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31화 (31/222)

# 31

31화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성진이 종말 이후에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양정역 신조(神鳥), 그리핀의 몸에 금이 가더니 곧 갈라지기 시작했다.

쩌적··· 쩍···

여러 조각으로 부서진 그 몸체는,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가루는 반딧불처럼 한밤중에도 번쩍였는데,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신비롭다 못해 경이로웠다. 빛나는 가루는 허공을 부유하다 벌들이 집으로 모여들 듯 성진의 몸으로 모여들었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마치, 자신들이 종말에서 직접 저 광경을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종말이 찾아와도 아름다운 건 여전히 아름답게 남아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그리핀 전투에 대한 감회를 시청자들이 제대로 내놓기도 전에 성진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득···

[완벽한 사냥을 하기에 몸이 부적합함을 느낍니다.]

[더 훌륭한 사냥을 위해 몸이 적응합니다.]

[섭취한 그리핀의 유전자를 사용합니다.]

[시각세포가 대폭 증가합니다.]

[수정체가 부드러워집니다.]

[중심와(中心窩)가 새로이 형성됩니다.]

[거리와 속도를 보다 치밀하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맹금의 시야(Active)가 형성됩니다.]

성진은 여태 수차례 사냥감의 유전자를 사용해서 적응해왔다. 그의 몸은 계속 변화에 임해야 했고, 성진도 그 고통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적응은 여지까지 중 가장 고통스러웠다. 성진은 눈알이 타들어 가는 지독한 고통을 느꼈다. 억눌린 신음이 성진의 입을 비집고 나왔다.

“으으··· 으으윽···.”

엄청난 고통이다.

성진의 감은 눈에선 지금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고통을 참는 것에 도가 튼 사람이었는데도 신음을 토해내는 걸 막지 못했다. 그로서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잠시 후, 몸을 한껏 웅크린 채 부들부들 떨어대던 성진이 고개를 서서히 들었다. 성진은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 밑으로 피눈물 자국이 짙게 그려져 있었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헉하고 놀랐지만, 딱히 기괴하다거나 무서운 인상은 아니었기에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성진의 감았던 눈이 천천히 뜨여졌다.

- 야;;

- 이거 뭐야···

성진의 몸은 마치 조율이라도 하듯 자연스럽게 맹금의 시야를 발동했다. 그 때문에 지금 그의 눈은 독수리의 눈으로 변해있었다.

성진은 아직도 사이오닉을 끌어올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의 동공 주위로 보랏빛의 아우라가 살랑거리며 맴돌았다.

어두컴컴한 밤에 보랏빛 눈을 한 남자의 모습은 어딘가 비현실적이었다.

‘자, 자···’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잘 생겼다······ 아니, 그보다 그리핀 죽은 거 맞죠?]

- 그럼 저기서 갑자기 일어나서 ppap추겠음?

-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나는 사천왕 중 최약체에 불과하다’ 하면서 ppap 추는 거 아니냐? ㅋㅋ

- 및친ㅋㅋㅋ 듀라한인가

‘나 망했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실수로 이거 봐버려서 내 종말에 회의감이 든다]

- 아재 현타 왔음?

- ㄱㅊ 여기 사람들 다 석탄 캐고 하우스 재배하는 중

- 내가 지금 본 게 뭔지 모르겠다. 제대로 본 거 맞나?

- 뭘 봤길래?

- 올빼미가 독수리 떨어트리는 거

- ㅇㅋ 제대로 봄. 나도 그거 봤음

- 올~ 다행이당

‘저거 납검 기수식’님이 3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앞으로 사람들 ㅈㄴ따라하겠네. 올빼미 정말 잘생겼고 남자가 봐도 멋져, 이게 바로 펄풱트]

- 인생의 진리지~

- 안 그래도 요즘에 쓰지도 못하는 장검 들고 설치는 놈들 많더라 ㅋㅋㅋ

- 울 섭도 그럼ㅋ 바로 목 뽑힌 다음 캐릭터 새로 만듬, 올빼미 병 전염성 개 심각; 홍머병 저리 가라임

- 장검 절대 쓰지 마라, 효율 진짜 개똥이니까. 애초에 종말에서 근접전하는 거 몇 명 안돼. 그리고 걔네들은 싸그리 랭커라고 불리잖아

- 정보) 랭커로 인정받기 위해선 막강한 고유 능력, 혹은 원거리나 근거리 특화 일정 수준 이상 능력자다

- 정보) 올빼미는 셋 다 포함된다

‘디토 게시글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개 웃기네 ㅋㅋ 서버 또 오락가락함. 올빼미 글로 도배되서;]

- 근데 왜 올빼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있냐

- 어떤 빙구들이 포탈 사이트에 검색하고 앉았누ㅋㅋ

- 누가 종말 유저 능지 평균 낮추고 있냐 ㅋㅋ

- 능-지

‘현실감 떨어지게;’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나 요즘 이 방송만 보는데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있다. 그리핀이 몇인 이상 레이드 몬스터였지?]

- 최소 40인 넘게 달라붙어서 복날에 개 패듯 30분 때리면 될 거로 추정, 물론 인원 손실 없이

- 추정?

- 그리핀을 잡은 서버가 없는데 추정이지 그럼. 간이 쉘터 하나 순삭 가능한 게 그리핀임;

- 그리핀 최초 공략 서버가 한국 섭인 거 실화? 나 주모 불러도 됨?

- ㄴㄴ 주모 지금 먼저 온 애들 때문에 바쁨

- ㅇㅋ 자리 없네, 좀 있다 온다고 전해줘

‘후원 개 밀렸다’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아; 후원 개 밀렸네. 근데 그리핀 어케 잡았누]

- 충격 속보) 그리핀 공략 영상 유출되···

- 더 충격적인 속보) 그런데 아무도 못 따라해···

- 요즘 랭커들도 1인 레이드 컨텐츠 하더라

- 오, 이제 올빼미한테 시청자 뺏기니까 자극 좀 받았나?

- ㅎㅎ 문제는 성공한 사람이 없음

- 자극만 받았누 ㅋㅋㅋ

‘올빼미 혼자’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게 가장의 무게인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할 일 하는]

- 부인은 그럼 집에서 노냐?

- 아, 그런 말이 아니잖아

- 허이고, 밥 차려서 맥여 놨더니 쉰 소리나 하고

- 이 여편네가? 지금 싸우자는 거야?

- 저기요··· 둘이 부부세요?

‘그건 그렇고’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여기는 ㅇㅅㅇ하는 사람 없어서 좋네]

- ㅇㅅㅇ

- ㅇㅅㅇ······?

- 아 어그로 꺼져 제발 ㅋㅋㅋ

- 혼틈 어그로 가성비 ㅅㅌㅊ

성진은 눈 밑으로 말라버린 피를 닦아내려 했다. 다행히 닦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사이, 맹금의 시야가 해제되었다. 잠시 어질했던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정보를 확인했다.

[맹금의 시야 (Active) : 당신은 짧은 시간 엄청난 눈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맹금의 시야를 발동하면 이제 수 km가 떨어져 있어도 그 거리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고 상대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당신의 눈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겁니다.]

아까 잠시 느꼈던 현기증은 아무래도 이 스킬 때문인 것 같았다. 유용한 능력이었지만 거리감과 속도감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게 난점이었다. 물론 제어가 어렵다는 것이지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성진에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는 곧 조금만 익숙해지면 금세 다룰 수 있다는 얘기다.

성진이 그리핀을 살해한 부근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강력한 몬스터였음에도 아이템은 드롭되지 않았다. 성진이 장비에 의지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40인 레이드해서’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리핀 힘들게 잡았는데 노템이면 칼부림 날 듯]

- ㄹㅇ 템 시드 누구냐면서 시드자 물고문 각ㅋㅋㅋ

- 물은 답을 알고 있다.

- 템 나오든 안 나오든 길드나 크루끼리 잡은 거 아니면 바로 칼싸움이지. 나오면 나오는 대로 골치고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짤)

성진은 별로 아쉬워하지 않았다. 자신이 이 몬스터를 쓰러트린 이유는 아이템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었고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어차피 연제구에 날아갔으면 또 다른 재앙이 될 몬스터, 성진은 자신이 미리 마주쳐 처리할 수 있었단 것에 안도했다. 그러면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자신이 조금만 일찍 왔다면 어쩌면 양정역 간이 쉘터의 사람들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

‘욕심내지 말자. 손 닿는 곳까지가 한계야.’

성진은 자신의 한계를 직시했고 받아들였다.

종말의 근원을 뿌리 뽑지 않는 이상 성진의 한계는 명확했다. 그는 혼자였고, 인간이었다. 비록 혼자서도, 인간으로서도 이루기 힘든 일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를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해.’

성진은 무기고에서 한 차례 정비하고 떠날 생각이었다, 부족한 수면도 취하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려던 것도 그 때문이었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성진의 주위를 휘돌던 빛의 파편들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성진의 몸에 흡수된 건 일부였고 나머지가 남아서 근처에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건가?’

빛무리는 은하수가 지상에 내려온 것처럼, 보석 가득한 우유를 허공에 쏟아낸 것처럼 성진의 곁을 맴돌다가 돌연,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빛무리가 낙엽을 쓸어 담는 와류의 모습으로 빨려 들어간 건 성진의 장검이었다.

우웅··· 우웅···

스릉-

성진은 뭔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장검을 뽑아 밤하늘에 비추어 보았다. 달빛도 구름에 가려 한 치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웠는데, 성진의 검만이 빛나고 있었다. 이윽고, 빛무리는 완벽히 스며들어 성진의 장검과 일체화했다.

빛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장검도 사라졌다.

아니, 잠깐 사라진 거로 보였지만 그건 장검이 칠흑처럼 검게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성진은 검게 물든 검신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물건 욕심이 없는 성진에게도 이 검은 그의 무언가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성진의 시스템창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그리핀을 사냥했습니다.]

[티타늄 장검(펄스 혼용)이 신조(神鳥) 살해자로 강화됩니다.]

‘신조··· 살해자?’

아무래도 그의 장검이 변화한 것 같았다. 성진은 서둘러 장비를 확인했다.

[신조(神鳥) 살해자]

[등급 : A급]

[신조의 피를 마신 검. 절삭력도 훌륭하지만, 강도는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광물 중에 비견될 만한 것이 없다. 피를 머금을수록 사용자의 활력을 크게 향상시킨다. 따로 손질이 필요 없으며 펄스를 증폭시키는 기능이 있다.]

‘펄스의 증폭?’

성진은 다른 것을 떠나서 펄스의 증폭 기능에 관심이 갔다. 그리핀이나 여타 다른 상급의 몬스터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으리라 자신할 수 있는 건 그가 사이오닉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으니까.

성진은 내친김에 시험해보기로 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사이오닉을 끌어 올렸다.

고오오오···

그의 전신에 보랏빛 기운이 일렁였다. 초기의 번개처럼 난폭했던 기운은 성진의 경지가 올라갈수록 무거워졌고 풍부해졌다.

성진의 찢어진 코트가 펄럭이고 머리칼이 흐트러졌다. 그가 눈을 뜨자, 장검에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검이 환해졌다.

스며든 은하수는 장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이오닉을 주입하자 장검의 검신에 별처럼 촘촘히 박힌 파편들이 빛을 발했다. 성진도 이때만큼은 황홀한 감정으로 벅차올랐다.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 반쯤 무너진 건물의 기둥을 사선으로 베었다.

‘···흡!’

스겅-

이상하다.

성진의 감각이 판단을 유보했다. 아무것도 베지 않은 것 같았는데, 틀림없이 무언가 베었다. 그렇다면 되었다.

성진은 사이오닉을 가라앉히고 검신을 잠시 바라보다 납검했다.

철컥-

병기의 능력을 확인하는 건 이만하면 충분했다. 성진이 몸을 돌려 무기고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도 잠들기엔 충분히 늦었다. 내일 정오쯤부터는 다시 여정을 이어나가야 하니 서둘러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그런데, 돌아서 떠나는 성진의 뒤로 기둥의 상부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스르륵-

쿵-!

절단면은 처음부터 그렇게 조각된 것처럼 깔끔했고, 분리된 기둥의 파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청자들은 방송이 마무리될 시점에서 다시 한번 기함하게 된다.

‘살게요’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산다고, 어디가. 산다니까? 어이!]

- 올빼미: 응, 안 팔아 ㅋㅋ

- 너 같으면 팔겠냐 ㅋㅋ

그리핀 레이드 때부터 아슬아슬하던 디스토피아 사이트가 결국 트래픽 초과로 마비되었다.

****

성진이 무기고의 문을 닫고 수면에 들어갔다. 당연하게도 방송은 마무리되었으며 갈 곳을 잃은 흥분한 난민들이 디스토피아로 몰려들었다. 다행히 단시간에 서버가 복구되어 이들을 수용했다.

[제목: 올빼미 VS 그리핀 전 요약해드립미다]

적고 나니까 무슨 동물의 왕국같누. 자 봐봐.

그리핀: 구룩···

올빼미: 어때요, 뜨겁나요?

그리핀: 핫태, 핫태. 오션월드!

뎅-겅!

올빼미는 행복하게 살았읍니다. 끄읏

- 이게 요약이냐? 능지 어쩔;

- 그 신산귀계를 이렇게 요약하는 것도 재능입니다. 형님, 나가 뒤지십쇼

[제목: 올빼미 그림 너무 크게 그렸다고 징징 대던 놈]

올빼미 밥아저씨였던 거 잊었누?

- 참 쉽죠?

- 시가전에서 올빼미 절대 못 이김

[제목: 올빼미가 그리핀 사냥하는 과정]

놀랍게도 시가지 전체를 사용했다. 1차전에서도 임기응변으로 한방 맥인 다음에 2차 리벤지 전에서 습성 파악하고 바로 조져버렸쥬?

재밌는 점은, 시가지 전체를 이용하면서 파괴된 건물이 반파 17개. 완파 15개임

앞으로 재개발 지역에 용역 부르지 말고 올빼미 불러라. 쟤 깔끔하게 다 때려 부순다

- 그걸 센 니가 레전드다 ㅋㅋ

- 밀수들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 처음에 옥상에 몬스터 들고 올라갈 때 밀수들 다 벙 쪘쥬?

[제목: 올빼미: 그리핀, 이건 포츈쿠키라는 거야]

자, 이렇게 퍼석하고 눌러서 까보면 안에 운세가 들어 있어. 자, 니 운세가 뭐냐면

응, 대흉이다 이 샛기야 ㅋㅋㅋ

- 안에서 수류탄 뭉탱이가 튀어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 갓직히 그리핀 멍청하지 않았음; 올빼미가 파블로프의 개마냥 그리핀 조련한 거

- 웃긴 건 이제 권총으로 연막탄 맞추는 건 다들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점

- 우리도 조련된 거야···

[제목: 기네스 불러라]

세상에서 가장 큰 새총으로 존나 큰 새 잡았다.

아마 최고 기록일 듯

- 기네스 협회 : 와 ㅅㅂ 어케 했누?

- 그 부분 지리지 않았냐? 연막 뚫고 그리핀 튀어나왔을 때 새총 발사하는 거;

- 문제는 돌멩이가 아니었다는 점 ㅋㅋ

[제목: 오늘 방송의 백미는 득템이지]

그 빛무리가 큰 그림이었을 줄이야;

- 개 오바였어, 그것도 적응 능력인가?

- 애-매함. 정확히 몰겠음

- 린이지 집판검 아니냐?

- 강남 아파트보다 비싸지 않을까?

[제목: 강남 아파트? 님들 경제 관념 없꾼뇨]

이래서 사회 경험 없는 애송이들은···

A랭크 못 봤음? 아직 A랭크 템 없어요 님들아;

- 20억 본다

- 보기만 하세요

- 세계 최고 유저 수 기록하는 게임에서 전 서버 최고 지존템인데 20억이라고? 기본 보급 캡슐이 중고도 천만원 우습게 호가하는데 염병하고 앉았네 ㅋㅋ

- 응~ 서 있어~

[제목: 근데 올빼미 포커페이스 개 지리더라]

진심 누가 봐도 극한의 득템인데 평온한 거 봤냐?

나였으면 저거 얻자마자 허공에 자전거 타기 한 다음에 태보 18장 돌려주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 나 로또 맞았어. 우리 이사 가자.’ 까지 완료했을 텐데

[제목: 이 색기 이거 올빼미 쥐뿔도 모르면서 떠드네]

대황상 올빼미님께서는 매우 기뻐하고 계신다. 맹금단은 바로 알아챘지.

자, 위의 짤을 봐라. 여기! 이 부분!

이 부분에서 올빼미는 검신을 3초나 쳐다봤다.

쩔지? 딱 보면 딱 알지 샛기들아. 난 올빼미 방송 하꼬일 때부터 본 사람이야ㅋㅋ

- 자랑이다 새끼야 ㅋㅋ

- 올빼미:시청자들은 내맘 조뚜 몰라 힝ㅠㅠ

[제목: 진짜 뱀심 터진다. 개 부러워 ㅠㅠ]

억울하니 검 이름이나 지어야겠다.

미리내 검 어떠냐?

약간 검이 펄스 쓸 때 은하수처럼 빛나니까 내가 딱 어? 이름 간지나게 지어줘 버렸자너~

- 10년 후: 이 검은 한 오크에게 이름 붙여진 검으로···

- ㅅㅂ 나 잘생겼거든?

- 이라고 잘 생긴 오크가 얘기했다고 전해집니다.

[제목: 우리 올빼미 옵빠 넘 귀엽지 않나여?]

검 막 번쩍거리면서 강화될 때 벙찌는 거 포켓각 오졌잖아요. 빼미뿌셔 ㅠㅠ 팝핀뿌셔 ㅠㅠ

- 그 당시 올빼미 표정 : ㅇ_ㅇ? 몬가··· 몬가 일어나고 있음···

- 울 옵빠 눈썹 찐해서 안 그렇거든요?

- 올빼미 표정 : ㅎ_ㅎ? 수정해 봄. 어떰? ㅅㅌㅊ?

- 및힌 ㅇㅈ ㅋㅋㅋ ㅆㅅㅌㅊ

디스토피아의 게시판은 어느새 해가 뜨는 것도 모른 채 올빼미의 얘기로 북적였다.

그가 얻은 검의 현실 값어치는 얼마이며, 다른 랭커라면 그리핀 사냥이 가능했을까부터 그리핀이 시가지에 돌아다닐 정도면 대체 한국 서버의 난이도는 얼마나 정신 나간 건지까지.

종말 이후를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들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올빼미의 밈과 이야기들 때문에 이제는 그가 누군지 알았다. 다음 날 화제에 올빼미의 신조 살해자 얘기가 꼭 끼었으니까.

물론 그런 가십을 알 리 없는 성진은 충분한 수면을 완료한 뒤에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그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여정을 준비했다. 이번 일로 총기의 필요성을 느낀 성진은 진열된 병기들을 앞에 두고 고민했다.

그러기를 잠시, 그는 적당한 무기를 집어 들고 무기고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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