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66. 배신 (66/114)



〈 66화 〉66. 배신

“……?”
“뭐지…?”

낯선 목소리의 등장에 사람들은 소리가 난 곳으로시선을 집중했다.


이제 막 20대 중반에 접어들었을 법한 소년.

그리고 그보다  어려보이는 꼬맹이 몇몇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의아한 그들의 시선을 몸에 받으며, 처음 말을 꺼냈던 소년은 입을 열었다.



“역시 대단하네, 코사 노스트라는 말야. 여기서 한 번 쳐밟아 놓지 않으면 위험해 지겠어?”



*


“이…… 이게…!?”

꽈아악……


맨 손으로 붙잡힌 창.

꿈쩍도 하지 않는 자신의 무기에 쳔 후에이는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어떻게 이런 힘이……?!’


압도적으로 밀리는 전투력.

S급이라고 다 같은 수준이 아님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진명은 여유롭게 자신을 제압하고 있었다.

‘몸이  좋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나?!’

그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타카하시 세츠나와 성유리가 함께 오기는 했으나, 그들은 이진명의 집사를 상대하느라 진을 빼고 있었다.

‘제대로 등록도 되지 않은 집사가 S급 헌터 둘을 막아선다고……? 이런 게 말이나 돼?!’


출발 할 때 까지만 해도 별 일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진명에게 제대로 한 번 엿을 먹일 기회라고 여겼던 후에이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이진명은 고작해야 자신들이 상대할 만한 거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칼질이라도 하려고단체로 찾아든 건가? 상당히 귀찮은 놈들이군.”

“우리가 왜 왔는지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대체언제까지 대답을 미룰 생각이지?!”


“……”


그의 질문에 이진명은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살기를 피워 올릴 뿐.


그는 서늘하게 얼어붙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협회가 어떤 꼬라지로 돌아가고 있는지……”

콰창!


“?!”


그가 쥐고 있던 쳔 후에이의 창날이 속절없이 부서져 나갔다.

그는 한 걸음  걸음, 다가서며 말을 이었다.

한  한 자, 씹어 내뱉듯이.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그러니까, 쓰잘데기 없는 일로 귀찮게 굴지 마라. 현성이 일 때문에 지금 기분 엿같이 더러우니까……!”

“……”

코 앞에서 내뱉는 이진명의 말에 쳔 후에이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내 그는 낮게 혀를 차며 발걸음을 돌렸다.

“쳇……! 기분 나쁜 녀석…!”


타카하시와 성유리를 데리고 그의 건물을 나서면서도, 그는 속으로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조만간……! 조만간이다. 내가 마인이 되기만 한다면…!’

가장 먼저 개자식의 면상을 구겨 놓으리라.

그는 그렇게 다짐했다.



*

“젠장, 막아!”

“이 자식들…… 대체 어디로…?!”


슈아앗- 콰아앙!!

파지지직!

코사 노스트라의 품평회가 열리고 있던 지하 홀.

아닌 훼방꾼의 습격으로 안쪽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고위마법이 터져 나오고, 피가 튀었다.

고작해야 20대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이들의 손에서는 가차없는 살수가 쏟아져 나왔다.

“섬살-!”

콰지지직!

사람의 안력으로 따라가기 힘든 수준의 속도를 보여주는 현진.


“응…? 어디로……”

“죽어.”

스악!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가차 없이 목을 베어버리는 서현.

“좀  덤벼 봐! 시시하다고, 앙?!”

“여기 고통이다!”

투콱!
콰드드득!!

“으…으아악!!”

맨 몸으로 종횡무진하는 한주희와  개의 도끼를 들고 날뛰는 한아름.


그리고 한쪽에서 굳건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세바스찬까지.

이백여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었으나, 고작해야 여섯 명을 상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단순히 꼬마들의 힘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 그들 뿐이었다면,고객들의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수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그들의 중심에 서 있는 청년이었다.

그가 구심점이 되며 상황을 이끌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라우라!”


상황을 보다못한 살바토리오가 옆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꼬마에게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소녀는 망설임 없이 앞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녀가 향한 방향은 고위 마법을 쏟아내고 있는 남자.

은가람이었다.

“제어……폭사…!”

상대를 향해 뻗은 그녀의 손.

허공에서 무언가를 움켜쥐듯이 그녀는 주먹을 쥐었다.

그녀의 고유 권능은 금속에 대한 제어.

주변의 금속을 감지하고, 그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헌터들이몸에 지니고 있는 금속 재질을 이용해 대상을 폭사시키는 것.

이번에도 결과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


마치 무언가에 막히기라도  처럼, 주먹이 쥐어지지 않았다.

‘어……어째서…?!’

물론, 아무리 고유 권능이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었다.

제어하거나 감지할 수 있는 크기에 제한이 있었고, 그를 움직일수 있는 힘에도 제한이 있었다.

순전히 그녀의 역량에 따른 것.


그러나 이제까지 폭사를 견딜 수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

제 아무리 신체강화를 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사람의 몸이 버틸만한 압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익……! 대체 왜?!”

 손으로 움켜쥐려고  봤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곧바로 그녀의  앞으로 접근한 은가람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런  소용 없어. 마력을 담아서 ‘직접’ 공격하지 않는 한은 말이지.”

그가 전개하고 있는 것은 얼마 전 습득한 ‘은화 방벽’.

그로부터 파생된은화 마력방벽에 비하면,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었지만 그 대신 견뎌낼  있는 압력은압도적이었다.

적은 마력을 가지고도 소총의 총탄을 튕겨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직접적인 공격에는 취약하지만 말이지……’


게이트 너머의 마물을상대하는 헌터의 공격.

스킬을 활용한 공격이나, 마나가 깃든 공격이라면 여지없이 찢겨나갈 것이다.

“……쯧…!”

슈악!


낮게 혀를 찬 라우라는 소매에서 자그마한나이프를 꺼내 그를 찌르고 들어갔다.

그러나 작은 체구로 은가람을상대하기는 무리였다.

이제는 전투력의 면에서도 그를 당해낼 사람은 많지않았으니까.


 점을 라우라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해야만 한다……!’

이 곳에서 이들을 막아내야 한다.

그 일념 하나로 그녀는 몸을 움직였다.

슈악! 샥!

카앙!캉!

짧은 순간에도 십수번이나 내질러지는 그녀의 공격.

의외의 실력에 은가람이 두 눈을 크게 뜨는 순간이었다.

“물러나라, 라우라!”


“……?”


후퇴 신호가 주어지자마자 그녀는 곧바로몸을 뺐다.

그리고, 그녀가 있던 자리를 누군가가 대신했다.

“크아아!”

콰아아앙!!


─아니, ‘누군가’라기보다 ‘무언가’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것이다.


품평회의 상품으로 나온 샘플, 마인화가 진행된 사람이 은가람에게 달려든 것이다.


순간 지하 홀의 전부가 움직임을 멈췄다.

지축을 울리는 듯한 엄청난 굉음과,사람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진득한 살기.

품평회에 참가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굳히며 몸을 물렸다.

“출구는 이쪽에 있습니다! 다들 대피하시죠!”

살바토리오가 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한 발이라도 늦을 새라 사람들은 그에게로 내달렸다.

“어딜! 도망가게 내버려  같나?!”

한쪽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던 세바스찬이 몸을 날렸다.

함께 싸우던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들의 앞을 막아선 이가 있었다.

“크흐흐……! 자, 그럼 어떻게들 죽여 줄까?”

살광을 번뜩이며 입을 여는 남자.

그의  손에는 커다란 중식도가 쥐여져 있었다.

죠마르 브루스카.
코사 노스트라의 일원으로서 누구보다 살인을 즐기는 이였다.


“넌 좀 달라 보이는걸……?”

입맛을 다시는 한주희.
그녀는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날렸다.


후욱- 콰아앙!!

“그래, 더 덤벼들어 봐!”

슈악- 콰아앙!!


그에 맞서 자신의 무기를 휘두르는 죠마르.

뒤이어 한아름이 가세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알론조가 그들의 앞을 막았다.

“너희는 내가 상대해 주마!”


동시에 몸을 날리는 현진과 한아름, 그리고 세바스찬.


서현과 가람은 라우라와 마인을 대적했다.

“크으으……크아아!”


콰아앙!!

“이런?!”


가까스로 몸을 피하는 은가람.

조금 전 까지 그가 있던 자리로 마인의 무지막지한 주먹이 날아들었다.


반경 1m 정도로 가라앉는 바닥.


은가람은 자신의 손에 쥐여져 있던 금속 재질의 단도를 마인을 향해 집어던졌다.

후우웅-!!

회전력을 머금은 채로 무거운 파공성을 울리는 두 개의 단도.

그를 포착한 라우라가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안되지.”

“……?!”

슈악!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그녀의 옆쪽에서 서현이 나타나 자신의 단도를 휘둘렀다.

‘금속이 아냐……?’


일순간 그를 받아치려던 라우라였으나, 일반적인 재질의 단도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분분히 몸을 물려야 했다.

삼각수의 뿔로 만들어  단도였기에, 그녀가 제어할수 없었던 것이다.


카앙-캉!!

마인의 몸에 부딪힌 후, 힘없이 바닥으로 구르는 두 개의단도.

그를 바라보며 은가람은 자신의 주 무기를 꺼내들었다.



“지금부터 진심으로 간다……!”

새까만 색으로 점철된 두 개의 단도.

마력을 넘어서 끈적한 마기(魔氣)마저 느껴지는 무기.


오각수의 뿔로 만들어진 그들을 쥐며, 은가람이 몸을 날렸다.



*




‘이러다간 상황이 좋지 않겠어……!’

전투의 양상을 바라보던 살바토리오는 입술을 잘근깨물었다.

마인과 죠마르가 나름  해내주고 있다지만,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조금씩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조금은 이른 단계이긴 하지만……’



그는 홀로 명을 상대하고 있는 알론조의 곁으로 가서 그를 도왔다.

슈아악-!!

길게 늘어나 괴물의 것처럼 변이되는 그의 오른팔.

“……?!”
“조심해!”

“젠장!”

날카롭게 세워진 손톱을 크게 휘둘러 세 명을 물린 그는 빠르게 알론조를 뒤쪽으로 빼 냈다.

“왜 그러지?”

“작전을 변경한다. 코드 4.”


“……!”


그에 알론조는 잠시 미간을 좁혔다가,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군. 하지만 그럴 여유가……”

“시간은 꼬맹이에게 벌어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알겠다.”

그 말에 알론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한창 한주희와 일전을 벌이고 있는 죠마르에게 접근했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죠마르는 인상을 팍- 쓰며 성질을 부렸다.


“참견하지 마!  년은 내가……”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알론조가 그를 돕기 위해 다가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래, 니 멋대로 싸워 봐라! 개자식아.”

“무슨……윽?!”

그는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자그마한 주사기를 죠마르의 뒤쪽 허리에 꽂았다.

사람의 몸에 박히자 자동으로 안쪽의 약물을 주입하는 주사기.


뒤늦게 그것을 발견한 죠마르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너…… 너,  개자식……!! 지금 뭐 하는 거야?!”


“네가 그렇게도 원하는 힘이다. 마음껏 날뛰어 보라고.”

그런 말을 남긴 알론조는 살바토리오를 따라 빠르게 몸을 물렸다.

그를 뒤쫓아가려던 죠마르였으나, 그것 역시 쉽지않았다.

“싸우는 데 한눈을 팔고 있냐?!”


퍼커억!!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작렬하는 한주희의 주먹.

그는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그 자리에 쓰러졌다.


슈아악- 서거걱!!


“크아아아아아……!!”


그리고거의 같은 시간에, 은가람이 마인의 몸을 조각냈다.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마인.


그것을 확인한 라우라는 낮게 혀를 차며 몸을 움직였다.

‘이런 불찰을……! 빠른 시일 내에 이를 만회해야만 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도 여기서 죽어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라우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살바토리오와 알론조를 뒤따랐다.


지하 홀의 한쪽에 마련된 비밀 통로.

그를 통한다면 지금 당장은 목숨을 부지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남아서시간을 끌어라.”

“……예……?”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처음으로 ‘의문’을 던졌던 순간이었다.


“곧있으면 죠마르가 깨어날 거다. 마인화가 진행된 채로 말이지. 그 때까지 시간을 벌어라.”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저 역시도 살아나갈 없습니다.

그런 말은 채 이어지지 못했다.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통로의 문이 닫혀버렸던 것이다.

쿠웅……!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막혀버린 문을 지켜보는 라우라.

“살바토리오…님……”


한평생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무슨 일이건 저질렀던 그녀였다.

이토록 한 순간에 버림받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베르톨도 님……”

*




“크으으…… 이것 참…… 기분 째지는 구만!!”



“저 녀석…?!”

“다들 조심해!”


분명 한주희의 공격에 뻗어버렸던 죠마르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아니, 단지 그 뿐이 아니었다.


‘결국은 진행된 건가!’

그의 몸에서 마인 특유의 파장이 흘러나왔다.

설마벌써 연구가 여기까지 진행되었을줄이야.

나는혀를 차며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조금 위험하기는 하겠지만…… 빈틈만 찾아낼 수 있다면 못해 볼 것도 없다.’

그렇게 내가 다른 몸에 긴장을 불어넣고 있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타앗- 콰아앙!!!

“어……?”

“뭐야……?”


그 자리에서 도약한 죠마르.

마치 사라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그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그러나 그가 향한 곳은 우리가 아니었다.

“커헉……!”

“재수없는 꼬맹이년! 어디 또 기어올라 봐!!”


한쪽에서 멍한 표정으로 서 있던 꼬마, 라우라를 향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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