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60. 계기. 발전. 변화 (60/114)



〈 60화 〉60. 계기. 발전. 변화

세 명의공격이 향한 곳은 전혀 다른 방향.


 명을 제외한 둘의 검은 허공을 향해 내질러졌다.

언뜻 보기에는 미숙한 실수로 보이나, 실상은 현진이 피할 방위를 전부 점하고 날아드는 합격술.


아직 어린 현진이라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그들은 확신했다.


그러나─



“바이탈 블레이드_Vital Blade”


“?!”

스거거걱!!


기괴하게 꺾이는 도결과 함께 현진의 몸이 앞쪽으로 뻗어져 나갔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것만 같았던 세 명의 공격을 피해내며, 현진의 도는 가장 오른쪽에 있던 남자의 허리를 갈라냈다.


“크윽……!?”


도가 가르고 지나간 자리에는 세 개의 깊은 자상이 생겨났다.

본능적인 감각으로몸을 빼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허리가 잘려나갔을 것이다.


예측하기 힘든 방향전환과 섬세하고 예리한 움직임.


단순히 폭발적인 속도만을 추구하던 그가, 은가람을 통해 얻은 성과였다.

“제길!”
“개자식이…!”


무기를 회수한 후 곧바로 반격을 가해오는 그들.

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그들의 속도는 전혀 늦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진의 속도가 한층  빨랐다.

“루미너스 플럭스_Luminous Flux.”


스읏-


앞서와 전혀 비교되지 않는 속도.

그럼에도 소음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일순간 세 명은 현진의 모습을 놓쳤다.


“어…언제……?”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간 공격.

현진의 뒤쪽에서 공격을 감행하던 남자의 몸이, 사선으로 잘려 나가며 붉은 분수를 쏟아냈다.


“이런 미친……!”

순식간에  명이 중상을 입고, 다른 한 명이 죽임마저 당한 상황.

가공할 만한 속도와, 좁은 공간에서 행해지는 공격의 정교함에 남은 둘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대,대체 어떻게 이런 게……?!’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연륜으로 인한 경험의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자부하던 그들이었다.

어릴 때 부터 피튀기는 사회 속에서 살아왔던 만큼, 웬만한 젊은 놈들은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현진은 달랐다.

은가람을 만나기 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 그는 상당히 발전해 있었고, 그만큼 변화해 있었다.


그의 입에서 잔뜩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희들 모두……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진 마.”


그가 다시   도를 고쳐쥐었다.
두 번의 연속적인 공격에도 피 한방울 묻지 않은 도가 은은하게빛을 발했다.


그가  몸을 날리려던 순간이었다.

“겁대가리를 상실한 꼬맹이들이구나!”

뒤쪽에서 들려온 낮은 목소리.

돌아본 곳에는 2미터는족히 되어 보이는 거한이 그들을 막고  있었다.


“대…대장!”

“한심한 놈들! 고작 이런 꼬맹이들한테 뒤지기나 하고…”

낮게 혀를  그.

그는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1미터 정도의소도를 꺼내들었다.

이내 그 날이 차갑게 얼어붙어가며 서늘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제 발로 여기 기어들어온 걸 후회하게 해 주마!”

낮게 웃음을 흘리는 그.

그러나 은가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현진을 바라보았다.

“여긴 내가 알아서 할게. 넌 네가 할 거 해.”

“……”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현진.

덩치의 미간에깊은 골이 잡혔다.


“가소로운 녀석! 어디 그런 말을 할 실력이 있는지……어…?”

그러나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조그만한 꼬맹이라 생각했던 청년으로부터,  수 없는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단지  뿐이 아니었다.


‘이……이건 대체……?!’


어째서일까, 상대의 몸이 자신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기괴하게 찢어진 입과 살광을 뿌리는 눈.

입에서 흘러넘치는 끈적한 핏물.

도저히 사람의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사신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듯한 광경에 남자는 몸을 떨 수밖에없었다.

그것이 은가람의 공포 잔상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그.

은가람은 그의 뒤에서가차 없이 단도를 휘둘렀다.


스악-!


쏴아아아아……!


단번에 그의 목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며 피분수가 일었다.

“으……으아악!”
“사,살려줘! 누가……!”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대장의 모습을 바라보여, 방의 안쪽에 남아 있던 둘은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은가람의 뒤쪽으로 업소의 직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하는것이 보였다.

“시,신고해! 신고하라고! 야! 거기 밖에!!”

“소용없어.”

“……?”

옆쪽에 있던 은발의 소년이 싸늘하게 내뱉었다.

“이 공간은 그들의 인지를 벗어나 있으니까. 아무리 소리질러도 듣지 못해.”

“그,그럴  없어! 제기랄……!”
“으아아! 죽어버려!!”


그는 타겟을 바꿔 서현에게 칼을 휘둘렀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는 서현.


잠시 멈췄던 현진의 도가 다시움직였다.


“섬살_閃殺”

슈아악!

“……!”


한줄기의 옅은 빛이 그들의 사이를 갈랐다.

이번에는 방향전환을 배제한, 일직선의 공격.

덕분에 더욱  빠른 공격이 가능했던 그였다.

제대로  저항을 할 틈도 없이, 그들은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났다.

꽤 넓은 VVIP룸 전체가 그들의 몸에서뿜어져 나온 핏물로 가득 젹셔졌다.


그런 참혹한 광경 속에서, 현진은 그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을뿐이었다.


“……돌아가자.”

*



그날 VVIP룸에서 살해당한 네 명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언론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아니, 언론은 고사하고  건물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철저했으니까.

“형, 오늘도 훈련장 가요?”

“그럼 가야지. 너도 오게?”

“당연하죠.”


그로부터 며칠.

현성의 죽음으로 인해 한동안 침울하던 현진은 점차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물론 완전히 돌아오는 건 무리겠지……’


그래도 형의 죽음이 꽤나 큰 자극이 되었던 걸까, 최근 현진은 한층 성장한 모습이었다.


“그…… 가람이 형.”

“응? 왜?”

이현진은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나를 똑바로 직시하며 말을 건냈다.


“고마워요. 정말…… 여러가지로.”

“……”

깜짝이야.

나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떴던 나는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됐어. 마음에 두지 마.”

“형의 복수만 그런게 아니에요. 그 이전에도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음……?”

“…이제껏저는 못난 아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아…”

얼마 전 귀국한 이현진.

곧바로 이진명에게  사실을 귀띔했던 적이 있었다.

찾아가서 직접 위로라도 건내라고.


‘생각보다더 쉽게 풀린 모양이네. 하기야…… 회귀 전에도 목석같은 양반이었으니까.’


마주친 적도 거의 없는데 융통성 없는 딱딱한 성격이라는게 바로 느껴질 정도면  다 했지 뭐.

나는 현진의 등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짝!!

“윽?! 왜,왜 그래요?!”

“고마운거 알면 됐다, 짜샤!”

“……그렇다고 그렇게 무식하게…”

입을 삐쭉 내밀며 투덜거리는 이현진이었으나, 나는 말끔하게 그의 말을 무시했다.

“은서현, 너도 갈래?”

“하아……그래.”

처음 서로 껄끄러워하던 둘.

아직 조금 어색하기는 해도 조금 가까워  상태였다.

일방적으로 현진에게 날을세우던 서현도 조금은 누그러진 태도로 그를 대했다.

“그러고보니 넌 요즘 안 바쁘냐?”

“뭐가?”

“현화 쌤이  불러?”


내 질문에 그는 표독스런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한동안 바빴던 게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글쎄? 현화 쌤이 시킨 거니까 현화 쌤 때문 아니야?”

“썅! 너 때문이잖아, 너! 니가 도망다니니까 나랑 한아름이 그걸 다 떠안은 거 아니냐고!”

“……”


그런가.
할  없다.

나는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뭐…… 그래도 요즘은 조금 나은  같아. 한동안 학회 뒷처리로 바쁘기는 했지만, 어쨌건 급한 불은껐으니까.”

“그래? 그러면 아름이도 데려갈까?”


서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은 오늘 힘들껄?”

“뭐? 왜?”

“점심 시간에 들어보니까 언니 권리로 S급 훈련장 방문한다고 하던 것 같은데.”

“……”


그러고보니 한주희랑 자매였었지?

보통 아카데미에 얼굴을 잘 들이밀지 않는 S급 학생들이었지만, 최근 한주희는 꼬박꼬박 얼굴 도장을 찍고 있었다.

당연히  모습은 학생들에게 이슈거리로 나돌았고.

“그런데 한 가지 여쭤 봐도 될까요?”

C클래스 훈련장으로 향하는 내게 현진이 물어왔다.

“뭔데?”

“아름이가 없으면 A클래스 훈련장을 사용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왜 항상 C클래스로 가시는 거에요?”

“아, 그건 나도 궁금했어. 한아름 정도는 우리가 동행하니까 같이 A 훈련장으로 가도 되지 않아?”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물론그건 맞기는 한데, 굳이 A까지 갈 필요가 없어.”

“……?”

“편의적인 측면에서야 더 편할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훈련하러 가는 거지 편하려고 가는게 아니잖아? 난이도는 오히려 이쪽이 더 높거든.”


사실상 구식의 훈련장이 바뀐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단계별 난이도의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것이다.

자연스레 최고레벨의 난이도만을 따지고 보면 C클래스 쪽이 훨씬 어려웠다.

“어차피 너희들도 그렇고…… 이제는 저레벨 구간에서 있을 녀석들이 아니잖아?”


녀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있었던 여러가지 일로 인해 그들은 눈에 띄게 급성장을 이루었으니까.

나는  마디를 덧붙였다.


“거기다가, 이 쪽이 사람도 없어서 전세내기도 편하고.”

*

“아주 처참하게 죽었더군. 만만히  놈들이 아니야.”


차갑게 말을 내뱉는 소녀.

얼굴의 절반을 가린 그녀의 머리칼은 새하얀 색을 띠고 있었다.

소녀의 말에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렇단 말이지……? 시건방진 애송이 놈들…… 그 개자식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구만!”



어차피 쓰다 버릴 말이었으니 죽었다고 해서 슬퍼할 의리는 없었다.

그저, 자신이  방 먹었다는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분노가 아니었다.

오히려 희열에 가까웠다.


“괜히 일 벌이지 말고 지금은 조용히 있어. 그러다 B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쯧…… 슬슬 손이 근질근질한데 말야.”

그렇게 말하며 그는 눈 앞의 소녀를 노려보았다.

고작해야 15살도 되지 않은 나이.

작은 체구와 가녀린 몸.

그 몸에 칼을 박아넣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여기서 죽여달라고? 말로 해도 될 텐데.”


그의 시선을 눈치챈 소녀- 라우라가 그렇게 물었다.

자신을 응시하는 차가운 눈동자에 죠마르는 입맛을 다셨다.

“쩝. 됐다.”

“조심하는게 좋아. 너무 날뛰다가는 죽여버릴 수도 있으니까.”



‘건방진 꼬맹이 년!’


죠마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가진 힘이 무섭기는 했지만, 그래도 육체적인 면에서 자신이 압도적이었다.

기회만 된다면  건방진 면상을 피로 물들이고 싶었다.


‘그 꼬마놈들도 그렇고……  년도 언젠가는  손으로 죽여버리겠어.’

그런 생각을 삼키며 그는 입매를 말아올렸다.

상상하는  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바탕의 폭풍이 지나간 후, 월영에는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 일상 속에서 어느새 학생들은 2학기를 맞이했다.


“오늘은 우리 반에 새로운학생이 들어왔다.”

그리고, A클래스 1반에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이번 학기부터 A클래스 수업을 듣게 된 한아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부러지는 성격과 단정한 얼굴.

“오오……!”
“이쁘구만?”


A클래스 남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너희들 다 속고 있는 거다.’

‘저 뒤에는 괴물이 있다고.’

‘…무서운 누님……’



그리고 한아름의 진면모를 아는 명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에 대한 사실은 굳이 알리지 않았다.



‘마음 속의 환상을 지켜줘야지.’

물론, 본인만 당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였다.

“아, 그리고…… 대신이라긴 뭐하지만, 다른 반으로 옮겨가는 녀석도 있다.”



“어…?”
“누가 또 떨어지는 거야?”

“너 아니냐?”

“아, 아니거든?”


운성의 말에 반이 술렁거렸다.

그리고 그의입에서는 다른 녀석들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은가람. 너는 오늘부로 다른 반으로 전향이다.”

“……뭐?”

순간 강의실 안에 정적이 돌았다.

당사자 역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에 두 눈을 크게 뜨고 정운성을 바라보았다.

“S클래스로 승급이다. 축하한다, 몇 없는 S클래스로 올라간 걸.”

“헉……!”
“S클래스라고?!”

“하긴 저 녀석 정도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녀석인데 어련하겠어?”


그것이 마치 폭풍전야였던 것처럼, 강의실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물론, 아카데미 학생과 현직 헌터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S급의 학생이 곧 S급 헌터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S클래스라는 것은 아카데미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워낙에 인원이 적어전 학년을 통합할 정도인데다, 가진 잠재 능력을 제약하지 않도록 수업조차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사실은  정도를 가르칠 만한 헌터가 없는게 더 맞겠지만……’


그런 헌터야 세상에는 있지만, 아카데미에는 잘 없었다.

다만 S클래스 학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요구하는 조건에는 아카데미 측에서 무조건적으로 들어주게 되어 있었다.

훈련 시설이라든지, 재료라든지.

‘그럼 한동안은 한가하겠네. 미뤄 뒀던 개인 훈련이랑 제약에 더……’

그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너는 좀 특이 케이스다.”

“……네?”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은가람.

정운성의 표정에는 안쓰럽다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넌 개인 지명수업이 있어.”

“……잠깐만요.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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