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0화 〉80. 의심과 불안 (80/114)



〈 80화 〉80. 의심과 불안

“……”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라우라.
그녀의 대답에 베르톨도가 다시금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벌컥!

“라우라!”


굳게 닫혀 있던 기숙사 방이 벌컥 열렸다.


“현……화?”

갑자기 난입한 차현화의 모습에 라우라는 얼굴을 굳히며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방금 전 까지  자리에 있던 베르톨도의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차현화는 대수롭지 않은 어조로 웃음을 흘렸다.


“아아,미안,미안! 깜빡하고 이걸 안 줬지 뭐야?”
“이건……?”

“신분증! 아무래도 신분증이 없으면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닐 테니까.”

“……”

자신의 사진과 이름 등이 기재된 신분증을 받아드는 라우라.

그녀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감사를 대신했다.

“그럼, 이제는 정말로 나가 볼게. 쉬는데 미안했어!”


달칵.

들어왔던 것 만큼이나 순식간에 방을 나서는 현화.

라우라는 그녀가 떠난 문과, 조금 전 까지 베르톨도가  있던 자리를 번갈아바라보았다.

*



대항전이 끝난 지도 어언 일 주일.

2학기의 실기 평가가 대항전으로 대체되었기에 학생들은 꽤나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 덕에나는 자유롭게 학생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고.


“그래서, 이번엔 또 뭔데?”
“고놈 말 한 번 이쁘게 하네.”

“남이사! 그래서 뭐냐고!”


늘 그렇듯이 틱틱대는 서현을 두고, 나는 나머지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인원은 총 9명.

고정멤버인 은서현과 한아름, 그리고 이현진과 더불어 목연우를 비롯한 2반의 세 명과 한주희,세바스찬.

그리고 서현의 옆에 달라붙어 있는 라우라까지.

“또 훈련이야……? 조금 쉬면 안될까?”

조금은 퉁명스런 아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실기 평가도 끝났고…… 사실상 이번 학기는 끝난 건데 쉬게 해 줘야지. 물론, 그렇게 훈련이 하고 싶다면야……”

“아니! 괜찮아!”
“괜찮아요!”

“꺼져 좀!”


“……”

반응 한 번 뜨겁네.

“싫음 말고. 오늘 너희들을 부른 건 별 거 아냐. 일단은…… 여기는 처음이지?”

나는 작게 마련된 한 교실…… 얼마 전 까지 창고로 사용되었던 방을 훑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긴 한데…?”
“그게 왜요?”

“여기가 내 개인 교무실! 이름하여 특별 교무실이자 상담실이다, 이거야! 어때?! 축하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니?”

“……”

한 순간 주변에 싸늘한 정적이 가라앉았다.

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또 구르고 싶다고?”

“축하해, 가람아!!”
“축하합니다!”

“이런 썅!”

뜨거운 녀석들의 환호에 나는 환한 표정으로고개를 끄덕였다.

서현이 혼자만상황 파악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럼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자! 여기서 내가 지금 길드에 소속되어 있거나, 들고자 희망하는 길드가 있다, 손.”
“뭐? 그딴  왜 물어?”
“교사로서 간단한 조사차 묻는 거야. 그래서? 아무도 없는 거야?”

하기야 이제 막 1학년인 녀석들이 길드에 대해 제대로 알 리는 없겠지.


당연히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 달리, 한 명이 슬그머니 손을 올렸다.

이현진이었다.

“응? 넌 생각해  길드가 있어?”
“아니, 제가 생각해 놓은  아닌데…… 나중에 졸업하면 아버지가 따로 알아 봐 주신다고 하셨어요.”

“너희 아버지가? 그거 낙하산 아니냐?”


의아하게 묻는내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진명이 그런  할 같지는 않은데.

“낙하산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밑바닥부터 기어 올라오라고……”

“흐음…… 거절 해.”

“네?”

벙찐 녀석에게 나는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았다.


“거기 말고 더 좋은 곳이 있다고.”


“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형님, 벌써부터 길드를 알아보고 계신 겁니까? 아니면 혹시 컨택을 받으셨다던지……?”

“아니, 그 전에 어디야?”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이들을 향해, 나는 당당하게입을 열었다.

“현존하는  어떤 길드보다 강력하면서도, 영향력이  길드!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아?”

“그런 길드에…… 우리가 들어갈 수 있을까요?”

“어디 들어가다 뿐이야? 아마 너희들이그 길드의 고위간부가 될 예정인데?”

“뭐라구요?!”


경악하는 일행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세바스찬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런 길드라면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 있을 텐데…… 혹시 알려진 구성원들은 없나?”

“일단은 이진명 회장님이랑…… 최 현 집사님 정도?”

“어? 우리 아버지는 소속된 길드가 없는데……? 협회 직속이라…”

“알아.”

“……?”

“하지만 조만간 들어오게 될 거야. 내가 꼬실 거거든.”

“……뭐?”


그제서야 내 말의 의도를 간파한 녀석들의 눈이 있는대로 커졌다.


“설마…… 길드를 창설하겠다고…?”


“맞아.”


*



길드.

간단하게 말하자면 헌터 협회의 승인을 받은 헌터들의 모임 정도라고 규정지을  있었다.

사적인 모임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공적으로 인정을 받은 만큼 협회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지원을 통해, 길드원들에게  길드만의 혜택을 줄  있다는 점이었다.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 아니야?”
“이 시국에 새로운 신생 길드는 너무 무리수 같은데요……”

한아름과 목연우의 말에 은가람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확신에 찬 그의 목소리.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현진이 입을 열었다.


“저희 재단의 지원을 받는 길드만 해도 수십개인데…… 자세히는 몰라도 신생 길드를 좋게 보지는않는다고 했어요.텃새도 있고…”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알아본  아니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레드오션이라고? 사실  정도의 힘이면 어느 길드이든 두 손 들고 환영할 것 같은데……”


“아, 글쎄 괜찮다니까. 걱정하지 마. 어차피 지금 당장에 오란 것도 아니고.”


그들의 걱정을 은가람은 간단하게 일축해 버렸다.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 마냥.

‘사실 한 2~3년 간은 아직 블루오션이거든. 적어도 너희들의 졸업까지는 문제가 없다, 이 말이지.’


본격적으로 헌터계가 다시 한 번 불타오르는 건 적어도 몇 년 후의 일이었다.

갑작스런 게이트의 동시 개방과 던전 브레이크. 결정적으로, 마력 적합도를 인위로 늘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는 것이 그 즘이었다.

‘어쩌면 조금은 앞당겨졌을지도 모르지. 그래봐야 문제는 없겠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할 수 있느냐가 아니었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동안,  앞의 학생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가 관건.

그는 당당한 어조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까 말했듯이, 나는 역사상 그 어떤 길드보다 강한 길드를 만들 생각이야.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지.”

“흐음……”

“하기야, 가람이 형님 정도라면……어쩌면…”

처음 불안해 하던 그들이었지만, 이제껏 은가람의 강함을 눈 앞에서 봐 왔던 그들이었기에 한 편으로는 기대감도 드는 그들이었다.

더군다나 그의 입에서 ‘고위 간부’라는 말이 나왔기에 더 그랬다.

그의 말대로 되기만 한다면,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나도 아무나 들일 생각 없어.찍어놨던 백여 명 중에 엄선한 게 너희들이니까. 졸업 전 까지 잘 생각해 봐.”

심지어 그의 기준에서 엄선되었다는 점.

진실여부와 관련없이, 그것은 그들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다.


“난 무조건 찬성!”

“……?”

그리고 의외의 장소에서,가장 먼저 손드는 이가 있었다.

조금  까지도 대화를 듣는 둥 마는  하던 한주희였다.


“넌… 어디 구속되는 거 싫어하지 않았냐?”
“그건 맞지. 그래서?”

“그래서라니……? 길드에 가입하면 혜택을 주는 건 맞지만, 그래도 분명 넌 길드에 가입하지 않는 길을 선택할 것 같았는데…”

-회귀 전에도 그랬었고.

뒷말은 삼키는 은가람에게 한주희는 뭐가 대수냐는 어조로 답했다.

“어차피 지금까지와 크게 다를 것도없을 거잖아? 구속이라  봐야 까짓게 얼마나 심할까 싶기도 하고. 거기다가……”

“……?”

“그게 너라면 구속돼도 상관 없을 것 같은데?”

“!!”
“언니?!”

“허억……!”

느닷없는 한주희의 폭탄 발언에 일행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당사자인 은가람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한주희 정도면 엄청난 전력이긴 한데……’

이래봬도 그는 회귀 이전에 한주희와 오랜 시간을함께 보낸 사람이었다.

겉으로야 티격대긴 해도, 이 자리의  누구보다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럼에도 회귀 이후 그가 그녀를 만나기 싫어했던 것은, 끝내 그녀를 지키지못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 때문에 한주희가 죽었다는 죄책감이 그의 마음 한 켠에 응어리져 있었던 것이다.



[네 딴에는 생각해 준다고 하는 그거, 당사자는 기분 나빠.]

‘……!’


회귀 이전에 그녀에게서 들었던 말이, 그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못믿는다는 거잖아? 그거야말로 이기적인 거 아니냐?]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까짓거, 번 해 보자고! 이번에는 다를 거다!’

지난 생에 지키지 못했던 한을, 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풀겠노라고 다짐하며.



드르륵- 쾅!!


“……?”

은가람이 그렇게 속으로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리고 있을 때, 교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있는 힘껏 달려온 것인지 턱 끝까지 차오른 숨과 땀에 젖은 머리카락.


“허억……헉…!이이…! 돌대가리가…! 여기에…숨어…?”


차현화였다.

“그……선생님? 제,제가 언제 숨었다고…”
“땡땡…! 그아악, 숨찬드아…! 쉅…땡땡이치고…! 허억……! 얼마나 찾았는데!”

 넘어가기라도 할  처럼 숨을 몰아쉬면서도 두 눈에 쌍심지를 켜는 그녀.

은가람은 의아한 어조로 되받아쳤다.
 손으로는 자신의 교사증을 꺼내 보이며.

“수업이라뇨……? 전 이제 교사인데……”
“후우……그래서…?”
“……네?”

어느 정도 호흡을 가다듬은 그녀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싸늘하게 되물었다.

“그래서, 뭔 상관이냐고? 교사면 수업 안 들어도 된다는 말은 없었는데?”

“……염병…”

“어이, 돌대가리. 그 말,  앞에서 해도 되는 걸까나…?”

“아, 죄송해요. 나가서 다시 하고 올게요.”
“아냐, 아냐. 그대~로 나랑 같이 가면 돼.”


“아, 쌤! 잠깐,잠깐! 치사하게 마법으로…… 으윽?! 마력 역류가…?!”
“응~ 안 속아.”
“아아니! 수업이라뇨? 수업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내가 수업이라니?!!”

꼼짝 없이 구속마법에 끌려가는 은가람을 바라보며, 일행들은 하나같이 안쓰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의 목소리가 복도 너머로 사라져 간 후에서야, 기척을 감추고 있던 은서현이 나지막하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이다.”


침묵이라는 초월권능이  어느 때보다 감사하게 느껴졌던 은서현이었다.



*

“너도 어느정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냐?”

차현화의 연구실 안.
그녀의 질문에 은가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래도 조금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분명 어제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사실 어제 밤에 뭔가 묘한 마력반응이 있었거든.”

“마력반응이요……? 기숙사 안에?”

“정확하게는 라우라의 방 안쪽이었어. 워낙에 미세하게 느껴졌던 걸 보면,보통 실력은아닌  같고.”


그녀의 말에 은가람은 미간을 좁혔다.

기본적으로 아카데미는 헌터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었다.

외부의 침입에 대해 꽤나 민감한 만큼, 텔레포트나 전이 마법에 대한 대비도 수준급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방비를 뚫을 정도에 현화 쌤도 잘 느끼지 못했을 정도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코사 노스트라였다.

아무래도 라우라와의 연결점이 그곳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코사 노스트라의 간부들은 그 때 정리했을 텐데…… 그 뒤에도 배후가 더 있다는 건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아마 제일 위험한 녀석일 거야.”

현화가 그렇게 운을 띄웠다.

“라우라가 그랬거든. 실질적인 지도자는 아직 건재하다고.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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