다.”

“괜히 힘 뺐군요.”

교주가 하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돌았다. 그리고 신도들에게 말을 남겼다.

“죽여.”

기이이잉-

성진의 권총은 한정, 모든 이를 상대할 수 없다. 신도들이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자, 성진은 발로 식탁을 차올렸다.

콰앙-!

신도들의 권총이 성진을 향해 에너지를 쏘아냈다.

타앙! 탕! 탕! 타탕!

공중에 떠오른 석재식탁에 가려진 성진도 권총을 뽑아 사격했다.

하지만, 그가 노리는 방향은 신도들이 아니었다.

탕! 탕!

그리 크지 않은 방.

천장을 향해 사격한 성진은 방안에 빛을 만들어내는 전구를 모조리 깨부쉈다.

쨍! 소리를 내며 전구가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방은 삽시간에 어둠에 잠겼다.

그리고,

“끄아아악!”

“커, 커억···.”

퍽!

“으악!”

코트가 움직임에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여지없이 신도들이 비명을 질렀다. 목표를 잡아내지 못하면 사격은 할 수 없기에 신도들의 권총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탕! 타앙!

성진이 있을 만한 곳으로 에너지 탄이 날아들 때마다 방안이 빛으로 번쩍였다. 그때마다 포착된 건 의외의 위치에서 신도를 습격해가는 성진의 모습이었다.

으직!

“컥···!”

성진은 마음속으로 숫자를 셌다. 차고 짓누르고 부러트리며 센 숫자. 쓰러트린 신도는 방금 열이 되었다. 이제 끝났다.

“끄아아······.”

“으으윽···.”

생명에 지장이 있을 만한 치명적인 공격은 가하지 않았다. 그래도 인간이기 때문에, 다만 벌을 물을 것이다.

신도들은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신음만 가득했다.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성진은 교주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교주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성진에게 질문했다.

“왜, 죽이지 않았죠?”

“당신은 왜 웃는 겁니까?”

“음······ 좋아요, 저부터 대답하죠.”

교주가 피식 웃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우득··· 우드득······!

“끄아아아아아아!”

우직······ 으지직···

“크에에······ 크엑···.”

쓰러졌던 신도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뒤틀렸던 팔이 부풀어 오르며 터져나갔다. 그 팔은 비늘로 뒤덮여 바닥을 짚었다.

빠직-!

바닥을 짚었을 뿐인데, 바닥이 깨져나가며 움푹 파였다. 신도들의 몸을 가리고 있던 전례복이 부풀어 오른 몸을 감당하지 못하고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졌다.

“크어어어···.”

“으우으···.”

이들은 이제 인간이 아니다.

범의 얼굴을 한 신도부터, 악어의 몸을 한 신도.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굳이 그것까지 당신이 알아야 할까요? 어차피 곧 죽을 텐데.”

교주는 웃었다.

그리고, 성진이 정해놓은 선을 이제는 완전히 넘었다.

“크아아아!”

괴물로 변해버린 신도들이 성진에게 달려들었다.

교주는 성진이란 사람을 이해했어야 했다.

그가 신도들에게 손을 쓰지 않은 건, 약해서가 아니다. 상대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막.

방안에 사람이라고는 성진만 남게 되었다.

고오오···

결국, 빛 한 점 없는 곳에 귀기 어린 보랏빛 눈이 떠올랐다.

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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