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21화 (21/222)

# 21

21화

[chapter 2-2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2를 클리어합니다.]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3만큼 상승합니다.]

미트볼을 먹는 아이에게 살포시 웃어주고 외딴곳으로 자리했다. 능력치가 상승했지만, 체감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만큼 성진의 능력치 폭이 어마어마해졌으므로.

‘그런데 새 시나리오는 왜 안 나오는 거지?’

아무래도 자신의 행동으로 결정되든지 아직 시기가 아니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때가 되면 알겠지.’

앞으로 이틀 뒤, 별일이 없다면 아름이와 만나는 날이 다가온다. 사실 성진은 캡슐에 누워있고 신아름이 병문안을 오는 게 전부인 만남이지만, 성진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제 움직일 수조차 없는 그에겐 타오르는 복수심과 신아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니까.

‘종말 이후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떠나야 해.’

아직 남겨진 숙제가 있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곳의 일은 이곳 사람들이 풀어나가야 한다. 그간 성진이 행한 일들은 단순한 호의였고 더 나아가면 이들에게 얽매이게 된다.

성진은 깊은 눈으로 벙커를 둘러보았다.

벙커는 한층 밝아진 분위기였고 사람들은 희망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높이 날면 추락이 두려워지고 햇빛이 강해지면 그림자가 길어지는 법. 이곳의 민간인들은 그 때문에 희망에 차지 않았었다. 그것이 금세 절망으로 뒤바뀔 것을 염려했는지도.

‘좋은 일이야.’

성진이 벙커에 온 지 단 이틀, 이곳은 이제 사람 사는 곳이 되었다. 지금도 앞으로의 식량 수색조 운용을 민간인들끼리 얘기하고 있었다. 먼젓번의 수색조가 큰 성과를 거두자 지속적인 과업으로 이뤄나갈 생각인 모양. 좋은 현상이다.

‘내가 떠나도 이 사람들은 살아남을 거야.’

그것이면 충분하다. 성진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잠을 청했다. 꿈속에서 꿈을 꾸었다.

****

[제목: 디토 색기들아, 올빼미는 유툽 계정 없냐?]

다시 보기 돌려 보려니까 죄다 영상에 일본 노래 덕지덕지 붙어있누

- 나 일반인인데 노래는 좋던데

- 나도 일반인인데 솔직히 노래가 캐리하던데

- 올빼미 영상에 누가 똥 처바르래

- 그거 원본도 잘 찾아보면 엄청 돌아다님. 워낙 레전드라

[제목: 올빼미 스칸다 투기장 투신 맞다니까?]

전투 스타일 딱 보면 모르냐? 유령객 알베르토랑 판박이잖아. 약점 없어? 바로 후벼서 만들고 집요하게 약점만 노리는 거. 거기다가 회피 위주로 전개하고 개 뚜까 팼잖아. 여기서 감 잡아야지. 은둔고수 유령객 알베르토! 스칸다 투기장 썩은 물들은 다 나 같이 생각할 걸?

- 야, 알베르토는 한국 사람이 아니잖아

- 아 맞네

- 개 웃기네ㅋㅋㅋㅋ 국적은 따져야지 임마

- 세례명 아닐까?

- 내 비추 세례나 먹어

- ㅗㅗ 감사요 77ㅓ억~

[제목: 올빼미도 이제 대기업이라 그런가]

배가 불렀지. 시청자들이랑 소통 안 하는 거 봄? 와, 질문 계속해도 일절 답 안 해주더라. 솔직히 좀 역겹; 벌 만큼 번다 이건가? 초심 잃었네;

- 야, 그건 하꼬일 때부터 그랬는데 뭔 소리야

- ㄹㅇ? 괜히 섭섭했네;

- 올빼미한텐 소통 제로가 초심이야 ㅋㅋ

- 난 오히려 그게 더 좋더라. 괜히 아이고 형님들 10만원 베리베리 감사하구연~ 구독 추천 좋아요 눌러주세연~ 앙~ 빼미띠~ 이러는 거 상상 안 가;

- 뭔가 디테일하고 역겹게 잘 쓴다 너?

- 어쨌든 본인이 몰입하니까 나도 몰입해서 영화 보듯 본다 이거지

[제목: 야 근데 그거 알아? 랭커들 요즘 접속 뜸해짐]

특히 한국 랭커들 타섭 뛰잖아? 얘네 요즘 방송도 잘 안 켜고 접속도 안 함. 그리고 가끔 보면 올빼미 방송에서 툭하고 튀어나옴. 다 조병창화 됐어;

- 나 이거 확실히 안다. 지인한테 들은 거 있음

- 오, 먼데?

- 랭커들이 첨에 올빼미 무시했는데 ㄹㅇ 개쩌는 고인물에다가 메인 시나리오 진행하는 거 보고 생각 바꿨대

- 뭔 생각을 바꿔, 빨리 좀 말해라 독수리 타자야?

- 진짜 한국서버 부산 에어리어 열리는 거 아닌가 해서 각 잡는 거래잖아. 어차피 방송 켜봐야 지금 올빼미가 시청자 블랙홀이라 다 빨아 먹히고 혹시라도 에어리어 열리면 타섭 다 애매해지잖아; 특히 방송하는 애들은

- 아; 맞네. 솔직히 근데 방송하는 거 떠나서 한섭이 재밌어 보여 ㅋㅋ

-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해방 vs 전주 한옥마을 해방

- 닥후지ㅎ 바로 이해 갔자너~

올빼미 최성진이 벙커에 도달하고 이틀간에 벌어진 일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가십거리를 내뱉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또 하루, 성진은 벙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짤막한 수련, 그리고 인연을 맺게 된 자들과의 대화. 앞으로의 계획과 조언 등. 평온한 일상으로 하루가 지나가자 사람들은 다른 자극적인 방송을 찾아 헤맸다. 자극적인 방송 하면 단연 한 손에 꼽히는 왕이나의 방송으로 시청자들이 모여들었다.

- 왕도둑 이나 방송! 곧 시작합니다!

- 왕도둑 ㅋㅋㅋ 고백 없는 실연 2회차

- 고백 없는 실연ㅋㅋ 어케 했누ㅋㅋ

- 놀리지 마, 이나가 그래도 병창이 형 부른다고 꽤 힘쓴 거 같던데?

- ㅇㅇ 병창이 크루에서 뭐라 할걸? 접속 잘 안하고 딴 방송가서 노닥거리니까

- ㅎ 뭘 모르네. 병창이가 그 청록이었나? 하여튼 그지 같은 크루였지? 걔네 크루 다 올빼미 방송 와서 눈팅 하더라 ㅋㅋ

- 싹다 공범이었누 ㅋㅋ 이제 보니 지들도 찔려서 뭐라 안 한 거구나

한창 시시덕거리는 시청자들. 곧 단정하게 차려입은 왕이나가 방송용 캠에 등장했다. 그녀는 최근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비록 마무리는 본인의 다리에 걸려 자빠졌지만 방송의 구성은 꽤 알찼었고 호평도 받았다.

그녀와 그녀의 방송이 변하려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왕이나는 조금 지쳤다. 본인이 남들보다 비주얼적인 면에서 뛰어나다는 것도 알고 그걸 활용할 줄도 알았다. 자신의 방송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이유도 외모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거기에서 만족하기 싫었다. 그녀는 미로의 제왕이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지금 미로의 대기업 왕도를 걷고 있는 올빼미 방송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오늘도 여전히 허락받지 않고 분석 방송을 송출할 예정이다.

‘미로 평정? 조만간이야.’

왕이나는 음흉한 속내를 감추고 화면에 미소지었다.

“안녕! 안녕? 다들 잘 있었나? 어제 내가 너무 못했다고? 어금니 다 부서졌다고? 그래서 오늘은 분석 방송이야! 요즘 내 방송에 이거 보려고 오는 사람 꽤 있더라? 뭐, 인사는 이쯤하고. 그럼, 종말에 안녕하세요! 시작합니다!”

- 와아아아아아!

- 누나 나 죽어 ㅗㅜㅑ

- 언니 틴트 뭐 써요?

- 언니 외모 미쳤다 ㅠㅠ 내 외모 눈감아!

- 누나 나 죽기엔··· 오늘 의상 상당히 수비적이네

- 오피스 룩. 나쁘지 않아, 가끔은 이런 것도···

- ‘이나 의상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의하겠습니다.

- 누나, 좀 덥지 않을까? 그냥 그렇다고

- 여기 겨울인가? 내 마음도 추워져···

왕이나는 요 며칠 노출을 자제했다. 처음에는 분탕 종자들의 원성이 자자했지만, 시청자 수가 눈에 띄게 줄지는 않았다.

‘이게 인방의 왕도···.’

그녀는 자신의 외모가 아닌 방송으로서 주목받게 된다는 기분이 어떤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여세를 몰아 게스트 소개를 했다.

“이제는 고정으로 부르고 싶을 정도예요. 랭커 조병창님 모셔볼게요.”

“반갑습니다. 조병창입니다.”

- 마, 병창이 왔으면 퍼뜩 인사 박지 뭐했누

- 병창이 형! 올빼미 방송 끄면 형이라도 좀 켜ㅠ

- 이참에 이나랑 방송 합쳐버려

- 그럼 뭐라 불러야 함?

- 왕창이로 하자 ㅋㅋ

- 왕창이 뭔데 ㅋㅋ

조병창은 깔끔한 남방에 슬랙스를 입었고 은은한 향수로 분위기를 더했다. 왕이나는 그의 모습을 한 번 눈에 담은 후 분석 방송을 시작했다.

“자··· 그럼 오늘 분석을 시작해볼까요? 일단 영상부터 보시죠!”

영상이 틀어지는 잠시간, 채팅창은 조용해졌다. 워낙 몰입하기 좋은 전투기도 했고 이번엔 따로 노래를 덧붙이지 않아 집중이 잘 됐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는 내내 왕이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헉’이라든가 ‘와’라든가 하는 감탄사를 계속 내뱉었다.

- 이나야··· 영상 보고 오라고 좀!

- 종아리 걷자.

- 난 저 반응 좋은데ㅋㅋ 약간 연우 닮지 않음?

- 어딜 비비냐? 연우 건들지 마라

- 저 영상은 나도 열 번 넘게 봤다. 보고 배울 점 있나 해서

- 있었어?

- 응, 나는 안 되겠구나를 배웠어

- 깨우쳤네ㅋㅋ

영상이 끝나고,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왕이나가 조병창에게 물었다.

“어떻게 보셨나요?”

“네, 잘 봤습니다.”

“예?”

“농담이고요. 지금부터 분석해보겠습니다.”

- 세상은 공평해. 병창이에게 유머감각은 주지 않았으니

- 저게 다 오냐오냐해서 그래. 얼굴 보고 활짝 웃어주니까 유머가 늘지 않는 거야

- 그럼 님들은 개그맨임?

- 야··· 우리 괴롭히지 마라

조병창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영상은 사일러스 팬서를 마주한 장면에 멈춰 있었다.

“눈을 감고 전투를 한다라··· 스칸다 때도 컨셉 잡고 이렇게 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종말 이후랑은 갭이 있습니다.”

“어떤 점이 그렇나요?”

“기본적으로 스칸다는 먼치킨을 지향합니다. 스킬들이 강력하고 시스템의 보조도 훌륭하죠. 하지만 종말 이후는 스칸다에 비하면 불친절의 극치입니다. 능력들은 애매하기 짝이 없고 환경은 열악하고 시스템의 보조도 거의 없죠.”

“그렇다는 말은······.”

“타고난 센스겠죠. 발달한 촉각과 후각이 있었지만 그걸 활용하는 건 다른 영역의 일이니까. 아마 1000명에게 똑같은 능력을 줘도 같은 전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1명도 나오기 힘들 겁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뭐, 올빼미의 피지컬이야 워낙 정평이 나 있으니까요.”

- 이제 올빼미 피지컬은 논란거리도 아니지

- 갓직히 랭커들 줄 세워두면 올빼미가 원탑일 듯?

- 그거야 붙어봐야 아는 거고, 물론 내 기준에선 올빼미가 랭커들 뺨 한 대씩 때려도 됨

- 이나는 세대 맞아야 함

- 이나는 랭커가 아니잖아ㅋㅋㅋ

- 어제 이나 슈트 입는 것도 버벅이는 것 보고 이 다 갈렸어

조병창은 다른 화제를 꺼내들었다.

“다음 부분은 이 부분, 마트의 2층과 3층입니다.”

“아, 그 부분도 멋있었어요. 어떤 점을 눈여겨 보셨나요?”

“단순히 스칸다 유저였다고 하기엔 사격술이 너무 뛰어나요. 특히 소총도 소총인데, 3층에서 권총을 쏘는 이 부분.”

“네? 그 부분이요?”

- 이거 맏따, 권총 사격술 암도 얘기 안 하더라?

- 권총 사격이 머요?

- 병창이 형이 얘기해 줄 거

- 그럼 님은 아는 척만 하고 뭐 하나요 ㅋㅋ

- 쉿- 알면 다쳐

“보시면 정확히 몸통에 두 발 머리에 한발. 맞죠?”

“예, 그렇네요. 이게 왜요?”

“모잠비크 드릴이라고 하는 사격술입니다.”

“네? 모잠··· 드릴··· 네?”

- 못 들었나! 내 드릴은 하늘을 뚫을 드릴이라고!

- 네? 모잠? 네?

- 병창이 형 박학다식한 건 알았지만···

“과거 모잠비크 내전 당시, 약에 취한 병사들을 상대할 때 몸에 총을 맞아도 달려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때 고안된 사격술인데, 몸에 두 발을 박아넣어 경직을 유도하고 머리를 노리는 사격술이죠. 몬스터를 상대할 때 효과적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못 하나요?”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올빼미는 약간 달랐습니다. 총을 쥐자마자 바로 저런 사격술을 선보이는 게 마치···.”

“마치?”

“마치 습관처럼 보였습니다. 밥 먹듯이 해온 것처럼 말이에요.”

“밥 먹듯이···.”

‘훗··· 당연하지’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올빼미, 그는 킬러니까]

- 본업 킬러, 겸직으로 스트리머 하자너~

- 가끔 말투 보면 군인 같기도 함

- 유탄 쓸 때도 약간 의심하긴 했음ㅋㅋ

- 아무튼 걍 사격술도 잘한다는 거 아님? 왜 다 잘하냐; 열등감 생기게

- 3cm일 거야··· 작을 거라고···

“올빼미의 새로운 면이었죠. 방송이 진행될수록 양파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아··· 예.”

“그리고 이 부분. 선봉장과의 싸움이었죠.”

“네! 그 부분 정말···.”

“괴물이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 여포가 하후돈이랑 일기토한게 뭐 ㅋㅋ

- 진짜 스킬 응용도 응용인데 센스가 개쩔어;

“처음 목을 노리는 듯하다가 다리를 노려 기동력에 제한을 가합니다.”

“아, 그렇네요.”

“전투는 그걸로 끝난 겁니다.”

“예?”

“기동력이 올빼미를 압도하지 않는 이상 절대 그에게 유효타를 가할 수가 없어요. 심지어 올빼미의 스텟은 이미 일반 유저 두 명을 합친 것보다 높을 수도 있습니다.”

“와아··· 일주일도 하지 않았는데요.”

“네, 그거죠. 전투는 일방적으로 진행됐고 올빼미는 전투 내내 컴팩트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요소요소에 필요한 행동만을 했고 결과는 압도적인 승리.”

- 진짜 올빼미가 화려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데 선봉장 헐떡이더라

- 팩트) 오우거 때는 봉춘 서커스단 뺨쳤다

- 가능한데 안 하는 거지. 대인전에선 비효율적이니까

- 쩔어; 검도 고수 보는 줄

- 1인칭 VR모드 속 울렁거려도 보는 이유가 이거지

- ㅋㅋㅋ 그 담날 캡슐 청소업 하시는 분들 대박났다 하더라. 갑자기 하루 만에 사람들 다 AS 요청했다던데 ㅋㅋ

- 캡슐 보급형은 자체 세척 없으니까ㅎㅎ

왕이나는 흐름이 넘어왔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올빼미 방송을 화제로 다뤄 차근차근 고정 시청자들을 늘려나가다 보면 언젠가 올빼미 방송보다도 더 사랑받는 방송이 되겠지.

‘이제 내 흐름으로 만들어야 해.’

“자, 그럼 앞으로의 벙커 상황은 어떻게 될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올빼미가 벙커를 떠나겠다고 했는데요.”

“······.”

“저, 조병창님?”

“아, 잠시 채팅창을 보고 있었습니다.”

‘채팅창?’

그녀는 또 무슨 어그로에 끌려 채팅창이 요란법석을 떠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채팅창을 확인한 왕이나마저도 그 어그로를 무시할 수 없었다.

- 올빼미 방송 켜졌다!

- 구라ㄴ

- ㄹㅇ임 난 이만 보러갈게. 밍나 사요나라

- 헐? 진짜네? 뭐야 아까 취침들어갔는데?

- 뭔데? 뭐야 진짜. 일단 나도 쓩

- 머박사건; 쓩

- 쓩

실시간으로 시청자 수가 빠지기 시작했다. 10··· 100··· 1000··· 심지어 반토막으로도 모자라 방에 있는 시청자가 모조리 빠져나갈 것처럼 보였다. 옆에 있는 조병창이 중얼거렸다.

“···방.”

“예? 뭐라고요?”

“캡슐 방··· 여기서 제일 가까운 캡슐 방이 어딥니까?”

“지금 이 시간에요? 아니, 그보다 지금 방송 중인데···.”

“캡슐 방!”

“저어기 로타리 쪽에 새로 생긴 캡슐 방이··· 병창님? 조병창님?”

조병창이 갑자기 화면 밖으로 나가더니 방을 뛰쳐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쾅!

우르르···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왕이나가 소리쳤다.

“병창님! 괘, 괜찮으세요? 발 부딪히신 거 같은데···.”

“괜찮습니다. 그럼.”

“피! 피 나시는데!”

“괜찮습니다.”

- 이나야···

- 누나ㅠㅠ

- 병창이 형 허겁지겁ㅋㅋㅋ 갓직히 올빼미 방송은 인정해줘야지

- 볼 때마다 실연당하누

- 누나 미안해. 나도 이만

왕이나는 허탈한 심정으로 얘기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저도 캡슐 방에 가봐야 할 것 같네요.”

- 빡종 선언ㅋㅋㅋ

- 이나 멘탈 괜찮아?

왕이나는 방송을 종료하고 캡슐 방으로 향하면서 생각했다. 아직, 방송의 왕도를 걷기엔 무리였다고. 애꿎은 재킷을 벗어 던지며 택시를 잡았다.

“아저씨! 로타리쪽 캡슐 방으로 가주세요.”

****

최성진은 선잠에서 깨어났다.

평소에도 잠귀가 밝은 편이었고 애초에 깊이 잠들지를 않았다. 무언가 소란이 일고 있었다.

애애애애애애애애앵-!

사이렌 소리가 경박하게 울리며 붉은 조명을 깜빡였다. 문제가 생겼다.

성진은 황급히 상황실로 올라갔다. 군인들은 성진을 알아보고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그들도 슈트를 입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중이었다. 성진은 덜덜 떨고있는 상황병에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니다.”

“정신 차리세요! 뭐라고 하신 겁니까?”

반쯤 정신이 나간 상황병이 대답했다.

“인근에 대규모 몬스터 무리가 관측됐습니다.”

“그런데요?”

“그 무리가··· 이곳으로 곧장 다가오는 중입니다···.”

벌벌 떠는 상황병에게서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망했어··· 다 죽을 거야···.”

“펄스 수치가 비정상적이야. 이 근방 몬스터들은 죄다 몰려들고 있다고!”

“끝났어. 이젠 다 끝났다고. 빌어먹을···.”

“죽기 싫어. 죽기 싫다고!”

민간인들을 이끌어야 하는 군인들이 오히려 겁에 질려 있었다. 성진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 순간, 성진의 시스템 창에서 새로이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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