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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38화 (38/222)

# 38

38화

조병창은 아직도 얼떨떨했다.

그의 첫 번째 캐릭터는 한국 서버에 생성됐고, 무너지는 벙커를 피해 밖으로 나왔으나 바로 동사했다.

당연히 다음 캐릭터는 그나마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선택한 북미 서버에 생성했다. 한국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아 한인촌이라 불릴 정도였다.

조병창은 북미 서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조병창은 이세계 스칸다에서부터 밀리 계열로 유명한 랭커였으니까. 그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조병창은 늘 공허했다.

종말 이후는 새롭고 치열했으며, 감동적이었다. 랭커답게 종일 접속해서 뭔가를 바꿔나가는 건 좋았다. 그도 처음에는 모든 게 좋았으니까. 하지만, 뭔가가 아쉬웠다. 매일 하던 접속을 줄였다.

달라붙은 스폰서가 무슨 일 있는 거냐며 염려 아닌 염려를 했지만,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진 않았다.

‘재미없어.’

몰입하고 몰두하는 삶이다. 그게 배제된 게임은 조병창을 타오르게 하지 못했다.

어느 날의 일이다.

접속을 미루고 미로를 뒤적거리던 차에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방송 제목은 심플 했으나 어째선지 시청자가 계속 늘어갔다. 조병창은 방송 하단의 정보에 주목했다.

- Server: Korea

‘한국 서버?’

조병창은 홀린 듯 그곳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매료되었다. 자신이 상상하는 가장 완벽한 수를 사용해 적을 제압하고 상황을 해결한다. 심지어 예상하지 못한 해결 방법까지.

‘한국 서버라고···?’

조병창의 가슴 속, 꺼져버린 불씨가 타오른 건 이때부터였다. 청록의 활동에 회의감을 느끼고 등불에 참여하기로 결정 한 건 그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청록의 사람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역시 자신의 크루다웠다.

‘이번엔 나랑 일국이만 된 건가?’

다른 크루원들의 커스터마이징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가장 친한 친구인 차일국이라도 함께라 마음이 놓였다. 차일국도 조병창을 발견했다.

피식···

둘은 미소지었다.

300명의 등불은 혼란스러워하는 정병철과 연제구 벙커의 병력을 신경도 쓰지 않고 각자 환호성을 지르거나 좋아했다.

그때, 300명의 시스템창에 동시에 시나리오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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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칠흑은 촛불로는 밝힐 수 없다]

「당신은 누군가에 의해 깨어난 첫 번째 등불입니다. 약속된 이곳에 깨어난 당신은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함께하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은 지금 인류 최악의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당신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더 많은 등불을 해방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우선 가장 가까운 등불부터 해방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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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머릿속으로 다른 등불들의 위치가 스며들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등불은 한국 전역에 퍼져 있었다.

****

“역시, 내 눈썰미는···.”

- 이나가 확실히 병창이 가까이서 보긴 했지

- 이나는 한번 본 남자는 못 잊어, 약간 질척거린달까? 올빼미한테 두 번 차였잖아

- 병창이 형도 이나 누나 집 왔다가 신발도 제대로 안 신고 나갔잖앜ㅋㅋ

- 병창이 형 그때 캡슐 방 갔을 때 과다출혈로 죽을 뻔했대. 이나 누나 담부턴 문지방에 사포질 좀 해놔 ㅋㅋ

왕이나는 그냥 던진 말에 자신을 놀리는 시청자들이 얄미웠다. 하지만 진상 손님도 고객은 고객.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최대한 빨리 웃는 얼굴로 뒤바꿨다.

“와아! 저거 보여? 등불 해방 시나리오네?”

‘올빼미님’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하던 거, 마저 하세요. 설거지는 우리가 할게요!]

- 닦아! 빡빡 닦아!

- ㅇㅈ 올빼미 바빠. 저런 거 할 시간 없어

- 부산 쉘터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올빼미···

- 올빼미가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등불은 휴먼 드라마 각이쥬?

- 지금 서로 노려보는 거 보면 이쪽도 스릴러로 변경될 가능성 다분 ㅋㅋ

‘그래도 다행이다’님이 2,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다음 등불 해방되면 또 난리 나겠네 ㅋㅋ 나도 다음엔 참여해야지]

- 라고 5,038,172명의 종말러가 다짐했다

- 그럴 시간에 업적이나 올려두는 게 낫지 않을까? 보니까 랭커들 한가득 참여한 거 보면 나름 기준 있는 거 같은데

- 근데 그 기준도 웃긴 게 쟤들 사이 안 좋은데 붙여놓은 것 좀 봐 ㅋㅋ

- 최별이랑 중국섭 강시환이랑 사이 안 좋잖아? 맨날 크루끼리 조지게 싸우더만

- 근데 또 크루 나 몰라라하고 온 둘이니까 모르지 않을까? 악수하고 사이좋게 지내면···

- 이렇게··· 사랑은 시작되었다···

중계되고 있는 남자의 시점에서 정병철이 외쳤다.

“당신들을 대표하는 사람은 누굽니까? 그분과 할 얘기가 있습니다!”

“접니다.”

“저예요.”

“나다.”

“오레다.”

- ·········?

- ???

- 시작부터 서열정리 들어가나요?ㅋㅋ

- 중간중간에 랭커 아닌 애들은 뭔뎈ㅋㅋㅋㅋ

- 참여율은 좋네ㅋㅋ 조별과제 하면 딱이겠어

랭커들의 눈이 서로 교차했다. 최별과 조병창, 그리고 강시환 등, 랭커의 지원이 대부분이었다.

- 송하린은 지원 안 하네?

- 귀찮은 거 싫어함, 실력은 쩌는데 졸라 게으름

- 쟤 접속해서 방사능 코알라 길들이기 이딴 거 할 때도 있었어

- 그걸 본 너도 정상은 아니야ㅋㅋㅋ

- ㅇㅈ 재밌더라. 나 정상 아닌 듯

최별이 강시환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평소에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보이는 그녀지만, 종말 이후에서의 그녀는 오히려 화산 같은 존재다.

“강시환씨··· 여전히 무모하군요. 당신은 누군가를 이끌 재목이 아니에요. 이번엔 포기하세요.”

“그거야 두고 볼 일이고. 그리고 난 강시환이라는 이름을 버렸다.”

“무슨···?”

“직박구리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불러라.”

- ??

- 올빼미 따라 한 거?

- 근데 지어도 뭐 저렇게 지었엌ㅋㅋ

- 열면 안 되는 폴더 같잖아. 괜히 찔리누

최별은 강시환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중국 서버에서 자신과 함께 이름이 알려진 유저인데, 올빼미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닉네임을 변경할 줄이야··· 물론 사람들에게 불리는 호칭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좋아 보이진 않았다.

최별이 한숨 쉬며 다른 이를 돌아보았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눈 밑의 눈물점. 저 커스터마이징은 남미 서버의 랭커 장석진이다.

“장석진씨까지··· 당신은 이런 데에 관심 없는 거 아니었나요?”

“뭐, 어딜 가나 머리가 되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리고 절 장석진이라 부르지 마시길.”

“당신도 다르게 불러 달라는 건가요?”

“예. 전 화질구집니다.”

“···네?”

장석진에게 등불의 시선이 닿았다.

뭔가 이상한 기색에 주위를 둘러본 장석진이 위축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

아마도 잘 못 들었다고 생각한 듯.

“전 화질구진데···.”

‘머여?’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ㅋㅋㅋ]

- 화질구지 새 아닌뎈ㅋㅋㅋ

- 새박사님:화질구지는 새가 아닙니다, 이 빡대가리야.

- 장석진이 희대의 멍청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

- 일단 쟤는 절대 대표하면 안 됨ㅋㅋㅋㅋ

지켜보던 정병철이 다시 한번 말했다.

“대표자가 정해지지 않은 겁니까?”

랭커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나지막이 한숨 쉬었다. 누가 등불을 컨트롤할 건지부터 난관이 이어질 것 같다.

“예, 아무래도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그 후로도 한참이나 말다툼을 하거나 고성을 질러댔지만, 결국 임시로 조병창이 대표자를 맡기로 했다.

****

성진은 쉘터의 중심부에 다다라 있는 연구소에 와 있었다. 원래는 부산 쉘터의 연구소장이었던 강민교가 성진을 이곳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성진은 방금 강민교가 한 이야기를 되물었다.

“폭탄이라는 겁니까?”

“예. 올빼미님이 건네주신 보석은 거대한 에너지를 수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폭탄이라는 거죠?”

거대한 에너지를 수용했다면 그 자체로 중요한 물건 아닐까? 그런데 왜 강민교는 이 물건을 폭탄이라 칭하는 걸까?

“불안정합니다. 아주 심각하게요.”

“불안정하다고요?”

“예. 간단히 말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면 그대로 수용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수용한 에너지는 아마도··· 열에너지일 겁니다.”

“이걸로 용광로를 가동할 순 없습니까?”

“폭탄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있다면 고려해 볼 만하겠지만, 아쉽게도···. 그리고 이정도 에너지로 용광로 가동은 꿈도 못 꿉니다.”

성진은 손에 쥔 파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게 위험한 물건이라는 게 신기해서 그랬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루비처럼 보이건만. 성진은 아쉬운 대로 다른 질문을 골랐다.

“그럼 그 몬스터는 뭐였습니까?”

“조사해보니 그 몬스터는 수르트의 파편 같습니다. 어떤 현상 때문에 파편이 떨어져 나온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수르트와 동일한 펄스 파장을 가집니다.”

“수르트와 동일한 펄스 파장···.”

“간단히 말해 수르트의 미니미 버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신 가요?”

“아뇨. 감사했습니다. 이건 제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예, 그럼.”

성진은 연구소를 벗어나 거주구역으로 올라왔다. 그 거대한 연구소에 혼자 남은 강민교는 무슨 마음일까 싶었지만, 본인은 괜찮다고 했다. 연구원들을 종말 때문에 잃은 사람치고는 강한 마음을 가졌다.

‘민상이도 그랬지.’

이민상도 덤덤히 얘기했지만, 가족들과 여자친구까지 잃은 아이다. 그런데도 마음에 먹구름 같은 건 느끼지 못했다. 이민상이 숨긴 걸 눈치채지 못한 걸 수도 있지만.

“어? 형! 한참 찾았잖아요!”

양반은 못 되는지 이민상이 뒤에서 성진을 불렀다. 이민상이 꼬리 흔드는 강아지처럼 성진에게 따라붙었다.

“날?”

“그래요. 저번에 그 이상한 몬스터 때문에 난리 났던 거 있잖아요?”

“그래.”

“어쨌든 우리가 처리··· 아, 정확히는 형이 처리했으니까 교주가 식료품을 좀 챙겨주더라고요.”

“교주가?”

“예! 근데 아마 우리는 교주 눈 밖에 나서 이정도 밖에 못 받은 걸 거에요. 박재용 그 아저씨였으면 이거 배는 받았을걸요? 배가 뭐야? 아무튼.”

성진은 이민상이 양손에 나눠 든 봉투를 확인했다. 약한 피 냄새가 감도는 게 고기도 있는 듯했다. 제법 양이 되었다.

“아직 밥 안 먹었죠? 같이 가요, 형.”

“따로 해결할 데가 있나?”

“제가 아는 집이 있죠! 따라만 오시라!”

“이리 줘.”

“네, 형.”

성진은 이민상에게 봉투 하나를 넘겨받았다. 일반인이 들었다면 꽤 묵직하다고 했을 만한 무게다. 성진에겐 무의미한 말이지만.

재잘대는 이민상을 따라 이동한 곳은 거주구역의 후미진 섹터였다. 꼬마애 하나가 이민상에게 쪼르르 달려와 안겼다.

“형! 왔어?”

“응, 가자. 인사부터 드려야 해.”

“음? 민상이 왔구나.”

“예, 아저씨. 아주머니는요?”

“저기 있다. 여보, 민상이 왔어!”

조금 떨어진 곳에서 퉁퉁한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왔다. 성진은 뻣뻣한 자세로 서 있었다.

“어이구, 이게 다 뭐야?”

“이번에 나갔던 임무 보상이래요. 혼자선 다 못 먹으니까 가져왔어요. 밥 좀 주세요.”

“밥? 어, 그래. 앉아있어. 근데, 이분은···?”

“이번에 알게 된 형이에요. 저랑 친해져서 데려와 봤어요. 드린 것 중에 반은 이형 거에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민상이가 신세 많이 지죠?”

“아닙니다.”

성진은 자신의 몫을 넘긴 기억이 없는데 이민상이 알아서 다 처리해버렸다. 딱히 식재료를 사용할 일도 없었으니 상관은 없었지만, 이민상의 넉살은 신기했다.

“아주머니가 해주는 음식 먹으면 꼭 엄마가 해준 맛이 나요. 형도 먹어봤으면 좋겠어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중년이 민상을 꾸짖었다.

“우리 마누라 음식이? 저 청년 놀라겠군. 거짓말 그만해.”

“에이, 진짜에요. 그래서 오는 건데?”

“······아무튼, 음식은 고맙다.”

“뭘요.”

이민상은 아주머니가 떨어진 곳에서 음식을 하는 걸 바라보다가 성진과 이야기했다. 인사를 나눈 중년과 꼬마 아이는 둘을 바라보다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화목한 가정이죠?”

“그래.”

“있잖아요··· 형. 나도 이럴 때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다 죽었어요. ···다. 나만 남겨두고······.”

성진은 고개 숙인 이민상을 바라보았다. 이민상은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 다만 아픔을 내색하지 않고 훌륭하게 견뎌내고 있는 거지. 고작 고등학생인 나이다. 커다란 상실감을 버텨내기에 민상은 너무 어렸다.

“그래서 오는 거야?”

“네, 형···. 여기 와서 밥 먹고 있으면 저한테도 돌아갈 곳이 있는 것 같거든요. 정말 엄마 생각도 나고.”

그때, 둘과 조금 떨어져 요리하던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민상아, 이거 또 이러네. 믹서가 이래서 음식 해 먹기 힘들어 죽겠어.”

“줘봐요, 아주머니.”

에너지가 충분한데도 맥빠지듯 돌아가던 믹서의 날이다. 믹서를 넘겨받은 이민상이 능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웅···

믹서 날이 맹렬히 회전했다.

‘가속이 사물에도 적용되는 건가?’

정확히는 기계겠지만.

능력의 색다른 적용방식에 성진은 관심을 가졌다.

“처음 보죠, 형? 에너지로 움직이는 물체에는 가속 능력이 어느 정도 개입할 수 있더라고요.”

위이잉···

그때,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건지 안에 들었던 갈린 토마토가 사방팔방으로 치솟았다.

“어? 어어!?”

푸타타탓···

걸쭉한 고체인지 액체인지 애매한 건더기가 이리저리 튀었다. 덕분에 이민상과 아주머니의 옷에 군데군데 붉은색의 덩어리가 얹어졌고.

성진의 얼굴에도 얹어졌다.

분위기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혀, ···형?”

- 도망쳐! 살려면 도망쳐라, 민상아!

- 올빼미 뷰릇뷰릇 당해서 빡쳤다!

- 얼굴에 끈적이는 걸 잔뜩 끼얹어.avi

- 웃으면 안 되는데 왤케 웃기냨ㅋㅋ

성진이 얼굴에 붙은 토마토 건더기를 떼어냈다. 그리곤 닦을만한 게 있는지 물어본 다음 얼굴을 닦았다.

“죄, 죄송해요···.”

“아니야, 괜찮아.”

“능력을 사물에 사용하는 건 아직 익숙지가 않아서···. 괜찮아요?”

“그래, 괜찮다니까.”

“지금 짜증 낸 거 아니죠?”

“······괜찮아.”

잠시 후, 아주머니가 솥에다 요리를 한 아름 해서 나타났다. 큰 솥이라 섹터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얻어먹었다. 그런데, 어쩐지 감자 죽을 먹을 때의 표정과 지금 표정이 다르지 않았다.

“가져온 고기가 소고기길래 비프스튜 해봤어. 이 아줌마의 자신작이야, 어때?”

후읍···

“역시! 늘 똑같죠, 뭐. 일부러라도 엄마 생각나서 자주 오는 데요?”

“호호··· 얘는···. 자, 청년도 들어요.”

“예.”

성진은 사발 그릇과 스푼을 넘겨받았다.

스푼을 크게 푹- 담가 건더기와 함께 입에 넣었다.

‘······?’

성진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맛? 맛이 없다? 아니, 이건 맛이라는 속성 자체가 부여되지 않았다. 그저 한입 넣는 순간 고통을 느끼는 통각세포가 전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성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민상을 바라보았다. 이민상은 어쩐지 성진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성진이 물었다.

“···분명 엄마가 생각난다고 하지 않았어?”

이민상이 이실직고했다.

“엄마가 요리를 드럽게 못했어요···.”

‘미친ㅋㅋㅋ’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민상은 교주의 끄나풀이다! 올빼미 표정봨ㅋㅋ]

- 올빼미: 도..독인가? 아니, 신발이다! 신발 맛이 나!

- 찡그린 거 봨ㅋㅋ 민상이 죽었다

- 씨이이이이이바! 조조아씨! 내려와서 이것 좀 먹어봐요!

- (쨍그랑!) 조조아는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다

설상가상으로 눈치 없는 아주머니께서 성진의 스푼을 잡고 억지로 떠먹여 주었다.

“아이고, 왜 이렇게 못 먹어? 이리 줘봐.”

푹-

- -782 Damage

- [시각을 잃었습니다]

“자!”

푹-

- -892 Damage

- [미각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팍팍 좀 떠먹어야지!”

- [목숨이 경각에 달했습니다]

성진의 입밖으로 그만 공격해란 말이 나올 뻔했다.

다행히 최후까지 인내해 예의를 지켜서 말했다.

“아, 아주머니. 제가 먹겠습니다.”

“그럴래? 나도 팔 아파.”

성진은 힘줄이 치솟은 손으로 사발을 쥐고 이민상을 노려보았다.

- 올빼미: 널 믿었는데···

이민상이 시선을 외면하고 스튜를 먹어갔다.

피식-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는 성진은 이상하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도 눈치채지 못한 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 이민상이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형 웃었네요?”

이민상도 성진을 따라 마주 웃었다.

헤벌쭉한 표정이 성진의 시야에 들어왔다.

비록 음식을 먹는 건 고역이었지만 이런 분위기가 싫지 않았다.

잠시 뒤, 차마 다 먹지 못한 음식을 치우고 음식을 얻어먹은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되었다. 성진은 늘 그래왔듯 들어주는 역할이었지만, 그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갔다.

종말을 살아가는 와중에 다가온 소소한 행복이다.

한데, 그런 그들을 누군가 지그시 노려보고 있었다. 아주 오랜 시간 바라보기만 하던 그 누군가는 발걸음을 재촉해 어딘가로 향했다.

똑 똑-

노크 후,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들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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