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
34화
‘내 이럴 줄 알았어’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당장 가서 교주 뚝배기를 깨버리자!]
- 저번에 장의원 때 말하지 않았나? 대안 없이 혼돈 파괴 망가 엔딩은 무리
- 올빼미 시나리오가 어케 풀릴지 알고 함부로 행동함?
- ㅇㅇ 오히려 움직이기 힘들어질 수 있으니 지금은 정보수집이 최우선임
‘야, 나만 이상하냐’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니들 왜 똑똑해? 너네 이런 애들 아니잖아?]
- 소년은 언젠가 어른이 된다
- 올빼미 방송 구독자라면 이제 알 때가 됐지
- 팩트)사실 잘 모르지만, 올빼미가 왠지 그럴 것 같다
‘이야 너네 그럼’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제 개 쩔겠네; 요즘 머 함?]
- 석탄 캠
- 방송 봄
- 분리수거하러 옴. 닭 뼈가 음식 쓰레기였나?
- ···뭔가 바뀐 건 맞는 거지?
‘올빼미가 진짜 무서운 거임’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절대 힘 믿고 함부로 안 움직임. 필요한 일에 필요한 힘만 씀]
- 맏찌 맏찌
- 그런 사람이 더 무섭지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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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은 지훈이라는 아이의 어머니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지훈의 어머니는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누가 듣고 있지는 않은지 불안한 기색이었다.
성진이 자연스럽게 다가가 대화의 목소리를 줄였다.
“영원교에 문제가 있나요?”
“처음 오셨다고 했죠? 그들을 만났나요?”
“예. 거북한 만남이었지만.”
여인은 아직도 성진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에, 성진은 무표정하지만 숨기지 않는 눈을 보여주었다.
여인이 머뭇거리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각성자라고 하셔서 걱정했는데, 그들을 적대하시나요?”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들은 이 쉘터의 지배자에요. 교주란 자는 제가 듣기로 부산의 유명한 사이비 종교의 교주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들이 어떻게 쉘터를 차지한 겁니까?”
여인은 한숨 쉬었다.
“보시다시피 이곳에는 군인이나 사람들을 이끌만한 지도자가 없어요. 난리 통에 대피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건지 뭔지···.”
“그래서 흘러온 교주가 이곳을 차지한 거고요?”
“예. 그 과정에서 각성자들도 교주에게 붙었고요.”
그래서 딱히 존경심을 보이지 않았던 거였다. 성진은 이제야 아귀가 맞아가는 이야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여인이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교주는 신도들과 민간인을 차별해요. 영원교의 신도가 되면 식량 배급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좋은 대우를 약속받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철저히 외면당해요.”
“신도가 되려는 자들이 많았겠네요.”
“처음에는 그랬어요. 종교적 신념이 굳건한 사람이 세상에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고요. 종말이 찾아왔으니 믿음을 져버린 건지··· 근데, 요즘엔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분위기가 달라졌다?
쉘터의 분위기가 어떻길래?
하긴, 지금 양도 넉넉지 않은 감자 죽을 떠먹는 이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신도가 되었다면 이럴 리는 없을 텐데···
“영원교는 수상해요. 신도 행세를 하던 자들도 어느 순간 보면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보이는 자들은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행동하고요. 포악해지거나 지독한 악취를 풍기거나 하더라고요.”
신도들이 이상해졌다.
신도 중 몇몇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듣기에도 이상한 말이었다.
“그래서 신도가 되기를 거부한 겁니까?”
“예. 이런 세상이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요.”
성진이 여인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을 때, 여인이 성진의 코트 한쪽을 잡아당겼다.
“저어···.”
“아, 예.”
“식사자리가 불편하시다면 소개해 드리고 싶은 분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시는 건 어떤가요?”
“소개요?”
“예. 교주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분이에요. 분명 서로 도움이 될까 생각해서요···. 싫으시다면···.”
“아뇨, 한번 만나 볼게요.”
“아! 네, 그럼 이쪽으로.”
쉘터의 섹터는 벙커보다 훨씬 많았다. 걷는 내내 신도가 되기를 거부한 자들의 굶주림이 눈으로도 보였다. 드러난 광대와 푹 파인 눈,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 얼굴이다.
여인을 따라 걷던 중,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섹터를 발견했다. 여인이 성진을 그곳으로 이끌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유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음?”
“민교님! 소개해 드릴 분이 있어요!”
“아, 지훈 어머니. 무슨···?”
“오늘 쉘터에 도착하신 분이래요. 그··· 각성자라고 하시길래 민교님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각성자요?”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각성자라고?”
“그럼 교주 쪽에 붙는 거 아니야?”
“그러겠지, 뭐하러 우리랑 어울리겠어?”
벙커에서와 같은 반응이다.
종말이 일어난 세계의 각성자는 대부분, 위정자들을 섬긴다. 위정자들이 민중에게 어떻게 대하는 지는 잘 모르지만, 벙커와 쉘터 모두 그렇게 좋은 대우를 해주진 않았다.
‘이 사람··· 하얀 가운이라···.’
남자가 입고 있는 하얀 가운이 눈에 들어왔다.
의사거나 연구원이 아닐까? 성진은 그렇게 예상했다.
“흐음··· 잠깐만··· 삼촌 손님이랑 얘기 좀 할게.”
“민교 삼촌! 가는 거야?”
“그래, 내일 또 올게.”
“응! 꼭 와야 해.”
민교라는 사내가 허벅지에 달라붙어 있는 어린아이를 떼어놓고 성진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이 내밀어졌다.
“반갑습니다. 강민교라고 합니다.”
“올빼미라고 합니다.”
여인은 물러가고 성진은 강민교와 섹터들을 둘러보며 걸었다. 지나치는 사람 중 꽤 많은 사람이 강민교에게 눈인사를 하거나 손을 흔들었다. 강민교는 마주 웃어주었다. 아마 쉘터 내에서 민간인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 같았다.
“벙커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성진은 자신이 한파에 영향받지 않는 각성자라고 소개하고 이곳에 온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특이한 능력이네요.”
“그보다, 그 가운은?”
“아, 제가 원래는 쉘터의 연구소장이었습니다. 종말이 일어나면서 연구원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죽어버렸지만··· 그래서 소장이라는 직함도 이제는 의미가 없죠.”
‘연구원?’
성진은 어떤 연유에선지 정병철이 떠올랐다.
그가 했던 말, 벙커에 과학자가 왔다고.
혹시 그 과학자가 이곳의 연구원은 아니었을까?
“연구를 계속하시는 겁니까?”
“아뇨. 이제 연구할 사람이라곤 저밖에 없는데 연구는 무슨···.”
“그런데 흰 가운은···?”
강민교는 가운을 만지작거리며 피식거렸다.
“아, 이 가운이요? 그냥, 그냥 입는 겁니다. 제가 이 가운을 입고 있으면 사람들이 좋아하거든요. 뭐랄까, 미래에 대한 얄팍한 희망이라도 생기는 기분이잖아요? 연구원이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면 그런 게 있나 봅니다.”
“그렇군요.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저한테요? 저한테 올빼미님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게 있을까요?”
성진은 이 질문을 이 사람에게 해도 될까 고민했다. 하지만, 정보가 너무 없다. 정보를 얻기 위해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성진의 입이 열렸다.
“혹시 용광로라는 걸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강민교가 걸음을 멈췄다.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그 얘기를 어디서 들으신 거죠?”
성진은 벙커의 일화를 이야기해줬다.
중상을 입은 과학자 한 명이 지상 벙커에 닿아 용광로 이야기를 꺼냈다고.
강민교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용광로라···.”
“아시는 겁니까.”
“예, 이곳에 있거든요.”
“용광로는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
강민교가 뒷머리를 벅벅 긁다가 대답했다.
성진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리라고는 예상 못 했나 보다.
“용광로, 종말이 올 것을 안 누군가가 예비한 장치에요. 이름은 거창하게도 종말 거부 프로토콜.”
“종말 거부 프로토콜? 누군가가 예비했다고요?”
“예, 저는 정부에서 파견을 나오긴 했지만, 부산에 용광로를 만든 건 정부가 아니에요. 다른 누군가였죠.”
“정부는 그걸 용인했나요?”
“용인요? 아니요, 어느 날 생겨난 겁니다. 바로 부숴버릴지 고민하던 정부가 판단을 미루고 연구원들을 파견해 용광로를 조사하게 한 겁니다.”
“그 누군가는···.”
“모릅니다.”
강민교는 정말로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성진은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 다른 질문으로 이어갔다.
“용광로는 왜 가동하지 않는 겁니까?”
“하하··· 용광로는 완벽한 장치에요. 이론상 부산의 종말을 몇 달 내로 완벽히 종식 시킬 수 있죠. 하지만··· 문제는 막대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가동할 에너지원 말인가요?”
“예, 일반적인 에너지원은 용광로의 불씨조차 지피지 못해요.”
‘일반적인?’
성진은 정보를 더 캐내 보기로 했다.
“가동하기 위해선 어떤 에너지원이 필요한가요?”
“···혹시 이곳에 오시기 전에 불의 거인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예. 이곳으로 이어지는 선로와 역사를 죄다 파괴했더군요.”
“흐음···.”
말꼬리를 흐리던 강민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불의 거인, 코드네임 수르트. 얄궂게도 북유럽 신화의 아스가르드를 멸망시킨 불의 거인과 같은 이름이 붙여졌죠.”
“그게 그 몬스터의 이름입니까?”
“하··· 그걸 몬스터라고 표현하기는 좀··· 추정 랭크가 A 이상입니다. 이곳 쉘터도 쉴드 가동이 꺼지면 수르트에 의해서 불바다가 될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수르트 얘기는 왜···.”
대화의 흐름에 수르트가 끼어든 걸 이상하게 생각한 성진이 말을 하다 멈췄다.
“예, 짐작하시는 대로 용광로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수르트의 핵이 필요합니다. 수르트의 펄스 파장이 용광로에 필요한 에너지와 완벽히 일치하거든요. 믿기지 않겠지만 누군가 그렇게 설계한 것 같습니다.”
성진은 눈을 감았다.
호텔에서 수르트를 내려다볼 때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건 이 때문일까.
결국, 숙명처럼 성진과 수르트는 마주했다.
성진의 시스템창이 반응을 해왔다.
아마도 정보수집이 완료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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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2. 용광로]
「당신은 부산의 종말을 종식할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용광로를 가동하면 종말을 끝낼 수 있지만, 에너지원이 필요합니다. 그 에너지원은 코드네임 수르트를 처치하면 얻을 수 있는 핵인 것 같습니다. 수르트의 핵을 얻고 용광로를 가동하세요.」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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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창이 잠시 싸늘해졌다가 거세게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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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실시합니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데자뷰 CEO 명치 때리기 합법화 촉구 표명합니다]
- 2/100000
- 3/100000
- 조용히 올라가는 추신수
- 와;; 실화?
‘예언 오졌죠?’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밀수들 예언 적중했쥬? 한국섭 ㅈ망각~]
- ㅋㅋㅋ 이게 말이 됨?
- 데자뷰 번호가 어케 되더라?
- 이게 1인이 가능한 난이도임?
- 1인이 하라고 만든 시나리오는 아닌 것 같은데, 튜토리얼 설계가 개똥이라 1인이 하게 된 감동 실화
‘이거 1인 레이드 아니에요’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딴 건 컨텐츠도 아님 ㅋㅋ A? 내 학점도 A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A랭크를 혼자서 어케 잡앜ㅋㅋ]
- 근데 학점은 님이···
- 쉿, 여기서 더 이상 그를 짓밟지 마
- 진짜 데자뷰 돌았나
‘데자뷰 이색기들’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겜 족같이 만들었네. 누가 이거 아니면 할 게임 없는 줄 아나?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
- 겜 족같이 만들었네 = 와~ 게임이 너무 재밌어요
- 누가 이거 아니면 할 게임 없는 줄 아나? = 앞으로도 즐겁게 플레이하겠습니다. 충성충성^^7
-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 = 저는 흑우니까요
- 눈에 쏙쏙 들어오누ㅋㅋ 괜히 어렵게 돌려 말했네
‘근데 또 모름’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올빼미라면 Hoxy··· 무력 초선, 지능 여포인 우리랑은 다르자너]
- ㅋㅋㅋ 선이라는 게 있잖아
- 올빼미가 신이냐? 혼자서 A급 뚝딱 처치하게
‘이거 잡으려면’님이 3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진짜 다 갈아 넣어야 함. 우리가 종말 이후 때문에 포기한 것들 말이야.]
- 응? 그런 게 있었냐? 퀴즈임?
- 인생
- 인성
- 개념
- 양심
- 인간으로서의 무언가
채팅창은 성진이 마주한 시나리오의 난이도에 불같이 화를 냈다.
메인시나리오를 진행하는 성진의 방송 시청자들이 방송에 몰입한 것도 한 몫했다.
- 진짜 ㄹㅇ 이거 유다희 엔딩 뜨면 본사 찾아간다
- 얘들아 진정해. 무슨 일로 노하셨습니까
- 노? 신고하겠습니다.
- 다? 신고하겠습니노.
한참이 지나서야 화를 가라앉힌 시청자들.
어느 정도 진정되자 금세 장난으로 돌아섰다.
- 화 그만 내. 내가 퀴즈 낼 테니까 맞춰봐
‘해가 울면 뭐게요’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해운대! 꺄아아~ 꺄르륵 꺄르륵!]
- 님도 울게 만들어 드릴까요?
이번엔 한동안 퀴즈 릴레이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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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님! 외부 보급창고 쉴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라고요?”
“예, 한 시간 정도면 자동으로 복구가 되기는 할 텐데 그때까지는 아무래도 수비병력이 나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흐음··· 내 소중한 신도들을 내보내기는 조금 꺼려지는군요.”
교주의 시선이 비열하게 각성자들을 훑었다. 그간 교주에게서 떨어지는 꿀을 받아먹은 자들이다. 찔리는 게 있는지 시선을 피하거나 한숨을 쉬는 각성자들.
근데, 그중에서 누군가 앞으로 나왔다.
어차피 나갈 거 이참에 점수라도 따볼 요량인 듯.
성진과 눈이 마주쳤던 그 각성자다.
“저··· 교주님.”
“오오! 박형제님, 나서시는 건가요?”
“예. 이런 일에는 제가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말이 통하는 분이시군요.”
“그런데··· 올빼미라는 자 말입니다.”
“아, 그 친구.”
“예. 그자도 수비병력에 편성해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제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서열정리를 할 겸, 교주님의 권위도 세우려고 합니다.”
교주가 쇼파에 몸을 묻었다.
두꺼비 같은 얼굴이 고민하다 결정을 내렸다.
“좋아요. 그렇게 하지요. 미리 사람을 보내 지시해 둘게요.”
“예!”
“박형제님은 이럴 때 보면 참 머리가 좋아요. 내가 이래서 형제님을 아낀다니까?”
“과찬이십니다.”
잠시 후, 성진에게 교주의 전령이 도착했다.
"일이다, 올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