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67. 라우라 (67/114)



〈 67화 〉67. 라우라

“크하하……하하핫!! 이제껏 그랬던 것 처럼 까불어 보라고!! 건방진 눈깔을 더 부라려 봐!”

콰앙!쾅!!
콰아앙!!

실성한 사람처럼 라우라의 몸을 가격해 대는 죠마르.

살인에 대한 지나친 광기를 흘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라우라는 조금씩 정신을 잃어 갔다.

흘릿한 시야 속에서 그의 손이 들어올려지는 것을 바라본다.

아마도 그것이 마지막.

‘처음 내 손에 죽은 사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수 없다.

지금 자신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지……


아니면,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조차.


*



태어났을 때 부터 그녀는 버림받은 채였다.


아마 돌연변이라고 생각했겠지.

어릴  부터 하얀 백발을 가지고 태어났으니까.

그녀는 부모의 이름이나 얼굴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비상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그녀가 3 살 무렵, 피렌체의 고아원.

다른 또래의 아이들이 말조차 제대로 떼지 못할 때, 그녀는 벌써부터 읽고 쓰는 것까지 자유롭게 할 정도였다.

그녀의 그런 점이 그녀를 더 기괴하게만든다는 사실을, 스스로는 알지 못했다.

그녀가 5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고아원장의통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머리는 새하얗지,어린애 같지 않은 분위기에…… 진짜 꺼림찍하단 말이네. 간혹 두려움마저도 들어. 갑자기 달려들면 어쩌나 하고.]

수화기에 대고 말하는 원장의 목소리.

라우라는 대화 내용을 똑똑히 들으면서도, 들리지 않는 척 귀를 막았다.

[내가 잘못한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6살이 되던 해.

그녀는 초월자의 선택을 받았다.

『금속의 초월자』─


금속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게 된 것은 그  부터였다.

아직 어렸던 그녀는, 그것이 그리 특이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남들이 다 겪는 성장의 일부라고 치부했다.

다른 아이들에비해 조금 빠른 정도.

그랬기에 그녀는 자랑스럽게 그것을 드러냈다.

제발 자신의 곁에 있어 달라고.

나에게 관심좀 달라고─

결과적으로 그녀의 바람은 절반만 이루어졌다.


[흐아아앙! 원장님!!]
[흐윽…무서워…… 괴물…]

[마,마녀야! 저건 마녀라고!]


[아…아니……난……]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 그녀는 해명하고 싶었다.

그런게 아니라고.

자신은 마녀가 아니라고……

그러나 돌아온 것은 돌맹이였다.



퍽!


[저리 꺼져라!! 이 마녀야!썩 물러가!]

[……]



고작 6살 짜리 아이에게 하지 못할 폭언들이 그녀에게 쏟아져 내렸다.
돌을 맞은 왼쪽 눈덩이의 살이 찢어져 피가 흘러내렸다.


[…나는……]

그럼에도, 그녀는 화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았다.

어차피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뇌었다.


그녀가 살바토리오를 만나게 것도 그 때였다.

[이런…… 아직 어린꼬마에게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누…누구요? 당신은……?]

[아이를 입양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만……?]

그렇게 대답한 그는한쪽에서 손수건을 꺼내 소녀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너, 이름이 뭐니?]

[……라우라…]


그 누구도 묻지 않았던 자신의 이름.

그녀가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해 본 기억이었다.

[복수하고 싶니?]


*


너는 잘못이 없다.

잘못한 것은 저 사람들이다.

네 능력을 알아보지 못한 저들이야말로 나쁜 녀석들이다.


그것은, 그녀가 살면서 처음 들어 본 말이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잘못했다고 이야기할 때, 그는 그녀가 옳다고…… 세상이 틀렸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처음 느껴보는 호의.


그녀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으…으아아! 너,너희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괜찮아, 라우라. 아무런 문제 없어.]

 날은 그녀가 첫 살인을 경험한 날이기도 했으며……

피렌체의 어느 작은 고아원이 사라진 날이었다.


*

살바토리오의 인정을 받은 라우라는 코사 노스트라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그의 상관인 베르톨도 역시도 라우라의 능력을 인정해 주며,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했다.

물론,  ‘교육’은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나 고문하는 방법, 그리고 코사 노스트라의 일원으로서 자신을 죽이고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라우라는 더욱  노력했다.


처음으로 자신을 받아 준 사람들.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싶지 않았다.

그들의 인정을 받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그것을 채워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사람을 죽이라면 죽였고, 그들이 시키는 짓이라면 그 어떤 짓도 서슴없이행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녀가 필요한 것을 전부 채워주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내 노력이 부족한가 보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또 발버둥쳤다.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고 코사 노스트라를 위해 헌신했다.



그랬기에……


이렇게 버림받게  줄은 전혀 몰랐다.


‘그래…… 이제는 죽어도 괜찮은 거겠지.’

처음부터 자신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자신을 낳은 부모조차 싫어할 만한 존재라면…… 아예 없는 것이  나은 거겠지.

휘둘러지는 죠마르의 팔을 응시하며, 그녀는 그렇게조금씩 꺼져갔다.


그리고 정신을 잃기 직전-

그녀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누군가를 볼 수 있었다.


‘누구……?’

흐릿한 실루엣.

그것이 누구인지, 그녀는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

훅- 콰아아앙!!

“아앙……?!”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조그마한단도.

죠마르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의 눈 앞에는, 마찬가지로 조그만 꼬맹이가 차갑게 내려앉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가지가지 하는구나! 걱정 마라, 네놈도  죽여 줄 테니까!”

그는 입매를 말아올렸다.

어차피 여기서 이들은 전부 죽을 운명이다.

하나하나, 갈가리 찢어주리라.


하지만 그 이전에 라우라 라는 재수없는 꼬맹이를 먼저 찢어버리고 싶었다.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훼방을 놓으며 참견하기 바빴던 그녀를 떠올리면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렇게 뒤지고싶다면, 둘 다 죽여주마!”

카가가각!


그의 왼팔이 크게 호선을 그렸다.

길게 늘어나 바닥을 긁는 그의 왼손.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이 힘없이 부서져 나갔다.

콰아앙!!


“서현아!”

“꼬맹이!”


속도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로, 서현의 몸을 직격하는 죠마르의 공격.

자욱하게 피어오른 흙먼지에 한아름과 은가람이 소리쳤다.

‘젠장할…… 아직  녀석 힘으로는 부족할 텐데?!’


감지 스킬을 사용한 은가람.

은서현이 또래에 비해 뛰어난것은 사실이었지만, 아직은 회귀 이전만큼 강한 것이 아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에는 학생에 불과한 그가 마인화 한 죠마르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에 그가 곧바로 몸을 날리려는 찰나-


[정말로 괜찮겠어?]


재수없는 초월자의 메시지가 그의 눈앞에 드리워졌다.


그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너한테 이득될 게 별로 없어 보이는 상황인데? 눈 딱 한 번만 감으면……]

‘젠장……!’


그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찰나의 순간 고민한 그.

자신도 모르게 몸을 멈췄다는 그 사실 자체가 역겨웠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은서현이 죽어버릴 상황.

‘그깟 스킬 따위!’


나중에 풀면 그만이다.
지금은 녀석을 살리는 것이  먼저이니까.



그가 그렇게 결단했을 때였다.


‘……어?’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씩 걷혀 가는 연기 속에서, 전혀 다른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으니까.


완전히 낯선 것만은 아니었다.

“……감지.”

은가람은 재차 감지 스킬을 발동시켰다.

눈에 힘을 주고, 드러난 서현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서현이 아니라, ‘서연’이었다.

‘인격에 따라 능력치가다르다고……?’

감지 스킬을 통해 드러난 그의 수치는 달라져 있었다.

자세한사항까지는 수 없었지만, 습득한 스킬 자체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 보였다.


죠마르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낸 그.

몸 곳곳에 상처가 생겨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 자리에 꿋꿋이 선 채로 자신의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뭐야?!”


아무런 살기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눈.

죽은 사람처럼 자신을 응시하는 두 눈동자에 죠마르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그러나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잠시나마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그를 분노하게 했다.

그리고 그를 다시금 광기로 내몰았다.

“그래, 그래야지! 더 발버둥쳐 봐! 아무런 저항 없이 뒤져버리면 재미 없다고!”


콰가가가각!


연속적으로 휘둘러지는 그의 양 손.

이제는 쥐고 있던 칼에 아무런 의미는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손톱이 더 날카로웠기에 그는 맨손으로서연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에 맞서 은서연은 조용히, 자신의 팔을 움직였다.

“……침묵.”



“……?!”



기괴한 각도로 꺾이는 그의 오른손.

쥐고 있던 단도가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지며 죠마르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럼에도 아무런 소음조차 발생하지 않았다.

‘대체,  꼬맹이는……?!’


그가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서연의 손이 멈춰섰다.

그리고 죠마르는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다!’


슈아악-!


날카롭게 공간을 갈라내는 그의 손톱.

정확히 상대의 눈을 찌르고 들어가던 그의 공격은, 서연의 왼쪽  바로 앞에서 멈췄다.

붉은 빛으로 빛나고 있던 그의 두 눈동자는, 처음부터 피할 생각도 없었다는 듯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죠마르를 응시할 뿐.

“……?”

그리고 끝내 죠마르는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이 언제 죽었는지.


살기와 기척뿐만 아니라, 공격 자체도 사라지게 만드는 권능.

『침묵의 선택자』- 은서연의 진가가 조용히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쿠웅……!

*


“죠마르의 생명반응이 끊어졌다.”

“역시 아직은 조금 부족한가……!”

통로를 빠져나가며, 살바토리오는 미간을 좁혔다.


“우수한 완성체 하나에 라우라까지…… 손해가 크군.”

“하지만 죠마르 덕분에 얻어낸 자료는 충분하다.”

실시간으로죠마르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던 알론조가 말했다.

“생각보다 시기가 앞당겨졌어.”

“그건 마음에 들군. 나름 녀석도 제 역할을 다  거겠지.”

담담하게 말하는 살바토리오를 향해 알론조는 묘한 표정으로 입을열었다.

“넌 괜찮은 거냐?”

“뭐가 문제지?”

“그 꼬마…… 네가 데려온 꼬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름 자질도 있었고.”

“아아, ‘그거’?”

살바토리오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

“그 정도면 충분히 잘 써먹었지. 베르톨도님도 만족하신 것 같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가?”

“설마 그런 것에 내가 정이라도  줄 알았나?”

그에 알론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


라우라라는 어린 아이.

가진 능력을 출중했지만, 그 뿐이었다.

어차피 그들에게 있어서 그런 꼬마 따위는 고작해야 쓰고 버릴 말에 불과했다.

“사실 그걸 마인화시켰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긴 하지만.”

“샘플을 하나 더 챙겨둘 걸 그랬군.”

“됐어. 어차피 곧 다 죽을텐데.”


그는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남은 시간은 8분.


“아슬아슬하게 나갈 시간은 벌어줬군. 놈들의 발도 묶었고.”

“설마 이까지 나오지는 못할 테니까.”


지하 홀의 붕괴까지 약 8분 정도가 남았다.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거대한 건물 전체가짓누르는 힘을 견뎌낼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건 그들도 사람이니까.

“죠마르가 없었다면 그래도 2년…… 아니, 3년 정도는 걸렸을 텐데. 잘만 하면 다음 달에도 충분히 완성할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는 알론조.

눈엣가시였던 죠마르가 사라졌기에 그는 한시름  마음을 놓을  있었다.

이제는 이곳을 빠져나가서 모아둔 자료를 정리하기만 하면 된다.


그가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쿠웅……!

“으음……?”


어디선가 무거운 소음이 지축을 흔들었다.


쿠웅…!!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죠마르와 라우라까지 있었으니 벌써부터 따라붙지는 못 할 거다.”


거기다 둘을 상대했다면 지금 정상적으로 움직일 만한 상태가 아닐 것이다.

아직은 미완성작이라고는 하나, 재료가 죠마르였기에 쉽게 처리할 만한 상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죠마르 정도면 웬만한 A급 헌터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런 그들의 생각을 부정하듯, 다시 한 번 소음이 울려퍼졌다.


콰앙…!


확연하게 가까워진 거리.

둘은 얼굴을 굳혔다.

그리고-

콰직-
쩌저적……콰아아앙!!

“?!”

“크앗……?!”


한쪽 벽이 부서져 나가며, 그 파편이 그들을 덮쳤다.


“어이구, 여기 있네~? 야, 찾았다!”

“고생했다. 그런데 조금 조용한 방법은 없냐?”

“이게 제일 빠르잖아? 도와줘도 지랄이야?”


거침없는 여성의 목소리와 그에 답하는 남성의 목소리.



“너희는 좀 쳐맞자, 이 개새끼들아.”

은가람과 한주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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