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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27화 (27/222)

# 27

27화

- 등불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 서버 IP를 가진 여러분입니다. 지금부터 메인 시나리오 진행에 따른 한국 서버 캐릭터 생성 제한이 진행됩니다. 차후에 등불과 메인 시나리오 진행에 따라 캐릭터 생성이 순차적으로 가능할 예정입니다.

메시지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마쳐져 있었다.

‘12월 6일, 앞으로 일주일 후에 300명의 한국인 유저가 한국 서버에 등불로 합류합니다.’

처음 메시지를 받은 유저들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스마트폰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등불? 우리가 등불이라고?”

상황 파악이 빠른 사람들은 금세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눈치챘다. 올빼미의 메인 시나리오가 진행됨에 따라 한국 튜토리얼이 패치된 것이다. 닥쳐온 상황에 한국 유저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반응이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역시나 디스토피아였다.

[제목:12월 6일, 저한테는 중요한 날입니다.]

그러니까 나 말고 접속하지 말아주세요. 혼자 있고 싶으니까 모두 나가주세요. 부탁 아닙니다. 경·고입니다.

- ㅎㅎ 저한테도 중요한 날인지라

- 12월 6일, 모든 약속이 취소된 날

- 데자뷰 큰 그림에 내 기저귀가 또 한 번 교체됐다

[제목:그러니까 결국에 선착순이란 얘기잖아?]

후훗, 나 석씨 가문의 28대 종손! 3억 마리의 정자들과 경쟁하여 선착순으로 도착한 커리어 하이가 있다. 너희들은 내 상대가 될 수 없지.

- 멍청한 녀석! 경쟁자들은 모두 그 아수라장을 거쳐서 온 선착순의 악마들이다!

- 겨뤄 볼 만하겠군. 나는 심지어 씨가 귀한 집에서 태어난 3대 독자다

- 후후··· 코잇츠··· 꽤 오모시로이다www(대충 이 녀석 꽤 흥미롭구나라는 뜻)

[제목:선착순이라고? 어설프구나, 너희들이 진정 선착순을 아느냐?]

나는 다년간의 수강 신청을 뚫고 꿀 강의를 수강한 베테랑 경영대생 4학년이다. 전공필수 과목조차 수강신청에 실패해서 우는 녀석들과는 질적으로 달라!

- 어이어이! 살살하라고!

- 절대로 네가 성공할 거라고!

- 아까 그 녀석과는 근본부터가 틀려먹은 녀석이다! 이미 이 녀석은 취준생이 게임을 한다는 것부터가 쓰레기야! 악취가 심각해!

- 우수한 백수의 상이다! 모두 본 받아야 해!

[제목: 밑글··· 4학년? 애송이구나]

나는 부모님을 너훈아 디너쇼에 5년 연속 보내드린 선착순의 시초이자 종결이다. 감히 나와 대적하려 하다니. 나는 너훈아 디너쇼에 혼밥하러 다녀온 전적도 있다.

- 왕이다! 왕이 나타났다!

- 벌거벗은 왕이야! 아무짝에 쓸모없어!

- 근데 왜 혼밥이지? 여자친구는?

- ······주륵.

- 그가 흘린 것은 눈물인가 피인가

- 끝판왕이네 ㅋㅋㅋ 레전드여

[제목: 다 비켜.]

실탄 소년단 팬미팅 뚫었다. 질문 받는다

- 아;; ㅇㅋ 300인 중 1인이 여깄었네

- 님 등불 인정;

- 바로 들어가시면 되겠씁니다

[제목: 야, 근데 우리 올빼미한테 감사 선물이라도 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

아니, 그렇잖아 ㅋㅋ 시청자랑 소통도 안 하기는 하는데, 겜 진짜 더럽게 열심히 하잖아. 걔 하는 거 보면 나까지 몰입해서 본다니까;

- 이건 맏찌

- 킹직히 올빼미가 다 해놓은 거 우리가 떠벌떠벌 해서 수저 들고 나타나는 건데ㅋㅋ

- 글케 말하니까 더럽게 양심없어 보인다

- 팩트) 양심 없다.

[제목: 선물을 보내? 감사 인사를 해? 바보냐?]

올빼미는 신인데 어떻게 선물을 보내, 하늘에 계신데.

- 부엉! 부엉!

- (대충 우리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

[제목:올빼미 불매운동 들어가자]

생각해 봐. 뭐든 의존하게 되면 좋지 못해. 한중령 꼴 못 봤냐? 우리도 올빼미에게 의지하다 보면 결국에 포스트 한중령이 될 뿐이야. 우리 스스로 자주적인 입장을 취하자.

그러니까 12월 6일엔 나만 접속하는 걸로

- 팩트) 대기열 5239300···

- 막 줄만 읽었습니다

- 훌륭한 개소리였다. 왈왈

디스토피아의 사람들은 올빼미에 대한 찬양과 미래에 대한 예측, 그리고 그 300명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얘기들을 나눴다. 커뮤니티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불타오르는데 누군가의 글이 올라왔다.

[제목:야, 어차피 여기서 얘기할 꺼면]

www.miro.tv/umtang12

욜루 가서 얘기 해. 볼만 하다

- 홍보 에반데;

- 야 이거 그 음탕이 아니냐? ㅋㅋㅋ

- ㅇㅇ 음탕이 요즘 닉값하려고 노력 중.

- 뭐?(솔깃솔깃) 당장 간다!(헐레벌떡)

- 윗댓 뭔 컨셉이야 미친

****

스트리머 음탕.

23세 꽃다운 나이. 완벽한 미녀의 상과는 달리 귀여운 이미지였다. 그렇기에 자극적인 스탠스로 시청자들을 흡수하지는 못했고 적당한 고정 시청자들을 유지했다.

‘이대론 안 돼!’

누군가 말했다. 스트리머의 삶은 칼날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 타인의 관심을 먹고 사는 삶은 그 자체가 가시밭길이었으며 시기와 질투, 그리고 가십에 연루되기 마련. 그 관심이 시들해지거나 발 한번 삐끗하면 사실상 스트리머로서 성공하긴 틀렸다.

‘여기서 끝나긴 싫어. 칼날이 아니라 작두를 타서라도 꼭 성공할 거야!’

그녀는 자신의 피부가 마음에 안 들었다. 홍조가 과해 발그레한 피부. 전형적인 귀염상이다. 매번 방송에 들어가면 시청자들은 그녀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 호빵맨 왔누

- 호하~(호빵맨 하이라는 뜻)

“에휴··· 짜증나···.”

시청자들은 귀엽다며 말해주지만, 음탕은 그게 싫었다. 그녀는 스트리머가 된다면 1순위로는 대기업이 되고 싶었다.

대기업.

흔히 왕도를 걷는다고 말하는 스트리머. 이 스트리머가 무슨 게임을 하든, 술병을 부여잡고 노래랍시고 진혼곡을 불러대든 시청자들이 좋아한다. 시청자들이 그 무엇보다 스트리머 그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기업도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그중 떠오르는 샛별은 올빼미였다.

‘언감생심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그녀는 자신이 특별하게 재능있지도, 특별하게 예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대기업은 무리.

2순위는 왕이나 같은 컨셉 방송이었다. 이건 솔직히 해봄 직했다. 특히나 왕이나가 요즘 초심을 잃었는지 과감한 옷차림을 지양하고 있었다.

‘결혼할 때가 돼서 그런가?’

스트리머들이 결혼할 때쯤 되면 노출 있는 옷차림을 꺼린다고 듣긴 했는데··· 음탕은 아직 잘 모르겠다.

아무튼,

‘틈새시장에 음탕 등장이다!’

이름하여 해적 방송의 해적 방송!

좋게 말하면 왕이나 방송의 오마주. 솔직히 말하면 왕이나 방송의 카피캣이다.

음탕의 방송이 시작했다.

잔잔한 발라드로 시작한 그녀의 방송은 그녀가 등장하자 시청자들의 환호로 가득했다.

- 음탕(흑화) 등장!

- 해적 방송의 해적 방송인 거임 ㅋㅋ

- 쉿! 아무튼 우리는 개이득이다

- 음탕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음탕이 입고 온 옷은 오프숄더 크롭 티였다. 사실 홍조와 귀염상인 얼굴은 자신 없었지만 내심 몸매만큼은 자신 있었다. 스스로 평가하기로는 왕이나한테 꿀릴 거 없다고 생각했다.

어깨에서 한없이 내려가 아주머니들이 본다면 ‘아이고, 망측해라!’라고 한 소리를 들을만한 옷이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화려한 옷을 입고 방송하는 만큼 배에 힘을 빡! 주고 방송을 시작했다.

“안녕! 여러분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음탕 등장!”

스스로도 자괴감 드는 멘트였지만, 이런 게 먹혔다.

- 구웨에에엑!

- 똥따떠! 똥따떠! 떨따 똥따떠!

- 100점··· 100점입니다··· (코 쓱)

- 코쓱타드 등장했누 ㅋㅋㅋ

- 음탕이 무리하네ㅎ 오늘 옷 뭐야!

- ㅗㅜㅑ;; 미로에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 귀여움을 독차지한 음탕(예정)

오늘은 왕이나의 랭커 초대석을 카피한 실력자의 말! 말! 말!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날이다. 의상도 의상이었지만 이 컨텐츠가 죽 쑤면 음탕은 오늘도 풀 죽어서 울지도 몰랐다.

“그··· 오늘은 손님이 왔어! 다들 환영할 거지!?”

- ㅔ

- ㅖ

- 예 뭐··· 남자만 아니라면야

- 솔직히 말하지. 수염 자국 보이면 바로 백덤블링으로 탈출한다

음탕은 스트리머로 올해 안에 성공 못 하면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학업을 이어가야 했다. 극구 반대하던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음탕 스스로 내건 조건이었다.

그래서 갖은 수단을 다 쓰려는 건데··· 지금 온 사람이 도움 될지는 모르겠다.

“어··· 저··· 그···.”

- 음둥지둥 뭐야 ㅋㅋㅋ

- 농담이야 그냥 불렄ㅋㅋㅋ

- 커-엽

음탕은 한껏 힘준 옷에도 또 귀엽다는 소리를 듣자 볼을 부풀렸다. 과한 제스처지만 이것 역시 먹혔다.

- 음탕(만화 오타쿠)

- 저거 만화 리액션 아니냐?

- 음탕:(상어이빨을 하며) 아니거든!

- 하여튼 송하린이랑 컨셉 쌍두마차야 ㅋㅋ

“자! 실력자의 말! 말! 말! 첫 손님은, 중국 서버 랭커 최별님!”

음탕의 캠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했다. 신이 직접 주물럭거려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여성. 다만, 피조물의 한계인 건지 얼굴에는 표정이랄 것이 없었다.

‘저, 저는 이만···.’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 어··· 반가웠고요. 반가웠습니다]

- 최별이다! 그 망할 XX!

- 중국에서 그 왕처럼 행세하는 여자?

- 와;; 근데 미모 실화냐?

- 눈빛 봐; 맹수냐

- 내, 내가 안 말했어요! 쟤가 그랬어요!

‘별이 언니··· 오해 많이 사는구나.’

음탕의 친한 언니 최별. 음탕이 유비의 삼고초려처럼 간곡히 부탁하자 어쩔 수 없이 함께해준 랭커다. 그녀는 얼음 마녀, 뱀파이어, 진시황 등 별의 별 별명이 다 있었다. 외모도 외모였지만 플레이 스타일이 상당히 과격해서 그렇다.

- 내 첫 번째 캐릭터··· 쟤한테 주금

- 중국섭 위험인물 ㅋㅋㅋ

- 와 근데 음탕이 인맥 좀 놀랐다

- 최별도 방송 출연 거의 안 했잖아?

- 거의? 아예 안 했지;

- 와 ㅅㅂ 오늘 방송 음탕이 의상부터 수상했어. 빌드업 개 미쳤네;

‘최별이라고?’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구독 눌렀다. 랭커 썰 좀 듣겠네.]

- ㄹㅇ 최별이 썰만 풀어도 시청자 씹어먹겠네

- 일단 남자가 아닙니다 여러분! 착-석!

- 착-석

- 음탕 방송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해서 토의하겠습니다.

- 괜찮다로 결론 났습니다, 땅땅!

‘다행히 반응은 나쁘지 않아!’

음탕이 아직 미숙한 눈으로 채팅창을 읽었다.

- 음탕이 흘긋거리는 거 봐ㅋㅋ

- 내가 이래서 이 방송 보지!

음탕은 최별의 눈치를 슬쩍 봤다. 미미한 표정 변화도 잡아낼 수 없었다.

‘이러니까 사람들이 오해하지, 언니도 참···.’

“자! 그··· 바, 바로 질문 들어갈까, 얘들아?”

-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

- 시작해!

- 언능! 하야끄 하야끄!

“어, 저··· 첫 질문이··· 아! 참! 자기소개부터 해야 하는데!”

‘음탕아’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딴 식으로 할 거면 때려치워!]

- 이 돈 받고 차라리 MC 고용햌ㅋㅋ

- 냉-엄

- 이런 식으로는 미로에서 살아남지 못해!

“그··· 언니? 아, 그 최별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정색한 건지 화가 난 건지 싸늘한 표정의 최별이 말했다.

“반가워요. 중국 서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별이라고 해요.”

자기소개라고 하면 근황을 얘기한다던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길게 말하는 게 보통이다. 진행자가 그렇게 유도하는 게 보기 좋지만, 안타깝게도 음탕은 미숙했다.

“아! 자기소개 잘 들었구요! 다음 질문이···.”

- 벌써 끝이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클립 따라 얘들아ㅋㅋ 오늘 음탕이 맛탱이 갔다

- 아 왜케 커엽냐; 내 주머니에 들어와!

- 으직! 으지직!(주머니 들어가는 중)

- 이거 클립 따서 나중에 보자 웃음벨급이다 ㅋㅋ

음탕은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식은 땀을 흘리며 질문을 시작했다.

“일단 첫 번째 질문! 이번 공지사항 보셨죠, 최별님? 등불이 사실은 유저들이었다는 게 밝혀져 다들 충격을 받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무적인 일이죠. 비록 300명에 불과한 인원이지만 한 세력을 꾸리기에 충분한 인원일뿐더러, 타 서버와 달리 유저 주도적으로 시나리오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그렇군요!”

최별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다른 장점을 다 차치하더라도 한국인 IP만 접속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소수의 인원으로 시나리오의 부산물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커요.”

‘그래, 근데 그게’님이 5,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올빼미가 먹고 남은 거나 주워 먹는 거지, 안 그래?]

- 말넘심;

- 선 넘네

최별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왜 부모님에게 조금 더 일찍 낳아주시지 않았냐고 따졌나요? 단지 태어났음에 감사하는 게 더 좋아 보이는데요?”

- 맞다!

- 이런 개 후레자식! 감히 아버지에게!

- 저놈을 매우 쳐라! 밴 때려!

‘언니··· 하여튼···.’

최별도 랭커. 음탕은 최별이 올빼미를 동경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다소 예민하게 대처하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음탕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게 진행을 계속했다.

“충분한 장점이 있다는 말이시네요?”

“차고 넘치죠. 오히려 한국 사람이 타 서버에서 얻는 이득의 몇 배는 될 거예요.”

“그렇다면, 이 300명의 인원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선착순을 뚫는 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시나요?”

“그에 관해서 할 얘기가 있는데요···.”

“응?”

음탕이 사전에 언질을 받지 못한 내용이었다. 대부분 사전에 얘기되지 않는 내용을 방송하면 곧 사고로 이어지곤 했다. 중국 서버 랭커 최별, 그녀의 흰 피부와 대비되는 붉은 입술이 열렸다.

“한국 서버 ‘등불’에 합류하게 되는 유저 중 누구도 상관없어요. 그 IP를 제게 넘기세요. 크게 사례할게요.”

“이런 씨··· 언니!”

음탕은 최별의 숨겨진 신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재벌가 차녀라는 신분을 떠올렸다. 미리 떠올렸어야 했는데··· 사실 미리 떠올렸어도 설마 이런 얘기를 방송에서 꺼낼까 싶었겠지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방송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시청자 수가 급격히 늘어갔다.

하지만 음탕은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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