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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26화 (26/222)

# 26

26화

‘마침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 세카이노 진시루가 발켜진다]

- 한본어인데 왜 알아들을까;

- 진격의 올빼미 ㄷㄷ

- 외국섭에서도 나왔을지 모르나 영어라 못 알아들었···

- ㄴㄴ 세부 설정 나온 적 없음. 그리고 이렇게 각성자 뭉탱이 나온 적도 없었고

‘돈 다 줄 테니까’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중간에 끊지 마! 계속 말해줘!]

- 다음 화에 계속!

- To be continued···

- 1000원으로 부족해! 더 내!

- 네가 내!

- 돈 없어!

- 당당해!

성진은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당황했다. 하얀 가운, 훤칠한 얼굴의 홀로그램 사내는 계속해서 얘기를 이어갔다.

- 게이트 연구··· 허울 좋은 말이죠. 문명의 이기로도 만족 못 했던 세상의 주인들은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힘을 탐닉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경고했음에도 말이죠.

성진은 묻고 싶었다.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 게이트에서 흘러나온 건 인간이 탐내서는 안 될 힘이었습니다. 그 어떤 힘보다 막강했지만, 통제가 어려웠고 폭주할 가능성도 있었죠. 우리의 계획 중 첫 번째는 지도자들을 설득하는 것이었고 완벽하게 실패했습니다. 그들의 탐욕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올빼미님! 이들은 대체···.”

“저도 모릅니다. 일단 들어보죠.”

- 우리의 시도는 무위로 그쳤고, 지도자들은 우리를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디에도 눈과 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대로 포기한다면 인류가 종말에 치달았을 때, 아무런 희망도 남지 않으리란 걸 알았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포기하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계속해서 충격적인 말이 이어졌다.

- 게이트의 연쇄 붕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의 종말이 다가온 거죠.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인공적으로 각성자를 육성하는 기술이었습니다. 논란이 많은 기술이긴 했지만, 여기에 걸어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우월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위해 참여해주셨습니다.

‘인공 각성자?’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거 지금 현실에도 있는 기술 아님?]

- ㄴㄴ 그냥 대외적으로는 연구만 하고 있고 상용화할 생각 없다고 하는 기술

- 상용화는 무신··· 애초에 게이트 연구 최강국이 한국인데 해도 한국에서만 가능할걸?

- 현실에도 말만 나오고 있는 기술 아니던가? 여튼 들어보자 ㅇㅒ들앙

성진은 이 얘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종말 이후에서는 절대 아니었다. 현실의 기억이다. 그가 한창 임무에 투입될 때였던 걸로···

성진은 그때를 회상했다.

****

퓩!

“큭···.”

뜨겁게 달궈진 총구.

성진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총에 맞은 검은 정장의 가드가 허물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들··· 큭···.”

피가래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진의 뒤편에 벽에 등을 기댄 연구자 한 명이 쓰러져있었다. 그가 웃었다.

“네가 올빼미냐?”

“······.”

임무 중에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 성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올빼미, 네가 하는 짓이 무슨 짓인지는 알아?”

“······.”

“하긴··· 알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지.”

연구원으로 추정되는 사내는 성진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아무것도 몰라···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무슨 얘기지?”

“네가 누구의 명령을 받고 누구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지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충고하나 하지.”

“······.”

“그들을 믿지 마라. 넌 이용당하는 거야.”

이들의 이름은···

****

“올빼미님?”

“아, 아 예.”

“어디 안 좋으세요? 식은땀을 흘리시는 것 같아서요.”

성진은 회상에서 깨어났다.

아직도 동료들에게 끌려나가며 자신을 노려보던 연구원의 눈이 잊히지 않았다.

‘그걸 왜 잊고 지냈을까.’

병실에서 죽어가는 화초처럼 지낸 시간 때문인 것 같다. 중요한 일들을 잊어간 이유는. 영상은 계속 재생되었다.

- 우리는 종말에 대비했습니다. 정부 몰래 전국에 여러 시설을 지었죠. 이게 그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이 시설을 ‘등불’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뭐, 저희의 염원을 담은 거니까요. 우리의 계산대로라면 종말은 조만간 닥쳐오거나 먼 훗날에 닥쳐올 겁니다. 이 메시지는 모든 등불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내용입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저희는 단지 대비할 뿐입니다.

영상 속의 사내가 어디 한군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방향에는 공교롭게도 최성진이 있었다.

-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그곳엔 종말이 왔습니까?

이곳엔 종말이 왔다.

- 그렇다면 등불을 작동시키십시오.

‘미이쳤다’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한국에도 희망은 있는가! 각성자들 대거 합류!]

- 와; 저 사람 말이 진짜면 어떻게 되는 거지?

- 각성자 수백 명이라···

- 엄청 유의미한 인원은 아닐 듯? 타섭도 수천 명이 부벼도 아직 미진하잖아?

- 그거야 또 모르지; 등불 만든 사람들이 등불만 만들었겠어? 다른 것들도 있지 않을까?

‘아무튼 밀수들아’님이 2,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님들이랑 상관없는 얘기임 ㅋㅋ 시청료나 내셈]

- 어이! 여기 아직도 시청료 안 낸 녀석들 있나?

- 드, 드리겠습니다···

성진은 영상이 재생되던 기계를 지나 냉동된 각성자들을 한명 한명 확인했다.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 이들이 정말로 종말을 끝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인가.

군인들이 주춤거리며 다가왔다.

“저···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이들을 깨워야겠죠.”

성진은 푸르스름한 기운이 흐르는 원통형의 기둥을 바라보았다. 저 기둥의 머리 부분에는 불꽃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마 저곳에 손을 대는 모양이었다.

성진은 기둥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갔다.

삐익-

- 신원 확인되었습니다. 등불을 작동하시겠습니까?

“그래.”

- 등불을 작동합니다. 작동 후 일주일이 지나면 각성자들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기이이이이이이잉-

탁- 탁- 탁-

어두웠던 공간에 어떻게 이만큼 많은 조명이 숨어있었는지는 몰라도 성진이 등불을 작동시키자 벙커의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 연출 지리고욧

- 우주선 보는 줄 ㅋㅋ

- 남고괴담에서 불 꺼질 때랑 비슷한 연출이네

[chapter 2-3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2-3을 클리어합니다.]

[보상으로 적응이 Lv. 2가 됩니다.]

[보상으로 펄스 : 사이오닉이 Lv. 2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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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 순례]

「당신은 많은 것을 이뤘습니다. 연제구의 몬스터를 몰아내고 지상 벙커의 사람들을 지켜냈죠. 심지어 등불이라는 각성자 집단을 깨웠습니다. 하지만, 떠나야 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종말에 쓰러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부산역으로 향해 반전을 꾀해야 합니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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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아악! 보상 렙 오른 거 보소ㅋㅋ

- 사이오닉 오른 것도 좋은데 적응은 진짜 쌉이득이다

- 특히 타 지역 갈 때 적응이 개 크니까;

[적응 (Lv.2) : 당신의 신체는 특별합니다. 당신은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습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능력이 강화됩니다. 레벨이 상승하면서 더 빠른 적응이 가능해집니다. 환경으로 인한 즉사를 회피합니다. 유전자 적응은 이제 취식을 하지 않아도 가능합니다.]

- 요약: 이제 먹방 못 봄

- 구독 취소합니다

- 어흑 마이깟!

- 먹방 보려고 구독 했는디 ㅠㅠ

- 즉사 판정 회피는 심한 거 아니냐 ㅋㅋㅋ 방사능 피폭해도 안 죽겠네

펄스 사이오닉의 상태창은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성진은 몸속을 누비는 힘이 더 강해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쩌면 상승한 사이오닉 덕분에 전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가능할 것 같았다.

성진은 한 차례 각성자들을 둘러보고 일행과 벙커로 귀환했다. 이제 이곳에서 할 일은 끝났다. 벙커에 도착하자 연우가 달라붙었다. 자신이 떠난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들은 것일까. 애처롭게 달라붙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연우야, 삼촌하고 이모들 이제 갈 거야

- 잘 있어 흑, 건강해야 해ㅠ

- NPC한테 정들어버렸다 ㄹㅇ;

연우가 진정될 때까지 가볍게 등을 쓸어주다가 사람들에게 향했다. 사람들은 등불에 관한 얘기로 부산스러웠다.

“등불?”

“그래, 각성자들이 가득 차 있더라고.”

“식량, 식량이 있었다고?”

“식량뿐만 아니라 무기도 있었어. 대체 무슨 일인 건지···.”

성진은 이들과 이야기하려다,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 이제 아름이가 올 시간이 다 되어간다. 피곤한 몸이었지만 접속을 해제하기 위해 수면실로 향했다.

****

성진의 캡슐이 열렸다.

일주일 내내 다이브한 상태라 탈력감이 찾아왔다. 오랫동안 잠수하고 나온 사람처럼 축 처진 몸이었지만 그에게 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

또각··· 또각···

복도를 울리는 여성의 구두 소리가 난다. 그는 보고, 듣는다. 다만 말하지 못하고 웃지 못하고 만지지 못한다. 그 때문에 더 열심히 듣고 열심히 생각하며 열심히 마음 쓴다.

‘구두··· 내가 사준 구두···.’

여자가 좋아하는 색, 여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뭔지 몰라서 생일 선물도 신아름을 부득불 데려가 고른 구두다. 이십 만원 정도의 제품이었는데 그것마저도 비싸다고 마다하던 신아름. 몇 년이 지난 구두인데도 중요한 날에만 신고 다닌다고 하던 걸 들었다. 그런데도 굽이 몇 번이나 나가서 울상 짓는다고 하는 걸 병실에 오면 재잘대었다.

“오빠! 나 왔어!”

‘그래··· 왔어? 오느라 힘들지는 않았고?’

움직이지 않는 몸에 갇혀 지내는 동안 그녀를 만나면 수다쟁이가 되었다. 하지만 말은 언제나처럼 머릿속으로만 흘러나왔다. 기대도 안 했다.

초겨울, 밖은 쌀쌀한지 신아름의 얼굴이 발그레 해져있다. 손이라도 움직이면 따뜻한 손으로 만져줄 텐데, 야속하게도 미동도 없었다. 기대도 안 했다.

튤립 향이 은은하게 실내에 퍼진다. 감각이 예민한 성진은 예전엔 튤립을 싫어했다. 향이 너무 강해서 머리가 아찔해졌기 때문에. 그런데, 그녀를 만나고부터는 튤립이 좋아졌다.

비누 향도, 향수를 뿌린 것도 아닌데 아름의 몸에선 은은한 튤립 향이 났다. 그게 참 좋았다.

바스락거리며 이것저것을 내려놓는 신아름. 냉장고에 주섬주섬 뭔가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어휴, 나 없으면 냉장고 채워줄 사람도 없구나? 이래서 우리 오빠 나 없으면 어떡하겠어?”

‘그러니까 말이야.’

신아름이 다가와 곁에 앉았다. 그녀가 성진의 짧게 친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오빠는 역시 짧은 머리가 잘 어울려! 군인하길 잘한 것 같아.”

‘군인··· 다시는 군인 같은 건 안 할래.’

강아지라도 된 것마냥 아름의 한마디 한마디에 감정이 반응했다. 절망감을 제외하고는 죽은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성진의 감정 하나하나를 새로이 일깨웠다.

“오빠··· 있잖아. 오빠가 일했던 곳에서 사람이 나한테 찾아왔었어.”

‘일했던 곳?’

성진은 자신이 근무했던 부대를 아름에게 말한 적 없었다. 워낙 위험한 일이기도 했고 소속이 없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글쎄 이번에 오빠 사고 위로금이 정상 지급될 예정이라고 하더라? 오빠 보호자가 나라서 내 계좌로 넣었다고 하더라고. 참, 무슨 일을 그렇게 해? 그래서 나도 막 따졌잖아.”

‘하하··· 막 이래’라고 얼버무리는 신아름. 성진은 잠자코 들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저 일했던 곳에서 나온 사람은 자신을 종말에 떨어트린 그 사람인 것 같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가 약속을 지킨 거니까. 후원금과 미로의 방송송출 수익금을 신아름에게 주기로 한 약속.

‘그런데, 얼마나 나왔을까.’

신아름이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말했다.

“그 돈이··· 좀 커 오빠. 나 엄청 놀란 거 있지? 억이 넘더라고. 하하···.”

‘억?’

고작 일주일 방송했을 뿐인데도 돈이 꽤 지급되었다. 이건 최성진의 구독자들의 후원금이 타 방송에 비해 높은 탓이었기도 했고, 미로의 종말 이후 한국 서버 시청자들을 성진이 죄다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최성진은 그것을 잘 몰랐지만.

신아름이 머뭇거리며 말하기를 주저했다.

무언가 말하기 어려운 주제인가 보다.

‘괜찮아, 말해 봐.’

“오빠, 그··· 위로금 말이야. 그··· 참··· 엄마가 알아버렸거든.”

‘그랬구나.’

“그··· 엄마가 내가 싫다고 하는데도 자꾸 오빠 위로금으로 급한 불부터 끄자는 거 있지?”

‘급한 불?’

성진이 알기로 신아름의 가정 형편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열심히 살아오셨지만, 부모님 중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부터는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었다고 알았다. 아마 그 얘기를 하고 있나 보다.

미안한지 신아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신아름이 얘기했다.

“오빠··· 그 돈 내가 잠시 빌리면 안 될까? 금방 갚을게! 안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 막 집에 찾아와서 돈 갚으라고 할 때마다 너무 무섭거든··· 응? 꼭 갚을게···.”

신아름의 얼굴이 구겨진다. 눈물로 추정되는 방울들이 성진의 앙상한 손으로 떨어졌다.

‘데자뷰가 설명을 제대로 안 했나?’

신아름이 쓰라고 만든 돈이다. 자신을 돌보느라 일도 제대로 못 나가고 함부로 쓰면 안 되는 돈을 끌어다 쓰느라 상황이 어려워졌을 게 뻔했기에.

“그 사람들이 오빠 보호자가 나니까 내가 알아서 쓰라고 하긴 했는데, 오빠 허락 꼭 받아야 할 것 같더라구···.”

‘그랬구나.’

그냥 쓰지. 여전히 마음이 여리다.

“오빠, 급한 불 끄고 나머지는 내가 해결해볼게. 남은 돈은 우리 통장에 저금해둘게···. 괜찮을까?”

‘그렇게 해.’

사실 그냥 다 써도 됐지만 신아름은 자신이 벌떡 일어나 말하기 전까진 그렇게 할 위인이 아니다.

신아름은 울던 얼굴로 웃었다.

“헤헤··· 나중에 오빠랑 결혼하면 그 돈 다 내 거잖아. 그때까지 참을래. 나 야망 있는 여자거든.”

신아름의 농담이 성진의 마음을 따듯하게 했다. 그녀가 성진의 손을 붙잡고 머리를 묻었다.

“오빠··· 오빠 일어나면 우리 결혼하자. 그래서 우리 꼭 행복해지자.”

‘그래, 그러자. 아름아.’

성진은 신아름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 야속하게도 닦아줄 수조차 없었다.

“그러니까··· 일어나.”

메아리도 없었고 대답도 없었기에 병실이 더 쓸쓸해졌다. 신아름이 눈물 먹은 소리로 하소연했다. 감정이 북받쳐 올랐나 보다.

“일어나라고, 오빠! 흑··· 흐윽···”

역시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신아름은 매일 기대했지만, 오늘도 역시 배신당했다.

“아우 나 미쳤나 봐··· 오빠 미안해. 오빠가 제일 힘들 텐데···. 이 주책 바가지···.”

꿈틀···

아주 미미한 진동이었다. 개미가 기어가고 산들바람이 살랑이는 흐름. 그런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림없이 움직임이었다.

“어?”

꿈틀···

성진의 앙상한 손이 움직였다.

“어? 어어? 오, 오빠?”

꿈틀···

우당탕 소리와 함께 신아름이 구두도 신지 않고 복도로 뛰쳐나갔다.

“누, ···누구! 누가 좀! 오빠, 오빠가 움직였어요!”

신아름은 그대로 병실을 나가 사람을 찾으러 달렸다. 눈물에 화장도 다 지워진 얼굴일 텐데, 나중에 알면 부끄러워하겠지.

성진은 필사적으로 집중해서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아직은 손가락 끝이 조금 움직일 뿐이다.

최성진은 생각했다.

자신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틀림없이 살아있다고.

병실에 새싹이 얼음을 깨고 나올 때, 종말 이후 유저들의 스마트 폰이 진동했다.

데자뷰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왔다.

“어? 뭐야?”

"뭐라고?"

서둘러 메시지를 확인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공지사항] 안녕하세요, 한국 유저 여러분. 데자뷰입니다. 종말 이후를 즐겨주시는 여러분들 덕에 개발진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한국 메인 시나리오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 주시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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