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11화 (11/222)

# 11

11화

의문들로 채팅창의 공간이 빼곡히 메워졌다. 이런 기상천외한 반응에 다른 채팅은 끼어들 수조차 없었다.

- ????

- ???;

- 야???

- 어????

- 응?????

- 뭐고

마치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시청자들은 예전부터 많이 봐온 클리셰를 떠올렸다. 뭔 문제만 터졌다 하면 모로 기울어서 쓰러지는 자유의 여신상.

지금, 프로스트 오우거가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그 자유의 여신상처럼 쓰러져갔다.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본 오우거의 동공에는 초점이 없었다.

기우뚱하더니 오우거의 몸이 허물어졌고 머리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 거대한 몸집답게 쓰러질 때의 소리와 발생하는 진동도 어마어마했다.

쿠우우우우우웅······

- ·········

- 잡은 거?

- ·········?

- 잡았냐고요

- ;;

- 아, 잡은 거 맞냐고요 대답점

오우거가 나타났을 때부터 절대 저 괴물이 무너지리라는 건 상상도 못 했다. 모두가 그렇게 여겼다. 근데 작금에 이르러서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아니, 손을 멈췄다고 하는 게 더 맞다.

‘경고한다’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다들 키보드에서 손 떼]

‘엄마 미안해’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학원비 잃어버렸어]

‘어 이상하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퇴근하고 왔는데 분위기 왜 이런가요? 오우거 어디 감]

- ···미국 갔어요

- 출국하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번 보시지···

‘치킨 아직도 안 왔다’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질문받는다. 내 생각에 배달원 지금 이거 보는 중]

- 보고 있냐? 빨리 와라. 지금 오면 다리 하나 줄게

- 걔 절대 안 옴ㅋㅋ 님 치킨 이미 뼈만 남음

- 그러냐? 그래도 용서해야지; 솔직히 나였어도 배달 쌩까고 바로 포장 뜯고 방송 봤다

- 훈-훈 올빼미로 하나 되는 우리 겨레

- 히힣 진짜 안 가야지

- 너였냐? 나 대신 잘 먹어라, 행복하게 해줘야 해

- 진짜 보고 있었눜ㅋㅋㅋ 둘이 천생연분이자너

‘마수걸이합니다’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스타트 끊습니다. ㄹㅇ; 내가 이걸 본방으로 보다니]

‘속보’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현재 기저귀 물량 동나··· 전국 비상, 사재기까지 등장해··· 정부 깊은 우려 표명]

‘오우거가 있었는데요’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아니요 없었습니다]

‘올해의 미로 종말도르 수상자는’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올빼미 확정. 땅땅! 판결 끗. 응 안 바꿔줘 돌아가]

‘이틀 만에 솔로 레이드’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아무리 피지컬 겜이라지만; 아 몰랑~ 돈 머겅]

‘랭커들 밥줄 끊겼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제 나랑 똑같이 백수네. 같이 방송이나 보자ㅋㅋㅋ]

‘솔직히 병창이한테 1000원 줘라’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병창이도 지분있따. 어글 오지게 끌음]

‘조병창’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러게요, 저도 1000원 주세요.]

- 미친ㅋㅋㅋㅋ 둘이 짰냐?

- 먼저 후원한 사람 조병창님 부캐 아니냐?ㅋㅋ

- Hey! where is ogre?

- He is gone···

- Shit!! um··· how are you? :)

- 얘네 또 이러네 ㅋㅋㅋ 둘이 무슨 대화냐?

- 왜 맨날 근황 토크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거야ㅋㅋ

‘님들 큰일 남’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분석 글 올리려고 종말 커뮤니티 들어갔는데 이미 터짐]

- 당-연

- 이미 레이드 시작할 때 터졌었음; 최소 3페이지까지 올빼미 글이었고 ㅋㅋㅋ

- 나 아직도 실감 안 나는데 누구 나 좀 한 대 때려줄 사람?

- 마둥석 : 어딘데

- 아, 이제 실감 되네. 오실 필요 없어요, 집에 계세요

- 후다닥 정신 차렸누ㅋㅋㅋ

- 실감사 하기 전에 정신 차렸자너ㅋㅋ

***

아직도 후원과 채팅이 범람했다. 최성진은 조금 놀랐지만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반응이라도 했다간 질문세례가 쏟아질 것 같았으므로. 지금은 오히려 할 일이 넘쳐서 사람들 반응에 할애할 시간도 없었고 말이다.

‘시간은 여유로워. 벙커까지 도달할 시간은 충분하다.’

아직도 가동시간이 두 시간 가까이 남았다. 여러 변수를 생각해도 넉넉히 잡은 예상 시간보다 두 배 이상 걸릴 리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은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거미줄 위에서 오우거가 쓰러지는 것을 바라보는 최성진. 최성진의 몸이 가벼운 적응부터 시작했다.

[프로스트 오우거를 사냥했습니다.]

[힘겨운 사냥이었습니다.]

[사냥에 적합한 몸으로 성장합니다.]

[근력이 10 상승합니다.]

- 10? 올빼미 또 선 넘네;

- 10? ㅠㅠ 꿈의 스텟이다

- 정보) 일반 유저에게 근력 10 줘봐야 대부분은 석탄을 좀 더 많이 캘 뿐이다

- 갓직히 예상했다. 레이드 보스를 혼자 뚜드려 팼는데 ㅋㅋ

- 애초에 혼자 잡으라고 만든 몹이 아닌디··· 더 줘라!

최성진이 거미줄을 늘어트려 바닥으로 서서히 내려섰다. 이제는 한 손으로 줄을 잡고 내려서는 동작이 너무 편안했다. 10이나 상승한 근력 스텟이 그의 모든 행동을 부드럽게 만들어줬으므로.

- 키-야! 헬기 레펠 내려오는 모습 같아ㅋㅋ

- 웅장한 브금 틀면 기저귀 또 갈아입어야 할 덧

- 일반인 핏이 아닌데; 헬기 레펠 몇 번 해본 사람 같음ㅋㅋㅋ

- 올빼미가 애초에 일반인처럼 행동한 적이 있음?

- 고건 맏따. 너의 말이 맏따

최성진이 가볍게 오우거의 사체에 내려섰다. 엎드린 자세로 쓰러진 오우거는 쇄골을 제외하곤 상처 하나 없어 곤히 자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최성진은 이 괴물을 홀로 쓰러트렸고 그 과정에서 입은 피해는 전무 했다.

어두컴컴한 심야, 장검을 오우거의 심장이 있는 부위에 박아 넣은 최성진은 살포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멀리서 지켜보던 대웅이 서서히 다가와서는 슈트에 장착된 헤드라이트를 최성진에게 비췄다.

팟!

- 야; 분위기 뭔데!

- ㅗㅜㅑ;; 개 머시써

- 충신들 오열 중 ㅠㅠ 인생 샷 나왔다

- 스샷 찍었다. 이거 투고하면 퓰리처 상 받는 거 맞지?

- 퓰리처 상 지붕 뚫기 가능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최성진에게 대웅이 일정 거리를 두고 말을 걸었다. 머뭇거리며 말을 거는 모습이 벌어진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눈치다.

“이··· 이게 대체···, 아! 아니, 어떻게 오우거를···?”

문장 내용의 부분 부분이 생략됐지만, 시청자들은 그가 내뱉은 말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챘다. 방금까지 자신들이 줄곧 떠든 얘기들이 저 한 문장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시간은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믿어 지지가 않네요. 그럼 저희는···.”

“예, 아마 무사히 귀환하실 수 있을 겁니다.”

풀썩···

대웅이 성진의 얘기를 듣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허물어졌다. 친구를 잃을까 얼마나 염려했던가. 종말이 찾아온 세상에서 친구마저 잃는다는 건 살아갈 이유를 한 가지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리라.

“감사··· 감사합니다. 어떻게 제가 흑··· 무슨 말을 해야 할지···.”

- ㅠㅠ 감동 실화

- 진짜 눈물 쏙 빼놓네. 아재 얼마나 걱정했을꼬

- 긴장해라 주말드라마! 이제 종말에도 밀린다

- 누가 이걸로 팬픽 써도 잘 팔리겠다, 그림 같네

- 이걸로 팬아트나 그려봐야겠다

- ㅇㅇ 커뮤 하나 파서 거기에 올리자

- 커뮤 있음?

- 이미 파졌던데? 첫날 누가 팠더라고 ㅋㅋ

“아무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잠시만 물러나서 저한테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아! 아··· 예.”

김대웅이 왜 그러나 물으려다가 관두고 물러났다. 그리고는 혼자 남겨두고 온 서민혁에게로 향했다. 최성진은 고개를 돌려 오우거의 몸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동산에서 구덩이를 파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만큼 오우거의 크기는 거대했다.

‘생기가 빠져나가서 그런가? 아까는 쇄골 말고는 가죽에 흠집 하나 안 났는데···.’

서걱··· 서걱···

정육점에서도 못 들을 소리를 내는 최성진을 본 시청자들의 채팅이 올라왔다.

- 다시 그 시간인가?

- 소로소로 때가 왔나?

- 이제는 너무 당연해 보여ㅋㅋ

- 능숙한 게 마장동에서 몇 년 구른 사람 같자너ㅋㅋ

최성진의 표정은 무미건조했고, 마침내 심장이 있는 부위를 열어젖혔다.

두근··· 두근···

밤이라 그런지 심장 소리도 더 크게 들렸다. 오우거가 쓰러졌음에도 어떻게 심장이 뛰고 있는 건지···. 막대한 생명력이 저 안에 가득하리라는 걸 모두가 예상했다.

최성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거침없이 입을 갖다 대고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추으읍···

- ㅗㅜㅑ 어떻게 수박 먹는 소리가 나냐;;

- 맞다! 냉장고에 수박 있는데 꺼내와야지

- 않이; 왜 이 장면을 보고 수박을 꺼내오는데ㅋㅋ

- 이제 시청자들도 적응 끝났어 및힌ㅋㅋㅋ

- 옴뇸뇸뇸뇸···

- 엄마는 우리 빼미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 으응? 아냐, 엄마는 됐어···.

- 어머니!! 흐규흐규ㅠ

- 엄마 : 휴, 짜장면이나 먹어야겠다

최성진의 몸보다도 더 거대한 심장을 어찌 다 먹을까 궁금해할 무렵, 심장의 색이 갑자기 일변했다.

추우욱 하고 늘어진 심장은 더 이상 뛰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색마저 시커멓게 죽어버렸다. 최성진이 물러나는 사이, 죽은 심장에서 붉은 기운이 빠져 나와서는 최성진의 코와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 시작한다. 다시 착-석

- 충신들은 자리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 나는 이때가 젤 기대됨

몇 초간 아무 반응이 일어나지 않던 최성진의 몸에 알싸한 기운이 퍼져나갔다. 이 기운은 여태껏 최성진이 경험했던 힘 중에서 가장 강력했음은 물론이거니와 노도와 같이 거칠게 흘렀다. 마치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최성진은 그 힘을 견뎌냈고, 시간이 지나자 인내는 보상으로 뒤바뀌었다.

최성진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득···

몸의 근육이 갈기갈기 쪼개졌다가 새로 맞춰지는 착각을 할 정도의 고통이었다. 고통에 익숙한 최성진이 아니었다면 혼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고통. 그는 그 고통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완벽한 사냥을 하기에 몸이 부적합함을 느낍니다.]

[더 훌륭한 사냥을 위해 몸이 적응합니다.]

[섭취한 프로스트 오우거의 유전자를 사용합니다.]

[근육이 발달합니다]

[전반적인 근력이 대폭 강화됩니다.]

[피부의 유전자 구조를 변경합니다.]

[진피층이 두꺼워집니다.]

[진피의 경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폭발적인 힘(Active)이 생성됩니다.]

- ;;; 스킬을 먹어서 만드는 게 말이···

- 된다. 올빼미는 늘 그래왔다.

- 올빼미~ 초~ 지인화아아아~ 음? 뭐라고 부르지?

- 오우울빼미~

- 미친ㅋㅋㅋㅋ

- 센스 뭔데 ㅋㅋ 진짜 있는 말 같자너ㅋㅋ

그런데, 채팅창에 누군가 다른 화제를 던졌다. 그 화제는 시청자들이 더 활활 불타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화제였다.

- 밑에 저거 불빛 나는 거 뭐냐

- 에이··· 잘못 봤겠지

- 님들아! 진짜 빛나는데요?

- 어? 진짜! 진짜 뭐 빛나는데?

- 헐;; 처음 보는 색인데?

적응을 끝마친 최성진이 오우거의 머리 방향을 주시했다. 덩치에 가려져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보랏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최성진이 보랏빛으로 다가갔다. 채팅창이 요란 법석을 떨었다.

- 아이템 드롭 에바잖아;;

- 혼자 독식한다고? 이거를?

- 나도 줘! 지금 캐릭터 만들어서 들어갈게!

- 응, 벙커 무너져;

- 아 깜빡했네

- 레이드 성공한 랭커도 몇 없지만 보라템 드롭한 적은 또 처음이네;

보랏빛으로 일렁이던 건 프로스트 오우거가 드롭한 아이템이었다. 사람들이 세계 최초를 연호했지만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게 무슨 물건이지?’

직접 확인한 물건은 총 두 개, 보랏빛의 구슬 하나와 푸른빛의 구슬 하나였다. 최성진은 처음 보는 형태의 아이템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 스킬이잖아! 역시 템 보다는 스킬이 최고지!

- 역시! 뭘 좀 아는데? 탕수육도 찍먹 보다는 부먹이지!

- 아니. 그건 아닌데;

- 너 찍먹이었냐?

- 부먹 누가 채금 좀 주셈

최성진이 잠시 그 구슬을 쥐고 있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킬 스톤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위압(Passive)이 생성됩니다.]

푸른색의 스킬 스톤을 사용했더니 위압 스킬이 생성되었다. 최성진은 내친김에 보라색의 구슬도 사용했다.

[펄스 제어(Passive)가 생성됩니다.]

- 뭔데; 집 한 채 값 스킬 스톤 바로 사용하는데?

- 상남자특) 그딴 거 없음. 걍 씀

- 시청자특) 스킬 스톤이 없음. 그냥 구경만 함

- ㅠㅠ 뼈 때리지 마라

[올빼미님의 보유 스킬]

[적응 (Lv.1) : 당신의 신체는 특별합니다. 당신은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습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능력이 강화됩니다.]

[열병기 저항 (Passive) : 당신은 종말 이전 무기인 열병기에 저항을 가집니다. 운이 좋다면 총알에 피격당하더라도 상처 입지 않을 수 있습니다.]

[뉴런 각성 (Passive) : 당신은 신경 말단까지 발달했습니다. 세포 하나하나까지 전투에 특화됩니다. 더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더 빠르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잘만 사용하면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위압 (Passive) : 당신은 타고난 싸움꾼입니다. 당신을 마주하는 적 중 당신보다 격이 낮은 자들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두려움이 강해지면 도주나 전투 포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폭발적인 힘 (Active) : 당신이 전투에 임할 때마다 힘이 축적됩니다. 이 힘이 일정량 쌓이면 축적된 힘을 소모해 짧은 시간, 통상 근력이 5배 증가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이 존재합니다.]

[펄스 제어 (Passive) : 당신은 에너지 펄스를 각성했습니다. 펄스는 신비로운 힘이고 알려진 게 많지 않습니다. 다만, 펄스를 축적하는 방법만큼은 명확합니다. 더 강한 적을 사냥하세요.]

- 펄스? 내가 아는 그 펄스야 설마?

- 세계 쵯초 펄스 각성; 심지어 한국인 ㄷㄷ

- 국뽕 오지게 차오른다; 주모!!

- 주모 : 오늘 손님 드럽게 많네. 알아서 갖다 먹어!

- 심지어 성장형인 것 같네 ㅋㅋㅋ 저거 실제로 매매 됐으면 강남에 집 한 채 샀겠다

- 문제는 현금 거래 안되쥬? 바로 삭제 당하쥬?

- 그래도 알음알음 다 함;; 암시장 개 큰데

- 쉿! 더 이상 말하면 공안에서 잡아가오, 동지!

- 헙! 내, 내는 아무것도 모릅니데이!

최성진은 스킬을 각성하고 생겨난 기운에 놀랐다. 아직 그 기운은 정전기처럼 따끔따끔한 정도로만 몸을 휘돌았지만 만일 성장한다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는 걸 눈치챘다. 스킬 설명의 마지막 문구가 와닿았다.

‘더 강한 적을 사냥하세요라···’

어찌 보면 적응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적응하기 위해 사냥하고 강적과 싸워왔다. 그러면서 강해진 최성진에게는 이 말이 자신이 가는 길이 옳다고 격려해주는 느낌이었다.

‘더 강해져야 해. 아직 부족해.’

세계 최초로 솔로 레이드에 성공하고 그 힘을 독식했지만, 최성진은 여기서 만족할 생각 따위는 눈곱만치도 없었다. 향상심 또한 그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으므로.

- 올빼미는 성장판 언제 닫히나요?

- 의사 : 제가 보기엔 아드님 키는 계속 클 것 같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 오홍홍 조와요~ 우리 빼미 계속 튼튼하게만 자라렴

- 왜 질투심이 안 들지; 더 퍼줘라! 그래야 나도 한국섭 땅이라도 밟아보지!

- 더 줘! 부족해! 나는 아직 목 마르다!

- 사람들 욕심봐 ㅋㅋㅋ 스킬 스톤 두 개 꿀꺽한 사람한테 더 달라니 ㅋㅋ 응, 더 줘 더 필요해

스킬에 대한 분석과 저마다 떠들어대는 내용들로 시끌벅적했지만, 최성진의 볼일은 끝났다. 이제 길을 떠나야 했다. 그는 김대웅과 서민혁이 있는 층에 다다랐다.

누워있는 서민혁과 그의 손을 잡고 연신 떠들어 대는 김대웅이 보였다.

‘그래도 다행이네. 약점을 미리 눈치채서 쉽게 해치웠어.’

최성진이 미리 약점을 의심하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 고전했으리라. 누워있던 서민혁이 입을 열었다.

“저는··· 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연우에게요?”

“예, 다 끝났습니다.”

바이저 너머로 흐느끼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서민혁이 느꼈던 좌절감은 일순간 안도감으로 변해서 그를 오열하게 만들었다. 한참을 끅끅대던 서민혁이 말했다.

“감사···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을 다해 갚겠습니다.”

최성진이 별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이고 해야 했던 일입니다.”

‘절대찬양해’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올빼미 그는 신인가? 신은 그인가? 올은 빼미인가?]

- 편-안

- 누가 이거 편집해서 매드무비로 올려라

- 퀄만 괜찮으면 단편 영화로 출범시켜도 될 듯ㅋㅋ

- 오늘부터 본방 진짜 무조건 사수한다. 야근 시키면 부장 머리털 다 뽑는다

- 응, 너 야근. 그리고 부장님 머리털 이미 없어

- 안돼에에에에!!!

최성진은 서민혁을 일으켜 업고 거미줄로 자신에게 동여맸다. 분명 100kg이 넘는 무게였지만 넘치는 근력에 비하면 오히려 가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업고 짧은 거리를 뛰는 것만으로 몸에 무리가 찾아왔었는데 지금은 지치지도 않았다.

“괘, 괜찮으십니까?”

“문제없습니다.”

“알면 알수록 대단하신 분이군요. 저··· 이제 와서 이런 걸 묻는 것도 실례지만 성함이···.”

“올빼미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 갓빼미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 맹금류죠

- 부엉!

- 뭐든 잘 먹습니다

- 뭔데? 첩자가 하나 껴 있는 기분인데

- 기분 탓임

벙커까지의 길은 1시간을 예상했지만, 그보다 덜 걸렸다. 최성진의 지치지 않는 체력 덕분이기도 했지만 오우거의 영역을 무서워한 몬스터들이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40여 분가량을 말없이 걷던 그들은 결국 목적지에 도달했다.

“다, 다 왔습니다.”

“여기가 그럼?”

“예, 연제구 지상 벙커입니다.”

작은 규모를 생각했는데 눈앞에는 거의 박람회장 크기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그 위용에 시청자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마침내, 최성진은 한국서버 최초로 민간인 수용구역인 연제구 지상 벙커에 다다랐다. 이때, 서민혁의 방한슈트 가동시간은 30분이 넘게 남아있었다.

- 꿈은 이루어진다

- 내가 살아생전 한국인들 바글바글한 걸 볼 줄이야;

- 벙커 생활만 봐도 행복사 할 듯

- 어서 내 돈을 가져가! 테잌 마이 머니!!

최성진이 걸음을 재촉해 벙커에 들어가려 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