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20화
‘올빼미야말로’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조국을 되찾아줄 인재다. 그의 피지컬은 하늘에 닿았으며 그렇다고 뇌지컬이 달리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올빼미가 각성한 적응이라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종말 이후의 세계에서 압도적인 효율을 자랑하며···]
- 피! 귀에 피나···
- 1000원으로 장문을 쓴 당신! 양심은 어디에?
- 제갈량 출사표도 이렇게 길게 안 썼을 듯
- 가독성은 모르겠지만 글에 담긴 마음만큼은 절절히 와닿네요. 신고하겠습니다
성진이 하룻밤 만에 이룩한 성과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벙커에 누가 들고 누가 나는지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도 올빼미의 이름을 연호했으며, 그의 업적을 기렸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이 말이 최성진이 근래 벙커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호의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니 따라붙는 감사들이 부담스러웠다. 성진은 식량 수색 때문에 잠을 자지 못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낮잠을 청했다. 2시간 정도의 수면시간. 잠시 방송이 종료되었다가 성진이 잠에서 깨자 다시 켜졌다.
- 2시간 동안 세상이 꺼졌다
- 않이; 현실을 사세요!
- 올빼미 방송 꺼지면 뭔가 너무 허전해···
- 다른 방송가면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쏼라쏼라해대니 이제 정이 안가···
- 옛날에는 잘 참았는데 한국 서버맛 좀 보니 올빼미 방송밖에 볼 게 없어
- 올빼미 방송을 알기 전의 나, 인생의 절반 손해 봤어!
- 그렇다면 보석상이 100만원 손해입니다
“저··· 한중령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올빼미님.”
“한중령님이요?”
“예. 그럼 전 이만···.”
김대웅이 최성진에게 소식을 전하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한중령은 성큼 걸어와 어느새 성진의 앞에 서 있었다. 한중령이 성진에게 말했다.
“올빼미, 따라와라. 할 얘기가 있다.”
“얘기? 어떤 얘기인지는···.”
“말해줄 수 없다. 잠자코 따라와라.”
고압적인 한중령의 어조가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상대는 벙커를 이끄는 수뇌부였다. 굳이 반항적인 태도를 보여 경계심을 사는 건 현명한 행동이 아니었다.
‘장의원을 또 봐야 하는군.’
승강기에 올라타 장의원에게 향했다.
장의원이 성진을 마중 나왔다.
“오! 왔는가, 언제 오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네.”
“저를 왜 보자고 한 겁니까?”
“앉지, 앉아서 얘기하자고. 급할 것 없지 않나?”
장의원이 ㄷ자형 쇼파로 안내했다. 처음 식사자리에서 봤을 때보다 더 적극적인 모양새였다. 비틀린 입매의 장의원이 성진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래, 식량 수색에서 성과를 좀 거뒀다지?”
“별일 아니었습니다.”
“별일이 아니기는? 벙커의 민간인들이 자네 이름을 떠들어대느라 나까지 귀에 딱지가 앉게 생겼는데.”
뱀 같은 눈으로 성진을 노려보는 장의원.
어디 약점 같은 거 없나 하고 쳐다보는 기분이다.
이런 자와의 대화는 길게 가져가 봐야 득 될 게 없었다.
“참 활기차. 젊은 사람이라 그런가? 아, 오해하지 말라고. 난 젊은 사람들 좋아한다고?”
“무슨 말을 하려는 겁니까?”
“근데··· 젊은이들은 꼭 넘치는 혈기를 주체 못 하고 행동하지. 그래서 후회하고. 그런 젊은이들을 나 같은 늙은이가 바라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이 뭔 줄 아나?”
“모릅니다.”
“아깝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그 혈기를 조금만 더 올바른 방향으로 분출했다면 어땠을까 같은 생각 말이야. 나 같이 경험 많은 사람이 방향을 제시해준다던가 했으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었을 텐데.”
대화가 빙빙 맴돌았다. 권투로 치면 잽이었고 전술로 치면 정찰이었다. 장의원은 아직도 최성진을 떠보고 있었다.
“그래, 생각은 해봤나? 내가 한 제안 말이야.”
“생각은 해봤습니다.”
“그래서 대답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군요.”
“······뭐, 그럴 수도 있지.”
얘기를 누가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 저번과는 달리 군인들도 방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성진의 입에서 좋지 못한 대답이 나올 경우를 대비한 것 같다.
‘겁 많은 늙은이.’
“내 조건이 좀 부실했던 점도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자네에게 매력적인 부분이 모자랐을 거야.”
“조건은 상관없습니다.”
“상관이 없긴 왜 없어? 들어보면 마음이 달라질 건데.”
애초에 성진의 대답은 별 상관없었다는 듯이 장의원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뭘 원하나? 원하는 걸 말하면 들어주는 방향으로 고심해보지.”
“원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뭐? 원하는 게 없어? 으하하하하하!”
성진의 답을 듣고는 장의원이 박장대소했다. 뭐가 그리 웃긴지 한참을 꺽꺽거리며 웃던 장의원은 돌연 정색했다. 그의 번들거리는 이마와 검버섯 핀 얼굴이 성진이 느끼는 불쾌함을 배가시켰다.
“그럴 리가. 인간은 욕구의 동물이야. 욕구는 마땅히 해소되어야 하고. 지위? 여자? 원하는 걸 말하게.”
“없습니다.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돌아서 나가려던 성진의 뒤편에서 장의원이 음흉한 말을 내뱉었다. 이번에는 성진도 다시 뒤돌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충격적인 말이었다.
“연제구에 벙커가 하나 더 있어.”
“······네?”
“이건 좀 관심이 있나 보군? 앉지.”
성진은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장의원은 충격적인 얘기를 계속해서 풀어놓았다.
“원래는 내 사람이 되면 얘기하려고 한 건데 이미 말을 꺼낸 이상 어쩔 수 없지.”
“벙커가 하나 더 있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말한 대로야. 심지어 이곳 지상 벙커보다 더 큰 곳이 존재하지.”
“사람들은요?”
“사람? 없어. 아! 동태들은 있겠군.”
“무슨 말입니까?”
“그 시설은 애초부터 사람들의 대피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소가 아니야. 무언가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지.”
‘아놔 감질나게’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영감님 1000원 줄 테니까 썰 좀 더 풀어봐요]
- 장의원: 큭큭큭··· 1000원이나 주다니 개이득
- 벙커가 하나 더 있는데 왜 접촉할 생각을 안 하지?
- 창고는 또 뭔 소리랴 영감님 신비주의 오져;;
- 나이든 할아버지가 손주한테 옛날이야기 푸는 식으로 얘기 하네ㅋㅋ
“···창고?”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고 싶나?”
“말씀하시죠.”
“사람이야. 하지만 사람이 아닌 것들이지.”
‘수수께끼네’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오케이, 정답은 인간! 정답 맞지?]
- 스핑크스: 어, 어떻게 알았지?
- 전화 찬스로 알아버렸구연~
- 아 궁금하다고 빨리 말해죠요. 영감님
“각성자들이야. 게이트 연구의 일환으로 정부가 시도한 대규모 프로젝트지.”
“프로젝트?”
“그래, 냉동된 상태로 벙커에 들어차 있는 건 능력자들이라고.”
‘여러분’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 부분에서 놀라셔야 합니다]
- 어머나?
- (화들짝 놀라며) 아, 아니?
- (대충 눈알 띠요옹)
- 근데 능력자들이 왜 거깄는 거지?
“그래서 그곳과 접촉하지 않았군요.”
“그래, 분명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고 시도해볼 만한 일이지. 근데, 과연 그들을 깨우는 게 잘하는 일일까?”
“무슨···.”
“첫째, 그들이 우리에게 호의적이라는 보장이 없어. 둘째, 위험부담이 따르는 작전이야. 그리고 셋째···.”
장의원이 히죽 웃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힘이 전부인 시대에서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능력자들을 깨울 필요가 있나? 그들이 과연 나에게 충성할까?”
“본인의 욕심 때문이라는 내용을 어렵게 말하는군요.”
“부정하지 않지. 난 욕망에 솔직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저 벙커는 판도라의 상자일 수도 있어. 나는 그걸 굳이 열 생각이 없는 거야.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할 필요는 없어. 자네도 큰 인물이 되려면 명심하라고.”
성진은 말없이 일어나 돌아나갔다. 여전히 대답하지 않는 거로 보아 장의원의 제안에 즉답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장의원은 떠나는 성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중령을 가까이 오게 했다. 성진은 이미 승강기를 타고 내려간 후였다.
“보면 볼수록 탐이 나는군. 근데 야생마 같은 녀석이야.”
“그를 손에 넣어야 합니다.”
“알아, 나도 안다고. 근데 어쩌나? 상대방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데.”
장의원은 담배를 꺼내 물고는 새는 발음으로 말했다.
“불.”
찰칵-
“푸후우··· 지켜보다가 허튼짓하면 죽여버려.”
“굳이 죽이기까지···.”
“언제부터 사냥개가 주인 말에 토를 달았지?”
“죄송합니다.”
“내 왕국을 무너트릴 녀석이라고 판단되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해. 내가 준 은혜를 잊지 마라, 성오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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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간파해버렸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저 노인네 뭔가 꾸미고 있다? 뭐냐고? 내 알 바냐?]
- 몬가··· 몬가 일어나고 있음···
- 아 몰랑~ 아무튼 음모야~
- 각성자들이 벙커에 합류하면 진짜 전세 급변하는 거 아닌가?
- 근데 왜 각성자 꾸러미가 부산 연제구에 있지; 개연성 어쩔;;
- 데자뷰도 어쩔 수 없는 게임사다! 유저들의 편의를 위해 부산에 만들어 준 거지
- 팩트) 유저 편의를 신경 쓴 게임사의 한국 섭 유저는 단 한 명이다
성진은 승강기를 내려오며 생각했다.
‘각성자라···.’
장의원과 나눈 대화가 아무래도 찝찝했다. 벙커의 지도자가 저렇게 욕망에 충실해서야··· 아무래도 여자 얘기를 한 것으로 보아 뒤가 구린 것도 분명했다. 생각은 이어갈 수 없었다. 오종총 걸어오는 연우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
“삼초온··· 어디 갔었어?”
“연우구나. 아빠는?”
“저쪽에서 삼촌 기다리고 있어. 얼른 와.”
“그래, 갈게.”
‘연우보니까’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내 여동생 어릴 적 생각난다. 딱 저렇게 귀여웠는데]
- 형님, 제 와이프 얘기 계속 풀어주세요
- 그래서 지금은 어떤데?
- 지금? 말해 뭐해. 여동생은 사이어인으로 각성했다
- 미친ㅋㅋㅋㅋㅋㅋ
- 지금도 명치 맞아서 숨쉬기가 곤란하다. 여동생 데려가 줄 사람
- 폭탄 돌리기 에반데
연우가 데려간 자리에는 몸을 회복한 서민혁이 서 있었다. 서민혁은 성진의 모습을 보고 반색하며 인사했다.
“오셨군요.”
“예, 왔습니다.”
그 후로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여러 사람이 합류했다. 정병철과 김대웅은 한참을 곯아떨어져서 자다가 이제야 일어난 듯했다.
“2시간밖에 안 잤다고? 사람이 그게 가능해?”
“예, 문제없습니다.”
성진이 특수부대로 활동할 당시에는 잠 한숨 안 자고 며칠 동안 작전을 수행한 적도 있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조금 낯선 기억이다.
“그런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할 말이 있나 보구만?”
“예.”
“말하라고, 할 말은 해야지.”
눈치 좋은 정병철이 성진이 할 말이 있는 것을 캐치했다. 성진은 전부터 하려던 말을 꺼냈다.
“조만간 떠날 생각입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성진이 벙커를 찾아와 상황이 변하긴 했지만, 아직 많은 문제가 남아 있었다. 물론 이방인인 그에게 매달려 해결해달라는 건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다. 일행은 그렇게 생각해 성진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그래, 그럴 거라 생각했어.”
“올빼미님··· 그럼 언제쯤 떠나실 생각이시죠?”
“아마 며칠 정도는 머물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천천히 작별해도 되겠군요.”
김대웅의 서글픈 말을 들은 정병철이 그의 등을 팡팡 두둘겼다.
“이 사람! 분위기 처지게 쓸데없는 말은···.”
“올빼미님, 괜찮습니다. 이제 저희도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래, 맞아! 이번 일로 수뇌부도 무언가를 깨달았을 거라고. 퍼질러 앉아서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성진은 대화를 마치고 벙커를 둘러보았다. 벙커의 구석진 장소에 고아 한 명이 보였다. 그런데, 아까 받은 통조림이 그대로였다. 관심이 가서 물었다.
“왜 먹지 않는 거니?”
“언제 또 식량이 끊길지 모르잖아요···.”
성진이 싱긋 웃고 고아의 머리를 헝클었다.
“이번에 가져온 식량은 양이 꽤 돼.”
“하지만···.”
“상황은 점점 나아질 거야. 먹어둬.”
“정말요?”
“그래.”
고아가 통조림을 딸 힘도 없어 보이자 성진이 저번처럼 손으로 따주었다.
‘또나왔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저 묘기! 연우의 삼촌이 되기 위한 능력!]
- 삼촌이 되려는 자, 통조림을 맨손으로 따라
- 연우 삼촌 카페 생길 지경이네ㅋㅋ
- 방구석 밀수들에게 연우의 귀여움은 자극이 너무 강하니까
고아는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들어 통조림을 퍼먹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성진의 시스템 창이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