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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6화 (6/222)

# 6

6화

- 올하~(올빼미 하이라는 뜻)

- 올하!

- 형! 저희 왔어요!

- 방송 켤 시간 돼서 치킨 시켜놓고 기다리는 중 ㅋㅋ

‘소문 듣고 왔습니다’님이 8,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여기가 트롤 백반 맛집이라면서요? 하나 주세요.]

- 키-야! 가격까지 벌써 정해졌누

- 괴식 특성 각성한 사람도 생으로는 안 먹었는데ㅋ

- 이 집 트롤 잘해요~ 근데 육회 위주임;

- 특수부위 전문점입니다. 방송에도 몇 번 나왔죠

최성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시청자 수가 천 명에서 삼 천명까지 오르는 걸 확인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몇 배나 되는 인원이 올빼미의 방송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방송이 켜진 지 5분도 안 되었는데도 말이다.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왜 내 방송을 보는 거지?’

‘형 부탁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사랑하는 그녀를 한반도에 남겨두고 왔어···.]

- 구라치지마옄ㅋㅋㅋ

- 그냥 한국섭에서 겜하고 싶은 거잖앜ㅋㅋ

- 아마 NPC일듯ㅋㅋㅋ

- 사랑도 단방향이겠지?

‘그건 그렇고 형 얼른!’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튜토 보상! 빨리 보여줘 헠헠!]

- 마따! 튜토 보상 떴을 텐데?

- 최초 타이틀이라 두 개 뜨지 않음?

- 여럽훈! 모두 기를 모아주세요! 우리의 유일한 희망께서 좋은 능력을 얻기를 간절히 기도드려요!

‘튜토리얼 보상? 상태창에 떠오른 메시지를 말하는 거구나’

최성진은 아까 잠에서 깨어났을 때 떠올랐던 몇 개의 문구가 기억났다. 시청자들이 이야기하는 튜토리얼 보상이란 것도 분명 그 문구 안에 있었다. 시청자 수에 놀라서 세세하게 살펴보지는 않았다.

- 내가 다른 사람 특성 좋은 거 얻게 해달라고 빌 줄이야;

- 어차피 패시브 두 개 줄 거거등요? 좀 쓸모 있는 게 나와야 할 텐데;;

- 12000명이 지금 한 사람 패시브 지켜보는 중ㅋㅋㅋㅋㅋ 제발! 평생 가챠 실패해도 되니까 올빼미 형한테 좋은 스킬 줘 ㅠㅠ

최성진은 이들의 바람을 들어주었다. 시스템 메시지 창을 주르륵 띄워 시청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튜토리얼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튜토리얼을 클리어합니다.]

[보상으로 패시브 스킬이 주어집니다.]

[한국서버 최초 튜토리얼 클리어입니다.]

[보상으로 패시브 스킬이 주어집니다.]

- 역시! 두 개 떴네!

- 됐다아아아아! 이제 좋은 거만 나오면 되네.

[한국 서버의 메인 시나리오가 진행됩니다.]

[현재 한국 서버 생존자 : 올빼미 외 0 명.]

[올빼미에게 메인 시나리오를 부여합니다.]

- 아··· 먼데?

- 올빼미 외 0명 뭐냐곸ㅋㅋㅋ 한국 사람 창피하다고

- 우리 다 한국인 아닝교? 어서 한국서버 들어갑시다!

- 응, 바로 벙커에 깔려~ 안 들어가~

- 낚았는데 실패했네. 똑똑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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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생존자 확인]

「당신은 상황이 진정되자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미 한국은 틀렸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죽었고 생존자들도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부산에 있습니다. 부산 지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가까운 벙커에 접촉해서 상황을 파악하십시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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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정보? 정보 어딨어? 메인일 것 같긴 했지만;

- 와 ㅋㅋ 메인인 것도 억울한데 정보도 안 준다고?

- 이걸 맨땅에 헤딩으로? 개 오바자너ㅠㅠ

- 올선생 안타까워서 어떡해ㅠ

올빼미의 상태창 메시지에 떠오른 하나하나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보는 사람이 많아지니 파도가 더 촘촘해진 것 같다. 최성진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스킬창을 오픈했다.

[올빼미님의 보유 스킬]

[적응 (Lv.1) : 당신의 신체는 특별합니다. 당신은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습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능력이 강화됩니다.]

[열병기 저항 (Passive) : 당신은 종말 이전 무기인 열병기에 저항을 가집니다. 운이 좋다면 총알에 피격당하더라도 상처 입지 않을 수 있습니다.]

[뉴런 각성 (Passive) : 당신은 신경 말단까지 발달했습니다. 세포 하나하나까지 전투에 특화됩니다. 더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더 빠르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잘만 사용하면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 하나 중박, 하나 대박

- 그 참···

- 뉴런 ㄷㄷ 머박 떴네;

‘12000명이여 눈을 뜨시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리고 눈물 흘리십시오!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 뉴런! 피지컬 극상인 사람한텐 1티어 패시브!

- 팩트) 허접이 들면 스킬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 열병기는 쫌 애매하긴 한데 저거 에너지병기도 막나?

- ㄴㄴ 에너지병기는 따로 패시브 있음 열병기는 총만

- 걍 화약 일체 막음. 수류탄도 가끔 면역 뜸

- 판정은 갠춘이네. 올빼미형! 이제 완전체가 되어가는구나ㅠㅠ

최성진은 채팅창을 읽고 자신의 패시브가 좋은 축에 속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별다른 신경은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전투는 자신이 하는 것이지 스킬이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뭐, 도움이 되면 되는 거고.

‘님들 근데 물어볼 거 있음’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좋은 능력이 뭐였음?]

- 나 성장 있는 사람 봄. 이 사람 혼자 레벨업 했음 ㅋㅋ 완전 혼자 이세계 스칸다함

- 헐ㅋㅋㅋ 개사기네. 그 사람 지금 뭐함?

- 방사능 피폭되고 먼지 됐음. 캐릭 새로 팜

- 뭔뎈ㅋ 레벨 올라도 천재지변 앞에선 평등하네ㅋㅋ

- 먼지가 되어 날아갔누

최성진은 출발 전에 허기를 채우고자 했다. 한데 육포를 꺼내 씹으려 했지만, 추위에 얼어붙어서인지 딱딱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거의 얼음만큼 딱딱하다고 하면 적절하다 싶었다. 식사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던 찰나, 메시지가 떠올랐다.

[음식물 섭취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원활한 음식물 섭취를 위해 신체가 적응합니다]

[소화기관이 강화됩니다]

[치아가 더 단단해집니다]

[타액의 온도를 고온까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 이젠 놀랍지도 않다. 또 왔니 킹응아?

- 머냐 이 스킬? 나 처음 와서 잘 모르는데;

- 올빼미와 시청자가 사이좋게 적응하는 방송입니다

- 킹-응합니다

최성진은 가장 가까운 벙커를 찾아야 했다. 아무래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건 지상 벙커라고 생각됐다. 서면에서 가장 가까운 벙커는 어디일까? 실마리를 잡아보려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기서 제일 가까운 벙커가 어디죠?”

- 정보) 한국섭 최고수는 올빼미다

- 쇤네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요!

- 형··· 형이 가는 곳이 곧 길이야···

- 죄송합니다ㅠ 몰라요, 올빼미님

- 일단 자리 떠야 할 것 같아요. 마트에서 평생 살 수는 없으니;

시청자의 말이 핵심을 짚었다. 갈 길이 바빴다. 최성진은 서둘러 이 게임을 클리어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멈춰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벙커따위 걷다 보면 나오겠지. 그가 가방을 메고 건물 밖을 나섰다. 눈보라가 일전보다 더 심해졌다. 그 때문인지 몬스터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 소문난 거 아니냐? 아이스 트롤들이 소문낸 듯ㅋㅋ

- 올빼미의 부산 식도락 여행! 시작합니다

- 식도락 살인마자넠ㅋㅋㅋ

- 고독한 킹식가ㅋㅋㅋㅋ

최성진은 눈보라를 헤치고 걸어갔다. 도로의 외곽에서 걸으면 얼어붙은 차들이 길을 막고 있는 경우가 허다해서 되도록 중앙에서 걸었다.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서 속도를 내지는 못 했지만 대충 북쪽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벙커의 흔적을 발견하면 좋으련만.

최성진이 몇 시간을 말없이 걸어갔다. 시야에 잡히는 건 오로지 눈의 결정들뿐이었으며 피부에 닿는 건 칼바람뿐이었다.

도로가 점점 좁아지더니 외곽으로 빠지는 길이 나왔다. 외곽으로 빠져 나와 고개를 드는 순간, 표지판에 쓰인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연제구 지상 벙커··· 저기다!’

- 흐에엥 나 눈물 날라 그래 ㅠㅠ

- 아무도 눈보라에 몇 시간씩 걸어본 적이 없으니ㅋㅋㅋ

- 지상 벙커 가면 한국인들 많겠지?

최성진은 다시 길을 재촉하려 하는데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가느다란 선. 그 선 위에 눈이 잔뜩 쌓여있었다. 처음에는 전신주의 전선이 길게 늘어져 있는 줄 알았다. 무시하고 지나치려는 찰나, 코너를 돌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최성진조차 당황했다.

‘줄에··· 자동차가 매달려 있다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군데군데 얼어붙은 고치들도 매달려 있었다. 최성진은 일이 좋지 않게 풀리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서둘러 무기를 꺼내 들었다.

‘도망쳐어어어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스노우 타란튤라다! 저거 거미줄 ㅈ사기니까 튀세여!]

- 염병, 우리 옵빠 운 왜 이래;

- 튜토리얼 클리어하자마자 랭커들도 쩔쩔매는 몬스터 만남ㅋㅋㅋ

- 저거 한번 붙잡히면 끝; 얼음과자 댑니다 횽님

- 나 거미 싫어하는데ㅠㅠ 못 보겠오요

- 근데 한 마리 아닌 거 같은데; 줄 너무 많어

시청자들의 말대로 건물의 옥상을 비롯해 여러 군데에서 거미들이 등장했다. 털 거미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털이 수북한 거미들이 다섯 마리는 되었다.

- 형! 절대 거미줄 마즈면 안대여뷰ㅠ

- 한 대 맞으면 꼼짝 못 해;

- 이거 다른 의미의 먹방 볼 수도 있음

- 무서운 말 하지 마여!

최성진은 거미의 눈이 좋지 않음을 기억해냈다. 그렇다면 발달한 촉각으로 자신을 알아챘다는 건데 대체 어디서? 눈앞에 놓인 거미줄을 바라보자 답이 나왔다. 거미줄이 지상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걸어온 진동까지 잡아낸다고? 조심했어도 소용이 없었겠네’

“키시이이이···.”

바닥에 쿵! 하고 떨어진 거미 한 마리가 최성진에게 덤벼들었다. 집단 사냥을 하기엔 머리가 좋지 않은 듯.

앞발 두 개가 휘적거리며 공격해왔다.

푹! 푹!

최성진은 눈밭을 굴러 공격을 피해냈고 나이프로 거미의 발끝을 후려쳤다.

푸각-!

거미의 발끝이 베여서 덜렁거렸다. 하지만 큰 타격은 주지 못했고 오히려 거미가 발광하듯이 실을 입으로 내뿜었다.

“키시이이이!”

촤아악······

최성진은 날렵하게 피한다고 피했지만, 가방과 옷 근처에 거미줄 일부가 얽혀오는 건 피하지 못했다.

- 아······

- 커쥬 요말럽~(대충 카페베네 BGM)

- 올빼미가 여기서 끝이라고?

- ㅁㅊ; 거미 종류는 지금 딴 섭 랭커들도 상대하기 어려우니까;;

- 아 밸런스 왜 이래 ㅠㅠ 메인 스토리라 그런가?

최성진은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왼쪽에서 거미 둘이 더 내려오고 있었고 오른쪽도 거미 둘. 이미 자신은 거미줄에 묶여 줄행랑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

그때, 최성진의 몸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뉴런 각성 덕분인지 적응은 전보다 몇 배는 빠르게 일어났다.

[움직임이 제한됨을 느꼈습니다.]

[포식자의 먹이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신체가 몸을 속박한 점액질 형태의 성분에 적응합니다.]

[몸에서 특수성분이 포함된 유분을 뿜어낼 수 있습니다.]

최성진은 망설이지 않고 장갑을 벗은 후에 옷을 벗기 어렵게 만드는 부위의 거미줄을 쓰다듬었다.

툭-

투둑-

그러자 거미줄이 원래 접착성이 없었다는 듯이 후두둑 끊어졌다. 그는 유분의 효능을 확인한 후 곧장 외투와 가방을 벗어 던졌다.

마침, 거미가 발작하듯이 덤벼들었다.

“키시이이!!!”

최성진은 한결 날렵해진 몸놀림으로 거미의 발을 피해 오히려 안으로 파고들었다. 거미의 배 부위로 미끄러지듯 파고든 그가 나이프로 거미의 배를 갈랐다. 울컥하고 거미의 배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키샤아아!”

쿵-!

거미 한 마리가 쓰러지고 최성진이 일어서자 채팅창이 환호로 물들었다.

- 젠장! 믿고 있었다고, 올빼미!

- 5252! 늦었잖아!

- 날 가져유ㅠㅠ

- 한국서버 그 자체가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되지!

‘거기 거미들 딱 서! 딱 서!’님이 5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니들 이제 두ㅣ졌으니까!]

- 에··· 거미는 훌륭한 단백질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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