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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40화 - 광기+재능+성격파탄=공포 (40/114)



〈 40화 〉40화 - 광기+재능+성격파탄=공포

[뭐야?]

[문제 있냐?]


당연한 듯이, 그녀는 나를 바라본다.


[꺼져.]

그런 그녀에게, 나는 간단하게 말하고는 돌아섰다.
돌아온것은 거절이었다.

[싫어.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너 그러다 죽는다.]

목소리를 낮게 깔고 그렇게 말했다.

누군가와 동행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
도움이 되지도 않았고, 쓸데없이 방해만 되었으니까.

헌터가 된 이후로, 내게는 그것이 당연한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죽일 힘이나 있냐? 어디서 죽인다 만다야?]

[까불지 마라.]

[여기서 한 판 해보겠다, 이거야? 나쁠 거 없지?]

입매를 말아올리는 그녀.

그녀의 몸에서 끈적한 적의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라면 언제 덤벼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처럼 초월자의 선택을 받은 것도 아니었건만, 그녀가 가진 힘은 가히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었으니까.


[……쯧.]


가볍게 혀를 차고는 걸음을 돌렸다.

또 이렇게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
그것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향하는 길이 같아서동행하는 것 뿐이지만, 괜히 걸리적거리지 마라.]

[너나 잘해, 쓰레기.]


타워의 22층.

다음 층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그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

[후우……후우……]

깊게 몰아쉬는 숨.

 몸이 땀 범벅이었다.

조금만 방심했다면 지금쯤 내 머리통은 박살나 있었을 것이다.

[젠장…… 기분 한 번 더럽네.]


온 몸에  피가 끈적하게 달라붙어 왔다.

그그그긍……

벽의 맞은편이 열리며 상층으로 올라가는 포탈이 드러났다.

[이제 87층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내 눈앞에 쓰러져 있는 여성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복부가 꿰뚫린 채로 차갑게 식어있는 그녀.


타워 초반부터 그렇게나  신경을 긁어오던 한주희였다.

[그러게…… 왜 따라오고 지랄이야.]


어차피 이렇게 뒤질 거면서.

잔뜩 얼굴을 구긴 채로, 나는 그렇게 내뱉는다.

온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늑골이 몇 개나 나간 듯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정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직…… 나는 더 올라갈 수 있어.]

나는 걸음을 옮겼다.

타워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그 어떤 댓가가 따르더라도.

마지막 층을 공략할 수만 있다면……

[그거면 충분해.]


*

“앗 미안………어?”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온 몸에 오한이 드는 듯한 기분.

생각해 본다면지금 시간대에 그녀가 살아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기억 속에서 죽었던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소름끼쳤다.


“뭐야, 넌?”

“……”

“아아, 그래. 놀라겠지. 내가 그 소문의 한주희다, 왜? 꼽냐?”

분명 그녀였다.

외모는 어느정도앳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내 기억 속의 한주희와 완전히똑같았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으며, 그녀는 대뜸 짜증을 부렸다.

“내친 김에 묻자. 너,은가람이라는  아냐?”

“뭐……?”


어째서 날 찾는 거지?

갑작스레 치고 들어오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제대로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녀는다시 한  소리쳤다.

“씨발, 은가람! 몰라?! 알아, 몰라? 대답을  하라고!”


C건물 복도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

‘이 거지같은 성격은  때도 여전했구만?’

그런 그녀의 성정은 아카데미 내에서도 유명했던 것인지, 지나가던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한주희 아니야?”

“아카데미엔 웬 일로……”

“야야, 괜히 불똥 튈라.”


“그런데…… 쟤는 은가람 아니냐?”

“쉿! 야 빨리 가자.”

아무래도 나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내가 그런 것 이상으로 아카데미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듯했다.

주변의 대화를 들었는지,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시선이 바뀌었다.


“흐음……? 뭐야? 니가 은가람이었어?”

“그런데?”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더니, 별 볼일 없잖아?”


“……”


노골적인 무시.

그러나 그것이 상대방을 도발하는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괜히 엮이지 말자. 이번에는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대답했다.

“그래, 사실  볼일 없어. 아무튼, 미안했다. 난 가 볼게.”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래, 이거면 충분하다.

한주희의 흥미가 붙기 전에 얼른 이 자리를……

“야, 잠깐만. 어딜 도망가려고?”

“……”


옘병할.

제발 이번 생에는 엮이지 않기를 바랐는데.

애써 무시하며 발을 재촉한 나였지만, 그녀는 순식간에 나를 추월해 앞을 막아섰다.

“너, 대체 뭐하는 놈이냐?”

“……”


“아니다, 이럴 게 아니지.”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대뜸 요구를 해 왔다.

몇 번이나 생각해 봐도 너무 터무니없는…… 그러면서도 한 없이 한주희다운 요구였다.

“야, 한판 붙어.”


붙겠냐?!

*


콰아아앙!!

“으악?!”
“이,일단 교무실에……!”


은가람과 한주희가 붙었다──


월영에서 가장 문제아라고 알려진 두 명의 충돌은 빠르게 아카데미에 퍼져 나갔다.

후욱- 콰아앙!


“생각보다 꽤 하잖아?!”

“염병할, 꺼지라고! 제발 진짜!”

“캬하하핫! 그렇게 놀아주니 더 즐거운데?!”

“아오!! 미친년, 진짜!”


더군다나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한주희와, 한결같이 도망다니는 은가람의 전투양상 덕분에 그들은 끊임없이 장소를 이동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움직이는 천재지변과도 같은 것이었다.


“뭐 하는 것들이야!!”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던 폭발의 이동은 정운성의 일갈이 터지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쳇. 한창 재미있었는데.”

정운성의 호통에 한주희는 혀를 차며 멈춰섰다.

그제서야 은가람도 발을 멈출 수 있었다.


“허억……허억…! 진짜, 돌아버리겠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가람.

정운성은 빈정이 상한 듯, 인상을 쓰고 있는 한주희에게 다가가 말했다.


“분명 문제 일으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반년 정도 아카데미에 안 나오더니 까먹은 거냐?”

“아아, 알게 뭐야? 딱히 상관 없잖아. 누가 죽은 것도 아니고.”

“너…… 또 유급당하고 싶은 거냐?”

“……”


그제서야 한주희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벌써 세 번째 유급을 당한 상태였다.

S급 학생이면서도 3년째 졸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학생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조금 잠잠해지자, 그는 은가람에게 다가가 한 마디를 던졌다.

“너도, 이젠 적당히 할 때 안 됐냐?”

“예에에? 제,제가 뭘 했다구요?”

“……변명하지 마라. 손바닥도 맞부딪혀야 소리가 나는 법이라고.”


이런 썅!

은가람은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맞부딪히고 자시고, 나는 도망만 다녔는데 그게 어째 내 잘못이냐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한주희를 노려봤다.

정작 그렇게 말한 정운성 역시도 그저 명분상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교사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것.

그러나 한주희는 아니었다.
회귀 이전에도 그렇고, 가까이 두면 좋을 게 전혀없는 여자.


현재 그로서는 가장 연관되기싫은 존재 불변의 1위가 바로 한주희였던 것이다.

정운성은 다시금입을 열었다.

“한주희는 교실로 돌아가고, 은가람은……”

“교실은 무슨, 어차피 S급은 수업도……”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는 정운성의 시선에 혀를 찼다.


“아아, 알았어요. 가면 될  아냐? 아주 그냥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기세네.”

그런 그녀를 뒤로 하고 정운성은 은가람에게말했다.

“너는 잠시 교무실로 따라와라.”

“하아……네에.”


그렇게 둘의 짧지만 강렬했던 두 번째 첫만남은 막을 내렸다.



*

“니가이해 해라. 그 녀석은…… 워낙에 구제불능이거든.”


자그마한 캔커피를 건내며,정운성 쌤은 그렇게 말했다.

그의 표정에서 피로함이 절절히 묻어났다.

‘뭐…… 이해는 하지. 한주희의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성격파탄자의 표본이라고 해야 할까.

온몸으로 ‘세상의 중심은 나다!’라고 외치고 다니는게 바로 한주희였다.

누가 죽던, 세상이 멸망하던…… 결국 자기가 재미있으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자유의 영혼이었으니까.

“아까는 미안했다.”

사과를 건내는 그를 향해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니에요. 뭐, 저도 어느 정도 짐작은 했으니까요.”

“그래서……걔는 갑자기 뭐 때문에 그렇게 난리를 피운 거래?”

혹시 내가 뭔가 심기를 건드린 것 아닌가.

그런 의도가 다분히 담긴 질문이었지만, 나는 크게 괘의치 않았다.

‘사실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

내가이때까지 해 온 트롤링이 몇 갠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그에게 되물었다.


“아무리 저라도 그런 미친 짓은 하죠. 그리고, 어디 한주희의 행동에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적 있나요?”

“하긴…… 그런데  꽤나 잘 알고 있는 말투다? 전에 만난 적 있어?”

“아,아뇨. 그냥…… 저런 똑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을 예전에 만난  있거든요.”

“똑같은 성격이라. 저런 성격이 또 있다니…… 세상이 멸망하지 않은게 신기하다.”

그야, 그게 한주희 본인이니까.

물론 그의 말은 진심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마 한주희같은 사람이 두 명이나 있었다면 세상은 진즉에 종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그 이전에 게이트니 타워니 하는 귀여운 것들은 죄다 박살나 버렸을 거고.


“S급은 수업도 없는데 쟤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걸까?”


이해하기 힘들다는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정운성.


“아마 저 때문일 걸요?”

“뭐?”

“오자마자 절 찾더라고요……? 소문의 은가람이 네가 맞냐고. 그리고는 얼마나 강한지 싸워보고 싶다고 달려들었죠.”

“……”


다른사람이었다면 그게 무슨 개떡같은 이유냐고 할만했지만, 그 상대가 한주희였기에 정운성은 이해한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오늘은  싸웠네? 현진이나 서현이랑은 틈만 나면 싸우지 않냐?”

“절 완전 문제아 일진으로 생각하시네요?”

“뭐, 비슷하긴 해.”


“……”


가만히 그를 바라보자, 그는 괜히 헛기침을 흘리며 시선을 피했다.

“그래도 너 정도면 한주희와 비견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 지금 월영에 있는 학생들 중 가장 강한 사람이 너라는 말이 많으니까.”

나는 찝찝한 감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싸운다면 뭐……비등비등하긴 할 텐데요.”

“그런데?”

“……엮이기 싫어서요. 가능하다면 평생.”

“아아…… 이해하지. 충분히 공감해.”

물론 한주희랑 이현진은 달랐다.

이현진처럼 그저 자존심이 세고 어린 정도라면, 격의 차이를 알려줄 정도면 충분했다.

그 증거로, 지금 녀석은 나름 고분고분해지지 않았던가?

‘그에 반해……’


한주희라면?

내가 압도적으로 이긴다고 해도 계속해서 달려들겠지.

무엇보다, 그녀는 고작 싸움에 진 걸로 화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흥분해서 달려드는게 무서운 거지.’


뭐라고 했더라?
강자를 넘어서는 쾌감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했던가?

‘그 기분이 너무 좋아서 고작 몇백번 얻어터지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그랬지……’

몇백 번.
몇 번도, 몇십 번도 아니고 몇백 번이다.

가장 무서운 점은, 그녀가  말을 실제로 지켜냈다는 것이었다.

“정말…… 평생 안 마주쳤으면 좋겠어요.”


소름끼치는 과거를 떠올리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



“예……? 그,그게 무슨……!”


[말그대로다. 파견되었던 녀석들이 나란히 죽었더군.]

[최근 이진명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나?]

“어…없었습니다! 항상 자택이나 본사집무실에 틀어박혀 있기만 했고…… 숙주에게서도 특별한 낌새는 없었습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또다른누군가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겠어.]

[어쩌면 이진명이 시켰을 수도 있지.]

한국에서 균열을 일으키려던 요원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었다.

단지 그것 뿐만이 아니라, 이미 개방되었던 게이트가 순식간에 클리어되었다.

최상위급 몬스터인 드래곤의 죽음과 함께.

믿기 힘든 그 사실을 접한 에이전트는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호,혹시 죽인 놈들에 대한 정보는 입수된 게 없습니까?”

[없다. 정말이지 말끔하게 지웠더군.]

[협회 측에서 나서서 지운걸 보면, 그 놈들은 제대로 뒤를 밟혔던 거야.]

[한심한 놈들.]

허무하게 죽어버린 에반스와, 그의 팀원에 대한 애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없었다.

그저 일꾼을 잃었다는 것, 그리고 힘들게 구축한 게이트가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에 아까워할 뿐.


‘나도 서두르지 않으면……’

자칫 잘못해서 쓸모 없는 패로 낙인찍히게 되면 큰일이었다.

무능하다고 찍혀버리면, 상부 측에서 직접 그를 죽이려 테니까.


그는 떨리는 주먹을 강하게 말아쥐었다.


[그러고보니 에이전트, 자네는 어떻게 되고 있지?]


“계획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다음 주 안으로, 숙주를 불러들일 예정입니다. 아직 패러사이트에 관한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합니다.”


자신있게 대답하는 그.

만족한 듯한 목소리가 화면 너머로 들려왔다.

[아주 좋군.]
[역시 에이전트, 자네는 유능해.]

“……감사합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부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길 바래.]

“예…… 알겠습니다.”

분명하게 뼈가 담긴 말.
비장한 목소리로, 에이전트는 그렇게 대답했다.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어……! 나는 에반스 같은 떨거지와 급이 다르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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