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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화 〉38화 - 사람 잘못 건드렸어 (38/114)



〈 38화 〉38화 - 사람 잘못 건드렸어

“아, 뭐시여…… 이 야밤에, 이 때려죽일 놈의 자슥아……”

막 잠들려는 차에 걸려 온 전화에, 한진우는 눈을 비비며 전화를 받았다.

[쌤, 급한 일이 있는데 꼭  줄 수 없나요?]


던전에 들어가기 직전, 은가람이 전화를 건 것은 한진우 교사였다.

이진명 회장을 불렀다면 더 빠르게 상황이 종결되었겠지만, 아무래도 그 뒤에는 코사 노스트라가 있었으니까.


괜히 그가 직접 나섰다가 꼬리를 잡힐 우려가 컸다.

실력이 보장되어 있는 차현화는 현재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그는 그 다음으로 믿음이 가는 한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하아……급하고 자시고 말여… 임마 지금 시간이 12시가   가는데 뭔……”

그렇게 중얼거리던그는 은가람의 한 마디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저희…… 죽을지도 몰라요.]


“……뭔 개소리여.”


얼굴을 굳히며 몸을 일으키는 한진우.

몇  전의 일이 그의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생되는 듯했다.
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지금 어디여.”

[지금좌표 보내드릴게요. 그리 멀지는 않아요.]

그렇게 말한 후 전화를 끊어버리는 은가람.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바라보던 진우는 곧바로 옷을 챙겨입었다.


‘설마…… 설마 또 그런 일이 벌어질 리는 없어……!’

그는 자신의 차를 밟아 도로 위를 질주했다.

채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그는 은가람이 보내 준 좌표로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시방 뭐시여……?”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게이트가, 그곳에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규모만 봐도 A급은 되어 보이는디…… 설마 이 안에……?’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고 해도, 현직 헌터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A급의 학생 = A급의 헌터라는 공식은전혀 성사되지 않았으니까.


비정상적인 강함을 가진 은가람인 만큼 설마 그럴까 싶으면서도, 그는 마음 한 구석에 드는 불안감을 떨칠  없었다.


“혹시…… 아카데미 쪽 선생님이신가요?”

“……?”

그런 그를 향해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이가 있었다.

“그렇기는 헌디. 그짝은 뉘신지……?”

“아, 저는 가람이랑 친한 형……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조금 전에 그를 불러 냈었거든요.”

스스로를 ‘강헌권’이라고 소개한 남자.

그에게서 한진우는 대략적인 사정의 설명을 들을  있었다.

“그,그럼…… 딸랑 여섯 명이서 A급 던전을 공략하러 들어갔다, 이말인겨?”

“네. 아무래도 협회 소속의 헌터라고 하시니, 괜찮을 거에요.”

“……”


한진우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협회소속의 헌터라고는 해도, A급의 미확인 던전을 공략하는데 고작 여섯 명이 입장한다는 것은 의아했다.

무엇보다 은가람과 은서현은 아직 학생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전력은 4명.

적어도 A급의 헌터 다섯 이상이 모여야만 공략이 가능할 텐데도, 그들은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걸 은가람 고놈이 모를 리도 없단 말인디…… 그러믄서도 동행해서 들어갔다는 건, 뭔가 구린 것이 있다는 말이겠구먼.’

그렇게 속으로 결론을 지었다.

아마 자신을 불러낸 것은 강헌권이라는 청년을 살리기 위함일 것이다.

‘어쩌믄…… 주변에 또 누군가가…’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어라? 뭐야, 둘이나 있어?”

“……?”


근처에서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리를 위쪽으로 쳐 올린 남성.
왼쪽  아래에 눈물자국의 문신을 한 남자였다.

“뭐어…… 그리상관은 없겠지. 어차피 뒤져야 할 놈이 한  더 늘어난 것 뿐이니까.”

양쪽 손에서 클로를 뽑아들며 그는 혓바닥으로 날을 핥았다.

“……시방, 지금   붙어 보긋다는 거구만?”

“뭐? 카하핫! 아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

“내가 일방적으로 죽일 뿐이라고. 너희 같은 떨거지들이 날 상대할 수나 있을 것-”


그러나 그는 말을 잇지못했다.

쿵- 하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한진우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던 것이다.

그가 있던 자리에 깊숙하게 발자국이 남았다.


‘……?!’


자신의 안력을 초월한 움직임에 클로를 빼 든 남자의 두 눈이 있는대로 커졌다.


그런 그의 코 앞까지 다가서며, 한진우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입에서 새하얀 증기가 새어나왔다.

“폭렬권.”



투콰아앙!

“………!!”

상대의 허리를 정확하게 파고든 한진우의 왼 주먹.


그에 적중한 몸에서, 마치 화약이 터진 듯한 폭발음이 울려퍼졌다.
주먹이 적중한 몸의 반대편에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로 눈을 까뒤집은 상대.


그를 내려다보며, 한진우는 숨을 골랐다.

“후우…… 어디 근본도 없는 것이 지랄이여? 대글빡을 쪼사 불라……”


꽤나 오랜만에 힘을 사용한 그.

그러나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몇 년 전에 내가 있었음……  명이라도 살릴 수 있었을긴데……’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아니, ‘다시금’이라는 말은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날을 잊지 못했던 한진우였으니까.




“젠장……! 어,어떻게 알고…!”



“뭐여……?”

그런 그의 귀에, 다시금 낯선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대체 뭐하는 놈이냐?! 여긴 어떻게 알고 온거지?!”

지친 기색이역력한 네 명의 모습.
은가람과 함께 던전으로 들어갔던 협회의 헌터들이었다.


“같이 들어갔던 둘은…… 우째 너그들만 나온당가?”

“둘…? 하! 놈들과 한패였던 거냐…!”
“단념해라! 어차피 그 멍청이들은 지금쯤 드래곤의 이빨에 찢겨나가고 있을 테니까.”


“……!”


드래곤.

A급 중에서도 꽤나 상위 그룹에 속하는 자신조차 쉽게 볼 수는 없는 것이 바로 몬스터의 군주라고도 불리는 드래곤이었다.

자신이 함께있었다면 그런 것 쯤이야 죽이는데 문제는 없겠지만……


‘그 두 놈은 아직……’

자신의 학생이지 않은가.

협회의 헌터라는 작자들이, 그런 어린 학생들을던전에 버려두고 나왔을 리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절대로 아군으로 생각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염병할……!’

은가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라고 했던 말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오지 못했던 자책감이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리고 그가 느끼는 죄책감만큼, 그의 몸에서 진득한 살기가 폭사되어 나왔다.

“너그들은…… 여서 살아서 갈 생각은 하지 말어라.”


살기와 함께 피어오르는 투기.

지금은 아카데미의 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20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이름을 꽤나 날리는 헌터 중 하나였다.


『투귀』 한진우─


그것이 그의 별칭이었다.

‘젠장…… 이 녀석은  뭐야?’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는 상대의 전력을 체감하며, 에반스는 안색을 굳혔다.


‘S급 중에 이런 헌터가 있었던가……?’

적어도 그의 기억상에는 없었다.

아무리 재능을 타고난 천재라고 해도, S급의 영역은 가히 인간의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세계에서도 남아있는 S급 헌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S급 정도는 아냐. 같은 A급인데 이렇게나 차이난다고…?’


에반스와 테일러는 엄연한 A급의 헌터였다.
그런 자신들조차 비할 수 없을 정도의 실력자가 하필이면 이곳에 있다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였다.

“네놈은…… 대체 누구냐…?!”

“우리가 누군지 알고 하는 말인가? 우리는 협회 소속의 헌터라고?! 우리를 죽인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는 않겠지?!”

“……”

협회의 각인을 보여주며 말하는 그들의 말에, 금방이라도 쏘아져 나갈 듯한 한진우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에 에반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차피 던전 안의 놈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었다.
다시 말해 말만 잘 맞춘다면, 그들의 잘못으로 충분히 떠넘길 수 있는 상황.

불필요한 손해를 보지 않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돌아온 한진우의 대답은 싸늘했다.

“느그들이 누구건…… 나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어. 나는 그저, 그 빙시같은 놈들의 못난 선생일 뿐이니께.”

“……!”

마음을 바로잡은 한진우가 앞으로 쏘아져 나가려는 순간.

에반스가 가장 듣고싶지 않았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를 막았다.

“잠깐만요, 쌤!”

“……?”
“어,어떻게……?!”

은가람이었다.

“……뭐여, 살아 있었던 거여? 시방 깜짝 놀랐잖여!!”

멀쩡한 그의 모습을본 한진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에 은가람은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하핫…… 죄송해요. 아무래도 불안해서… 정말 고마워요.”

“고맙기는 옘병할! 이 쳐죽일 놈의 자슥아! 좀 즉당히 설치고 다녀야   아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악을 지르는 한진우.

그러나 그의 말이 자신을 꾸짖으려는 것이 아님을, 은가람은 잘 알고 있었다.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으면서도 적의나 살의 보다는 안도감이 더 먼저 드러났던 것이다.


그는 순순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건냈다.

“정말 죄송해요. 이번에는 제가 좀 심했나봐요.”

“후우…… 쫌! 사람 돌아버리게 와 그라는겨?! 엉?! 시방 진짜……”


괜히 얼굴을 돌리는 한진우를 바라보며, 은가람은 다시 한 번 사과를 건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에반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대체 어떻게…?!”


그들의 시선은 은가람이 조금 전 막 해쳐 나온 게이트를 향해 있었다.

어지러운 파장을 흘리는 게이트.
겉보기에는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그들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눈 앞의 게이트가, 곧 사라질 것임을.


콰아아아아……!
파지직…파직!

화아아악─

츠즈즛…….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빠르게 일그러지던 게이트가 작은 점 안으로 빨려들어가듯,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주변에 잔재하는 마력 파장의 파편들만이, 게이트가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것들이었다.

그런 장관의 눈 앞에서, 은가람은 시큰둥하게되물었다.

“뭐가?”

대체 이 놈은 뭐란 말인가.
보통의 A급 던전도 아니고, 무려 드래곤이었다.

그런 드래곤을…… 현직 헌터도 아닌 일개 학생이 혼자서 클리어했다고?

‘말도 안 돼!’

그들의 상식 선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거기다 저 여유로운 태도는 대체 뭐란 말인가.
마치 편의점에서 우유라도 사 온 것 마냥 대수롭지 않게 되묻는 은가람의 모습에, 그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대체 어떻게 쓰러뜨린 거냐!? 네놈, 정체가 뭐야!”

“어떻게냐고? 뭐…… 그냥 슉-하고, 샥! 해서?”

“웃기지 마라!”

“아니, 그럼  어떻게 꾸며줘? 아가리 털어서 쇼부치고 나왔다고  주리?”

“……!”

조롱하는 것이 명백한 말이었지만 그들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그보다, 너희들은 딱 거기서 대기하고 있는게 좋아. 어차피 살아 나가려고 해도 그러지 못하겠지만.”


싸늘하게 사형을 선고하는 그.

차가운 두 눈동자 속에서 서늘한 오한이 느껴지는 듯했다.

“진우 쌤, 고생하셨는데 정말 죄송해요. 아무래도…… 녀석들은 직접 손봐야 할 사람이 있거든요.”

“후우……이제  묻자. 그래, 이것들은 대체 뭐여? 협회헌터 아니었다냐?”

한진우의 질문에 은가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 소속은 맞긴 맞아요. 다만…… 그 본거지는 ‘코사 노스트라’라는 범죄 조직이죠.”

“코사 노스트라……?”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던 그는 이내 은가람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후려쳐대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짝!

“으악?!”

“이 잡것아, 너 때문에 나가 홧병으로 나가 뒤지것어!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믄 똥구녕에 털이라도 나는겨?! 사람 속 뒤비지긋네!”

“이,이건  잘못이 아닌데요……?”

“고마 조용히 혀!”

짝!


괜히 한 마디받아쳤다가 한 대 더 벌어들이는 은가람.

그는 쓰라린 등을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일단은 그런 놈들이니까…… 죽여도 상관은 없겠죠? 협회에도 나름 도움이 될 테고.”

“뭐어…… 스파이 놈들이니께 좋타 카긋지. 근데 방금 전에 그건 말이여? 손봐야  놈이 누군디?”


그에 은가람은  없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느껴지지는 않아도, 분명 근처에 있을 테니까.

그런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네 명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자,잠깐만!”
“우리를죽인다고 코사 노스트라에서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아?!”

“너희들……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우리가 코사 노스트라 소속이란 증거는 아무데도 없을 거다! 결국 너희들만 범죄자가 되는 꼴인데…… 그래도 상관없다는 거냐!?”

그들의 말에은가람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한진우를 향해 말했다.


“제가 안에 있을 때, 무슨 일이 있었죠?”

“저노마 자슥이 이 사람을 죽이려 들었제.”


쓰러져 있는 남자와 강헌권을 가리키며 대답하는 한진우.


“그렇게 증거와 증인 하나.”


그렇게 말하며 은가람은 자신의 손목을 걷어 보였다.


자그마한 시계의 화면을 누르자, 그 곳에서 조금 전의 대화 내용이 흘러나왔다.

[우리를 죽인다고 코사 노스트라에서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아?!]

[우리가 코사 노스트라 소속이란 증거는 아무데도 없을 거다!]


“……!”

“증거 둘~!”


그는 기세등등하게 입매를 말아올렸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너희들이 계획한 일은 조금 전에 내가 파훼시켜 버렸지. 상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네?”

“이 자식……!”


“사람 잘못 건드린 건 니놈들이야, 이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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