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6화 〉106. 격돌! (106/114)



〈 106화 〉106. 격돌!

“하긴, 샤오레이같은 놈이 아닐 거라 생각은 했어.”

앞을 막아서는 연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상대를 구속하고 제압할  있는 정신 계열의 스킬.


물론 샤오레이가 가지고 있던 인형사 스킬도 그  하나이기는 했지만, 사용자의 역량 자체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멍청하기도 했고 말이지.’



그러나 언뜻 봐도 지금의 연은 앞서와 달랐다.


전력으로 맞부딪혀도 승리를 장담할  없는 상대.


베르톨도가 입매를 말아올렸다.

“같은 스킬이라도 다를 수밖에 없지. 그 놈한테 이 스킬을 준 게 바로 나니까.”

“그래서, 같이  싸우고?”

“제대로 연을 쓰러뜨린 뒤에나 그런 말을 해야겠지? 이래봬도 쓸만한 말이거든.”

그에 나는 웃음을 머금었다.


확실히, 연은 강했다.
A급의 실력은 확실히 넘어선…… 어쩌면 이진명 헌터와 비견될지도 모르는 정도의 실력자.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본 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더군다나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건, 1대1의 경우지.’




지금은 아니었다.



“같은 편을 상대로 싸워서 얼마나……”

헛소리를 지껄이는 베르톨도를 무시하며, 나는 현화 쌤에게 말했다.

“쌤, 서포트요.”
“알았어.”


화르르륵!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는 여섯 개의 불꽃.

그리고 그 사이로, 나는 인페르노 스피어를 전개해 날렸다.



콰아앙!

“큿……!”


혀를 차며 은사를 전개하는 연.

그러나  공격은 그저 눈속임에 불과했다.

불에 한층 약해진 은사를 가르며 연의 코앞으로 접근한 나는, 동시에 속임수 스킬을 이용해 연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슈아악!

그것을 미리 예상하기라도 한 듯 내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세 갈래의 은사.


나는 현화 쌤에게 배운 스킬, 헬 플레어를 이용해  손에 불을 덧입혔다.



화르륵!



순식간에 단도를 타고 올라가는 염화.


불에 약한 성질의 은사는 맥없이 잘려 나갔다.

“좀 자라.”


나지막히 중얼거린 나는 도의 손잡이 끝부분으로 그녀의 뒷목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퍼억!!



털썩.

눈 깜짝할 사이에 제압된 연.


“같은 편이  어쨌다고?”




나는 베르톨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금 전에 말했잖아? 난 내 꼴리는 대로 산다고."






─이 씹새끼야.






* *  *



“아카데미도 꽤나 오랜만인걸?”



한국의 3대 헌터 아카데미.


무투를 기분으로 삼는 백골단과, 마법사의 육성에 힘쓰는 성백.

그리고 그런 구분을 크게 두지 않는 월영.


각 아카데미마다 기준은 조금씩 달랐지만 ‘S클래스’라는 것에 대한 것은 비슷했다.
평범한 학생, 심지어는 헌터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한 자질을 가진 학생.


그런 이들을 아카데미에서는 S클래스로 분류했으며,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나 월영의 경우는 그런 점이  부각되었는데, S클래스의 잠재력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 크게 수업을 두지 않고, 대신 자율적인 발전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기에 더 그랬다.


때문에 ‘월영은 교사진들의 실력이 부족해 S클의 수가 적다’는 말도 생겨날 정도.

그러나 따지고 보면 월영 소속의 S클래스 학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지금 아카데미를 방문한 황재웅 역시도 그런 S클래스 학생 중 하나였다.

“간만에 한가하기도 하고…… 잠시 둘러나 볼까?”


1학년 2학기부터 S클래스로 진급한 황재웅.


그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가장 가능성이 없는 E클래스부터, D,C클래스에 이어 B클래스…… 그리고 마지막에는 A클래스까지.



“여전히 영양가 없는 수업들이나 받고들 있구만? 한심하긴.”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웃음을 머금었다.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의 콧대가 묘하게 높아졌다.

“백날 노력해 봐야 나같은 천재한테는……어?”


그러던 그는, 낯선  교실의 존재를 깨닫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 이런 곳이 있었던가?”

교무실이라고 적혀 있는 팻말.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교실의 크기가 상당히 작았다.

“이런 외진 곳에 교무실이라니…… F클을 넘어서 G클래스 까지 생기기라도 했나…?”


그럴 거라면  헌터를 하려고 하는 거지?

그런 의문을 삼키며 그는 교실의 문을 열었다.



드르륵.



“……?”


“누구……시죠?”



그리고 그 안에서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던 세 명을 마주할 수 있었다.






* *





촤르륵-!
후웅, 콰아아앙!!




자신의 한쪽 팔을 거대하게 변화시킨 베르톨도.
예리한 칼날을 머금은 그의 팔이 은가람의 단도와 맞부딪히며 엄청난 굉음을 만들어냈다.

“크흐흐…! 어딘가 낯이 익지 않나?”
“쯧…!”

혀를 차며 거리를 벌리는 은가람.


그 틈을, 현화의 마법이 비집고 들어갔다.


“저건… 살바토리오 님의…?”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라우라의 말에 그는 웃음을 머금었다.



“기억하고 있군.  편으로는 그 녀석들을 죽여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덕분에  힘을 내가 이어받을  있었으니까!”



자신의 팔에 마력으로 이루어 진 막을 덮어씌워 현화의 마법을 막아내는 그.

곧이어 날아드는 한주희의 주먹 역시도 가볍게 막아내며 반대쪽 팔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츠즈즈즛…… 파지지직!!




“?! 카이저 실드_Kaiser Shield!”

맹렬하게 날아드는 검은 색의 전격에 현화는 재빠르게 마법을 영창했다.


평소 아무런 영창 없이 사용하던 마법과는 차원이 다른 고위마법.

그럼에도 그녀의 마력에 약간의 타격이 전해졌다.



“빛의 검_Sword of Light!”

촤아앙!


은은한 빛을 머금은 세바스찬의 검격.
그리고  바로 뒤를 쫓아, 라우라의 단검이 날아들었다.


“제어!”

빠르게 공간을 가르는 세 개의 단검이 그녀의 권능에 따라 교묘하게 방향을 틀었다.


카가가강!!

세바스찬의 검이 베르톨도에 닿는 순간.




“폭사!”


콰차자작!

 방향을 점하고 날아들던 라우라의 단검은 그의 근처에서 산산이 부서져 나가며 파편을 뿌렸다.

파편 수류탄과 맞먹을 정도의 파괴력.

금속으로 이루어  수백 개의 조각들이 일제히 베르톨도에게로 날아들었다.

“과연 조금의 성장은 있었군.”

“…?!”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니, 일반적인 헌터 역시도 잘 다져진 고깃덩이가 되었어야  상황.

그러나 그것을 가뿐히 막아낸 베르톨도는 라우라를 향해 한 손을 뻗었다.



“큭……! 커어어억……!!”

“하지만 건방지다. 감히 약자 따위가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내다니 말야.”




투명인간이 그녀의 목을 잡기라도 한 것처럼, 라우라의 목에 깊은 손자국이 생겨났다.


“라우라!”


콰아앙!!

허공에 뜬 채로 몸부림치던 그녀는, 이내 한쪽 벽으로 날아가 쳐박히며 정신을 잃었다.

타닷!
스아아악!



짧은 틈을 타, 은가람이 다시금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불쾌할 정도로 진득한 마기를 품은 그의 단도가 검은 색의 긴 잔상을 그려냈다.



마인화시켰던 자신의 팔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베르톨도.


다시 인간형으로 돌아온 그의 팔을 보며 은가람은 미간을 좁혔다.

까아아앙!!

검은 색의 단도와 사람의 팔이 부딪히며 시뻘건 불꽃을 자아냈다.

입매를 말아올리는 베르톨도.

“재미있는 무기를 쓰고 있군. 마인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단검이라.”


“아아, 특제라서 말이지.”



간단하게 대꾸하며 그는 오른손의 단도를 내질렀다.


카강!
콰가가가가강!



짧은 순가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연격.


그러나 베르톨도 역시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차분하게 그의 공격을 막아내며 빈틈을 노리는 그.



틈만 나면 날아드는 현화의 고위마법과, 가공할 만한 한주희의 육탄 공격까지 대처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괴물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쯧…! 아직 조금 부족했나?!’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은가람.


이전에 비해서 단도가 크게 성장한 것은 맞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흡수자 스킬이 조금만 더 빨리 습득되었더라면……’

가진 삼각수의 뿔은 넘칠 정도로 많았다.


골드 코스트에서 그만한 수의 재료를 한 번에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흡수시키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앞서 있었던 일들, 트랩으로 인한 것들이나 연을 쓰러뜨림으로 인해서 어느 정도 제약의 해제가 있기는 했으나 그것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베르톨도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적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혀 타격이 없어 보이는 상대.
그러나 이쪽은 점점 체력이 바닥나고 있었다.


장기전으로 끌어서 좋을 것은 없는 상황.


그렇게 은가람이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우우웅-!




“…?!”
“어……?”

“……뭐지?”




묘한 위화감이, 일순간 공동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키이익……!
-끼이이이……

“이,이게 뭐지…?”


주변에서 등장하는 기괴한 생물들.


몬스터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낯선 모습이었다.


잔뜩 몸을 긴장시킨 채로 베르톨도를 주시하는 일행들.


그러나 그의 소행이 아니었는지, 베르톨도 역시도 미간을 좁힌 채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우르륵……불룩…


“……?!”



어느 순간,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베르톨도의 팔.

그 속에서 생명체가 몸부림치기라도 하는 모습에 은가람은 뒤쪽으로 몸을 물렸다.

언제든 대비할 수 있도록 방벽을 전개하는 차현화.




촤악!

점차 커져 가는 자신의 팔을 바라보던 베르톨도는 반대쪽 손을 들어 팔을 잘라냈다.

툭!
꿈틀꿈틀……!



바닥에 떨어진 채로 멋대로 움직이는 그의 팔.

기괴하기 짝이 없는 그 광경을 내려다보던 베르톨도는, 잘린 자신의 어깨를 한 번 바라보고는 입매를 말아올렸다.

“후훗…… 순간 당황했군. 이건 예상치 못했다.”


“……?”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그.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일행들 속에서, 차현화는 마력을 이용해 공간에 퍼진 스킬을 빠르게 추적했다.

그리고  끝에  있던 누군가를 바라본 현화는, 경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 네가 어떻게……”


그 누구보다 이런 스킬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한 사람.


머리로 생각하거나, 술식을 만들어 내는 것과는 한 없이 거리가 먼…… 그저 몸으로 부딪히는  밖에 할  몰랐던 사람이, 이 현상의 주인공이었다.

“생각보다 더 늦네?  빨리 알아챌 줄 알았는데 말야.”



그렇게 중얼거리는 한주희의 눈이, 묘한 자색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선택자의 권능이라. 흥미롭긴 하다만, 고작 그런 걸로  어떻게 하기는 이르다.”



베르톨도 역시도 초월자의 선택을 받은 선택자.


꽤나 많은 약자들을 『포식』해 온 그였기에 지금의 현상을 비교적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순간 속을 뻔 했군.”



그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분명히 잘려 나갔던 팔이 멀쩡하게 되살아났다.

조금 전 일어났던 현상은 실제가 아닌 허상.

그의 무의식에 한주희가 잠식하며 만들어 낸 환영에 불과했던 것이다.

“정신 계열, 그 중에서도 환각 계열의 선택자인가.”
“글쎄? 알아맞혀 보던지.”

입맛을 다시며, 그녀는 말을 던졌다.




“그 전에 2차전, 계속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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