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29화 (29/222)

# 29

29화

성진이 양정역 간이 쉘터에 도달했을 때, 상황은 예상 밖이었다. 방한 슈트의 현재 성능으로는 연제구 지상 벙커에서 이곳까지 걸었을 때 가까스로 도착할만한 거리의 유일한 쉘터. 하지만···

쉘터는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보기 흉하게 무너져 있었다. 마치 오래된 유적지를 보듯 그 터만 남아 자신이 이곳에 존재했음을 나타내고 있었는데, 그걸 바라보는 성진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그게 쉘터가’님이 2,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오잉 오디갔징]

- 쉘터 어디 갔어! 여기 주인장 어디 갔냐고!

- 와··· 근데 소름 끼친다; 다 어떻게 된 거지?

‘뭘 어떻게 돼’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다 죽었지. 종말 이후 처음합미까?]

- 아;; 킹빼미 세계관에서 사망 엔딩은 드물어서···

- 나도 막연히 살아있겠지 생각함; 소름

- 이거 근데 생각해봐야 함. 저게 폭격흔인지 뭔 흔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간이 쉘터를 박살 낼 정도면···

성진은 꺼림칙한 기분에 휩싸였다. 건물보다 더 큰 자동차가 깔아뭉개고 지나간 자국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흔적. 어설프게 서 있는 건물의 외곽이 흉흉한 분위기를 더했다.

‘생존자를 찾아봐야겠어.’

양정역 간이 쉘터의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 간 걸까? 간이 쉘터라도 기본적으로 벙커보다 크거나 비슷하다. 그 말은 연제구 지상 벙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많은 사람이 증발했다는 뜻. 성진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쿵-!

큰 파편이 건물의 외곽에서 떨어져 부서졌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자야 한다. 다음 벙커나 역사가 나올 때까지 걷기에는 거리가 애매했다. 성진은 괜히 씁쓸해져 남은 건물의 외벽에 기대어 앉았다.

의미불명의 한숨이 성진의 입가에서 흘러나왔을 때 성진의 시선이 어딘가로 향했다.

번쩍.

분명히 번쩍거리는 게 성진의 시야에 잡혔다. 성진은 일어나서 다가가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파헤쳤다.

‘반지? 아니···.’

결혼반지를 낀 손이다.

성진은 다급히 그 손을 깔아뭉개고 있던 건물의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빠직··· 빠지직···

쿠웅-!

힘 스탯이 상승했어도 너무 큰 잔해는 치우기 힘들었다. 성진은 거미줄을 큰 잔해에 연결하고 외벽에 이어 잡아당겼다.

그그극···

큰 잔해가 질질 끌리더니 결국 파묻힌 손을 자유롭게 했다. 성진은 그 손 주변을 파헤쳤다. 그 뿌리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쑤욱···

손을 맞잡고 끌어올렸다.

별다른 저항감이 들지 않았고, 손은 어렵지 않게 잔해를 빠져 나왔다. 그 뿌리는 상실한 채로.

결혼반지를 낀 손과 악수하는 자세로 서 있는 성진은 그대로 굳었다.

‘와 이게 뭐야’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뭐긴 뭐야 종말이지! 이제야 종말 답네.]

- 결혼반지 하나로 사연이 궁금해졌다

- 보통 이게 정상임. 타 섭도 다를 거 없고 종말 이후 세계관에서 벙커랑 쉘터 터지는 거 다들 겪어봤자너?

- 튜토리얼 끝나자마자 앞마당 벙커 터진 적도 있었지

‘모르는 사람이라 다행이지’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아는 사람이 저 꼴 났으면 이미 멘탈 산산조각남]

- NPC랑 친해지면 그게 무서움

- 이런 거 때문에 가상현실 우울증 오는 사람도 꽤 있잖아

- 결국엔 본인 능력 키워서 지켜낼 수밖에 없음

- 팩트) 그게 가능한 사람이 몇 없다

- 팩트) 올빼미랑 랭커급은 되야 그 정도 영향력이 있다. 킹반인은 그냥 그 벙커에서 대피만 해도 ㅅㅌㅊ다

성진은 미동 없이 반지를 바라보다가 살포시 내려놓았다. 매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이곳 양정역 간이 쉘터 자체가 거대한 무덤인 것 같으니. 이곳 사람들은 어딘가로 사라진 게 아니다. 성진이 밟고 있는 잔해의 밑에 깔려있었다.

‘대체 뭐가 일어난 걸까?’

거대 몬스터의 습격? 몬스터 웨이브?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양정역 쉘터를 뭉갠 괴물이 아직 근처에 있다면 성진도 몸을 사려야 했다. 갑작스럽게 이런 괴물과 싸우는 건 피해야 했으니까.

‘음?’

성진은 아까 치운 잔해가 외벽의 구석진 공간을 가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손잡이가 달린 문이 바닥에 깔려있었고 성진은 그곳 주변을 치웠다.

“안에 사람이 있습니까? 지금부터 문을 열 겁니다!”

적이 있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소리치는 건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성진은 지금부터 이 문을 열 생각이었기 때문에 상대가 건너편에 있으면 곤란했다.

특히나 혹시 슈트를 입지 않은 상태로 있다면 성진이 문을 여는 순간 상대의 폐가 얼어붙어 죽을 수도 있었다.

성진은 문을 두드려도 보고 소리쳐 보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정도면 성진도 할 만큼 했다. 이제는 문을 열 시간이었다.

문의 손잡이는 고리가 눕혀져 있는 모양이었다. 고리를 위로 뽑아 시계 방향으로 돌렸다.

푸치익-

공기 빠지는 소리가 들리며 문의 잠금장치가 해제되었다. 성진은 그대로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끼이이익···

덜컹-!

문이 45도 각도에서 더는 꺾이지 않고 고정되었다. 성진은 미리 어두컴컴한 공간을 확인하고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문을 닫고 들어갔다.

문이 도로 닫히자, 내부의 불이 켜졌다.

텅- 텅- 텅- 텅-

지지직···

에너지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지 불빛이 깜빡였다. 아무래도 실내 전등은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았다.

‘여긴···?’

성진은 익숙한 철 냄새를 느꼈다. 피 냄새와 착각하기 쉬운 이 냄새는 이곳에 오기 전에도 맡았던 냄새다.

‘무기고네. 저항도 변변히 못 한 건가?’

싸울 수 있는 인원이 없던 걸까? 연제구 벙커보다 많은 수의 방한 슈트가 차곡차곡 늘어서 있었다. 소총과 수류탄, 크레모아나 유탄, 심지어 구형 차량을 감싸는 방수포까지 있었다. 그대로인 걸 보아 사람들은 아예 무기고에 들어 오지도 못 한 듯했다.

- 치이이익··· 대피··· 1급···

에에엥······ 엥···

스피커에서 끊어졌다 말았다 하는 대피령이 흘러나왔다. 쉘터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시스템인지 안내음은 기계음이었다. 경보 사이렌조차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다 죽은 거구나.’

성진은 비록 종말에 떨어졌지만, 본인의 능력에 확신이 있었다. 그가 최선을 다한다면 누군가를 지켜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손 닿는 거리까지일 뿐, 그가 없는 곳에서는 지금도 꾸준히 사람들이 종말에 쓰러지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성진이 부산역으로 향하는 이유였고.

메인 시나리오를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이 종말을 근본적으로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 생각이 성진을 쉬지 못하게 했다.

성진은 에너지 수류탄 두 개, 그리고 소음기를 장착한 소총을 한 정 챙겼다. 연제구에서는 짐이 될까 염려되어, 또 여행자가 들고 다니기엔 부담스러운 무기들이라 챙기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위협이 존재하는 지금은 쓸모가 있을지 모른다. 성진은 아무래도 불안한 심정이 들어 취침에 들기 전, 구역을 한 번 정찰하러 무기고를 나섰다.

끼이익···

정찰에 나선 성진은 인근의 건물들부터 수색하기 시작했다. 먼저 지은 지 연식이 좀 된 3층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숨어있던 몬스터가 기어 나왔다.

“키에엑!”

기이잉-

퓨퓨퓩-

블루 고블린이 까무러치며 뒤로 넘어갔다.

‘한 마리?’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긴장을 놓치지 않고 있었는데, 역시나 천장에서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소리를 안 내면 모를 줄 아는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떨어져 내리는 블루 고블린.

성진은 몸을 기울여 뒷발로 올려 찼다.

팍-!

군홧발이 고블린의 몸통에 적중하자 고블린의 눈알이 튀어나왔다.

퓨퓨퓩-

성진은 쓰러진 고블린의 머리에 탄을 박아넣어 확실하게 마무리했다.

‘시원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올여름 피서는 올빼미 액션으로···]

- 너무 태연하게 대처해서 산책 나온 줄 알았다

- 반응 속도 에바 참치 마일드 캔인데

- ㅎㅎ 간만에 액션 씬이라 기분 좋자너~

‘뭔가 이상한데···.’

성진은 자꾸만 위화감이 들었다. 그 위화감은 성진이 다섯 번째 건물을 수색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성진이 여태 거쳐 온 모든 건물에서 몬스터가 나왔다. 특별히 몬스터가 탐낼만한 물건도, 아늑한 보금자리도 될 수 없는 건물들이었다.

성진은 그제야 유리창이 깨져나간 창문을 바라보았다.

없다.

‘···거리에 몬스터들이 하나도 없어.’

어딜 봐도 거리에 몬스터가 없었다.

‘몬스터 웨이브?’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건물마다 몬스터가 들어차 있을 리가 없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넓은 대로를 놔두고 건물에 숨어지낸다는 건···

‘잠깐, 숨어지낸다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다시 떠올려 보니 몬스터가 숨어지낸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몬스터들을 숨어들게 한 존재는 누굴까? 사람? 사람들은 이미 쉘터에 깔려서 숨을 쉬지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쉘터를 박살 낸 몬스터를 피해 숨어든 거다.

성진은 고개를 약간 돌려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창문은 어떤 풍경도 보여주지 않았다.

‘검다?’

창밖이 암막으로 가려진 것처럼 보였다. 몇 초가 흐른 후 성진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검은 건 암막이 아니라 눈동자였다. 검은 동공이 성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기이이잉-

성진은 당황하지도 않고 침착하게 소총을 장전했다. 그리고 견착 후 격발.

퓨뷰뷱-

성진의 탄은 동공을 노렸지만 이미 몬스터는 사라졌다.

‘···이대로 물러날 리가 없다.’

부웅··· 부웅···

펄럭거리는 소리?

이 소리는 날갯짓이다.

그렇다는 얘기는···

“큿···.”

성진은 지체하지 않고 몸을 바닥에 굴렀다.

바로 직후, 건물이 터져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앙-!

부서지는 건물 잔해 사이로 몬스터를 눈에 담았다. 문제는 몬스터가 한눈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다는 점이었다.

“구우욱······ 구욱···.”

새소리가 분명한 것으로 보아 새가 맞는 것 같긴 했지만, 생김새가 달랐다. 사자의 다리, 뱀 형태의 꼬리.

성진이 아는 몬스터였다.

“구욱···.”

그리핀이다.

하늘의 악마.

현실에서는 B+ 이상의 상급 게이트에서 출몰하는 몬스터였다.

붕-!

사자의 앞발이 날아들었다. 성진은 뒤로 구른 후, 건물을 빠져나갔다.

콰앙-!

건물이 무너지면서 그리핀이 뛰쳐 나왔다. 한번 발견한 먹잇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양. 아니면 인간의 고기 맛을 본 건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는 몬스터들을 놔두고 성진만을 집요하게 쫓아왔다.

머리가 고속으로 회전했다. 정찰은 이 위험을 발견해내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으니 여러 대응 수단이 떠올랐다.

‘우선은 소총. 아니, 일단 피하고.’

푸슛···

이제 위협이 밝혀졌으니 지역 전체를 활용해야 한다. 성진은 거미줄을 사출해 근처의 5층 건물의 4층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다.

“구우욱···.”

날개를 펄럭이면서 건물에 들이박아 오는 그리핀, 성진이 사격하기에 좋은 구도였다.

기이잉-

격발.

퓨퓨퓩- 퓨퓨퓨퓩-

“구룩···”

휙- 휙-

그리핀이 건물을 반이나 허물어트리고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성진은 탄을 모조리 머리에 박았음에도 그리핀에게 별 타격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이런 실수를···.’

방금까지 살상력을 반감시키는 소음기를 장착하고 쏘았다. 이래선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성진은 소음기의 측면을 티타늄 강사 코트의 팔 부위에 대고 긁었다. 그러자 소음기가 핑글핑글 회전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핑! 핑··· 핑··· 피잉···

소음기가 무너진 건물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기이이이이잉-

다시, 확인할 차례다.

찰칵-!

투두두두두두두! 투두두!

“구루룩··· 구륵···.”

‘소용 없다.’

성진은 감이 둔해진 건지 철갑탄을 가져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물론 그랬다면 다른 소총을 챙겼겠지만. 지금에서는 파괴력이 아쉬웠다. 달려드는 그리핀의 얼굴에 필요 없어진 소총을 집어 던지고 몸을 날렸다. 곧장 성진이 있던 발판이 그리핀의 공격에 무너졌다.

티잉-

콰아앙-!

소총이 그리핀의 몸체에 부딪힌 소리가 이상했다. 아무래도 가죽이 강철만큼 단단한 재질로 되어있는 것 같았다. 에너지에 어느 정도 내성도 있는 것도 확실하고.

‘다음.’

스릉-

성진은 장검을 빼내 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리핀의 앞발이 날아들었다.

땅!

“큭···.”

성진은 탐색을 위해 그리핀의 공격을 흘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리핀의 사람보다 더 큰 발톱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찌르르···

받아친 검과 팔이 심각하게 떨려왔다. 지금의 근력 수치로는 맞상대하는 게 불가능했다. 물론 폭발적인 힘과 사이오닉을 활용하면 잠시간 정면 승부가 가능했다. 계획이 맞아떨어진다면 그리핀의 목을 떨어트리는 것도 노려볼 수 있고.

‘하지만, 그래선 안 돼.’

천에 하나, 만에 하나의 확률일지라도 자신이 패배하는 결말이 존재해선 안 된다. 성진은 승리가 정해진 승부에 나설 뿐이지 승패가 불분명한 도박에 뛰어드는 짓은 하지 않는다.

뒤로 재주를 넘으며 검을 검집에 넣었다. 이 괴물 같은 몬스터는 지형지물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부수면서 달려왔다.

콰아앙-!

벌써 건물이 몇 채가 무너진 건지··· 세보진 않았지만, 폭격이라도 맞은 듯한 모양새일 것이다. 그래서 쉘터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던 걸까?

‘이대로는 몸을 빼기도 어렵겠어.’

전투가 여의치 않음을 느끼면서 성진이 앞 건물의 유리창을 부수며 들어갔다.

“키에에에엑!”

우연히도 난입한 건물에 고블린이 있었다. 이 소란에도 도망치지 못한 모양. 성진은 달리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 육탄전으로 고블린을 제압했다.

콰앙!

발로 뻥 차자 고블린이 벽에 날아가 처박혔다.

퍽-!

성진은 머리가 그대로 터져나가는 고블린을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바로 뒤까지 그리핀의 부리가 짓쳐 들어와 성진은 본능적으로 고블린의 시체를 그리핀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

그런데, 그리핀이 피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칼날 같은 부리를 한껏 벌려 고블린을 덥석 낚아챘다. 본능적으로 먹이라는 걸 알아챈 걸까?

성진은 틈을 발견하고 에너지 수류탄을 그리핀을 향해 던졌다. 안전핀을 뽑지도 않고 던진 수류탄은 그리핀의 몸체를 툭- 두들기고 튕겨 나올 것 같았다.

성진이 연속 동작으로 권총을 뽑아 들었다.

기잉-

탕!

조준도 하지 않고 가볍게 쏘아낸 탄은 수류탄에 명중했다.

수류탄이 그대로 터졌다.

지익-

파지이이이이이이익!

“구루욱··· 구룩!”

성진은 번쩍이는 에너지 폭풍 속에서도 그리핀이 멀쩡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재빠르게 다음 건물로 들어갔다. 지금이 아니면 무사히 물러날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았다.

성진이 건물로 뛰어 들어가고 다섯을 세기 전, 그리핀이 건물을 부수며 들어왔다.

콰앙-!

“구룩···.”

그리핀의 얼굴로 무언가 날아들었다.

익숙한 냄새, 블루 고블린이다.

그리핀은 고블린을 덥석 집어삼켰다.

그리고,

파지이이이이이익!

고블린의 시체는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이 물려있었다. 그리핀은 의심도 하지 않고 그것을 삼켰고.

하지만 그리핀의 강인한 육체는 이 공격도 견뎌냈다. 그래도 꽤 충격이 있었는지 그리핀은 버둥거리며 건물을 박살냈다.

콰앙-!

콰아앙!

그리핀이 몸부림칠 때마다 건물 한쪽이 터져나갔다.

부르르 떨던 그리핀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올랐다. 그리핀은 주변을 살폈다. 자신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한 그 조그만 인간을 찾기 위해. 하지만, 성진은 이미 자리를 벗어난 후였다.

“구륵··· 구르륵···.”

그리핀은 그 후로도 한참을 상공을 부유하다 어딘가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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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입 소오오름’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순간 판단력 본 사람? 와;; 클립 땄어?]

- 아; 내 정신;

- 수류탄을 어떻게 공중에서 권총으로 맞추냐고 ㅋㅋ

- 그것도 레전드지만 오늘 방송 레전드 계속 나옴

- 이거 미리 짜고 따라 하라고 해도 못 함;

- 성뇽: 아··· 감독님 이건 좀;

‘소음기’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왜 저 두고 갔어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소총’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나한텐 왜 그랬어요···]

‘고블린’님이 2,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나한테는요···? 아; 난 몬스터구나;]

‘사람임?’님이 3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나 진지하다. 진짜 사람 맞음? 맞다고? 아; 그럼 내가 사람이 아닌가?]

- 인종이 다른가?

- 피지컬도, 뇌지컬도 도랐맨

- 피지컬 VS 뇌지컬.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채팅창은 성진이 그리핀의 동공을 마주한 순간부터 눈에 띄게 갱신이 느려졌었다. 드문드문 올라오는 채팅들도 전부 음절이었다.

- 와···

- 엥?

- 헐;;

‘심하잖아’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다른 거 그렇다 쳐; 고블린 입에 수류탄 넣는 건 좀;]

- 건물 넘어가고 고블린 뚝배기 따는 데 2초

- 수류탄 까고 고블린 입에 넣는 데 2초

- 고블린 던지는 데 1초

- 이게 가능하긴 함?

- 어디부터 설계인 거지?

성진은 지금 양정역의 무기고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더럽혀진 코트를 집어 던지고 새 코트로 갈아입었다.

성진은 오늘 잠들 생각이 싹 달아났다. 저 그리핀이 혹시나 연제구로 날아가기라도 한다면 막아낼 수 없었다. 이곳에서 최대한 빨리 처치해야 했다.

‘설마···’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저거 잡을 생각인 건 아니지? 응? 형? 엉? 엥? 야!]

- 올빼미: 왱

- 방송 하루 이틀 봄?ㅋㅋ

- 그 시간이자너~

성진이 무기고에서 준비하기를 한참, 그가 준비를 마치고 무기고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끼이익···

철컹-!

‘얘들아 준비 해’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응, 또야. 솔로 레이드 ON]

성진이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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