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16화 (16/222)

# 16

16화

‘아개머시써’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내 돈 가져가! 잔말 말고 가져가!]

- 진짜 무슨 후광 비치는 듯

- 나도 종말 이후에서 저런 말 해보고 싶다···

- 응, 저 밑에 박일병이 님 미래

- 응, 님도 나랑 같이 슈트에 오줌 쌈

- 자강두천이냐ㅋㅋㅋ 이자식들앜ㅋㅋ

‘이거완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박일병 구하기네; 영화자너 ㅋㅋㅋ]

- 대체 일병들이 뭐길래 ㅠㅠ

- 현재 시각 19시 35분 올빼미 생존 선언

- ‘그 발언’ ㄷㄷ

- 무조껀 생존입니다 shift + 6 + 6

“일어날 수 있습니까?”

“아, 아뇨. 다리에 힘이 풀려서 당장은···.”

“소총은요?”

“어? 여, 여기 있습니다.”

“저한테 넘기세요.”

“예?”

“빨리!”

박일병은 최성진의 일갈에 서둘러 에너지 소총을 넘겼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와중이라 소총의 재충전을 잊고 그냥 넘겼다. 이내 그걸 깨달은 박일병이 허우적거리며 말하려던 순간, 성진은 이미 박일병의 어깨에 소총을 도킹하고 있었다.

지이이이잉-

딸깍하며 에너지 소총이 재장전 되었다. 하지만, 소총만으론 저 오크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이미 아까 전 자신도 소총을 마구잡이로 갈겼음에도 엄폐와 맷집 때문에 한두 마리 사살하는 선에 그쳤으니까. 박일병은 그것을 경고하려 했다.

“소총으로는 어림도 없···”

기이이잉-

투두두- 투두두-

최성진은 박학식처럼 소총을 마구잡이로 뿌려대지 않았다. 시야는 가장 근접한 오크를 눈에 담았고 쓸데없이 탄을 낭비하지도 않았다. 한 마리에 정확히 세 발. 몸통에 두 방, 경직된 상태의 적의 머리에 한 발.

“크와아아아!”

오크들이 재차 엄폐에 들어갔다. 용맹하게 달려들던 처음의 오크들이 최성진의 탄에 허망하게 쓰러지자, 전략을 바꾼 것이다. 최성진은 그사이에 안전하게 일행과 합류했다.

“여! 살아있었잖아!”

“예. 다행히.”

“당신이 끌고 온 그 친구가 성격이 급해서 말이야. 앞으로는 고쳐지겠지.”

“올빼미님! 제가 그렇게 무사하실 거라고 말해도 아무도 안 믿더라고요! 어쨌든 다행입니다!”

“일단, 정리부터 하죠.”

“예!”

- 오크 숫자 실화냐? 2층이 젤 위험한 거 아니야?

- 오크들 다 약 먹으러 왔누ㅋㅋㅋ

- 개보린 찾다가 올빼미한테 딱 걸렸자너ㅋㅋ

약국뿐만 아니라 매장 곳곳에 오크가 엄폐한 상태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크는 근접전의 대가들, 거리를 허용했다간 소총을 갈기기도 전에 머리가 쪼개질지 모른다. 정병철이 넋을 놓은 박일병을 보고 말했다.

“우리 지휘관께서 맛탱이가 갔네. 어쩌지?”

“저희끼리 하죠.”

말을 하는 사이에도 눈치를 보고 발을 옮기는 오크들을 일행이 견제하는 사이, 최성진이 수신호했다.

‘준비.’

최성진은 최대한 많은 타겟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박일병의 슈트케이스를 뒤적거렸다. 다행히 손을 집어넣자마자 원하는 걸 찾은 그는, 소총에 결합된 유탄 발사기에 찾은 유탄을 장전했다.

퐁-!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유탄은 떼구르르 굴러서 가장 많은 오크에게 영향을 줄 위치에 안착했다. 그리곤···

꽈앙-!

파지이이이이이이익!

“크워어어어!”

에너지 유탄이 광범위한 쇼크를 일으키자 숨어있던 오크들이 약에 취한 바퀴벌레처럼 튀어나왔다. 정말 어마어마한 수였다. 못해도 일행의 10배는 넘어 보였다.

“죽여어! 죽어라!”

“죽어!”

투두두두!

오크들이 튀어나온 직후, 최성진을 포함한 수색조가 일제 사격을 가했다. 유탄에 영향받지 않은 오크들 대부분이 이 과정에서 쓰러졌다.

투두두-!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자 다시 2층에는 귀신 같은 정적이 깔렸다. 최성진은 일행에게 수신호하고 어둠으로 스르륵 사라졌다.

잠시 후,

“크어억!”

“컥!”

오크의 단말마가 짧은 간격으로 이어서 들려왔고 그조차도 잠잠해질 무렵, 최성진이 수색조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병철이 뭐에 홀린 표정을 지었다.

“다, 당신 정말 굉장하구만?”

“내가 말했잖아! 엄청난 분이라고···!”

“대웅이 말이 다 허풍인 줄 알았는데··· 설마 진짜 오우거도 혼자 잡았나?”

“사람 참! 내 말 아직도 못 믿나?”

“믿어! 믿는다고! 우리가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는 건지 신기하네.”

최성진은 박일병에게 다가갔다. 그는 여전히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있었다. 가벼운 한숨을 내쉰 성진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습니까?”

“아, 아···? 예. 예!”

박일병이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이 남자가 자신을 버릴까 봐서.

‘내가 예언했지?’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학식이 항문 개방했다. 수색조 똥 뿌리기 벌써 들어감]

- 이 집 용하네~

- 급식이 근데 쫄아서 숨은 거 본 사람?ㅋㅋㅋ

- 근데 소총도 올빼미가 가져가서 할 게 없긴 했음

- 그것도 웃긴 게 학식이가 오늘 유일하게 잘한 일이 올빼미한테 소총 넘긴 거ㅎ

- 고것은 나 시청자가 높게 평가하구연~

‘님들 올빼미 정체 밝혀냄’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존웍임. 누가 올빼미 강아지 죽였냐]

- 와, 진짜 킬러 아니야?

- 내 아들이 자네한테 실수를 한 것 같더군

- 에너지 유탄 오랜만에 보네 ㅋㅋ

- 소총 명중률 누가 엑셀로 계산해 봐염. 보니까 혼자 다 잡더만;

- 아 근데, 솔직히 근력 스텟 높아서 반동 커버되는 것도 생각해야 함.

- 보디빌더는 손 안 떨고 안경도 안 씀? 반동 커버는 ㅇㅈ이지만 그게 사격술의 전부는 아님

- 웃긴 건 견착까지 지대루 했다는 점~ 스탯 안 높았어도 죄다 맞췄을 걸여?

‘학식아 이제’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가서 카트 끌고 와. 아빠 여기서 기다릴게]

- ???:근데, 100원이 없는데요···

- ㅋㅋㅋㅋ 누가 학식이 따라 하래!

- 진짜 저럴 것 같아서 소름 돋았닼ㅋㅋ

- 학식이는 여기서 살아, 아빠는 갈 거야

박일병이 주춤주춤하더니 몸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자 아이처럼 변한 그였다. 최성진이 그에게 물었다.

“거동은 가능하십니까?”

“아, 예. 올빼미님.”

“소총 여깄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근데 총을 굉장히 잘···. 혹시 군인이셨습니까?”

성진은 가벼운 질문이었지만 어쩐지 대답하기 거북했다. 현실의 자신이 생각났다. 임무 중에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그. 그런 그를 국가는 내팽개쳤다. 최성진은 답을 골랐다.

“뭐··· 그럴 수도. 지금은 아닙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앞으로는 어떡하는 게 좋겠습니까?”

“박일병님이 지휘하지 않으십니까?”

“···아무래도 제가 내린 판단 때문에 상황이 안 좋아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서로 합의하고 행동하는 게 어떨까요?”

최성진은 죽을 위기를 겪고 난 박일병의 태도가 전과는 뒤바뀌었다는 걸 눈치챘다.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도 딱 그렇다. 마치 아기가 엄마를 향해 보내는 시선처럼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유가 꺼려졌지만 그만큼 박일병이 자신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오고 있었다.

최성진이 말했다.

“옥상까지 정리하고 지하로 가죠.”

“아까 박일병이 2층이랑 3층만 정리하고···.”

“지당한 말입니다! 아무래도 옥상까지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좋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라고 하네요. 옥상까지 확인하고 내려가죠.”

‘수색조의 서열을 아느냐?’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올빼미가 1위 정병철이 2위이며 급식이는 3위에 불과하다!]

- 학식이 제자리 찾아갔자너~

- 이제야 편-안

- 그래도 정신 차렸구나

최성진은 오크의 사체를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그의 적응능력이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쓰러트린 오크의 심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실제로 검으로 가슴을 그어 심장을 확인해봤지만, 심장은 시커멓게 죽어있었다.

‘먹어도 바뀌지 않는 몬스터도 있구나.’

귀찮은 수고를 덜었으니 잘된 일이다. 3층에서도 오크들이 등장했지만,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었다. 최성진은 권총을 빼내 들어 일행과 차근차근 오크를 정리해 나갔다. 정리하는 도중, 최성진의 사격 실력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병창아~ 병창아~’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조병창 네 이놈! 대답해라! 게 있느냐?]

- 왜요?

- 뭐야ㅋㅋㅋ 진짜 있었엌ㅋㅋ 소름

- 단돈 1000원에 악마를 소환했다!

- 아, 궁금해서 그런데 저거 사격술도 정상 아니졍?

- 말 안 할 겁니다. 또 분석 방송 잡혔거든요. 미리 말하면 김빠지잖아요

‘모야모야’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또 이나누나 방송이야? 둘이 뭐야 꽁냥꽁냥]

- ㅁㅇㅁㅇ~ 설마? 우결각 보는 거야?

- 그 방송이 여러분들이 제일 많이 보잖아요

- 그렇긴 하지. 안 보기엔 너무 크니까

- 뭐가 커? hoxy···

- 존재감! 다른 게 클 게 뭐가 있어? hoxy···

- 서로 구속 피하기 싸움인가?ㅋㅋㅋ

최성진은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현재 거점 확보 진척도(61/100)」

“갈까요?”

“저··· 잠시만 쉬었다 가죠, 올빼미님.”

“아, 알겠습니다.”

박일병의 제안에 탁 트인 옥상에서 휴식을 취했다. 옥상의 난간을 통해 밑을 내려다보았다. 군데군데 몬스터가 보였다. 도시는 주인을 잃었다. 원래 주인이었던 자들은 벙커에 갇혀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고 있었고. 부디 마트 확보가 인간이 도시를 되찾는 신호탄이 되면 좋으련만.

딴생각에 잠긴 사이, 박일병이 다가왔다.

“··· 올빼미님.”

“왜 그러시죠?”

“그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학식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학식, 진실의 방으로!]

- 박일병 이미 올빼미 추종자 됐음; 확실함

- 시청자부터가 이미 아까 거기서 뿅 갔음ㄷㄷ

- 날 가져오 엉엉ㅠㅠ

“말씀하세요.”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 중령님의 지시로 올빼미님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따라왔습니다.”

“그렇군요.”

“···부끄럽습니다. 이게 옳다고는 생각 안 했지만, 딱히 나쁘다고도 생각 안 했는데, 올빼미님이 위험을 무릅쓰고 저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박일병은 아직 멀었네’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올빼미가 무릅쓴 건 ‘위험’이 아니라 ‘귀찮음’이다]

- 바로 이거였누

- 천잰데ㅋㅋㅋㅋ 무릎 탁 쳤다

- 학식이 아직 멀었자너~ 군 생활 더 해야겠네ㅋㅋ

“저··· 일전의 제 잘못을 용서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무례하게 굴었던 것도 사과하고 싶습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박일병은 그 후로도 계속해서 꾸물거리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최성진이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남았냐고 묻자, 그가 큰 결심을 한 표정을 하고는 대답했다.

“그리고··· 이건 전적으로 제 느낌입니다만, 수뇌부가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습니다.”

“숨긴다고요?”

“얼마 전에 저랑 중령님, 그리고 의원님만 있는 자리에서 이상한 얘기가 오갔습니다.”

박일병이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중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무언가를 질문하자 장의원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굳이 그럴 필요 있겠나? 지금도 충분하잖나? 그 패는 최후에 꺼내 들자고. 그렇게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실패했다간 지금의 위치도 흔들릴 테니까 말이야.’

“중령님은 그 얘기를 듣고 알겠다고 대답하셨지만 어쩐지 석연치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무튼.”

“최후의 패···.”

최성진은 다른 얘기를 꺼냈다.

“그건 그렇고, 저 몬스터에 대해 좀 아십니까?”

“아! 안 그래도 말하려던 참입니다, 올빼미님.”

- 이젠 꼬박꼬박 뒤에 님자 붙이네ㅋㅋ

“여기서 수색을 마무리 짓는 게 어떠십니까?”

“예?”

“이건 아무리 봐도 아이언 오크가 영역확장을 할 때 벌이는 정찰 활동 같습니다.”

“정찰 활동이요?”

“문제는··· 아이언 오크는 정찰 활동에 무조건 선봉장을 내보냅니다. 그런데 선봉장을 우리가 지금까지 마주치지 못했다는 건··· 아마 그 괴물이 지하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위험한가요?”

“저야 기록으로만 봐서 잘 모르지만, 아마도 2층에서의 전투보다 훨씬 위험할 겁니다.”

성진은 박일병이 두루뭉술하게 얘기해서 정확한 난이도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슬쩍 채팅창을 보니 역시나 아이언 오크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병···’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창··· 부탁해······]

- 병창이 장실갔음. 제가 얘기해드림

- 님이 누군데여?

- 병창이 친구 차일국임

- 일국? 설마? 내가 아는 차일국? 북미 랭커?

- ㅇㅇ 암튼 설명함. 아이언 오크 난이도? 어렵지 않음. 근데 정찰조? 4명이서 못 뚫음

- 왜여?

- 선봉장이 넘사벽임. 아마 부족 최고전사 내보냈을 텐데 진짜 지랄 맞게 셈

‘글애두 우리 올빼미’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세계 최초로 오우거 솔로 레이드 성공했거등요?]

- 무시하지 마시죠 - -

- 뭔가 오해가 있는데, 아이언 오크는 대물로 취급 안 함. 크기가 소형으로 분류되기 때문

- 근데여?

- 잘 생각해 보셈. 드럽게 센데 인간형이다? 히트박스 작고 날렵한 주제에 피통 크고 근력 탈 소형급. 님들도 알 걸여? 공격대장 맡은 랭커들이 PVP도 잘합니까? 아니쥬?

- 아 긍까, 그냥 스펙 압도적인 유저랑 다이다이 뜨는 그런 건가?

- 정-확

‘조병창입니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화장실 간 사이에 일국이가 또 사고쳤네요.]

- ㅋㅋㅋㅋ 똥 쌌음?

- 노 코멘트 하겠습니다. 그리고 누가 일국이 박제 좀 해주세요. 제 방송 와서 맨날 놀려서요

- ㅇㅋ 캡처 떴음

- 감사합니다. 올빼미 방송은 그냥 보세요. 대부분 저희가 떠드는 건 의미 없습니다

- 역시, 올빼미 방 터줏대감ㅋㅋㅋ 정확히 알자너~

최성진은 채팅창에서 얻은 정보들을 머릿속에 새겨넣었다. 그가 요약한 선봉장의 전투력은 엄청나게 강한 소형 몬스터. 그렇다면 이제 결정해야 했다. 여기서 후퇴할지, 아니면 한 걸음 나아갈지.

“그럼 이렇게 하죠.”

“예? 아, 돌아갈까요.”

“아뇨. 그게 아니라···.”

그렇게 많은 몬스터를 잡아도 거점 확보 진척도는 61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선봉장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얘기. 최성진이 박일병에게 말했다.

“지하에는 저 혼자 가겠습니다.”

“네, 지금 돌아가겠다고 전하··· 예?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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