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2화 〉52. 세 명의 만남 (52/114)



〈 52화 〉52. 세 명의 만남

파지지직!

“……?!”


세바스찬의 검이 은가람에게 닿기 직전.

약 5cm 정도의 거리를 두고, 그의 검에서 불꽃이 튀어올랐다.


은가람이 전개한 은화 마력방벽이 전개된 것이다.

단순히 물리적인 피해만을 막아주는 은화방벽의 강화판.

마법학회에서 은가람이 이론을 증명해내며 새로이 습득하게  스킬이었다.


“크읏!”

미간을 좁히며 세바스찬이 거리를 벌렸다.

예상치 못했던 충격에 그는 손목을 움켜쥘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고집스럽게, 그는 검을 놓지 않았다.

“마법 써도된다고 했으니까, 상관 없지?”

“……”

여유롭게 몸을 일으키는 은가람.
이제껏 기회를 보고 있던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자리하고 있었다.

“설마 진짜 마법을 쓰게 만들 줄은몰랐는데 말이지. 꽤 쎄다, 너? 칭찬해.”

“고작 그 정도 우위로……”


으스대지 마라-
그런 세바스찬의 말은 내뱉어지지 못했다.

은가람이 곧바로 거리를 좁혀 왔기 때문이다.

그 속도는 이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대……대체 어떻게 인간이 이런 속도를…?’


짧은 순간이었지만 스스로도 그의 움직임을 놓쳤다.

아무리 헌터라고는 해도 그런 폭발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고는 생각지 못했던 세바스찬이었다.

카가각
카앙!

그는 재빠르게 거리를 벌리며 검을 휘둘렀다.

다시금 허공에십수 개의 불꽃이 튀어올랐다.


공방이 계속될 수록 늘어나는 손목의 통증.
반면 은가람은 오히려 더 거뜬한 모습이었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바쁘게 검을 휘두르는 세바스찬을 바라보며 은가람은 씨익- 미소지었다.

‘역시 변수에약한 건 어쩔 수 없구만.’


능력이 뛰어나고 재능이 넘치는 학생이라면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학생과 현직 헌터의 차이점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특히나 경험적인 측면에서 그것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대련을 아무리많이 해 왔다고 해도, 17년이 넘는 시간동안 헌터로 생활해 온 은가람에 비할 바는 아니었던 것이다.

‘거창한 마법까지도 필요 없지.’

일각을 다투는 전투를 결정짓는 것은 복잡하고 위력이 강한 스킬이나 마법이 아니었다.

의외로 아주 사소한 것들로 인해 형세는뒤집어지는 법.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왼손에 마력을 끌어모았다.


얼마 전 현화에게서 전수받았던 고위마법.
당시에는 욕나올 정도로 고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배워두길 잘했다고 그는 생각했다.


“인페르노 스피어_Inferno Spear.”

“!!”


은가람의  손 끝에서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근처에 있는 것 만으로도 그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올 정도.

시뻘건 염화로 만들어  기다란 창이 세바스찬을 향해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날리는 세바스찬.


불꽃의 창은 간발의 차로 그를 빗겨갔다.


“으아악?!”

“뭐,뭐야!!”

“피해!”


콰아앙!


그리고 그것은 근처에서 대련하고 있던 다른 기사들의 근처에서 폭발했다.

애초부터 마법의 사용 자체를 좋지 않게 바라보고 있는 기사단.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 역시도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어이쿠~ 실수!”

마법을 전개한 은가람은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에 세바스찬은 목에 핏대를 세웠다.

조금 전의 행동은 그로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네놈……! 설마 일부러 그런 거냐?! 이건 너와 나의 대련이다! 다른 사람들을 조금 생각할 수는 없나?!”

“내가 왜?”

“뭐라고?!”


이를 갈며 소리치는 세바스찬을 향해 은가람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인생은 실전이야, 새끼야. 제한되고 통제된 상황 속에서만 전투는 이뤄지지않는다고.”

“……네놈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그래 보시던지.”

은가람은 여유롭게 웃음지어 보였다.

그로부터 이어진 공방 역시도 이전과  차이는 없었다.

은가람은 자신의 마력을 십분 활용해서 세바스찬을 몰아갔다.


아니, 정확하게는 세바스찬 스스로가 마법을 막아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허억…!헉…! 이런 비겁자 녀석…!”

“비겁한 놈이 오래 산다고. 먼저 허락해 준 건 너다? 계속 갈 테니까 잘 막아봐?”

“쯧……!”


고위마법을 제대로 된 주문의 영창도 없이 전개해대는 은가람.

의도적으로 다른 기사들을 노리며 전개하는 탓에 세바스찬은 분주히 몸을 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가 모든 마법을 막아낼 수는 없는 법.


이미 대련장 곳곳은 은가람의 마법으로 인해 곳곳이 깊게 패였고, 자잘한 상처를 입은 기사들도 다수 존재했다.

그리고……

[스테이터스 증가_근력_30]
[스테이터스 증가_민첩_28]

[제약 해제_3%]

[현재 누적 제약_69%]

‘아이고, 달달~ 하다!’

그로인해 돌아오는 스텟포인트와 제약의 해제에 은가람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정확히팀원에게 행하는 트롤링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수가 많았기에 나름 쏠쏠한 편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스승_차현화가 한숨을 내쉽니다.]
[차현화의 부정적인 감정을 감지합니다.]

-아오, 저 답 없는 새끼…… 적당히  하라니까.


차현화의 속마음이 초월자를 통해 그에게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스킬 하나가 개방되었다.


[속임수(A)의 파생스킬_공포 잔상(A)의 제약이 해제되었습니다.]


‘나이쓰!’

소리치고 싶은 감정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제서야 마법의 전개를 멈춘 은가람.
그는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의 세바스찬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거, 영 상대가  되는 것 같은데. 마법 쓰지 말까?”

“비겁한 녀석…! 그런 술수를 써 봐야 네가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니.”


은가람은 단호하게 부정했다.

“내가 강해지는 게 맞아. 주변의 모든 것을 이용할 아는 것도 ‘강함’의 척도에 포함시켜야지.”

“그런편법 따위!”

“너는 나중에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서도 그렇게 따질 거냐? 비겁한 수로 죽은 거니까 무효라고? 얼탱이가 없네.”


“……”


“네가 그렇게 이기고 싶다면 마법 없이 계속해 보자고. 조심하는게 좋을 거야? 이번에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체감시켜 줄 테니까.”

은가람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스아악!

까앙! 깡!


“제길…! 리플렉션 테어_Reflection Tear!”

파지지직!

찰나의 순간, 스무번이 넘게 그의 검이 휘둘러졌다.

그리고 다시금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던 그의 시야에서, 은가람이 꺼지듯 사라졌다.

A급 스킬 ‘속임수’.


‘다시 뒤다……!’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망설임 없이 뒤쪽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세바스찬.


그러나 은가람은 그것마저 예상했다는 듯, 아슬아슬한 차이로 그의 검을 피해냈다.

‘젠장!’

곧바로 검을 회수하는 세바스찬.
이어져 날아들 상대의 검을 주시하던 그는, 은가람의 손을 읽지 못했다.

그리고─


“쇼크 웨이브_Shock Wave.”

터어어엉!


“커어어억!!”


단도를 쥐지 않은 은가람의 왼손이, 세바스찬의 복부에 닿는 순간- 그는 폐부를 찢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복부를 헤집은 은가람의 충격파가 등으로 빠져나온다.

마치 거대한 해머로 쳐올린 듯한 광경.

속이 뒤집어지는 고통에도 세바스찬은 이를악물고 검을 쥔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은가람의 몸이 다시 한 번 그의 뒤를 점했다.



속임수의 재발현.
그러나, 이번에 세바스찬은 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은가람이 있던 장소에, 그의 잔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잔상의 모습은 세바스찬에게 있어 공포 그 자체였다.


‘허억……!!’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감각.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상대의 단도가 자신의 목을 향해내질러지는 것이보였다.

아직 닿지도 않았는데, 목에서는 서늘한 칼날의 감촉이 느껴지는 듯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응시하는 상대의 두 눈이 기괴하게 빛나고 있었다.

죽음을 마주한 공포.


차가운 예기를 먹음은 단도가, 그의 목을 가차없이 꿰뚫었다.

그리고……

까아앙!!


“으윽?!”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그의 오른쪽 손목에서 격통이 일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마주했던 것이 은가람이 아니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허어어억! 허억……! 헉……!”

털썩.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그.

심장이 미칠듯이 뛰고, 양 손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그것은 통증 때문이 아니었다.
찰나의 순간 그가 느꼈던 두려움의 여파였다.


그렇게 잠시 주저앉아 있던 그는 뒤늦게 한쪽으로 시선을 옮길  있었다.


조금 전 까지 자신의 손에 쥐여져 있던 검이 사정없이부러진 채로,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전투 중 검을 놓친다는 것은 기사에게 있어서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
동시에 수치와도 같은 것이었다.


“……내가…졌다.”

그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래, 뭐.  놀았다.”

*

“상당히 무례하군. 너희같은 마법사들은  이런 식으로 남의 대련장에서 훼방을 놔야만 적성이 풀리는 건가?”

“아이고, 참 말씀을 이상하게 하시네? 대련장에서 마법이 금지된 것도 아니고, 암묵적인 룰이라고 해도 저 쪽에서 먼저 허락한 건데요~?”

남자의 말에 능청을 떠는 차현화.
그러나 그 역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무식하게 마법을 난사하는 것은 민폐라고 생각해 본  없나? 하긴, 근본도 없는 마법사들이니 어련하겠는가만은.”

“‘무식’은 공부따위전혀 안 하는 그쪽이 더 어울리는데요? 스킬이나 마법의 발현이 어떤 원리인지조차 모르는 주제에?”

“꼭 필요한 정보만 알면 될 뿐이다.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타워에 관한 건 자세히 알고 있지. 너희같이 얕고 넓게 아는 것보다 깊이 있게 말이다.”

“네네~ 어련하시겠죠. 뭐 검을 휘두르면 지식이 들어오시나봐요?”

서로 노려보는 둘의 시선 끝에서 불꽃이라도 튈 것 같았다.

심지어 마력마저 끌어올리는 현화의 모습에, 월영 아카데미의 다섯 학생은 식은땀을 흘렸다.

‘흐음…… 왠지 뭔가 이상한데……’

아니, 정확히는 은가람을 제외한 네 사람 뿐이었지만.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 폭언을 퍼붓던 둘.

시간이  수록 그 분위기는 점점 악화되어 갔다.

“시설의 파괴, 학생의 부상! 이건 정식으로 법적 절차를 밟아서 책임을 물게 될 줄 알아라!”

“웃기시네?! 자기 나라 법률에 대해 아는 거라곤 미란다 원칙 정도밖에 없는 텅  머리로 무슨 놈의 법적 절차?”

“그 말. 후회하게 될 거다.”

“어디서 목소리를 깔아? 뒤질래?!”

높아지는 언성과 끌어오르는 마력.

비단 월영의 학생들 뿐만 아니라, 근처에서 대련하고 있던 다른 기사들 역시도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다.

세계에서 손꼽는 마법사인 차현화.

그리고 최고 수준의 기사들을 양성하는 골든 헬리오스의 기사단장, 갓프리드 폰 바벤베르크(Godfried con Babenberger).



 분야에서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초월한 거물이 맞부딪힌다면, 이 근방 일대는 우습게 날아갈 것이 뻔했으니까.

긴장이 고조되어가던 그 순간.


‘이상한데……? 뭔가 위화감이……’

은가람만이 의아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볼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는 둘의 대화에서 긴박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왜지……?’

그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걸걸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여어, 현화 아냐? 얼마 전에 왔다더니, 벌써 여기로 왔어?”


마치 주변의 경악한 시선 따위 아무런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반갑게 인사를 건내는 중년의 남자.

갈색으로 그을린 그의 피부와 망치질로 단련된 우락부락한 근육이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그는 걸걸한 목소리로 현화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냈다.


“이야아~ 이게 몇  만이냐? 얼굴 한 번 보기 참 힘들구만? 어떻게 지냈어?”

그런 그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의 얼굴은 새하얗게 물들어갔다.

중년의 정체는 낑깡.

한동안골든 헬리오스에 머무르던그였기에, 웬만한 기사들은 그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대장장이.

그러나 ‘대마도사’와 ‘기사단장’ 사이에서 대장장이라는 이름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명성이 곧 전투력을 의미하지는 않았으니까.

‘이러다 진짜 일 치르는 거 아냐…?’
‘저 둘이 싸우면 진짜로 골든 헬리오스 건물이 지워질 수도 있는데……’

‘단장님 괜찮으신 걸까…?’

‘대체 낑깡은 왜 하필 지금 끼어들어서……’


기사들은 목소리를 낮추며 그렇게 수군거렸다.

허구헌 날 대장간에 쳐박혀서 쇠를 두드리느라 눈치가 없어져 버린것일까.

어느 순간에라도 검을 뽑을 수 있도록 검병에 손을 가져가는 이도 있었다.

그런 걱정을 안고 있던 사람들은, 이어진 현화의 반응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낑깡! 오랜만이야! 나야  항상 연구지. 넌 뭐하고 사냐? 아직도 히키코모리 마냥살어?”


분명 무시하리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아주 살갑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준것이다.


“……???”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머리 위에, 무수한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존재 자체를 통째로 무시당한 갓프리드가 서늘한 어조로 입을 입을 열었다.

“낑깡! 너는 눈치도 없나? 지금 태연하게 인사가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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