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6화 〉46화 - 될 대로 돼라 (46/114)



〈 46화 〉46화 - 될 대로 돼라

“시비? 푸하하핫!”

한주희의 말에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한 명은 아예 그녀의 곁으로 와서어깨동무를 하기도 했다.

“이야~ 통역마법까지 쓰고 계시네?”
“왜 그렇게 까칠해? 무섭게…… 그러지 말고 같이 놀자니까? 재미있게 해 줄게~!”

“그래……?”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되묻는 한주희.

그녀의 두 눈에 담겨 있던 감정을, 그들은 차마 발견하지 못했다.


“마침 잘 됐네. 나도 슬슬 심심하던 참이었거든.”

“흐흐흐……!”
“어우~ 화끈하고 좋네!”

“자자, 이쪽의 누님도 같이 갈까?”


그렇게 말하며 한 남성은 한아름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탓!
우드득-

“윽?!”


그의 손목을 낚아챈 한아름.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남자의 손목을 비틀어 꺾었다.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 남자는 자신의 손목을 움켜쥐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일행들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뭐…뭐야!”
“이 개 같은 년이……! 뒤지고 싶나?!”

한 순간이나마 여자에게 밀렸다는 사실에 분노한 남자는 멀쩡한 왼손으로 한아름의 얼굴을 후려치려 했다.

그러나 한주희가    빨랐다.


마치근처에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여유로운 태도로, 그의 손목을 붙잡은 것이다.


그녀는 태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아, 여기서 바로 하자고~? 나야 환영이지~!”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안 놔?! 뒤지고 싶……!! ”

그러나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멀쩡했던 그의 손목이 비틀어짐과 동시에, 한주희가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것이다.


퍼억-!


쿠당탕!

졸지에 양쪽  모두를 못 쓰게  남자는 그대로 3미터 정도를 밀려나더니 바닥에 쓰러져 기절했다.


“이런…… 미친 년들이!”
“너희들, 우리가 누군지 알아?!”

남은 다섯 명의 남자들은 입에서 욕설을 내뱉으며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중 한 명은 총을 가지고 있었다.


“덜 떨어진 중국인 새끼들이…… 불쌍해서 놀아주려 했더니!”

“미안한데, 우린 한국인이라서 말야.”

“그거나 그거나! 너흰 사람 잘못 건드렸어. 감히 마피아를……”


그의 말 역시도 이어지지 못했다.

귀찮다는 듯, 귀를 후비고 있던 한주희가 그의 복부를 걷어찬 것이다.

앞서 쓰러진남자와마찬가지로, 그는 일격에 정신을 잃었다.

“이……이런 미친!”
“죽여버려!”

총을  남자의말에  명이 동시에 한주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고작 그 정도의 수적 우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세 명이 휘두르는칼을, 한주희는 여유롭게 피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제,제기랄……! 어떻게 저런 게……?!’

마치 어린아이를 가지고  듯, 주먹 하나 뻗지 않으며 여유롭게 상대하는 한주희를 바라보며, 총을 든 사내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그가 마피아의 일원이라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보통 그런 말을 건내면 지레 겁을 집어먹기에 던졌던 말이었으니까.

그러나 상대는 전혀 그에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역시 동양인이라 마피아와는 상관이 없다 이건가……? 그렇다면……!’

그는 다른 한 가지 수를 끄집어냈다.

마피아에 겁을 먹지 않는다면, 헌터라면 어떨까?

흔히들 ‘헌터’라고 하면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존재라고 알고 있었다.

자신 역시도 한때는 헌터 아카데미에 다닌 적이 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다른 일행의 뒤로 접근했다.


가장 만만해 보이는 은발의 꼬맹이를 향해서였다.


“다들 동작그만!”


“엉……?”
“……?”


그는 은서현의 목을  채로,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

“움직이지 마라.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이 꼬맹이의 머리통은 그대로 날아갈테니까!”

“……”

다행히  수는 제대로 먹힌 듯했다.

그는 남은  손 끝으로 불덩어리를 소환해 내며 입을 열었다.

“후후…… 이래봬도  헌터 출신이야. 이 꼬맹이는 물론이고,너희들은  상대가 안 된다는 말이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였다.

그것이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는지 아닌지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최하급의 스킬이라고 해도, 일반인에게는 두려움의 대상.


그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는 입매를 말아올렸다.

어쨌건, 눈 앞의 여자들은 꽤나 발군의 몸매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까칠한 그 성격을 짓눌러버리는 것 만큼 흥분되는 것도 없지……!’


그가 그런 망상에 빠져 있을 때였다.

“쏴.”

“……어…?”

자신에게 잡힌 꼬마의 입에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쏘라고, 이 등신 새끼야.”

“이……미친…?!”

그런 그의 대답에 맞춰,한주희는 다시금 몸을 움직였다.
 옆에서 한아름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자, 그럼 슬슬이쪽도 공격을 해 볼까?”

“가,가만히 안 있어?! 진짜로 쏴 버린다!”

“못 들었냐? 그 꼬마가 쏘라잖아. 알아서들 해. 관심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 한주희는 망설임 없이 근처의 남자를 다시 한 번 때려눕혔다.

사람의 안력을 아득히 벗어난 속도.

그제서야 남자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설마…… 이들이 헌터라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헌터 역시도 사람이었다.

게이트의 마물이 아니었으니 총과 칼에 맞으면 상처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최상급의 헌터들에게 이런 화기 정도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지 못했다.

“제기랄! 니들이 자초한 일이다!”

그는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타앙!!

“……!!”

예상 밖의 상황에 그는 경악했다.

분명 총알에 꿰뚫렸어야 할 꼬맹이의 머리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던 것이다.

“시…신체 강화 스킬……?”


아니, 그렇다고 해도 이상했다.

물론 방어계열 스킬이나 신체 강화를 익힌 헌터라면 총이나 칼을 잠시나마 버텨낼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의 상식에서, 총알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스킬은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아니, 있다고 해도 고작해야 열 다섯살도 되어보이지 않는 꼬맹이가 그 정도의 스킬을 익혔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지랄하네.”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은서현은 빠르게 손을 뻗었다.

퍼걱!


그의 손바닥이 남자의 턱에 고스란히 적중하며 그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어억……!”

털썩.


그렇게 그는 의문점만을 가득 안은 채로 바닥에 널부러졌다.

한주희에게 덤벼들었던  명의 사내들 역시도 동시에 정신을 잃었다.

차이점이라면, 그들은 사방으로 멀리 날아갔다는 것 정도.

상황이 종료되자 한주희는 찝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하자는 거야? 남자라는 것들이 허약하게…… 괜히 김새네.”

“……언니?”

“……”


한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한주희는 얼굴을 굳혔다.

겨우 돌아본  곳에는, 그녀의 예상대로 한아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해맑은 얼굴로.
끈적한 살기마저 피워올리면서.


“……미안.”

결국 그녀는 사과를 건낼 수밖에 없었다.



*



“싫어요!”

“아, 왜?! 약속했잖아?!”

“약속이라뇨?!  그런거 몰라, 이 사람아!”

“이 사람아? 반말했냐?!”

“전 생각해 본다고 했죠! 그리고 말이 다르잖아요!”


거리가 그리 멀지도 않다.
정 안되면 혼자 발표해도 상관없다.

분명 그녀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뭐요?! 영국이요?! 이탈리아에서 영국이 뭐 강남에서 역삼 거리입니까?! 어딜 봐서 근처에요?!”

“같은 유럽이잖아! 그리고!  멋대로 막 전화 끊더라? 생각해 보니 열받네?”

“그,그건 전파가 잘  터져서 끊긴 거죠!”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거짓말이었다.

지금같은 시대에 전파가 안 터진다는건 드래곤이 이쑤시개에 찔려 과다출혈사하는 소리와도 같았으니까.

“대체 뭣 때문에 가기 싫다는 건데? 그거라도 말해 봐!”

“……”


사실 이유야 많았다.

본래라면 몇  후에나 밝혀져야  이론.

지금 그게 증명된다면 당연히  세계가 주목할 것이고, 그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론이 밝혀지게 되면 그로부터 이어질 ‘마인’과 관련된실험 역시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너무 컸다.

제대로 된 대비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마인과 마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이번 일이 잘 되면보나마나  굴리려고 하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제일 컸다.

어디든 ‘적당히’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차현화를 아군으로 둔다면 그만큼 듬직하기야 하겠지만, 앞으로도 그녀의 실험과 연구에 계속해서 매여 있게 될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물리 계열의 전투스타일을 가지고 있던 나였기에 마법학회가 껄끄러운 것도있었고.


‘문제는 이런 것들을 터놓고 말할 수가 없다는 말이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나는 입을 열었다.

“당연하잖아요! 보나마나 이번 일이 끝나면 오만가지 연구에 끌어들일 생각이죠!”

“그,그거야……”

“그것 봐요! 나도  시간이 필요하다구요!”

“알았어! 그러면 발표회 끝나고 나면 크게 터치 안 할게! 그걸로 됐어?”

“……”


젠장.
설마 그렇게까지 나올 줄이야.

머리를 굴리자.

생각해야만 해……!


“그……리고 저는 사실 마법 쪽에는 그리 소질이 없…”

“미친 소리 할래?”

“마,맞거든요? 실기평가 보셨잖아요? 저는 물리계열 전투를 하는 타입이지, 마법사와는 거리가 멀다구요! 마법 하나 제대로 못 쓰면서 마법학회에서 발표한다면 웃음거리밖에 안 될걸요?”

“……”


후우.
해냈다.

 말에 그녀는 어느정도납득했는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마법을 쓰는 건 한 번도   없지. 제대로 마법 하나 못 한다면 그것도 문제일 거고.”

“그러니까, 발표는선생님이 하시고……”


그러나 그녀는 단호했다.


“아니! 이건 처음부터 내가 꺼낸 가설이 아니었어. 지식의 주인이  앞에 버젓이 살아있는데 그걸 뺏는 건 마법사로서 할 짓이 아니지.”

미치겠네.

 사람아, 그건 당신 생각이고!

내가 없었어도   후에는 당신이 직접 생각해 내고 직접 증명했을 가설이란 말야!

속으로 그렇게 외치는 나였지만, 그를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상황은 점점 안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면, 그걸 증명하면 되는거지?”

“……네?”

“넌 마법에 소질이 없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아니거든? 네가 마법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되는 거잖아?”


“……”

큰일이다.

이대로는 상황을 벗어나기는 커녕, 앞으로 마법 수업까지 들어야 할 판국이야!

물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스승이 현화 쌤이라면……’


그녀의 광기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A급 학생들도 답 없는 멍청이들이라 생각하는 사람인데.

식은땀을 흘리는 나를 바라보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발표회까지는 삼일. 그 안에, 적어도 5개의 고위마법을 사용할  있게 된다면 상관없겠지?”

“그,그게 가능 할 리가……”


“가능해. 내가 그렇게 만들어 보일 테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될 대로 되라지, 뭐.


*


“케…케히빈 학회요?!”


현화의 말에 한아름의 두 눈이 있는대로 크게 떠졌다.

그 옆에서 한주희와 은서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물었다.

“엉? 그건 또 뭔데?”
“왜 호들갑이야?”

“호들갑이라니?! 언니도 몰라? 다른 것도 아니고, 케히빈 학회인데?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들만이 모이는 곳이잖아! 그,그런 곳에서 발표라니……”

“그래봐야 발표  번에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은서현, 이 바보야! 거기서 발표하는 순간 전 세계에서 주목할 거라고! 그게 틀린 이론이든, 아니든! 마법사에게 있어서는 꿈의 무대란 말야!”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치는 한아름이었지만, 한주희와 은서현에게 그것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다.

한주희는 쪽에서 넋이 나가 있는 누군가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저 놈은  저러고 있는 건데?”

“아아. 조금 지쳐 있는 거야. 그냥 두면 알아서 회복할 테니까 걱정 안해도 돼.”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차현화.

그녀가 바라본 곳에는 초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은가람이 있었다.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워 버린 듯한 그 모습은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 같기도 했다.


“저 녀석, 마법 쪽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주제에 계속 안닌 척하지 뭐야? 지난 이틀간 열심히 교육시켜 줬지.”

“네에……? 가람이라면 물리계열 아니었어요? 싸우는 걸 보면 확실히 보통은 아니던데……”

한아름의 의아한말에 현화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맞긴 해. 난 저 녀석이 물리 전투에 소질이 없다고 한  없어.”

“그런데 마법에도 재능이 있다구요……?”

“소위 말하는 ‘천재’라고 하는 거지. 흔하지는 않지만 양쪽  재능을 가진 경우가 있기는 하거든.”

아니, 오히려 재능이 극단적으로 한 쪽에 치우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가 자신 있는 분야로 파고들다보니, 반대 쪽에는 소홀해 져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질뿐.

흔히 말하는 ‘전사는 마법을 못 쓰고, 마법사는 몸을 못 쓴다’라는  그래서 생긴 말이었다.

“그래서…… 발표회는 언젠데요?”

한아름의 질문에 현화는 개운한 얼굴로 대답했다.




“내일 출발할 거야. 그러니까 다들 오늘  자 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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