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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18화 (18/222)

# 18

18화

‘미쳤다’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미쳤다 미쳤다 미쳤다 파쳤다 콩나물 팍팍 무쳤다]

‘확실하다’님이 3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올빼미는 스칸다 투기장 투신 찍은 고인물 중에 한 명임]

‘이건 뭐’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와··· 뭐··· 와··· 참··· 와···]

‘진짜진짜’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눈물 나 어뜩켕ㅠㅠ 걍 붙어서 이기셨어···]

- 진짜 신이냐? 이게 된다고?

- 올빼미: 되는데요? 해보쉴?

- 잠시 후 시청자의 목이 허공으로 붕- 떴다

- 운 어쩌고 하던 사람 등판해주세요

‘운이라고 했던 사람’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번에도 운이 많이 좋았네. 응, 운이 좋았어]

- 응, 좀 많이 좋았네

- 운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세상 ㅋㅋ

- 빤쓰런했누 ㅋㅋ 나 같아도 안 나오겠다

- 그의 모습, 마치 선봉장 깎는 노인이었다

‘3인칭 떡락했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생각해보니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자나?]

‘1인칭 VR코인도 개떡락’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토하러 가야 해서 질문 못 받습니다]

- 3인칭 했다가 중간에 1인칭으로 바꿨음 ㅋㅋ

- 1인칭은 그냥 보면 상관없는데 VR모드로 보면 욕 나옴

- 왜여?

- 다 오바이트 하러 갔을걸요? 움직임, 패시브 활용 때문에 그냥 볼 수가 없음 ㅠㅠ 특히 뉴런 각성이 제일 에바야

- 아 맞아 ㅠㅠ 그냥 보면 모르는 데 1인칭 VR에서만 느끼는 그 감각; 올빼미는 진짜 어떻게 하는 거지?

- 사람이 아니라는 게 학계의 킹설

올빼미 방송을 초창기부터 봐온 시청자들마저도 승패를 점치기 어려운 싸움이었다. 오히려 오크 대전사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들도 꽤 되었다. 오우거와의 전투는 상황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서라는 의견들도 드문드문 있었고.

최성진은 그 의심을 멋지게 날려버렸다. 집요한 약점 공략, 스킬 활용, 그리고 그 모든 걸 지탱하는 압도적인 피지컬.

‘이 남자··· 압도적이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다 떠나서 피지컬이 넘사다··· 피지컬 논란 종결]

- 랭커 중 원탑 예상합니다. 땅땅

- 예상아니라 확정입니다 땅땅

- 이게 단순히 게임 잘한다고 나오는 피지컬이 아님;

- 폼이 꾸준하면 그건 클래스다. 이건 클래스가 다른 거

- 랭커 한 트럭 와도 솔로로 선봉장 딸 수 있는 사람 없쥬? 걍 검증 끝났쥬?

최성진의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그 울림이 들려오고 있다. 먹어치워 강해지라는 근원적인 소리. 선봉장의 시체 위에서 최성진이 갈무리를 시작했다. 살점 갈리는 소리가 지하를 메웠다.

- 어? 아까 쫄 잡을 때는 안 먹지 않았나?

- 선봉장쯤 되어야 군침이 돈다고?

- 사스가 올빼미짱; 이제는 미식도 만렙이자너~

서걱거리던 소리가 멈추고 최성진이 심장을 꺼내 들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과정이다. 성진은 담담하게 심장을 깨물었다.

츄읍···

- 아! 잠깐! 아직 밥 안 펐는데!

- 까비! 패스트 푸드 is 뭔들 ㅠㅠ

- 속보) 밥주걱 들고 망연자실한 상태의 시청자 속출

[아이언 오크 대전사의 심장을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5 상승합니다.]

잠잠하던 몸에 새로운 힘이 용솟음쳤다.

[완벽한 사냥을 하기에 몸이 부적합함을 느낍니다.]

[더 훌륭한 사냥을 위해 몸이 적응합니다.]

[섭취한 아이언 오크 대전사의 유전자를 사용합니다.]

[근섬유가 발달합니다.]

[근지구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활력(活力)을 깨우칩니다.]

[체력이 떨어질수록 활동력이 상승합니다.]

- 버서커 올빼미 ON

- 고것참 맛난 심장이었구요

- 아쉽다··· 아이템 드롭은 없네···

- 준 레이드 보스긴 한데 말 그대로 ‘준’이라···

- 그래도 이제 신나는 파티 타임 아잉교?

- 예끼 이놈들! 꽹과리를 두들겨라! 시간이 되었다!

성진은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시스템 창에 나와 있는 숫자는 성진이 예상한 대로였다.

「현재 생존자(4/4)」

「현재 거점 확보 진척도(100/100)」

[chapter 2-1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2-1을 클리어합니다.]

[보상으로 패시브 스킬이 주어집니다.]

[완벽한 성과입니다. 보상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펄스 : 사이오닉을 깨우칩니다.]

- 사이오닉?

- 글고 보니 펄스 진즉 깨우치지 않았음? 왜 안 쓰지?

- 불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불을 피우는 법은 모른다 이거 아니겠누

- 헐; 현자세여?

- ㅉㅉ 사실 나도 모른다

- 아오 ㅋㅋ 그럼 이제 펄스 쓸 수 있는 건가? 보고 싶었는데

성진은 일전에 펄스를 각성했다. 그러나 딱히 큰 감흥은 없었다. 크게 달라진 부분이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그런데 오늘, 강적으로 꼽히는 오크 대전사를 상대할 때 심장 어림이 간질거렸다. 아마도 이것이 펄스라는 힘이 분명했다. 하지만 끝내 다루지는 못했는데, 시나리오의 보상으로 실마리가 주어졌다.

‘사이오닉? 어떤 스킬인 거지?’

[올빼미님의 보유 스킬]

[펄스 제어 (Passive) : 당신은 에너지 펄스를 각성했습니다. 펄스는 신비로운 힘이고 알려진 게 많지 않습니다. 다만, 펄스를 축적하는 방법만큼은 명확합니다. 더 강한 적을 사냥하세요.]

이게 분명 원래의 펄스 제어였다. 두루뭉술한 말과 애매한 문구들 덕분에 전혀 활용하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최성진은 신경 안 썼다. 어차피 굳이 펄스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강했으니까.

‘이건···.’

[펄스 : 사이오닉 (Passive) : 당신은 마침내 초자연적인 힘 사이오닉을 깨우쳤습니다. 이는 당신이 펄스를 각성해 체내에 사이오닉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을 다졌기 때문입니다. 펄스 사이오닉은 다양한 펄스의 능력 중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능력입니다. 강한 적을 사냥할수록 사이오닉의 경지가 상승합니다.]

온몸을 휘감는 강력한 힘. 최성진은 자신의 몸을 관조했다. 저번처럼 간질거렸던 정도의 힘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전신까지 쭉 뻗었음에도 몸을 빙글빙글 휘돌며 제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힘.

‘다룰 수 있다고?’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양손, 그 양손에 보이지 않는 힘을 잔뜩 끌어모아 보았다. 처음에는 그것마저 힘겨워 인상을 찡그렸지만, 이내 힘을 팔까지, 손목까지, 그리고 결국에는 손바닥의 장심까지 인도했다.

그리곤,

파지이이이이이익!

‘이게 사이오닉···.’

성진은 손에서 난폭하게 날뛰고 있는 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마치 처음부터 다룰 수 있었던 힘인 것처럼 어느새 능숙하게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 저기··· 엥?

- 경) 사이오닉 각성 (축

- 경축빌런 또 왔누 ㅋㅋ

- 한국에 신이 나타났다!!

‘사이오닉 기념일’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금일, 사이오닉 기념일로 지정합니다.]

- 행사 시작합니다! 사물놀이패 입장!

- (대충 덩기덕 쿵덕 자진모리 쿵쿵따)

- 다음, 부채춤~

- (대충 팔랑팔랑 빙글빙글)

- 누가 올림픽 개막식 보여주냐 zzz

성진은 사이오닉을 여러 방식으로 응용해보았다. 몸에 휘감는다거나 펄스 파동을 방출한다거나 병장기에 옮기는 등.

물론, 시도로 그쳤다. 펄스 파동과 병장기에 옮기는 행위는 사이오닉을 지나치게 소모했다. 당장에 하려면 할 수야 있지만, 그만큼의 효용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성진은 신체에 펄스를 두를 수 있다는 정도로 만족했다.

‘병창이형’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썰 좀 풀어봐. 분석 방송도 볼 테니까]

- 에게, 1000원으로요?

- 돈미새다! 돈에 미친 새색시가 나타났다!

- 새색시 뭔데 ㅋㅋㅋㅋ

‘내가 등장할 차롄가’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스피드 웨건 송하린이라 하오.]

- 송하린이면··· 호주섭 여신?

- 와 진짜ㅋㅋㅋ 이 시간까지 랭커들 여서 뭐하는데? 정모함?

- 님들처럼 방송을 보지롱. 올빼미 그는 넘나 멋징거···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해, 인생의 진리지

- 송하린 방송에서 올빼미 엄청 빨아대자너. 헐겠어 완전

- 쉿! 그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궁금쓰’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호주섭 어떰? 한국인들 호주섭 많이 안 갔자너]

- 코알라랑 캥거루 기대하고 갔다가 캥거루 펀치 맞고 캐릭터 두 번 삭제된다던데ㅋㅋ

- 그렇다. 하지만 진정 무서운 건 코알라다. 유칼립투스 잎이 사라져 분노한 코알라는 매섭다

- 방사능 때문에 근육 장난 아니더만ㅋ

- 나도 두 번째 캐릭이지

‘이보게 송모’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얘기 좀 해보드라고. 사이오닉 펄스 좀 앎?]

- 펄스는 기본적으로 스칸다를 한 유저들은 오러라고 보면 되오. 각성자 중에서도 일부만 깨우친다는 능력이지

- 오··· 오러면 올빼미 쩌는 거구나? 하린님은 있음?

- 후훗, 내 비록 올빼미의 사생팬이지만 얼마 전 펄스를 깨우쳤지

- 능력까지 각성한 사생팬이라니··· 올빼미는 대체···

- 아무튼, 펄스도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오. 펄스가 뿌리라면 속성은 가지치고 자라나는 꽃이지.

‘비유가’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하린님 컨셉 어쩔; 근미래 세계관에서 웬 무협]

- 닥쳐라! 미녀가 하는 뻘짓은 뻘짓이 아니다!

- 송하린이 무협 오타쿠긴 하지만 괜찮다! 애는 착하다!

- 이나보다 편식 덜 한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 큼큼··· 아무튼, 그 꽃을 개화한 랭커가 해외 섭에도 몇 존재한다. 개화까지 간 사람들은 그냥 재능부터가 다르고 확실히 그에 걸맞는 능력이 있다

- 오오! 그럼 사이오닉은? 사이오닉은 어떤데?

- 사이오닉은 과거 게이트 연구 시절, 게이트를 열고닫았던 초월 종족의 힘으로 밝혀졌다. 특히 그중에서도 템플러. 즉, 사제단의 힘이었지. 알려진 네임드로는 공허 사제 흄이 있다.

- 그 러시아섭 시베리아 다 잡아먹은 괴물? 그 흄이 쓰는 게 사이오닉이라고? 헐;;

‘나 송하린은 말한다’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올빼미는 신이다! 아니라고? 니가 뭘 알아? 입 다물고 구독이나 해라! 월 3900원의 기운을 그에게!]

- 아~ 올빼미 아시는구나? 올빼미 겁·나 셉니다.

- 랭커까지 신도로 거느린 그는 도덕책···

- 사이오닉으로 온갖 깽판짓 해대는 거 기대된다ㅎ

- 팩트) 사이오닉 없어도 이미 깽판쳤다

- 얼마나 셀까;;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고짐고

‘이런··· 시간이 됐다.’

이제 지하로 내려온 지 한 시간이 다 되어갔다. 성진은 1층에 올라 마트로 접근하는 몬스터가 있는지 확인하고, 옥상으로 발길을 돌렸다.

금의환향이 이런 대우를 말하는 것일까, 옥상에 남아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정병철과 박일병 일행이 귀신이라도 본 듯한 호들갑을 떨며 다가왔다.

“뭐, 뭐야! 정말로 돌아왔다고?”

“올빼미님!”

“병철이! 아무리 그래도 말은 가려 해!”

“아! 아 참, 그런 뜻은 아니었어. 지하는 어떻게 됐나?”

“해결했습니다.”

“해결했다고? 선봉장이 정말 그곳에 있었나?”

“예, 하지만 처리했습니다.”

일행이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예쓰와 나이스, 그리고 정체가 불분명한 동물의 울음소리 등 낼 수 있는 환호성은 다 냈다. 그러고는 성진을 바라보고 말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올빼미님이 아니었다면 이 일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믿기지가 않아. 정말 오우거도 혼자서 처리했겠군.”

“병철이··· 아직도 못 믿는 건 아니겠지?”

“믿어! 이제는 믿는다고! 올빼미가 헤엄쳐서 호주에 갔다 왔대도 믿을 정도야.”

성진은 이들의 낯간지러운 칭찬이 끝나길 기다렸고, 한참이 지나서야 박일병이 화제를 돌렸다. 박일병은 중요한 문제를 입에 담았다.

“올빼미님, 색적 레이더를 가동했고 무선 연락망을 구축했습니다. 이제 벙커와의 송수신이 가능합니다. 어떻게 보고할까요?”

성진은 고민했다. 애초에 기대하고 온 것은 더블 백 4개 분량의 식량 확보. 가구별로 아껴 먹는다면 하루쯤은 끼니를 때울 양이다. 하지만, 마트의 완벽한 점거를 완료한 지금은 그 정도의 결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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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 양들의 목자]

「당신은 식량 사정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트 확보를 선택했습니다. 그 선택은 시의적절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식량과 물자를 벙커로 옮겨야 할 때입니다.」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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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은 박일병에게 지시했다.

“벙커에 연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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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령님! 누가 가서 중령님을 모셔와!”

“예? 중령님을요?”

“그래! 급한 일이다! 빨리! 그리고 너도 방한 슈트 입고 나갈 일 있을지 모르니까 대기하고 있어!”

“아, 알겠습니다. 일단 중령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중령은 오밤중이 다 되어서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그는 구겨진 베레모를 쓰며 한숨을 쉬었다. 이 지긋지긋한 벙커는 쉽게쉽게 가는 일이 단 하나도 없었다. 적당히 야심 있고 적당히 살아온 자신에게 알맞은 보금자리인지도.

“뭔가?”

연락을 받고 도착한 통제실은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딘가 들뜬 모습이었다.

“그게··· 낮에 출발한 식량 수색조 있지 않습니까?”

“식량 수색조? 아아, 그 올빼미랑 출발한 수색조를 말하는 거군.”

이제야 잠이 깨는 모양이다. 큰 기대 안 하고 보낸 수색조다. 아니, 기대 따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밖은 지옥이고 식량을 기대할만한 건물이라곤 근방의 대형 마트와 식자재 마트 정도. 나머지는 거리가 멀어서 위험했다.

보낸 이들은 4명에 불과했으니 그냥 적당히 수색하는 시늉만 했겠지. 자신이 딸려 보낸 박일병은 올빼미를 제대로 감시했으려나. 그 얘기 때문에, 연락이 온 건가? 별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뭐든 일단 들어나 보지.’

한중령은 벙커의 통신기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잠기운을 뿌리치고 깔끔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중령님! 한성오 중령님이십니까?”

“그렇다. 왜 그런가?”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원?”

역시나. 이들에게 일말의 기대라도 품지 않길 다행이었다. 그 올빼미라는 자도 벙커의 흐름을 바꿀 순 없겠지. 당연한 일이다. 그건 그렇고 지원이라···

‘고립됐나 보군. 그럼 그렇지. 하지만, 굳이 지원을 해야 할까?’

민간인 셋, 그리고 적당히 쓸만한 병사 한 명.

야밤에 위험을 무릅쓰고 지원할 이유가 있을지. 한중령은 적당한 말을 골라 박일병을 달래려고 했다. 너무 냉혹해 보이지는 않기 위해서.

“이봐, 박일병.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다. 대체 어떤 상황에 놓인 지는 몰라도 이 시간에 병력을 차출해서 내보내기에는 너무 위험···.”

“아! 제가 말한 것은 수송 차량입니다!”

“수송 차량? 갑자기 수송 차량은 왜?”

아직도 잠이 덜 깼나? 아니, 잠에 취한 건 내가 아니라 박일병인가? 혼란스러운 한중령의 귓가에 박일병의 목소리가 명랑하게 들려왔다.

“사거리의 마트를 확보했습니다! 색적 레이더 가동했고 근방에 위협이 될만한 요소는 모두 배제했습니다! 따라서 보급품 수송을 위해 수송 차량의 지원을 요청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박일병 이새끼!”

“멍청인 줄 알았는데 기어코 사고를 치는구나!”

“사고를 쳐도 단단히 쳤어!”

이제야 비로소 상황실의 들뜬 분위기가 이해되었다. 먼저 소식을 전해 들은 거겠지. 그리고 박일병이 아니다. 아마 이 일을 해낸 사람은 올빼미일 것이다. 한중령은 잠시 고민했다.

‘의원님에게 보고드려야 할까?’

늦은 시간에 의원님을 찾아가 사태에 대해 보고드리고 지원은 그 이후에? 아니, 의원님이 허락할까? 한중령은 장의원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보고한다면 지원은 있을 수 없다. 낮에 보았던 민간인들의 수척한 얼굴이 떠올랐다. 하필 재수 없게 이 타이밍에 그 얼굴들을 떠올릴 줄이야. 이래서는···

‘제기랄.’

“알겠다. 호위병력과 수송 차량을 지원하지.”

“만세에에!”

상황실의 병력들이 양팔을 하늘로 올리고 기뻐했다. 한중령은 이 상황에 어떤 감정으로 임해야 하는지 판단이 힘들었다.

박일병과의 연락이 끊어지고, 상황병에게 한중령이 물었다.

“현재 가용 가능한 수송 차량이 몇 대지?”

“5톤 차량 다섯 대랑 10톤 차량 세 대입니다.”

“10톤 한 대랑 5톤 두 대 보내.”

“병력은요?”

“2소대 보내.”

“알겠습니다.”

한중령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상황병을 붙잡아 세웠다.

“왜 그러십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어떻게 지시하면 되겠습니까?”

“5톤 한 대.”

“무슨···?”

“5톤 한 대 빼고 차량 다 보내. 그리고 1소대도 보내.”

“알겠습니다!”

잠시 후, 상황실을 나가자 부산스러워진 벙커의 주민들이 보였다. 퀭한 동공과 상접한 피골이 눈에 들어왔다. 군인들이 얼마 있지도 않은 슈트를 입고 우르르 이동하자 잠에서 깬 모양이다.

5살이나 되어 보이는 아이가 다가와서 한중령의 바지를 잡아당겼다.

“아저씨··· 어디 가요?”

“왜 그러지?”

“엄마가 군인 아저씨들 어디 간다고 무서워해요. 우리 죽어요?”

한중령은 미동없는 표정으로 아이에게 말했다.

“아니, 아무일도 아니다.”

“정말요?”

“그래. 아저씨는 바빠서 이만.”

방한 슈트를 착용하는 내내 수차례 고민했다. 장의원에게 보고하지 않는 게 잘하는 짓일지. 역설적이게도 지금도 보고할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수송 차량에 올라타자 거짓말처럼 생각이 정리되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

철컹-!

그그그그그긍-

벙커 지하의 문이 열리며 수송 차량이 지상으로 올라왔다. 벙커에 도착한 이후로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던 차량이었다. 아니, 이만한 규모의 인원을 데리고 작전을 수행한 적도 없었다.

여러모로 최초다. 이 모든게 그 남자, 올빼미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가 물어온 게 벙커의 새 바람일지 아직은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올빼미와의 관계를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벙커의 상황이 180도 뒤바뀔지도.

“중령님?”

“아··· 출발.”

수송 차량이 눈길을 헤치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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