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1화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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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훙-!

- 올빼미! 올빼미, 대답해라! 무슨 일이냐!

무전 소리가 성진의 귀에서 멀어져갔다.

빌딩 난간에서의 추락, 발을 헛디딘 것도 아니고 일부러 떨어진 것도 아니다.

“왜···!”

난간 아래로 떨어지는 최정예 특수부대원 ‘올빼미’ 최성진. 그를 내려다보고 싸늘하게 웃는 염동력 각성자 김우열. 김우열이 최성진에게 답했다.

“재수 없거든, 너 말이야. 일반인 주제에 기어오르는게.”

콰직-!

올빼미는 김우열의 허무맹랑한 답에 대답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아니, 몸을 잃었다.

****

사건이 발생한 후 5년, 20대 초반의 나이로 창창한 앞날이 예정되어 있던 최성진.

각성자 부대와의 합동작전에서 척추가 부러져 전신 마비에 빠졌다.

“성진아··· 성진아, 이 자식아! 내가 위험하다고 군인 같은 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

“우리 성진이 어떡해··· 흑···.”

최성진은 사교성이 좋아 늘 곁에 사람이 있었다.

식물인간이 되기 전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3년이 지나자, 병실에 찾아오는 사람은 한 명으로 줄었다.

최성진의 여자친구 신아름, 그녀만이 전신이 마비된 성진을 보살폈다.

국가는 최성진의 노고를 최소치로 잡아 보상했고, 이는 보상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수준.

덕분에 신아름이 사비로 병원비를 댄 지도 오래다.

“오빠··· 나 힘들어···. 흑··· 내가 오빠 보살펴야 하는데···.”

‘아름아, 미안해···.’

의식은 있었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성진은 신아름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냥 떠나라고, 자신은 잊고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아가라고.

이대로 관심에서 멀어져 죽는다 해도 평생 고마워할 생각이라고.

“엄마가 자꾸 선 자리에 나가라고 해. 좋은 사람이래. 근데··· 나 말이야··· 자꾸 ‘한 번만 만나 볼까’하는 마음이 드는 거 있지? 나 참 간사한 년이지? 응? 그렇다고 해줘, 오빠.”

‘아름아, 어머님 말 들어. 나는 신경 쓰지 마.’

하지만 빌어먹을 입은 열리지 않았고 그저 소변줄의 튜브로 누런 물이 쏟아질 따름이었다.

비참하고 한심스러웠다. 신아름이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소변 통을 들고 일어섰다.

“어, 잠깐만··· 소변 통 좀 비우고 올게.”

‘죽고 싶다.’

누구보다 살고 싶었지만 동시에 죽고 싶었다.

천애 고아인 자신을 돌보느라 신아름이 불행하다면 그편이 나았으니까.

어차피 슬퍼할 사람이라고는 신아름이 다이건만.

왜 그녀는 자신을 놓지 못하는 건지.

똑똑똑-

신아름이 돌아왔나보다. 최성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와 의자에 앉은 이는 남자였다. 남자는 최성진이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보상금 얘기를 하러 왔나? 하지만 보상금 얘기는 이미 끝났는데···.’

“안녕하세요, 올빼미? 안타깝네요. 전도유망한 청년이 이렇게······. 뭐, 여기까지는 제 사견이었고 이제 사측의 제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남자는 최성진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화제를 꺼내 들었다.

“복수하고 싶지 않나요? 그리고 돌아오고 싶지 않나요?”

‘복수···? 제발···!’

최성진은 남자의 얘기를 듣고 고민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움직인다면 꽉- 끌어안았지 싶다.

이 자가 누군지, 자신이 왜 이렇게 됐는지를 어떻게 아는지, 이 의문은 복수라는 단어에 사그라들었다.

남자는 비릿하게 웃고는 최성진의 고목처럼 말라붙은 손을 붙잡았다. 손등을 가볍게 쓰다듬은 후, 남자는 얘기했다.

“계약 성립입니다. 당신은 이제 종말에 떨어질 겁니다. 살아남으세요. 그리고 그 끝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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