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36화 - 인공 던전 (36/114)



〈 36화 〉36화 - 인공 던전

“뭐……라구요?”

늦은 밤 매니저님에게서 걸려 온 전화.

나는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이거 시스템 맞지? 헌터들이 사용한다는……]

의아한 목소리로 그는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에 허공에 메시지가 뜨더라고? 근방 100m 이내에 게이트 파장인가 뭔가…… 그런데 이거 신기하다?아무것도 없는데 눈 앞에 막……]

“어디에요?!”


그의 말을 끊으며 나는 그를 다그쳤다.


[뭐……뭐가?]

“지금, 어디냐구요! 빨리요!”

[왜 화를 내고 그래? 우리 카페야. 조금 전에 막 퇴근했는데 차 시동이  걸려서 택시 잡으려고.]

게이트의 발생.

그냥 평범한 게이트라면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기는 했다.

어차피 요즘에야 게이트가 그리 희귀한 것도 아니었고, 언제 어디서든 예고 없이 발생하는게 이놈의 게이트란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본래 지금이 아닐텐데……?’

내가 일했던 카페 근처에서 게이트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었다.

바로 그 때문에 내가 헌터로 각성하게 되었고, 그렇지 못했던 매니저님이나 다른 사람들은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으니까.

예고도 없이 게이트가 발생한 것도 모자라, 게이트가 개방되자마자 붕괴를 일으켰기에 벌어진 참사였다.

그러나 그 일이 벌어진 건 지금으로부터 몇 년 후였다.


지금 ‘인공 던전’에 대한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은 미친놈으로밖에 비치지 않는 시대였다.

‘뭔가 이상해. 대체  때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매니저 형에게 말했다.


“일단 거기서 벗어나요!최대한 빨리, 최대한 멀리요!”

[응? 왜 그래? 그렇게 위험한  아니지 않아?]

“아무튼요!”


[아, 알았어.]

그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나는 전화를 끊었다.

“제기랄,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초월자 놈들이야 본래 제멋대로이긴 했지만…… 이건 좀 이상한데?”

다급하게 옷을 챙겨입던 나는 그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한 가설에 생각이 미치고는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설마…… 진짜로 인공 던전인가…?’

그럴 리 없었다.

인공 던전과 인공 게이트.


내가 있던 시간대에서야 가능했던 일이었지만,  방법이 밝혀진 건 지금 시간으로부터 적어도 10년 후였다.

본래 현화 쌤이 밝혀냈어야 했던 마물의 방벽에 관한 이론에서 파생된 원리였으니까.


‘현화 쌤이 배신했을 리는 없어. 그럴 이유도 없고…… 젠장! 뭐가 뭔지 모르겠네…!’

만약 그게 정말로 인공던전이라면,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만 했다.

본래 내가 있던 시간대와 다른 점.

아카데미에 조금 일찍 들어갔다는 그런 사소한 이유로 그 시간대가 바뀔 리는 없었다.


그러면 대체……


‘……코사 노스트라…?’


놈들이라면 어떨까.

내가 회귀하기 이전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놈들의 마수가 현진에게 들러붙었다는 것이었다.

“뭐야…… 이 야밤에 어디 가냐…?”

기숙사 방을 막 나서려는 내게, 잠에서 깬 은서현이 물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녀석을 일으켜 세웠다.


“뭐야, 왜? 또 무슨……”

“닥치고, 빨리 나갈 준비나 해.”


“뭐……?”


“코사 노스트라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같아.”


*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이런……!”

“안 받아?”

“확실히 외국으로 가신 것 같아. 하필이면 이럴 때……!”

낮게 혀를 차며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헌권 형의 전화를 받은 직후, 나와 서현은 곧바로 기숙사를 나서 택시를 잡았다.


다행이 밤 늦은 시간이었기에 차가 막히지는 않았다.

“협회에 전화하는게 낫지 않아?”

서현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야. 그쪽에서도 탐지하지 못한 게이트가 확실하니까.”

회귀 이전에도 협회에서는  게이트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곧바로 균열이 일어나자 대형참사가 벌어진 것이고.
결국 파견된 헌터들은 뒷수습만 했다.

그로 인해 협회의 입지가 상당히 줄어든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자기네들이 발견하지도 못한 게이트를 헌터도 아닌 일반인이 발견했다고 생각할까? 아마 장난으로 치부할 거야.”

“그런데 그 사람은 어떻게 안 건데?”

그의 말에 나는 잠시 말을골랐다.

“……관련 스킬이 있어서 그렇지. 아마 너처럼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을 거야.”

“그런 사람이 헌터가 아니라고?”

“아마 조금 전에 각성한 모양이야. 아직 본인도 잘 모르는  하지만.”

“……그런가…”


녀석은 나름 이해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또다른 질문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놈들이 확실해?”

“뭐가?”

“내 부모님을……”

“……”

살짝 침울한 목소리로 말하는 녀석에게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분명 맞을 거야. 코사 노스트라가 맞다면, 3년 전  사건에도 연루되어 있는 놈들이니까.”

“……”

그에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늘하게 살기를 흘리고 있을 뿐.

이후로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정적만이 가라앉은 택시가 빠르게 도로를 달렸다.



*


“이 근방이야.”

스마트폰으로 택시 요금을 지불하며, 나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막 출발하려는 택시의 조수석 창문을 잠시 두드렸다.

똑똑-

“왜 그러시죠?”

의아하게 묻는 중년 아저씨에게 나는 말했다.

“가급적이면 여기서는 돌아서 가세요. 최대한 빨리 멀어지는게 좋아요.”
“네……?”

“저희는 월영 아카데미 학생이거든요. 조금 있으면 여기서 던전브레이크가 발생할지도 몰라요.”

“던전……! 예,예! 가,감사합니다.”

내 대답을 들은 그는 안색이 안 좋아지더니, 재빨리 차를 돌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엑셀을 밟았다.


“또 오지랖이네.”

“그 오지랖 때문에 지금 너희 부모님 원수 갚으려고 하는 거잖아.”

“……”


“아무튼, 빨리 찾아 보자.아직 게이트는 개방되지 않았으니까.”

만약 발생하는 게이트가 인공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라면, 분명 근방에 그를 시전하는 이들이 존재해야만 했다.

일부러 균열을일으키는 것인지,아니면 단순히 계산 미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계산 미스라고 해도, 분명 소유권 때문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겠지.’


나는 최대한 감각을 일깨워 주변을 훑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감지 스킬까지 활용해서.

“혹시 너, 탐지계열 스킬 가진  있냐?”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나는 그렇게 물었다.

아무것도 없던 옆쪽에서 서현이 나타나며 대답했다.

“있어. 지금 사용할까?”

“그런  있으면 곧바로 써. 200미터 근처 어디에서 게이트가 열려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바로……”


“있어.”

“……뭐?”

“다섯 명. 그 중 한 명은 강력한 마력적합도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나는녀석을 돌아보았다.

“어디야?”
“바로 근처. 멀지 않아.”

*


“매니저님……?”

서현의 탐지 스킬을 따라가 본 곳에는 녀석의 말대로 다섯 명의 사람이 있었다.

세 명의 한국인과 두 명의 서양인.

한국인  한 명은 나와 구면인 사람이었다.

“어, 가람아! 왔구나.”

“아직  가고  여기 계세요?”

그에게 물으며 나는 낯선 이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헌터…… 그것도 꽤나힘이 있는 녀석들이야.’

적어도 B급의 능력은 가지고 있었다.
외국인 중  명은 분명 A급이었고.

“마침 잘 왔어. 이 분들은 헌터 협회에서 나오신 분들이래.”

“협……회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사실…… 너한테 전화하기 전에 먼저 협회라는 곳에 전화했었거든. 게이트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고. 그랬더니 곧바로 와 주시더라?”

“……그 말을 믿었다구요?”

“응.”

나는 의심스런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아무리 게이트가 관련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일반인의 근거도 없는 신고에 이렇게 착실하게 출동해 줄 만큼, 협회는 한가하지 않았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이들 중  명- 단정한 금발을 가진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들의 입에서는 유창한한국어가 흘러나왔다.

“실례하겠습니다, 협회 소속A급 헌터, 에반스라고 합니다.”
“A급, 테일러입니다.”

“저희는 B급 헌터인 박상재와 이준우예요.”

“반갑습니다.”

자신의 디바이스에 각인되어 있는 협회 마크를 보여주는 그들.

위조할 수 없는 마크인 만큼,그들이 협회 소속인 것은 확실했다.

‘코사 노스트라 정도라면 협회에 발을 들여놓는 것도가능할 터.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협조하는게 최선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과장되게 인사를 건냈다.


“아, 반갑습니다! 헌터 협회 분들이 맞으셨네요.죄송해요.”


 말에 에반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충분히 의심하실만 했죠.”

“그런데…… 대체 어째서 출동하신 건가요? 제가 알기로는 이런 식의 장난 신고가많다고 알고 있는데……”

내 말에 옆에 있던 테일러가 대답했다.

“맞습니다. 사실 그런 신고가  두건이 아니죠. 하지만 이번에는 저희도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달려나온 겁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두 분은 헌터 쪽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네요? 혹시 헌터이신지……?”

에반스의 질문에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 헌터는 아니고 아카데미 학생이에요. 월영의.”
“……쓸데 없는 소리 하긴.”

옆에서 은서현이 작게 중얼거렸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아! 월영 아카데미의 학생분들이시군요!”
“혹시 이진명 헌터와는 어떤 관계신지……?”


“네? 이진명 헌터라면…… 아! 제가 존경하는 분이시죠! 꼭 한번 뵙고 싶네요, 하하.”

이번에는 거짓말이었다.

놈들이라면 이진명 회장의 입김이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일이 꼬일 가능성만 더 컸다.

내 대답에 질문을 던져던 이준우가 옅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씀, 저도 동의합니다! 정말 멋진 분이시죠!”

“매니저님은 헌터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르셔서…… 혹시나 해서 달려와 봤는데, 협회 분들이 계셔서 안심입니다.”


내 말에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래도 오늘 밤 안으로 게이트가 열릴 것 같으니, 저희가 처리하면 될 거에요.”

“이제 안심하시고 귀가하셔도  겁니다.”

언뜻 보면 배려심 넘치는 듯한 그들의 제안.
협회 헌터로서의 모범을 보이는 듯한 그들의 말이었지만, 나는 가볍게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뇨.”

“……네?”

“저희들도 던전에 같이 데려가 주시면 안될까요?”


*

‘제대로 되는 일이 없네.’

에반스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설마하니 게이트의 낌새를 눈치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일반인인  확실한데…… 마력 적합도가 꽤 있나 보군.’

강헌권을 바라보며,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혹시나 그가 헌터일 것을 예상해서 나오기는 했지만, 다행이 제대로  헌터는 아니었으니까.

게이트가 열리면 던전에 들어가서 적당히 공략하는 시늉만 한 후, 그대로 던전 브레이크를 발생시켜 버리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니, 그랬을 것이었다.


“저희들도 던전에 같이 데려가 주시면 안될까요?”

 꼬맹이가 그런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디서 굴러쳐먹다 온 새끼가 말이야……!’


나이는 자신보다 많아 보였지만, 헌터로서의 경력을 따진다면 자신이 한참 위였다.

A클래스의 학생과 A클래스의 현직 헌터는 그야말로 천지차이였으니까.

처음부터 던전을 클리어할 생각이 없었기에, 당연히 그들은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월영의 두 애송이는 쉽게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게이트의 소유권까지 주장해대며 우기는 것도 모자라, 게이트가 열리면 자신들이 먼저 들어가 버리겠다고 억지까지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쯧……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이 자리에서 세놈  죽여버릴까…?’


그런생각까지 한 에반스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아니었다.

특히나 한국이라는 이 좁은 나라에는 사방팔방이 CCTV 천국이었기에 자칫 잘못하면 일이 틀어질 우려까지도 있었다.


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 놈들은 학생…… 적당히놀아주다가 도중하차하면 되겠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


“어디갔다 왔어?”

“아, 잠시아는 형님한테 전화가 와서……하하, 죄송합니다.”


헌권의 물음에 은가람은 그렇게 대답했다.

게이트의 개방이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갑작스레 그가 급한 일이 생겼다며 전화통화를 하고 왔던 것이다.

그에 잠시 기대하고 있던 에반스 일행은 속으로 혀를 찼다.

‘쳇…… 조금만 더 빨리 열렸다면 좋았을 텐데.’

전화하러 간 틈을 타서 몰래 게이트에 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그들이었다.


“이제 곧 있으면 열립니다. 슬슬 준비하는게 좋겠네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에반스는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파지직…….파지지지직!


공간에 일렁임이 발생하며 주변에 마력 파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화려한 빛들이 점멸하며 일그러지던  공간을 뚫고, 이내 거대한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리리릭!
파지직……

화아아아아앙-!


“열렸다……!”

“이게…… 게이트……”


5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입구의 크기.

A급 난이도를 가진 던전의 게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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