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화 〉35화 - 불안 (35/114)



〈 35화 〉35화 - 불안

[키익……!]

[키에엑!]

쿠웅……!


은가람이 있던 곳을 강타하는 고블린의 둔기.

그는 가볍게 몸을 뺀 후, 자신의 양 손에 쥐여진 단도를 휘둘렀다.

마주하는 모든 적을 일격에 베어 넘기는 그.

때로는 그 자리에서 순간 사라졌다가 상대의 뒷편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제약이 해제 된 스킬.
회귀 이전에도 그가 애용하던 A급 스킬, ‘속임수’였다.

‘확실히 호주에  갔다왔구만.’


최근 제약의 해제와 성장폭이 있었기에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은 수월했다.

예상치 못했던 스킬의 개방까지있었기에 더 그랬다.

‘그래도 이왕이면 그림자 검날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역시 아직 그건 무리인가.’

S급 스킬인 그림자 검날.

그것 하나만 있더라도 앞으로의 전투는 상당히 수월해 질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S급 스킬을 기대하기는 힘든 법.

‘그래,  술에 배부를 순 없지!’

그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전투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와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은서현과 이현진 역시도 상당히 눈에 띄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B클래스나 C클래스의 학생들을 보호하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착실하게  나가는 모습.

그야말로 정석이라고  수 있는 공략법이었다.


물론, 이제까지 그들의 능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은가람이 의도적으로 방해공작을 펼쳤기에 본래 실력을 드러내지 못했을 뿐.

얼마 전 있었던 특별훈련으로 그 능력치가 대폭 올랐기에 그들의 공략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니네요.”

화면너머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교사 한 명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곁에 있던 다른 교사들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B클래스를 맡은 선생들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게 말입니다.”

“특히저 은가람이라는 청년은 대단하네요.”
“소문만들었는데 1학년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현직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라니까요?”

“대체…… 어떻게 저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그런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진우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


“원래 저런 넘이여. 이해하려 들면 안된다는 말이제.”

처음에야 그 역시도 은가람을 어떻게 해 보려고 한 적이 있었다.

교사의 입장에서 그의 태도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최근들어 그는 체념의 경지에 이르렀다.


어떤 면으로 봐도 정상이 아닌 녀석을, 정상인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의외로 생각이 똑디 박힌 놈이기도혔고.’


그것은 단순히 그에게서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삼각수의 뿔을 받지 않았더라도 그는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겉으로야 가벼워 보이고 생각없어 보이긴 하지만, 은가람의 속은 상당히 깊은 편이었다.

자신의 주변인을 챙길  알고, 그들을 아낄 줄 알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싸고 도는 것도아니었다.

상황과 대상에 맞게, 그에 필요한 대우를 해 주는 것이다.

‘끽해봐야 25살 짜리가 우째 저럴 수 있는지……’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그는 이내 고개를 흔들어 잡 생각을 떨쳐버렸다.

자꾸 그를 이해하려고 들면 안 된다.

그가 최근들어 깨달은 교훈이었다.


“허허…… 저런 인재가 월영에 있다는게 자랑스럽군요.”



교사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자가 그렇게 입을 열었다.


“어?”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본 곳에는 월영 아카데미의 교장이자 이사장, 김경원이 서 있었다.

30대 중반의 꽤나 젊은 나이에도 뛰어난 능력으로 월영 아카데미의교장직에 오른 그.

자랑스러운미소를 지으며 그는 입을 열었다.

“은가람 학생 맞죠?”

“네, 맞습니다. 지금은 A반에서 수업을 받고 있죠.”

“처음 입학했을 때는 여러가지로 소란이 있다고 하던데…… 지금은 적응한 것으로 보이니 다행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교사진들을 바라봤다.

인맥의 영향이 꽤나 큰 월영.

당연하게도, 그는 이진명 회장과 꽤 가까운 사이였다.

때문에 학기 초반, 이숙현으로 인해 벌어졌던 일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어요. 저런 인재를못 알아보고 넘어갈  했으니. 앞으로는 주의해 주세요.”

“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인맥으로 사정 봐 주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것은 이진명 회장도 마찬가지.

이제껏 그들의 입김이 닿았던 것은 순전히 이숙현의 단독행동에 의한 것이었다.

이번 일로 이진명 회장과 김경원 이사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지금은 자숙하고 있는 상태였고.

“아무튼, 이미 지나간 일이니 앞으로 잘 해 나가면 되겠죠. 은가람 말고도 은서현 학생이나, 최근 들어선 이현진 학생을 비롯해서 두각을 보이는 학생들이 많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긴장의 기색이 역력한 교사들을 다독였다.

“이거, 교사진들도 더 분발하셔야겠어요? 그러실 수 있도록 제가 지원해 드려야겠네요.”

“아……!”

웃으며 건내는 그의 말에 교사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가 그런 말을 할 때는 어떤 보상이 뒤따르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네. 다들 그래 주시길 바랄게요.”

의욕적으로 그렇게 대답하는 교사들.

그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월급 오르겠다!’

라고 생각하며.



*


“와…… 저게 우리랑 같은 학생이라고? 실화냐?”

“진짜 장난 없다. 괜히 A반으로 올라간 게 아냐.”


던전 내의 전투를 바라보는 학생들 역시도 감탄을 흘렸다.

그들의 이목은당연하게도 은가람과 은서현, 그리고 이현진에게 집중되어있었다.

“입학 시험때 부터 삐걱거리더니, 변했네.”
“맞아,맞아. 그 때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그렇게 난리더만.”

“입학때도 그래서 C반으로 떨어졌다잖아?”

“그냥 기만 아니었을까…? 이렇게 해도 나는 A반으로 갈 수 있다, 뭐 그런 거.”

이번 학기 들어 가장 많은 소란을 일으킨 장본인들이자, 가장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세 명.

그들이 보여주는 위용은 자신들과 같은 학생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근데…… 저건 좀 그렇지 않냐?”
“맞아. 중2병 같아.”

현진의 눈을 가린 검은 색의 안대를 바라보며, 그들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머리도 빨갛고…… 설마 저게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러면진짜 소름인데.”

“어우, 쒯……”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들의 입에서, 의아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어……?”
“뭐야, 갑자기  저래?”

화면에 나타난 은가람은, 갑작스레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학기 초에 그랬던 것 처럼, 본래의 페이스를 잃은 듯한 느낌.

그리고 그것은, 다시금 이현진과 은서현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사람 쉽게 안 변한다니까?”

“잘 가다가 저러는 걸 보면 일부러 저러는 것 같기도 해.”

“에이, 말이 되냐?”

“그렇잖아? 서로 사이가 안 좋으니까 괜히 방해하려고 그러는 걸지도 모르지?”

“그런게 맞다면, 현진 쟤도 참 불쌍하다……”

“괜히 잘못 찍혀서……”


그렇게 말하며 그들은 절래절래 고개를 저었다.

*

‘제기랄, 하필이면 지금……?’

한창 잘 싸우고 있던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조금 전,  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던 것이다.


[이현진_이 당신을 배신했습니다.]

얼마  보았던 것과 똑같은 창.
그리고 녀석이 다시금 마음을 돌렸다는 내용은 뜨지 않았다.


‘뭔짓거리를 하려고?’


아마 현진의 몸에 이상한 짓을   놈이 분명했다.

이진명의 말에 따르면 코사 노스트라의 놈들.

비록 현화 쌤이 조치를 취해 두긴 했지만, 한창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무슨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

나는 녀석의 근처로 자리를옮겼다.

“응……? 형, 뭐 하는 거……!”
“아, 실수!”

“으앗!? 위험하잖아!”


그리고는 의도적으로 녀석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그러면서도 공략에는 최소한의 힘만을 사용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 가진 걸 다 드러낼 수는 없지!’

상대의 저력을 전부 모르는 상태인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그 놈이 모종의 스킬을 운용하고 있다는 건 확실했으니까.

한 번 호흡이 흐트러지자, 현진 뿐만이 아닌 다른 학생들에게서 역시도 좋지 않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로 인해 각종 스테이터스 증가 효과나, 버프 효과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지금 나는 그에 신경  겨를이 없었다.


‘젠장, 타이밍   개같네.’

S클래스로 올라가려면 오늘의 실기 점수는 꽤나 중요했다.

잘하면 다음 학기부터 곧바로 S급으로 갈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코사 노스트라를 상대하는게 더 중요했다.

‘니들 때문에 못 올라가면 너희들은  뒤질 준비 해라……!’

그렇게 속으로 이를 갈았다.



*



2조의 공략 시간은 27분.
앞서 있었던 1조보다 훨씬 빠르게 공략을 끝낸 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생각보다 지치네……”
“그러게 말야.”

“훈련이랑 실전의 차이라는 걸까…?”

정확히 누구탓인지는 알  없었지만, 묘하게 불편한 기분이 평가 내내 들었던 것이다.

“이런 썅!”

그러나 은서현은 아니었다.

그는 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욕설을 내뱉으며 은가람을 찾았다.


“은가람, 이 개자식아!”

“또 시작이네.”
“하루도 조용하게 넘어가는 날이 없어.”

“츤데레라니까.”
“그러다 너 칼맞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같이 공략을 끝마친 조원들은 그렇게 말했다.

처음에야 당황했지만, 같은 그림을 하도 많이 와서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그들이었다.

 한 바탕 하려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그들은 각자 걸음을 옮겼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왜  그 지랄인데?!”

그리고 당연하게도, 은서현은 은가람에게 도착하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

이번에는 그가 현혹 스킬을 사용하지도 않았기에, 그의 거친 입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은가람 역시도 강적이었다.

“왜? 뭐가?”
“‘뭐가’?! 지금 그걸말이라고 하냐? 공략 내내 거슬렸다고!”

“거짓말 하지 마. 처음에는 안 그랬잖아?”

“내 말이  말이잖아!  수 있으면서 왜 그러는 건데?!”


“……”

그에 은가람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옅게 한숨을 내쉰 그는 약간 목소리를 낮춰 은서현에게 말했다.

“서현아, 일단 잠깐 따라와 봐.”

“뭐……?”

“일단.”

“……”

평소와 달리 진지한 모습의 은가람이었기에, 서현은 미간을 좁히며 그의 뒤를 따랐다.

어느 정도 주변에 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하자, 은가람이 먼저 말을 꺼내들었다.

“어쩌면, 외국에 생각보다 일찍 가게  수도 있어.”
“갑자기 뭔 뜬금없는 소리야? 지금 평가……”

“너희 부모님.”


“……!”

갑작스레 아픈 과거를 건드리는 은가람.
그의 말에 서현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은가람의 말은, 서현에게 있어서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네 가족을 죽인 진범들이…… 슬슬 행차하실 것 같거든.”

*

“다들 고생했어요.”

“네, 매니저님도요.”
“먼저 가 볼게요!”

카페의 문에 카드키를대며, 헌권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어우…… 오늘도 하루가 끝났네.”


 11시 3분.
오늘은 나름 정시에 맞춘 퇴근이었다.

차의 운전석에 앉으며,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가람이는 잘 하고 있으려나……?”


똑 부러진 녀석이니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헌터’라는 직업 특성을 생각해 보면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쪽 진로 자체가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보기는 힘들었으니까.


그가 퇴사하고부터 벌써 몇 달이나 흘렀다.

입학 하고 잠시동안은 연락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바쁜지 연락이 끊긴 은가람이었다.



“에이, 잘 하겠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자신의 차에 시동을 걸었다.

키리릭……
키리릭……

“어……? 내가 라이트를  두고 일했나……?”

배터리가 다 되기라도 한 듯,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아…… 큰일이네.”


몇 번 더 시도해 보던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차에서 내려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아침에도 택시 타야하네. 아이고……”


이미 막차도 다 끊긴 시간.
그는 스마트폰의 카메오 택시 어플을 켰다.

그리고 그 때, 그의눈 앞에 시스템의 메시지창이 드리워졌다.


[주의 요망]


“……어?”


순간 휴대폰의 화면에 떠오른 메시지라고 생각했던 그.

그런 게 아니었다.

마치 눈 앞에 보이지 않는 화면이라도 있는 듯, 창이 떠오른 것이다.

[게이트 파장 감지_근방 100m 이내]


“게……이트? 아니, 이 메시지는 도대체…”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손가락을 가져다 대 보았다.
그러자 손에 반응하듯, 떠올랐던 메시지가 사라졌다.

헌터들이 사용하는 시스템.

설마 그것이 자신에게 발현된 것일까.

의아하게 생각하는 그의 눈 앞에, 또다른 창이 떠올랐다.


[게이트 파장 추정치_A]
[파장 불안정_붕괴 가능성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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