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7화
[스노우 타란튤라를 사냥했습니다.]
[사냥에 적합한 몸으로 성장합니다.]
[순발력이 1 상승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스텟 상승이 일어나고 마는데 과연···?]
- 얼쑤!
- 지우와 삐카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삐까, 삐까!
- 또도갓쑤우~
- 미친 ㅋㅋㅋㅋ 갑자기 분위기 주머니 괴물
최성진이 얼어붙은 피를 툭툭 쳐서 깨트렸다. 붉은색 얼음 덩어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이 부서졌다. 그가 망치를 한 손으로 빙글빙글 돌리고 나이프를 역수로 꼬나쥐자 채팅창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 하······ 너란 남자··· 존멋···
- 어이, 올태식이 돌아왔구나?
- 스포) 곧 거미 잡아먹히고 스텟됨;
- 대본 유출 ㄴㄴ 배우님들 신경 쓰지 말고 입장해주세요
“키샤아아!”
부웅-!
바람을 거스르며 긴 다리로 최성진을 찍어 누르려는 스노우 타란튤라. 하지만 최성진은 상승한 순발력과 더불어 새롭게 얻은 패시브 ‘뉴런 각성’으로 인해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몸이 가벼워!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인다.’
가상현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현실적인 종말 이후. 최성진은 이 모든 게 가짜라는 게 와닿지 않았다. 그야 피와 살점이 튀고 철 냄새와 비슷한 혈향이 코끝을 때리는데 거짓일 리가 없지. 그는 그냥 속 편하게 임무에 투입됐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주 긴 시간 투입되는 장기 임무.
퍽-!
푹-
지이이이이익-!
망치가 타란튤라의 앞다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그 후에 다시 안쪽으로 파고들어 나이프로 배를 찢었다. 뉴런 각성을 얻은 후에 근접전을 펼치기가 더 수월해졌다. 맞으려고 해도 맞을 자신이 없는 느낌이랄까.
‘이 느낌, 이 감각··· 나는 전장에 돌아왔다.’
- 원샷 원킬 뭔데;
- 망치 쓰는 게 토르여;
- 놀랍게도 마트에서 가져온 망치다
- 따거! 감탄만 나옵니다유!
- 따거ㅋㅋ 이쑤시개만 물면 영웅본색이자너~
- 님들 채팅칠 시간 없어요. 인파이트 스타일이시면 한눈파시면 안 됨. 저게 정석이니까
‘정석이라고?’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정석인데 왜 암도 못하쥬? 난 저런 무빙 본적이 없는디;]
- 팩트) 수학의 정석도 펴자마자 조는 사람 있었다.
- 정보) 그거 맏따. 나다
- 난 펴보지도 않았자넠ㅋㅋ
최성진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전성기 때는 10km를 달려도 별 감흥이 없었던 그였는데 종말 이후에서는 체력의 안배가 쉽지 않았다. 종말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라도 능력치를 상승시켜야겠다고 느꼈다.
최성진이 호흡할 때마다 내뱉는 숨이 서리가 되었다. 이런 환경에 살아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그가 몸을 추슬러 아까 벗어둔 외투와 가방을 들쳐멨다. 그리고 주변의 기척을 살핀 다음, 전리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 아아··· 결국 이 순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 다소 잔인한 장면이 포함될 수 있으니 70세 미만의 시청을 제한합니다
- 이런 거 보면 올빼미형 살림해도 잘할 스타일이야.
- 여러분~ 챔기름 한 방울 뚝! 거미가 을마나 맛있게요?
- 츄르릅··· 군침 돈다
- 정보) 외국에서 거미 요리는 별미다
온전한 타란튤라의 심장은 총 3개였다. 나머지는 싸우는 도중 부수어지거나 손상되어 이미 꽁꽁 얼어붙었다. 최성진은 온전한 심장을 그러모아 적당한 가게의 1층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다. 그는 손에 아직도 펄떡이고 있는 심장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었다.
또다. 또 몸에 끓어오르는 피가 이 심장을 모조리 먹어치우라고 명령한다. 이 심장을 먹어치워야 더 강해지고 더 두려운 존재가 될 거라고 말한다. 최성진은 그 명령을 무시했다.
‘이건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다.’
최성진은 타란튤라의 심장을 쉬지도 않고 집어삼켰다. 한 번 깨물 때마다 피가 한 움큼 터져 나왔고 입가를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그마저도 곧 얼음의 결정으로 화했다.
- 경) 거미를 먹다 (축
- 아지매! 여기 반찬 좀 더 주이소! 영 거미가 싱겁네예!
- 아따! 그 양반 반찬 안 가리고 잘 드시네! 이것도 좀 드셔보소!
[스노우 타란튤라의 심장을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스노우 타란튤라의 심장을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스노우 타란튤라의 심장을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채팅창은 몬스터의 심장을 섭취한다고 스텟이 오르는 광경을 처음 본 시청자들로 한차례 시끄러워졌다. 하지만 초반부에 이런 장면을 한 번 본 시청자들이 설명해주자 이내 잠잠해졌다.
하지만, 채팅창의 누군가 다시 불씨를 피웠다.
- 잘 보셈 더 신기한 거 곧 나옴ㅋㅋㅋ
- 스포 ㄴㄴ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음ㅋ
- 왜여? 울 옵빠 또 뭐 바뀌어요?
채팅창의 내용에 새로 온 시청자들이 어리둥절할 무렵, 최성진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득···
‘시작됐다.’
최성진은 본능을 따랐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몇 번 경험했다. 따라서 이번에 섭취한 거미의 심장으로도 몸이 변화할 것도 예상했고. 이제 그 결과를 확인하기만 하면 될 문제였다.
우드득··· 우득···
[완벽한 사냥을 하기에 몸이 부적합함을 느낍니다.]
[더 훌륭한 사냥을 위해 몸이 적응합니다.]
[섭취한 스노우 타란튤라의 유전자를 사용합니다.]
[체내에 방적기관인 실젖과 체판이 생성됩니다.]
[초감각기관이 생성됩니다. 촉각이 발달합니다.]
[강력한 접착력의 점액질을 뿜어낼 수 있습니다.]
최성진은 이제 장갑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느껴지는 감각으로는 실을 뿜어내는 기관이 손어림으로 정해진 게 분명했으니까. 손을 가볍게 기울여 거미줄을 사출해 보았다.
푸슈슛···
착! 하고 벽면에 달라붙은 그 실을 나이프로 끊어내 보려고도 했고 망치로 큰 충격을 가해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도리어 무기에 얽혀 들어왔다. 아무리 힘을 써도 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유분을 생성해 떨어트렸다.
‘거미줄이라··· 임무 때 쓰던 와이어보다 더 쓸만한데?’
임무에 나설 때 미래 소재인 고탄성 케이블을 사용했던 최성진. 건물에 와이어를 사출해 날아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그걸 본 동료들이 자신에게 미친 거 아니냐고 할 때도 종종 있었지만.
- 즈기요? 스파이더맨이라니요?
- 피러 파커! 아쉽지만 자네는 두 번째 실업이야!
- 이거 저작권 문제 아니냐고!
- 이러다 박쥐 먹으면 베트맨 될듯ㅋㅋㅋ
최성진은 밖으로 나가 새로 얻은 능력을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려 했다. 그런데, 첫 번째 타란튤라가 사멸한 자리에서 옅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폭죽이라도 터트린 듯한 현상에 최성진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채팅창의 누군가 소리쳤다.
- 아이템 드롭이다!
‘아이템 드롭이라고?’
아이템 드롭. 현실에서도 이능력자들이 던전에 들어갔을 때 경험하곤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아이템 드롭이 종말 이후에서 자신에게 일어날 줄이야.
- 필드 아이템 드롭? 보스도 아니고? 제정신인가?
- 정예 몹은 가끔 떨굼. 스노우 타란튤라가 애초에 랭커들도 쩔쩔매는 정예몹인데;
- ㅇㅈ 애초에 적응 아니었으면 처음 거미줄 맞았을 때 조상님 봤음
- 확인해, 형! 얼른 보고 싶어!
‘김범수가 부릅니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아이템 보여줘!]
최성진은 홀린 듯이 빛이 흘러나오는 장소로 걸어갔다. 첫 번째 아이템 드롭. 아직도 마트표 망치와 튜토리얼용 나이프를 사용하는 중이다. 혹여나 무기라도 드롭된다면 정말 좋으련만. 이미 쓰고 있는 무기들이 거의 죽을랑 말랑했다. 나이프는 이가 빠지고 망치는 연결부가 헐거워졌으니 말 다 한 셈.
마침내 최성진이 허리를 굽혀 푸른색 빛무리를 집어 들었다. 서서히 실체화된 그 빛무리는 한 자루의 장검이 되었다. 검집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 자루를 움켜쥐고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푸르스름한 날이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의 검이 뽑혀 나왔다.
[티타늄 장검(펄스 혼용)]
[등급 : C+급]
[티타늄 소재로 이루어진 장검. 강철보다 가볍지만, 강도는 훨씬 우수하다. 펄스의 전도율도 괜찮은 편이라 몬스터에게도 효과가 좋다.]
‘C+ 템이라고? 와;;’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필드 드랍으로 C+가 뜬다고? 랭커들도 아직 필드는 D+가 최고 아님?]
- 얼마 전에 C뜬 랭커 있었음. 서찬미였나?
- 그 사람도 한국사람인디; 와 근데 진짜 실화임?
- 오진다 오졐ㅋㅋ 역시 행운 스텟은 실존했나?
- C+라면 제 학점보다 높은 데 말입니다만 크흠···
- ㄱㅊ 내 이번 학기 성적 아까 군용 나이프랑 똑같음
- 그건 좀 심하잖아ㅋ F면 학교도 안 나갔누
‘클립 땄습니다’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C+ 득템 영상 클립땄구요. 다른 방 가서 기만하겠습니다.]
최성진이 장검을 장착한다고 생각하자 고맙게도 등을 가로지르는 가죽띠가 새로이 생겨났다. 장검을 거기에 검집째 끼워 넣었다.
철컥!
가죽띠와 딱 맞춰진 장검은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최성진의 근력 스텟이 높아진 덕도 있었지만, 소재의 훌륭함도 기여한 듯했다.
‘장검이라··· 후보생 시절이 떠오르네.’
군사훈련을 받을 때는 모든 병장기를 사용한다. 창과 곤봉, 활과 방패도 안 가렸고. 최성진은 모든 무기를 다룰 수 있었고 그 실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괜히 올빼미라는 이름을 다른 군인들이 알고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5년이나 침대에 누워있었고 장검을 마지막으로 사용한 시절은 그보다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혹시 몰라 등착한 검을 빠르게 뽑아보았다.
스릉-!
불똥이 튀다시피 할 정도로 빠르게 검을 뽑아 두어 번 휘둘렀다.
쉭-! 쉭-!
바람을 베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고 그 몸놀림이 섬전 같았지만, 최성진은 어쩐지 불만족스러웠다. 전성기 때의 자신이라면 소리가 더 늦게 따라붙는 느낌이 들 정도였고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었다.
“녹슬었네.”
‘녹슬었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칼이 녹슬었어! 누가 콜라에다 좀 담가 놔!]
- 생활의 달링 칼갈이 편! 콜라에다 담그면 녹이 벗겨진다고요?
- 내가 이래서 올빼미님 구독했자너ㅋㅋ 기만하는 방법이 참-신
- 오늘도 기만당했다. 나는 적응보다 이게 더 자극적이야
- 소드마스터 올빼미 ㄷㄷ
최성진은 다시 납검한 후에 아까 해보려던 실험을 마저 했다. 손목을 기울여 5층 정도 높이의 건물 꼭대기에 거미줄을 사출했고 곧 그에 올라타 와이어 액션을 펼쳤다.
붕-!
거미줄 한 가닥에 의지해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른 최성진은 오래간만에 자유를 느꼈다. 반동으로 붕 솟아오른 최성진이 맞은편 건물의 옥상 난간에 착지했다. 이 과정에서 공중 2회전을 했음은 물론이고.
척!
한쪽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 땅을 짚은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에··· 기술점수 10점 드립니다.
- 고인물의 무빙··· 맵다!
- 닌자냐곸ㅋㅋ 올빼미상? 쇼군을 위해 일해주게!
- 이것도 클립땄다. 언젠가 나도 올빼미처럼 움직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 응~ 절대 안 와~ 종말 해방이 먼저 와
- 정보) 랭커들도 이 방에서 몰래 숨죽이고 보는 중이다
최성진은 대략 십여 분간 거미줄을 이용한 움직임에 익숙해지려 했고 여러 가지 응용방법을 실천했다. 그로 인해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도 있다.
첫째, 줄의 강도는 어마어마했다. 크레인이 후려쳐도 견딜 정도.
둘째, 건물과 건물 사이에 연결해 다리처럼 사용해도 되었다.
셋째, 용량이 무한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용하면 서서히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 이거 근데 이정도면 개별 능력으로 치부해도 될 정도 아님?
- 적응능력 자체가 근-본인데 뭘 따짐ㅋㅋ
- 근-본
- 절·대 적·응·해
- 오늘 진짜 눈 호강 미춌다ㅋㅋ
최성진은 실험이 성공적이었음을 확인하고 도로에 내려와 길을 걸었다. 대략 2km 정도만 더 가면 연제구 지상 벙커가 나올 터. 아무리 외로움을 타지 않는 그일지라도 이틀간 몬스터랑 설원만 보았으니 사람이 보고 싶은 건 당연했다.
‘NPC랬나? 가상현실이야 군사훈련 때 경험하긴 해봤지만···.’
인질극 상황이라든지 혹은 섬멸전이라든지. 적으로 등장하는 NPC와 인질NPC 등 최성진도 경험해보긴 했다. 하지만 가상현실 게임에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내심 NPC와의 만남을 고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할 무렵, 사거리 방향에서 큰 소음이 들려왔다.
콰아아아아아앙-!
“크와아아아아아아아!”
- 뭐, 뭐야? 몬스터인가?
- 소리 뭔데; 몬스터가 이런 소리 내는 첨 들어봄
- 이정도면 거대 몬스터 아니야?
- 에이··· 설마···
최성진이 소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하려고 할 때, 채팅창과 최성진이 동시에 화들짝 놀라게 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길! 민혁아! 안돼!”
몬스터가 내뱉은 우렁찬 소음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들려온 소리는 번역된 언어가 아닌 틀림없는 한국어였다. 채팅창이 엄청난 화력으로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