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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25화 (25/222)

# 25

25화

‘또 혼자···’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왜 맨날 혼자 다 하는 거야 ㅠㅠ]

- 오늘의 한 일) 대형 몬스터 2기 처치, 벙커 소형 몬스터 청소, 그 외 다수

- 스케줄 넘모 빡빡하구연~

- 스바라시~!

“삼초온!”

“연우야.”

“으아아앙! 무서웠어!”

연우가 도도도 달려와서 성진에게 안기었다. 비록 피에 전 성진이었지만 연우는 아까와는 달리 안기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연우야, 삼촌 몸 지저분해.”

“괜찮아! 연우가 이해할게!”

연우가 성진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그 모습이 마치 고양이 같았다.

‘연우야···’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삼촌 호흡이 곤란해···]

- 삼촌들이 심장이 많이 안 좋아···

- 크윽··· 연우한테 힐링 당했다

- 연쇄 힐링마다! 힐링마가 낙타났다!

- 도망쳐!

성진이 자신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얘기했다. 모두 그의 말을 기다리는 것 같아서 한 일이다.

“끝났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성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람들이 소리쳤다.

“살았어! 살았다고!”

“어흐흑···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허물어져서 우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던 건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인 자들은 우느라 숨 쉬는 게 힘들어 보였다. 마땅히 기뻐해도 될 일이었지만 희생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네? 저희 남편이···.”

“부군께서는···.”

“거짓말! 거짓말이야! 으아아아악!”

임신한 부인을 남겨두고 전투에 나선 남편이 죽었다. 깨진 바이저에 얼어붙은 시체가 담겨서 왔다. 부인은 우는 것도 힘든지 이내 쓰러져 버렸다.

- ㅠㅠ 전쟁이 이렇습니다, 여러분

- 가끔 AI 맞나 의심스럽다

- AI일 리가 없어;;

성진은 한동안 슬픔에 잠겨있는 벙커의 사람들을 뒤로하고 수뇌부가 있던 방으로 들어섰다. 아직 참상이 벌어진 그 상태 그대로였다.

‘허망하군.’

장의원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고작해야 피난민 벙커에서 왕 노릇을 하려 했을까, 또 한중령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장의원의 말을 따랐을까.

- 올빼미··· 나는 잘못 살아왔다···.

한중령이 이런 말을 남기고 죽은 지 고작 2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차라리 다 같이 힘을 합쳐 막아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 봐야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올빼미··· 어떻게 된 일이야?”

“아, 병철님.”

정병철도 성진이 상층부로 향하자 따라 올라왔나 보다. 정병철은 상층부가 괴멸된 것을 모르니 당혹스러운 게 당연하다. 성진은 그에게 아까 전 상층부에서 있었던 일을 담담히 얘기했다.

“그럴 수가··· 그래도 저 혼자들은 잘 먹고 잘살 것처럼 하더니···.”

한참을 탄식을 내뱉던 그가 얘기했다.

“이제 벙커는 어떻게 되는 거지?”

성진은 이에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은 떠날 사람이었으니까. 이후의 일은 이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했다.

박살이 난 상층부를 수습하고 내려오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 화제가 조금 안타까운 내용이었다.

“그 한중령이랑 장의원 개자식들! 이번 기회에 싹 다 끌어 내려야겠어요!”

“아무렴! 벙커도 이참에 뒤집어엎어야겠어!”

정병철과 성진은 입을 다물고 듣고 있다가 누군가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받았다. 정병철이 한숨을 쉬고 상층부에서의 일을 말했다.

“그, 그 늙은이랑 군인이 죽었다고?”

“정말이야? 정말이냐고!”

사람들은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정병철과 성진도 혼란스러웠으니까.

‘남아 있는 군인들, 그리고 또 지도자는 어떻게···.’

군인들이야 최근에 민간인들이랑 자연스럽게 섞여들었기 때문에 지내는 데 무리가 없을 거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나아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벙커를 이끌 지도자가 필요해.’

벙커는 지도자가 없으면 이런 상황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성진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이 쳐다보자 다른 사람들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몬스터 웨이브 때의 성진의 활약을 보고 다른 마음을 품은 것 같다.

“저··· 올빼미님이 벙커를 맡아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맞, 맞아요! 올빼미님이 벙커를 맡아주시면 저희도 안심···.”

‘아 ㅋㅋ’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나도 올빼미 쳐다보고 있었네 ㅋㅋ]

- 그야 벙커 영향력 올빼미가 반 정도 먹고 들어가서 일 듯

- 역시 지도자 먹는 데에 나이나 이런 게 중요하지가 않네. 종말 이후는 힘 센게 최고야

- 늘 짜릿해, 새로워. 언제나 최고야!

성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곧 떠나야 합니다. 벙커의 지도자는 맡을 수 없어요.”

“아··· 떠나신다고 했죠?”

낙심한 그들을 두고 성진은 정병철과 따로 얘기했다. 지금부터는 곧장 민간인들에게 얘기하기엔 민감한 주제였다.

“벙커···라고?”

“예, 장의원은 그 안에 각성자들이 들어차 있다고 했습니다.”

“각성자라···.”

성진은 그 벙커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들이 깨어났을 때 이곳을 적대하면 위험합니다.”

“그 말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와 공존하려 했을 때의 이익이 크기 때문이겠지?”

정병철은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다. 성진의 의도를 금세 꿰뚫어 보았으니까.

“당신은··· 그들을 깨울 생각이겠고.”

“예.”

“흐음, 이건 나 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벙커의 주민들이랑 얘기해 봐야겠어.”

‘야, 야야’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왜 시나리오 안 끝나냥? 보상 안 주나?]

- 이거 느낌이 쌔한 게 암래도 각성자 벙커 열어야 끝나는 듯

- 빌드업 오졌따리

성진은 말이 나온 김에 바로 벙커 주민들과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벙커 주민들은 대화하기 껄끄러운 상황이 될 것 같아서.

정병철의 얘기를 전해 들은 민간인들과 군인들은 고민에 빠졌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결국 스스로 멸망을 자초하는 건 아닌지.

“이 시기에 각성자 벙커와 접촉하는 게 옳은 일일까? 그들이 우리 위에 서려 하면···”

“능력 있는 자가 벙커를 이끄는 건 상관없지. 그만큼 상황이 나아질 테니까.”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누군가 성진에게 물었다.

“올빼미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 말입니까?”

“네, 객관적으로 판단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어차피 벙커를 떠날 성진이라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나 보다.

성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열어야 합니다.”

“예? 그 이유는요?”

“이대로라면 벙커는 위기가 다시 한번 찾아오면 무너집니다.”

“······그렇겠죠.”

정병철이 끼어들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번에는 올빼미도 있고 운이 좋아 넘어갔지만, 다음번에는 대형 몬스터가 한 마리만 와도 막을 수 없어.”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긴 하지··· 이번에 전투원들도 꽤 죽었으니까.”

“이 상황에 또 처지는 얘기는 왜 해요!?”

“상황을 정확하게 보자는 취지였어.”

아직 벙커는 갈 길이 멀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의견이 벙커에 접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모아졌다.

얘기가 진척되어 벙커에 접촉하기 위해서 누가 가야 하는지 정해졌다. 성진과 정병철, 그리고 전투 후에도 멀쩡한 군인 둘.

뜸 들이지 않고 말이 나온 김에 접촉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오늘 가나 내일 가나 큰 차이는 없었으니까. 성진은 거리가 2km 내외라는 점과 시가지 인근에 벙커가 있다는 점에 놀랐다.

에너지를 완충하고 나서는 성진과 일행들. 인근의 몬스터가 싹 다 몰려온 웨이브 덕분인지 연제구의 거리는 한산했다. 종말 이전이라면 이곳에 사람들이 버글거렸을 테지만 지금은 꽁꽁 얼어붙은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하하, 몬스터가 없는 연제구라니······.”

“올빼미님은 정말 가시는 겁니까?”

“이 친구들, 부담스럽게 그런 얘기는 왜 하나?”

성진과 일행은 어렵지 않게 GPS가 가리키는 장소에 도달했다. 거대한 철문이 지상으로 볼록 솟아있었다.

“이런 건물이 있었던가? 자네들 알아?”

“저희도 모릅니다. 이런 건물은 처음 보는데요?”

“음··· 근데 이 위치라면 그렇게 넓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들어가 보죠.”

“그런데 이 쇠사슬은 어쩌고? 빗장이 걸려있는데?”

양쪽으로 되어있는 철문은 사람 팔뚝만큼 굵직한 쇠사슬로 칭칭 감겨있었다. 성진은 가볍게 사이오닉을 휘돌려 쇠사슬을 후두둑 끊어냈다.

“어? 어어?”

“각성자들은 원래 이렇게 강한가? 저 안에 있는 것도 당신처럼 괴물이면 어떡하지?”

“그들이 호의를 갖길 바라야겠죠.”

철그렁-

오랫동안 열리지 않던 문이 소음을 내며 좌우로 젖혀졌다. 문이 열리자 기대했던 공간은 나오지 않고 또 하나의 문이 나왔다. 다만 그 문은 연구소의 섹터를 출입하는 문처럼 생긴 문이었다.

출입구에 자물쇠라던지 손잡이라던지 하는 게 안 보였기 때문에 다른 출입 방법을 찾아야 했다. 문의 중앙에 손을 가져다 대는 것 같았다. 먼저 군인들이 손을 가져다 대 보았다. 혹시나 국방부에 신원이 등록된 사람만 출입이 되는가 해서.

- 출입이 불가합니다.

아무래도 아닌가 보다.

정병철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성진에게 턱짓했다. 성진은 가볍게 손을 가져가 정사각형의 홀로그램 판에 손을 올렸다.

삐릭-

- 신원 확인되었습니다. 출입을 허가합니다.

“음? 당신 게이트 연구소 쪽 사람이었나?”

“아뇨, 저도 처음 보는 장소입니다.”

“흐음··· 신기하네.”

- (우리도 신기하다)

- 유저 전용인 거 아니야? 그래서 NPC들이 열면 안 열리는 거고

- 와! 천재신가?

- 그러면 장의원 혼자 여기 왔어도 못 들어갔겠네

- 그 노인네는 불운의 아이콘이야 뭐야?

- ㅋㅋㅋ 와서 벙 찌는 모습 상상했는데 좀 웃기네

치이익-

네 명은 미닫이로 열린 문을 따라 들어갔다. 곧장 지하로 이어지는 길을 한참 걸었다.

- 너무··· 깊어···

- ㅗㅜㅑ 좀 이상하게 들리는데

- 오빠! 너무 깊···

- 지하로 깊이 들어가는 거 보면 작은 공간은 아닌 듯?

- 그러게 엄청 웅장할 것 같은데?

성진이 앞장선지라 가장 먼저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주 깊이 내려갔다고 느꼈는데, 어느 순간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 대략 지하 4층 정도 되는 깊이였다.

“이런··· 올빼미···.”

“이, 이게 다 뭡니까!”

“말도 안 돼! 이런 공간이 연제구에 있었다고?”

한기가 도는 공간이라는 게 성진의 입김으로 드러났다. 성진이 나온 곳은 거대한 돔 형태의 공간의 한 가운데였다. 문은 신기하게도 이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성진은 빙글 돌아보았다. 미국의 감옥을 보는 것 같았다. 층별로 나뉜 공간은 무언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사람이었다.

‘냉동 캡슐에 가득 찬 사람이라니···.’

-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고 싶나? 사람이야. 하지만 사람이 아닌 것들이지.

이 순간, 장의원의 말이 떠올랐다.

- 인류의 미래는 이렇게 어둡습니다 ㅠㅠ

- 저들은 누구인거신 거시었던 거신가

- 거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잘 모르겠읍니다

- 연제구에서 스케일이 갑자기 SF처럼 변해버렸다

군인들과 성진은 공간을 살피며 돌아다녔다. 수색의 와중, 통로가 하나 더 나왔기에 쭉 들어가 보았다.

“이건··· 식량?”

“저쪽은 에너지 탄약이랑 병기인 것 같습니다.”

“이들이 깨어났을 때를 대비한 건가 본데.”

“문제는 이 각성자들의 몸에 어떤 감정들이 들어차있냐는 거죠.”

“이것 참, 깨우기 전에 물어볼 수도 없고.”

성진은 기시감에 휩싸였다. 친절하게 안배된 상황에 자신에게만 출입을 허가한 공간. 어딘가 짜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을 거닐며 생각을 이어가다가 다시 예의 냉동 캡슐이 가득 찬 곳으로 돌아왔다.

‘이 장치는 뭐지?’

눈길을 끄는 기계 장치가 있었다. 성진은 무심결에 손을 올려보았다.

삐릭-

- 신원 확인되었습니다. 영상을 재생합니다.

- 아아··· 들리십니까?”

성진과 군인들은 당황했다. 갑자기 기계에서 영상이 흘러나왔다.

“뭐, 뭐야!”

“뭘 만지신 겁니까, 올빼미님?”

“손을 올렸을 뿐인데 재생이 됐네요.”

- 당신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 도달한 것을 보면 각성자겠지요.

영상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 묻겠습니다. 그곳엔 종말이 왔습니까?

‘소오오오오오오름’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뭔데! 뭐냐고! 궁금해에에에!]

불바다가 된 채팅창, 영상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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