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9화 〉49. 발각 (49/114)



〈 49화 〉49. 발각

한국의 3대 아카데미.

성백, 월영, 백골.

그  성백 아카데미는 마법사들의 양성에  비중을 두고 있었다.

성백에서 마법사로 졸업한 헌터들은 세계 각지에서도 꽤나 인정을 받는 추세였다.

그 중에서도 ‘수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그 학생의 미래는 탄탄대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아……”


그러나 그런 성백 아카데미의 교장 백설하는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바로 3학년 수석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이자, 한성그룹 회장의 딸- 한송희 때문이었다.

“송희야, 누누이 말하지만, 사람을 대할 때 그런식으로 해서는 안돼. 상대를 존중할 줄 알아야지.”

“그,그건 그 녀석이 먼저 그랬다구요! 이제 갓 1학년인 주제에……”

“그 사람이 너보다 나이가 많다는 건 알고 있지?”

“……”


그에 한송희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느닷없이 찾아가서 그런 식으로 쏘아대면 좋아할 사람은 없단다. 말했잖니?한성그룹의 딸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알아요! 한 사람의 어엿한 마법사로서 사람을 마주하라고. 그래도 그건 너무했잖아요.”

자신의 말에 울상을 짓는 한송희를 바라보며, 백설하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한송희의 나이 22살.
이제는 철이 들 나이도 되었건만, 여전히 한송희는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력만 기른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닌데…… 내가 너를 어쩌면 좋니?’


자신의 여동생과도 같은 현화의 얼굴을  면목이 없는 그녀였다.



*

“설마 그런 식으로 접근할 줄은 상상도  했다네. 확실히 천재라고 불릴 만 하군, 은가람 학생.”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그렇게 말했다.

 5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모습.
그러나 그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어 있었다.

‘누구였더라……?’

어디서 본 듯 하기도 한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회귀 이전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런 걸 보면 아마 타워 공략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리라.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탁!


“……?”

그에 옆에  있던 현화 쌤이 내 어깨를  손으로 쳤다.


“정말 몰라? 다 아는 것 같던 녀석이? 이 분이 바로 아발론의 교장, 알렉시스 몬테규 님이시잖아?”

“아발론……아발로온?!”


나는 그제서야 그의정체를 눈치채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옆에서 한주희를 비롯한 다른 녀석들은 여전히 영문을 모른 채로 서로를 바라볼 뿐.

나처럼 놀란 것은 한아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미처 알아뵙지 못했네요.”

그렇게 사과하며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알렉시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괜찮네. 한국인의 1학년 학생이면 몰라도 전혀 이상할 것 없지. 난 개의치 않으니 걱정하지 말게.”

사람 좋은 미소를지어 보이며 그는 말을 이었다.


“자네와 현화…… 그리고 서현이라고 했던가? 세 명의 연구는 그야말로 ‘마법’이라는 분야에 새로운 발을 내딛게 만들었다고 해도 좋겠지.”

“과찬이십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현화.

알렉시스는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질문을 던졌다.

그러는 동안 그의 시선은 내게로 옮겨져 있었다.

“그런 만큼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네만…… 저녁을 대접해도 되겠나? 물론, 한국에서 여기까지 와  일행들 전부에게 숙소까지 제공하겠네.”



*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헌터 아카데미인 아발론.

영국 헌터의 자랑과도 같은 아발론은 흔히 엘리트 중의 엘리트만이 다닐  있다고 알려 져 있었다.

한국이나 중국처럼 특정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기보다, 마법이든, 무투든 가리지 않고 최상위급의 교육을 지원하며 그에 걸맞는 학생들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옆 동네의 골든 헬리오스와 비교하자면 무투는 조금 밀릴 걸세. 그 쪽은 기사단의 성격이 더 강하니까.”

“아뇨! 그래도아발론 정도면 모든 헌터 지망생의 꿈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곳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걸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아발론.
알렉시스의 귀빈만을 위한 식당으로 들어서며, 한아름은 그렇게 말했다.

“어린 아가씨가 활기차고 보기 좋구만. 재능도 있어 보이고 말이야.”

“감사합니다!”


잠시 후 우리가자리에 앉자, 때맞춰 갖가지 요리들이 차려졌다.

하나하나가 천문학적인 가격을 띠고 있음이 분명한 그 음식들을 권하며, 알렉시스는 먼저 수저를 들었다.


“자, 편히 들게. 부담갖지 말고 말이야.”

그 말에 한주희는 망설임 없이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차현화나 한아름이 눈총을 주기는 했지만, 그런 것으로 천하의 한주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오오! 이건 상당한데? 확실히 돈 있는집안은 달라도 다르단 말야?”

“……”

알렉시스라는 거물을 눈 앞에 두고도 ‘돈 있는 집안’이 감상의 전부라니.

황당하면서도 한주희답다고 일행들은 생각했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식기를  그들은 한주희의 반응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오오…… 이건 정말 맛있네요! 저희 집에서 먹는 것과도 비교가  돼요!”

“역시 아발론……! 여긴 천국이 아닐까?”

“천천히들 먹어, 이것들아.”

이미 먹어 본적 있는 현화만이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은가람은 수저를 들지 않고, 가만히 알렉시스를 주시했다.

“한 가지 여쭤도 될까요?”

“말해 보게.”

“어째서 이런 과분한 대접을……?”

“……”

그에 잠시 식사가 멈춘 듯했다.

한주희만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로 음식을 먹고 있었고.

잠시 후, 은가람을 응시하던 알렉시스가 입을 열었다.

“앞서 말했던 것이 전부일세. 마법의 발전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워준 것. 그리고 인류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것.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건 크다네.”

“……그렇군요.”

그제서야 은가람은 식기를 들었다.

잠시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다시 띄워지며 그들은 대화를 시작했다.

남의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한주희조차도 그에 끌어들일 정도로, 알렉시스의 언변은 대단했다.


그러나 은가람은 쉽게  대화에 끼지 못했다.


‘일단 큰 적의는 없어 보이는데…… 우선은 정리해야 할 게 너무 많아.’

조심해서 나쁠  없겠지만,지금 당장 알렉시스가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 회장에서 몰래 빠져나간 누군가에더 신경이 쓰였다.

‘분명코사 노스트라일 텐데…… 놈들이 여기까지 마수를 펼치고 있다면 상황이 좋다고만은 볼 수 없고.’

우선은 그들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는 눈 앞에 자그마한 상태창을띄워 올렸다.

[은가람]
근력: 204(1001) 민첩: 233 (1104)
마력: 122 (800) 체력: 187 (894)

현재 제약_72%

최근 코사 노스트라를 상대하며 급격한 성장을 이룬 상태였다.
더군다나 제약 역시도 30% 가까이 풀린 상황.

지금이라면 웬만한 S급 학생과도 비등할 정도의 스탯이었다.

‘현직 헌터라면 그 레벨이 달라지겠지만……’

이내 그는 스킬 창을 띄워 올렸다.

초월 권능: 이기적인 선택자

보유 스킬
-감지(B+)
-현혹(B)
-속임수(A)
-은화방벽(A)
-은화 마력방벽(A)

-고위_공격_마법(5개)


‘은화 마력방벽이라……’

최근 있었던 여러가지  중에서 가장 지대한 공을 세운 것이 바로 학회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이론에 대한 증명을하는  만으로도 제약이 해제된 것이다.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피하고 싶었던 업적의 오류를 짚어주는것이기도 했고, 이제껏 믿어 온 신념을 버리도록 하기도 했으니까.


‘아마  대상은 전 세계의 마법사 정도 되겠지……?’

그런 면에서 따져 보면 발표회에 온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공개되지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내일부터 계속 제약의 해제가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했다.


‘문제는 이놈의 코사 새끼들이 뭘 꾸미는가인데…… 이번 학회에 나올 정도라……’


거기다 게이트의 개방과 던전브레이크의 발생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에 은가람은 하나의 가설을 떠올리고는얼굴을 굳혔다.

‘설마……?’


“가람아? 가람아!”

“어……응? 네? 왜,왜 그러시죠?”

한창 사색에 빠져 있던 그는 현화의 부름에 다급하게 시스템 창을 껐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못 들었어?”

“……아…죄송해요. 아무래도 좀 지친 모양이에요.”

“대체 얼마나 지치면 알렉시스 교장의 말을 무시할 수 있냐? 너도 참 대단하다.”


“하핫…… 죄송합니다. 그,그래서 무슨 말씀 하셨죠…?”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현화는 대답했다.

“너한테 물어보실 게 있다고 하셨어.”
“아, 네! 뭐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그제서야 은가람은 알렉시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알렉시스는 주변의 모두가 경악할 말을 꺼내들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데. 괜찮겠나?”


*

알렉시스와의 개인 면담.


 10분의  시간을 사는 것만 해도 몇 천만원의 가격이 책정되었다.

그만큼 그와의 대화 자체가 가치있다는 것이다.

댓가 없이 식사를 해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여겨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알렉시스 쪽에서 개인 면담을 요청할 정도라니.


당시 식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입을 쩍 벌리고 은가람을 바라볼 수밖에없었다.

달칵-

얼마 후, 개인 응접실의 문을 닫으며 알렉시스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그가 직접 우린 차와 두 개의 잔이 마련되어 있었다.

“선택자라고들 하지.”


그것이, 그가 가장 먼저 꺼내든 말이었다.

은가람은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감정을 갈무리했다.

“제가 선택자라는 사실을알고 계셨군요.”

“나 역시도그렇거든.”

여유롭게, 그는 대답했다.

초월자의 선택을 받은 사람, 선택자.

고유 권능이라고 불리는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헌터들에 비해 다양한 측면에서 어드밴티지를 얻을 수 있는게 바로 선택자였다.

그러나 그만큼 확연한 약점도분명 존재했기에, 스스로 선택자라고 밝히는 사람은 잘 없었다.


“보안이 걱정이라면 안심하게. 이래봬도 내가 직접 결계를  둔 방이니까. 헌터 협회의 S급 헌터가 와도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는다 단언하지.”


은가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시스라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었다.

“나는 『혜안의 선택자』일세. 쉽게 말해서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권능이라고 하면 되겠지.”

“그런 사실을…… 이렇게 말씀해 주셔도 괜찮은 겁니까?”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 은가람.
그러나 알렉시스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신의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사실이야. 자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고.”

“그렇군요…”

“이 권능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어. 많은 사람들을 왔고, 동시에 많은 이들을 보냈지.”

그의 말에 은가람은납득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교장이 혜안을 가지고 있다면, 아카데미 원생들이 하나같이 엘리트인 것도 이해가 갔다.


잠시 추억에 잠기듯 눈을 감은 채로 있던 알렉시스.

이내 은가람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묘한 감정이담겨 있었다.

“자네에게 직접 부탁하고 싶은게 있네만.”

“그게 본론이겠군요. 그리고…… 저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실 거고요.”

“바로 그런 점 때문이기도 하네.”

고개를 끄덕이며, 그는 말했다.


“가진 재능과 잠재력도 그렇지만, 확연한 강자에게 굴복하지 않고, 권력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자네의 확고함이라고 해야 할까.”

나이가 60이 넘어가는 그로서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고작 20대의 청년,그것도 헌터계에 뛰어들지도 않은 일개 학생이 가질만한 자질은 아니었다.

“그래서, 부탁하신다는 건 뭔가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아무리 알렉시스님이라고 하셔도 무조건적인 승낙은 곤란합니다.”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선을 긋는 은가람.

알렉시스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확신했다.


 소년…… 아니, 이 ‘청년’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은가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협회를 공격하게.”

“……예…?”


그리고 은가람의 얼굴에 당혹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협회’라고 불릴 만한 단체는 ‘헌터 협회’이외에는 없었다.

그리고 헌터 협회는 현재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범죄 단체들, 특히나 ‘빌런’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억지력이 되어 주고 있는 존재였다.

“협회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시고 계실텐데요?”

“잘 알고 있지.”


당연한 듯이 그렇게 대답하는 알렉시스.
은가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알렉시스 정도 되는 사람이 고작해야 사적인 이유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부탁을 하시는 거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 뒤에는 뭐가 있는 겁니까?”

그의 질문에 알렉시스는 날카로운 눈으로 은가람을 바라봤다.

“그런 것을 말해주기 이전에, 자네에게 먼저 묻고 싶군.”

“……?”


잠시 후 이어진 그의 질문은, 은가람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회귀 이전의 자네는 어떤 헌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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