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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2화 (2/222)

# 2

2화

자신들을 세계 굴지의 가상현실 게임회사 데자뷰라고 소개한 남자.

남자는 곧장 계약에 관해 얘기했다. 자신들의 신작 가상현실 게임에 들어가 클리어해 달라는 황당무계한 내용이었다.

“첫째, 최성진님의 플레이는 자동으로 송출됩니다.

둘째, 최성진님은 절대 이 계약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최성진님이 당한 불행한 사고에 대해서도. 단! 시청자와의 교류는 허용해드리죠. 혼자서 적적하실 테니.

셋째, 플레이 중 사망할 시에는 계약이 종료됩니다.

넷째, 만에 하나라도 최성진씨께서 게임을 클리어할 시에는 그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게임을 플레이 중에는 병실도 1인실로 옮겨준다고 하고 병원비도 전액 지원해준단다.

세상에 이렇게 비합리적이고 불평등한 계약이 있을까? 물론 데자뷰라는 회사가 손해인 쪽으로.

‘왜··· 왜 나에게?’

최성진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그 의문을 군홧발로 짓밟았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복수할 기회가 제 발로 찾아왔으니까. 남자가 한 가지 얘기를 덧붙였다.

“아 참! 신아름씨에게는 저희가 알아서 잘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영상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니 계약 노출에 주의하시고, 저희 측에서 나름 특전도 드렸으니 멋진 플레이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떨어지는 후원금은 가족이 없으신 관계로 신아름씨에게 전액 송금할 계획이니 열심히 플레이하시면 최성진씨에게도 좋은 일이겠죠?”

****

가상현실게임회사 ‘데자뷰.’

공전절후의 완벽한 가상현실게임 ‘이세계 스칸다.’를 출시 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이세계 스칸다는 중세를 배경으로 한 RPG로써 세계의 게이머들을 열광에 빠트렸고 중독시켰다. 하지만, 그 게임은 끝이 존재했다.

용사가 마왕을 토벌하고 스칸다 대륙에 평화가 찾아오자 데자뷰는 돌연 서버 종료를 선언했다. 공황상태에 빠진 전 세계 3억 유저들은 데자뷰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그들보다 완벽한 가상현실게임을 만든 회사는 없었으니까.

아니, 이세계 스칸다 발톱만큼이라도 따라온 작품을 내놓은 회사 자체가 없었다.

유저들이 분노와 애원을 동시에 하는 이상한 상황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 Are you kidding me?(대충 빡쳤다는 영어)

- 완전 통수 맞았자넠ㅋㅋㅋ 나 이제 다시 pc겜 해야하냨?ㅋㅋㅋㅋ

- 마우스 삽니다. 쿨 거래 간웅하신 분만.

- 구두를 핥겠습니다! 제발!(굽신굽신) 제발 스칸다 섭종하지 마유 ㅠㅠ

- 뭐애오! 내 스칸다 돌려줘오!

데자뷰가 유저들의 분노를 어떻게 잠재울지 세계의 귀추가 주목된 가운데, 데자뷰는 폭탄선언을 한다.

[(주)데자뷰 신작 게임 ‘종말 이후’ 발표]

더 이상 스칸다를 연호하는 유저는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지만 소수였다. 스칸다가 출시한 지도 꽤 된 터라 단물도 빠질 대로 빠졌기 때문. 오히려 언론 매체는 데자뷰의 신작에 역대급으로 많은 유저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종말 이후가 런칭했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동시접속자 수 1억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 종말 이후.

런칭 후 다시 3개월,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기 달랐지만, 그 반응을 관통하는 하나의 진리가 존재했다.

- 시발! 존나 어렵네! 개 같은 게임! 근데 재밌어서 더 열 받아! 시발!

Hell of hell! 모든 지역 서버 중 가장 어렵다고 정평이 난 서버, 한국.

어렵다고 하기도 뭐한 게 튜토리얼에서 다 갈려 나갔다.

서버 유동인구 0! 캐릭터 생성하고 10분 안에 ‘You Died’를 보게 되는 서버.

캐릭터 생성권 가격 자체가 만만치 않아 사람들은 데자뷰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건 아래의 답변이었다.

「그런 세계관입니다. 종말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사측에서는 사전 설명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여, 한 달간 한국 서버에 캐릭터를 생성하신 분들에 한정하여 환불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이후로는 회사 규정상 환불 처리가 불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럼, 즐거운 종말되세요!」

그 후, 게임을 처음 접한 사람을 제외하고 한국 서버에 캐릭터를 생성하는 사람은 없었다. 있어도 바로 죽었고.

그로부터 다시 한 달 후.

캐릭터 닉네임 올빼미가 한국 서버에 생성되었다.

****

[올빼미님의 방송에 입장하셨습니다.]

- 신참인가? 누가 또 돈 뿌려서 어글 끄나 보네 ㅋㅋ

- 한국 섭 실화? 어차피 후원받아 봐야 캐릭터 생성비도 못 건질텐딬ㅋㅋㅋ

- 노이즈마케팅 넘 지겹자너~

- 10분 뒤 미래에서 왔습니다. You Died

- 스포 ㄴㄴ해.

서버 선택부터 엄청난 어그로가 끌렸다.

많은 온라인 방송 매체가 있고 그보다 많은 스트리머가 있다.

그중에 살아남는 건 극소수요, 스트리밍의 세계는 별들의 전쟁이라 할만했다.

그들 중 망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이라도 쳐보는 스트리머도 존재하기 마련.

시청자들은 올빼미도 그런 스트리머라고 여겼다.

- 개꿀, 어차피 내 돈 아니자넠ㅋㅋ

- 올만에 남 뒤지는 거 보고 한 발 빼야겠습니다.

- 저도 바지 내렸읍니다.

- 이상, 검찰 송치명단입니다.

- ㅋㅋㅋ웃기네, 어? 다, 당신들 누구야? 읍···! 으읍! 아직 안 뺐어!

올빼미 최성진은 정체불명의 건물에서 눈을 떴다.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그는 오래간만에 느껴지는 감각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 움직임··· 이 질감과 냄새! 마치 현실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최성진이 둔해진 감각을 끌어올리며 적응하고 있는 와중, 튜토리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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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튜토리얼]

「당신은 종말 이후의 세계에 와있습니다. 종말이 찾아온 후 가장 먼저 무너진 국가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부산에 위치한 소형 벙커에서 깨어난 당신,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살아남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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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지?’

최성진은 눈앞에 떠오른 튜토리얼 창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 후에 곧장 떠오른 능력 각성 때문이다.

[과거의 유산, 헌터의 능력이 눈을 뜹니다.]

[적응을 각성합니다.]

“적응? 적응이 뭐지? 스킬이라고?”

채팅창은 최성진의 반응에 넋이 나갔다.

스트리머를 하는 사람 치고 게임에 대한 정보를 아예 모르는 사람은 처음이었으니까.

- 컨셉 재밌넠ㅋㅋㅋ 연기잔가?

- 어허, 선수끼리 왜 이래? 알 거 다 알면서? 얼른 옷고름을 풀거라!

- 적응은 근데 머징? ㄹㅇ 첨 보는디?

- 구린 거겠쥬? 듣보잡인거 보믄.

- 정보) 한국 섭은 뭔 능력을 각성하건 써먹을 수 없다.

- 곧! 곧이다! 곧 밥상에 동태 한 마리 올라온닼ㅋㅋ

[올빼미님의 보유 스킬]

[적응 (Lv.1) : 당신의 신체는 특별합니다. 당신은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습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능력이 강화됩니다.]

최성진은 빠르게 스킬의 설명을 읽어갔다.

특수요원 올빼미의 명성은 실력뿐만 아니라 긴급 상황에서의 판단과 집중력으로도 쌓인 거였으니까. 최성진은 빠르게 판단했다.

‘적응이라··· 데자뷰 측에서 특전을 줬다는 게 이건가? 생존에 필요한 스킬을 지원해준다고 했으니까.’

‘올빼미 조상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눔아··· 언능 와! 할애비 기다리잖여!]

- 할아부지! 재촉하지 마유! 곧 가니께!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옄ㅋㅋㅋ

- 정보) 올빼미는 곧 동사한다.

- X를 눌러 조이를 표합시다.

최성진은 주변에 무기가 될만한 걸 찾았다. 마침 탁자 위에 군용 나이프가 있었다.

손가락을 대보고는 날이 서 있는걸 확인하고 품속에 갈무리했다.

[군용 나이프]

[등급 : E급]

[보급형 나이프, 사람을 상대하는 데에는 쓸만하지만 몬스터를 상대로는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

- 3··· 2··· 1···

- 신데렐라쿤··· 12시 됐다.

- 소로소로 죽을 때인가···

그그긍···

최성진이 나이프를 갈무리하고 정보창을 확인하기도 전에 벙커가 진동했다.

최성진은 지진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곧 알아챘다.

벽 전체를 울리는 진동도 진동이거니와 강화 유리로 추정되는 유리창에 금이 가기 시작했으니까.

쩌적··· 쩌저적···

- 종말에 어서 오세요!

- 햇반 돌리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태 입장해주세요.

기어코 유리창이 박살 나는 걸 신호로 건물의 붕괴가 시작됐다.

쨍그랑-!

최성진은 순간 판단으로 웃옷을 챙긴 후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 반응속도가 일반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만큼 재빨랐다.

그리고 뛰쳐나간 최성진은 이 게임의 제목이 어째서 종말 이후인지를 여실히 실감했다.

휘이이이잉-!

눈보라가 몰아치다 못해 허리까지 쌓인 눈은 물론이고, 말도 안 되는 강풍이었다.

이 상황에서 거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구태여 설명하지 않으리라.

- 어? 근데 왜 안 뒤지지? 시작할 때 HP 바닥으로 시작하잖아?

- 몸놀림 실화냐? 최번갠 줄 알았네. 근데 반응이 어째···

- 버근가?

- NG! 어이 올씨! 연기를 그딴 식으로 하면 어떡해? 거기선 윽하고 죽었어야지!

‘왜··· 춥지 않지? 아니, 좀 서늘한 정도?’

최성진은 의아함을 느꼈다.

환경에 적응하는 훈련은 요원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충분히 받았다.

하지만 그 훈련은 가혹한 환경에 놓였을 때를 가정하여 ‘견디는’ 법을 훈련하는 거지 ‘무시하는’ 법을 훈련하는 게 아니었다.

때문에, 지금 추위를 못 느끼는 건 정상이 아니었다.

심지어 최성진의 통각설정은 최상으로 설정되어있었으니.

‘아줌마, 여기 동태찌개 시켰는데요’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

그때, 최성진과 시청자가 올라오는 시스템 창을 넋을 잃고 보게 됐다.

시스템 창은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를 쉽게 추론하게 했다.

[환경에 적응합니다.]

[귀가 작아지고 팔다리가 짧아집니다.]

[피하지방이 두꺼워지고 덩치가 커집니다.]

[신경계 단백질을 조절합니다.]

[털이 수북해집니다.]

[털의 색이 하얗게 변합니다.]

[결빙방지물질을 생성합니다.]

‘시청자는 적응하지 못합니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시청자가 놀라 자빠집니다.]

- (대충 눈알 튀어나옴.)

- 이 겜 언제부터 현질 됐지? 누가 말 좀··· 바로 데자뷰 주머니에 현금빵 해버릴라니까

‘순간포착 시상에나 이런 일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늦은 밤 제작진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추위에 적응하는 남자가 있다?]

- 정보) 지금 뒤져도 한국 서버 최장시간 생존자.

- 어? 진짜네?

- 유다희님? You Died님? 어디 계세요?

최성진은 이게 왜 화제가 되는지도 몰랐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길을 나섰다. 최성진의 눈보라 산책이 십 분 정도가 지나자, 채팅창이 더 산만해졌다.

- 머박 사건···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 자체가 레전든데?

- 한국 서버 개통 당하는 거 아님ㅋㅋ?

- 뇌절ㄴ 아직 튜토리얼도 안 끝남.

최성진은 스트리밍이 처음이라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그의 반응조차 시청자에게는 새롭게 다가왔다.

- 생존이 리얼루 진담이 되어버린 시대··· 한 남자가 설원을 걷고 있다.

- 아까 한 발 빼려고 바지 내린 놈 ㅋㅋㅋ 바지 올려라

- 이미 올렸읍니다. 그렇다고 안 뺀 건 아닙니다.

- 너무 빠르자넠ㅋㅋㅋ 토끼냐?

- 아닙니다. 넘겨짚지 마십시오(깡충깡충)

최성진이 얼굴을 뒤덮은 하얀 수염에 서리가 맺힐 때쯤, 적당한 건물을 발견했다.

주상복합건물에 내부에는 마트가 있는 건물. 꽤 고층의 건물인데 부자들이 사는 건물이었다.

게임 배경이 근미래인지라 건물은 신기한 양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이 추위에 생존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다 떠나거나 죽지 않았을까 싶다.

불 꺼진 건물로 최성진이 진입했다. 최성진이 독백했다.

“운이 좋군.”

- 킹이 좋군.

- 갓이 킹군.

방점을 찍는 후원을 마지막으로, 최성진이 건물 수색을 시작했다.

‘이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는 나’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운이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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