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
22화
“성오야, 밑에 놈들은?”
“다른 군인들은 내려보냈습니다.”
“이익···!”
손찌검을 하려던 장의원은 그마저도 귀찮은지 손을 휘적거렸다.
“됐다, 어차피 시간 끌어줄 놈들도 필요하니.”
“떠나는··· 겁니까?”
“그래, 이 벙커는 이제 끝났어.”
“하지만 다들 힘을 합쳐서 싸우면···.”
“싸워? 성오야. 정신 차려라. 지금 이 벙커의 민간인들과 힘을 합치자는 거냐?”
“예, 분명 그러면···.”
장의원은 정말 궁금해서 묻는다는 듯이 질문했다.
“우리가 왜?”
“네?”
“우리가 왜 그래야 하냐고. 저 땟국물 잔뜩 낀 무지렁이 놈들을 구하기 위해서.”
“······.”
“저딴 놈들이 죽건 말건 우리완 상관없는 일이다. 민간인들이 시간을 끌어주는 사이에 우리는 상황을 보고 연제구에 있는 다른 벙커로 향하면 그뿐이야.”
한중령은 무언가 말을 꺼내려 하다가 도로 삼키었다. 그가 늘 살아왔던 방식대로 장의원의 말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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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은 곧장 시나리오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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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 양들의 목자]
「연제구 지역에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습니다. 애석하게도 당신이 머무는 벙커가 이 여파에 휩쓸릴 것 같습니다. 당신은 선택해야 합니다. 이곳을 포기하고 곧장 떠나던지. 민간인들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인지를.」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 이 임무는 선택형 임무입니다.
* 이 임무는 성과별 보상 지급 시나리오입니다. 높은 성과를 달성할 경우 더 좋은 보상이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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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터 웨이브?
- 뭔데 먹는 거냐?
- ㄴㄴ 이거 일섭에서 교토인가? 거기 벙커 여럿 뭉갠 그거일걸?
- 나 일섭하다가 휘말렸었음; ㄹㅇ 장관임
- 국방부 장관? 깔깔깔
- 풉ㅋ풉ㅋ 코미디안이신가보다··· 덕분에 웃었네요. 신고 눌렀습니다
- 회원님 재치에 배꼽 빠질 뻔했네요. 김밥 한 줄 놓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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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일어난 거?]
- 아무도 모름;
- 그냥 일어난 거
- 아침에 내 존슨이 일어나듯이?
- 에게, 그 쪼꼬미?
- 작지 않아!
표정을 굳힌 성진이 수뇌부를 찾았다. 아무래도 이 일의 대처방안에 대해 의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수뇌부가 보이지 않았다. 이 위급한 상황에 다 어디 간 건지. 지나가는 넋이 나간 군인 한 명을 붙잡고 물었다.
“아, 아아··· 올빼미님.”
“한중령님은 어디 있는 겁니까?”
“그것이··· 저희도 모릅니다. 정문에서 바리케이트 구성하고 상황에 따라 대응하라고만 하신 후, 사라지셨습니다.”
“그런··· 알겠습니다.”
“예. 그럼 전 이만.”
휘적휘적 슈트를 입으러 가는 군인에게서 돌아선 최성진은 승강기에 올라타려 했다. 하지만 승강기는 작동이 정지된 채였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전원을 차단한 것 같았다.
‘설마··· 아니겠지.’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고개를 드는 의구심은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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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5분 뒤 엄청나게 빡쳐있습니다]
- 스포 자제;
- 와 벌써 화나자너~
- 왠지 그림이 그려진다
- 이 위급한 순간에ㅠㅠ
계단을 올라가자 소음이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이 화가 잔뜩 났다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정병철이었다. 그가 잔뜩 화가 난 기색으로 강철 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문 열어! 문 열라고!”
“······돌아가라.”
“벙커가 지금 짓밟히게 생겼는데 돌아가게 생겼어!? 어떻게 할 작정인지 말은 해줘야 할 거 아니야!”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려두었다. 그들과 합류해서 의논해라.”
“미친 자식! 너희들은 어쩔 건데?”
“······돌아가라.”
성진은 앞선 대화로 상황을 짐작했다. 말싸움에 끼어들었다.
“장의원님의 뜻입니까?”
이제껏 들려오지 않던 장의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내 뜻일세.”
“도망치려는 겁니까?”
“도망이라니? 지휘관이 전선에서 물러나는 건 작전 상 후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
“···병사들과 민간인이 다 죽더라도?”
장의원이 잠시 멈칫하더니 기대보다 더한 대답을 쏟아냈다.
“문제될 것 있나? 그게 그들의 쓰임새야. 죽기 전에 한번은 쓸모있는 일은 하고 죽어야지. 대체 우리가 어디까지 해주길 바라는 건가?”
“역겹군요.”
“칭찬으로 알겠네. 어떻게, 자네도 합류할 생각이 있나?”
“전혀.”
끅끅거리던 장의원이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네. 그럼 가시게나. 살아서든 죽어서든 다시 볼 일은 없을걸세.”
굳게 닫힌 문 뒤로 장의원이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이것이 5분 뒤 미래’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어때요? 제 말이 맞았죠?]
- 치이익··· 네, 경위님 미래가 참 알차네요
- 장의원 래리어트 갈기고 싶다
- 동의합니다
‘근데 갓직히’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벙커에서 막아낼 수준이 아니라며? 그럼 빤스런 각이긴 하네. 올빼미도 빤스런 각 잡아야 할 듯ㅋㅋ]
- ???
- ??
- 그러겠냐? 올빼민데;
- ㅇㅈ 우리는 바로 빤스런 때렸을 테지만, 올빼미라면···
- 올빼미를 넘모 모르는 것이구연
- 구독했으면 이런 말도 안 하겠지?
성진이 바라본 정병철은 수뇌부에 분노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간마저 아까웠다. 성진은 지체하지 않고 정병철에게 말했다.
“가용 가능한 슈트는 충분한가요?”
“그게 구형까지 사용하면 남기는 할 거야. 민간인 중에서도 전투를 할 수 있는 사람들까진 충분히 입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가시죠.”
정병철은 수뇌부가 있는 방의 굳게 잠긴 문을 바라보다가 성진을 따라나섰다.
“그래, 가자고.”
벙커의 문을 나가자 벙커보다 한참 앞쪽에서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있는 병사들이 보였다. 맥없어 보이는 모습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들 중 누군가가 성진을 알아보고 반색하며 달려왔다.
“오, 올빼미님! 떠나신 줄 알았습니다! 떠나시려던 거 아닙니까?”
“이보게, 박일병.”
“아, 정상사님.”
“음? 내가 상사 전역했다는 건 어디서 들었나?”
“수색조 활동이 끝난 후에 동료들에게 물어봐서 알았습니다. 그때는 제가 무례했었습니다.”
“아니야. 괜찮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는 거지?”
‘급식이 예상 답안’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친구들아 미안하다!]
- 괜찮아! 친구야! 뜨든 뜬뜨드 든~
- 하도 급식이 거려서 이제 학식이랑 급식이중에 뭐가 이름인지 모르겠어ㅎ
- 급식으로 이름 짓는 부모가 어딨어ㅋㅋㅋ
- 배고프면 그럴 수 있지
- 그럼 야식으로 지었겠지
- 천잰데?
“저··· 중령님은······?”
“···우리만으로 막아내야 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모습을 보이시지 않길래 예상은 했지만 허탈하네요.”
“일단 상황부터.”
“아, 예. 현재 군인 42명 민간인 20명으로 구성된 병력이 바리케이트 구성하고 있습니다.”
“적들은?”
“······못해도 기백은 되어 보입니다.”
“한마디로 위기라 이거네.”
“네. 그렇습니다.”
성진도 적당한 소총을 골라잡았다. 시가전, 거기에 강한 화력도 없는 지금은 이만한 무기도 감지덕지였다.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마도 전투에 차출된 민간인들이겠지. 그들에게 다가가 진정하라는 말을 건네기도 전에 전투가 시작됐다.
“옵니다! 전방에 다수의 적 출현!”
“사거리로 들어오기까지 기다려! 아직 쏘지 마라!”
에너지 병기의 사정거리는 열병기에 비해 그렇게 길지 않았다. 특히나 몬스터에게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거리는 불과 200여 미터 안팎. 이것도 최대한 쳐준 수치다. 심지어 대형 몬스터는 저항도 강해 에너지를 때려 부어도 쓰러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몬스터들이 서서히 접근해왔다.
횡으로 죽- 늘어서 있는 병력들을 눈에 담았다. 이미 죽음을 직감하고 울음을 터트린 사람도 있었고 보기에도 심하게 떨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군인 중에서도 여럿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시야에 들어온 몬스터의 군세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보였다.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돌아서 달아난다고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도망친다면 벙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짓밟혀 죽을 게 뻔한데.
사면초가에 놓여 배수의 진을 친 상황이다.
총구는 아직 적을 노려보기만 할 뿐이다. 총구가 목소리를 내는 순간이 이 지독한 전투의 시작일 것이다.
적들은 점점 다가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이제 곧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온다. 누가 지시를 내릴 것인가 서로 쳐다보기만 하는데 정병철이 오른손을 들었다. 자신이 수신호하겠다는 뜻이다.
마침내, 몬스터의 발이 최후의 선을 넘어섰다.
그리고 짧은 호흡이 있은 후에 정병철이 외쳤다.
“쏴! 다 죽여버려라!”
“으아아아아아!”
“죽어어어!”
“씨바아알!”
기이이이이잉-
찰칵-!
투두두두두두두! 투두두!
“키아아아아악!”
얼마 없는 에너지 철갑탄까지 동원한 진지의 화망이 벼락을 뿜어냈다. 너나 할 것 없이 배터리를 아끼지 않는 통에 선두의 몬스터들이 에너지 탄에 박살 났다.
그렇게 전투가 계속되었다.
****
“아빠! 올빼미 삼촌이야!”
“연우야, 거기서 내려와. 아니, 뭐라고? 오, 올빼미님이라고?”
“응! 저기 봐!”
연우가 가리킨 방향을 서민혁이 바라보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은 있다는 듯, 전투는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슈트의 군집 속에서 검은 색 코트를 입은 사내가 눈에 띄었다. 밖은 숨결을 내뿜으면 곧장 얼어붙어 부스러기로 화하는 세계다. 그런 세계에서 슈트 없이 활동하는 사람이라곤 올빼미 말고는 보지 못했다.
“떠나지 않으셨구나···.”
어차피 떠나기로 한 벙커, 조금 이르게 떠난다고 해도 괜찮았을 텐데. 아마도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나선 것 같았다. 올빼미는 자신과의 첫 만남 때부터 그런 식으로 행동했었으니까. 신기한 사내다.
“아빠! 저기 저거 뭐야?”
“음? 저거? 저건···.”
연우가 정문 방향이 아닌 측문 쪽을 가리켰다. 그 방향에서는 야트막한 산 두 개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걸음마다 지축이 울리는 것 같았다. 그것은 천천히, 하지만 똑바로 벙커를 바라보며 걸었다.
“저, 저게 뭐야!?”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
성진은 여전히 벼락을 뿜어대는 화망의 틈새로 무언가를 엿보았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몬스터들이 엄폐하거나 화살을 쏘아내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곧,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전진해올 것이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블루 고블린.
연제구에 어떤 몬스터들이 서식하는지 물었을 때 정병철이 말해준 몬스터 중 하나다. 환경에 적응해서 털이 몸을 뒤덮은 모습으로 전투력은 별 볼 일 없지만 아주 영악한 몬스터라고. 지금 벙커의 높은 담벼락에 몸을 숨긴 그 몬스터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웃어?’
표정을 뭐라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웃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잠시 벗어나 벙커의 옥상으로 거미줄을 사출해 사뿐히 올라섰다. 몇 초 걸리지 않은 동작이었다.
‘저건···.’
성진은 측문에서 접근해오는 몬스터를 확인했다. 벙커의 높은 벽을 믿고 경계를 세우지 않았기에 발견도 늦었다. 아니, 사실 경계를 세울 정도의 여유가 없었다. 지금도 소총 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있다.
화망이 느슨해져서 몬스터가 벙커에 닿는 그 순간, 지옥이 열릴 것이다.
‘저 몬스터는··· 자이언트 매머드.’
가죽이 두꺼워 어떤 병기도 파고들기가 어렵고 내구력도 상당하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체중에서 오는 무지막지한 힘이 자이언트 매머드를 상징했다.
‘뿌우우 귀여운’님이 5,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아기 코끼리 덤보!! ······였었는데 머징]
- 존나 컸누
- 와씨; 격벽 부수러 오는듯;;?
- 격벽 뿌셔 벙커 뿌셔ㅠㅠ
- ㅈ댐; 공성추로 저만한 게 없을 듯
- 쟤는 에너지 소총 면역이잖아?
- 면역까진 아니고 진지 배터리 다 써도 안 쓰러질 정도로 터프한 거
- 그게 그거네;
성진은 곧장 진지에 합류해 정병철에게 얘기했다. 정병철은 난색을 표했다.
“젠장! 막을 방법이 없어! 벙커에는 저만한 괴물을 쓰러트릴 화력이 없다고!”
“제가 가겠습니다.”
“······뭐?”
“저 혼자 가겠습니다.”
‘정병철 속마음’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또?]
- 에엣? 또 간다고?
- 절대로 무리일 거라고!
- 정병철 말투 그거 아니잖아옄ㅋㅋ
- 뭔데 다 혼자서 하려는 건데;
‘항상 혼자 해왔으니까’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양치질, 옷 갈아입기, 머리 말리기]
- 그리고 프로스트 오우거 사냥
- 아이언 오크 대전사 사냥도
- 갑자기 과격해졌누;
- 뭔 일이 있었던 거야 ㅋㅋㅋ
‘괴물을 쓰러트릴 화력이’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없었는데요, 생겼습니다]
- 올빼미>>>>>>기관총, 곡사포, 펄스 캐논
- 올빼미는 갓직히 핵급이지. 실제로도 핵 쓰잖아
- 엥? 핵 쓴다고? 어쩐지; 무슨 핵?
- 개잘핵ㅋ
- ㅋ 낚였누
정병철의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틈을 노리고 다시 몬스터들이 접근해왔기 때문에.
“자신 있나?”
“해내겠습니다.”
“빌어먹을··· 그럼 염치없지만 부탁하지! 나도 도움을 주고 싶지만, 이곳도 이곳인지라···.”
“다녀오겠습니다.”
성진은 벙커의 외부 격벽에 거미줄을 쏘아내 벽 위로 단박에 올라섰다. 그의 능력을 응용하는 센스는 처음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스탯이 받쳐주지 못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옛날이 되어버렸다. 거미줄을 타고 움직이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버렸으니.
‘둘, 벙커에 다가서기 전에 끝낸다.’
성진이 거미줄을 이용해 고층 건물로 옮겨가는 그 시각, 반대편 격벽에 움직임이 있었다.
파자작··· 파자작···
소음이 그리 크지도 않았고 소총의 굉음 때문에 어차피 들리지도 않았다. 진지의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고 성진도 전투를 앞두었기 때문에 반대편에 나가 있는 상황이었다.
벽에 균열이 생기더니, 대형견 정도 지나갈 사이즈의 구멍이 생겨났다. 아주 작게 만들어진 그 구멍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왔다. 기어 나온 그것들은 처음에는 꾸물꾸물하다가 벙커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