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31화 - 수업 째는 날
[이현진_이 당신을 배신했습니다.]
[이현진_이 동료에서 제외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 증가_30.]
“……어?”
이현진의 배신.
이전에야 녀석이사람 되기 이전이니 몰라도, 최근 들어서는 꽤나 괜찮은 변화를 보이고 있었기에 꽤나 의외의 사실이었다.
‘그냥 연기였던 건가……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라더니.’
결과적으로 스탯은 올랐고, 어차피 녀석이 발버둥쳐 봐야 내 손바닥 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또다른 메시지창이 눈 앞에 떠올랐다.
[이현진_이 다시 동료에 포함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 감소_30]
“……??”
배신했던 녀석이 다시 동료에 포함되다니?
이런 적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왜? 뭔데 그래?”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선생님, 저 먼저 일이 있어서 가 볼게요!”
“잠깐만! 그럼 뿔은?!”
“나중에 다른 재료랑 같이 드릴게요!”
그렇게 말을 남긴 나는 현화의 연구실을 나서서 곧장 A클래스 기숙사로 향했다.
그리고는 이현진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이현진! 잠깐 나와 봐!”
아직 아카데미에 등교하기에는 살짝 이른 시간.
잠시 후,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오더니 누군가 문을 열었다.
이현성이었다.
“뭐지…? 너희들이 사제관계라는 건 알지만 너무 이른……”
“혹시 이현진 없어?”
“……그 녀석은 오늘 새벽부터 아버지를 보러 갔다. 아, 그리고 뿔은 고맙게-”
“땡큐! 아침부터 미안했다!”
“……”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는곧바로 스마트폰을켜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몇 번의 통화연결음이 계속되었을까, 내가 종료 버튼을 막 누르려던 찰나녀석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현진! 너 어디야?”
[저…… 이제 막 등교하고 있어요. 왜 그러시는데요?]
“오는데 몇 분 걸려?”
[모르죠. 한…… 10분정도?]
“알았어! 정문 앞에서 기다린다.”
[네? 그게 무슨……]
뚝-
나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곧장 아카데미 정문을 향해 달려갔다.
[이현진_이 배반했습니다.]
[이현진_이 다시 동료가 되었습니다.]
‘염병, 이게 대체 뭐야?’
오늘만 벌써 두 번째.
이게 무슨 비디오 게임마냥 오류가 걸릴 리도 없으니, 녀석이 배반했다는 것은 사실이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녀석이 다시금 마음을 돌렸다는 것 역시도 마찬가지.
‘갈등하고 있는 건가……?’
설마 그런 세세한 감정까지도 배신과 협력의 기준에 들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나는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형님! 무슨 일로……”
“이현진!”
“네……? 자,잠깐 왜 그러시는데요?”
검은색 리무진에서 내리는 녀석을 보자마자 나는 녀석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내가 향한 곳은 이번에 배정된 기숙사의 내 방.
은서현은 아침부터 체력단련실에 가 있었다.
달칵.
방문을 잠근 나는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귀국하고 나서부터 언제 어디 갔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읊어 봐.”
“뭐…… 별 건 없었어요.”
“아무튼!”
“일단 다들 같이 이동해서 기숙사에 돌아왔고…… 씻고 잠깐 잤다가 어제는 조금 일찍 잠들었죠? 그리고 아침에는 곧바로 아빠한테 갔었구요.”
“그 사이에는 아무데도 안 갔고?”
“네.”
“편의점이나 이런데도 안 갔어?”
“제가 편의점 갈 일이 있을 리 없잖아요? 집에 다 있는건데……”
하긴.
녀석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건 귀국 전에 뭔가 있었던가…… 아니면 녀석이 숨기고 있다는 건데……’
녀석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살짝 두려운 감정을 담고 있는 눈.
그러나 이전처럼 내게 적의를 보내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그런 걸 감출 만한 인재는 아니었고.
‘극단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이진명부터 싸그리 다 짜고 나를 속이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는 해. 하지만……’
그건 너무 지나친 의심이었다.
애초부터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랬다면 이진명이 내게 교육을 부탁하지도 않았을것이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나한테 숨기고 있는 거 있냐?”
“……네?”
“내가 가진 패시브 스킬에 뭔가 떴거든. 솔직하게 말해. 혹시 다른 일 꾸미고 있는 거 있어?”
“다른 일이라뇨? 무,물론 처음에야 좀 얻어터지긴 했지만…… 제가 또 뭘 어떻게 하겠어요?”
억울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녀석.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녀석을 추궁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아니, 눈 앞에서 오각수를 개 패듯 팬 사람한테 덤비는 멍청이가 어디있어요? 그런 걸 자살행위라고 하지!”
“……”
맞는 말이었다.
‘그렇다는 건 녀석도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건데……?’
잠시 고민하던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잠시만 가만히 있어 봐.”
“네? 네, 뭐……”
그리고는 녀석에게 감지 스킬을 사용했다.
최근 들어서 어느 정도 숙련도와 단계가 올라간 상태였다.
‘이현진, 상태 이상 감지.’
[이현진]
[현재 상태_정상]
[상태 이상 존재]
[상세 정보 열람 불가.]
‘……뭐지? 정상이라면서 상태 이상이 존재한다고?’
너무도 모순적인 상태.
분명 뭔가가 있었다.
스킬 레벨이 부족해서 그런지 아직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녀석에게 뭔가가 문제가 있었다.
‘정신조종 계열의 스킬이나 최면 계열의 스킬이 가장 유력한데…… 문제는 누가 그런 일을 벌이냐 하는 것도 있고…’
탁!
탁탁!
“……?”
그때, 문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몇 번 반복되던 그 소리는 이내, 쾅!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안에 어떤 새끼야?! 안 나와?!”
곧이어 은서현의 걸걸한 욕설이 문 밖에서 들려왔다.
“에휴…… 잠시 있어 봐.”
그렇게 말한 후, 나는 잠궈뒀던 문을 열었다.
“어떤 씨……”
“뭘 그렇게 시끄럽게 구냐……”
“뭐야? 왜 문을 잠그고 있어?”
잠시 흠칫하던 녀석은 방 안쪽에 있던 이현진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팍- 좁혔다.
“……쟤는 또 왜 온 건데?”
“아, 내가좀 물어볼 게 있었거든.”
“쯧……! 하여간, 둘 다 마음에 안 들어.”
그렇게 말하고는 성큼성큼 걸어 욕실로 향하는 녀석.
‘잠깐만……’
나는 뭔가를 떠올리고는 녀석을 불러세웠다.
“서현아, 잠시만.”
“뭐? 왜?”
“너…… 유난히 이현진한테만 까칠하게 구는 이유가 있어?”
“……”
그에 녀석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늘상 틱틱대고 화가 잔뜩 나 있는 녀석이었지만, 그래도 최근 들어 나를 대하는 모습이나 현화 쌤, 혹은 한아름을 대할 때는 조금 그 기세가 누그러진 상태였다.
하지만 특별훈련 내내 이현진에게 만큼은유독 날을 세우고 있던 것이다.
‘어느 정도 짐작이 가기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녀석의 대답을 기다렸다.
“……별 거 없어. 그냥, 저 새끼들 가족이 다 마음에 안 드는 것 뿐이야.”
“뭐야?! 야, 너 가람이 형 믿고 너무……”
“잠깐만.”
“……?”
울컥하는 현진을 만류했다.
그리고는 다시금 은서현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대답해 줬으면 해. 간략하게라도 상관없으니까. 지난번에 이진명 회장님한테도 막무가내로 달려들었지? 왜 그런 거야?”
“대체 그딴 걸 뭐하러 물어?”
내 질문에 녀석은 작게 살기를 피워올렸다.
그럼에도 나는 녀석을 계속 추궁했다.
“싫어하는 걸로 뭐라 하지는 않아. 네가 잘못했다고 따지려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중요해서 그래.”
“……”
한참동안이나 말을 아끼던 녀석은 조용히 욕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씻고 나와서 말해 줄게.”
그렇게 말을 남기고, 녀석은 문을 닫았다.
*
“우리 부모님은 헌터셨어. 두 분 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A클래스의 유능한 헌터셨다고.”
샤워를끝낸 후, 녀석은 그렇게 입을 열었다.
두 헌터의 아래에서 살아온 은서현.
어쩌면 그들의 그런 유전자가 고스란히 녀석에게로 전해졌을지도 몰랐다.
헌터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마력적합도 면에서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나와 있었다.
“한 번은 유럽 쪽으로 파견을 나간다고 하셨지. 3년 전 일이지만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3년 전…… 3년 전이라면…?”
“그래. 던전 브레이크나 마물 따위가 아니라, 개같은 빌런 새끼들을 쳐죽이러 간 거라고.”
3년 전 영국.
새롭게 발생한 A급 게이트의 소유권을 두고 세력다툼이 크게 일었던 적이 있었다.
얼마 전 호주에서 그랬던 것과 비슷하게, 그 당시에도 마피아들이 헌터 협회를 상대로 이빨을 드러냈었고.
“잠깐만, 3년 전 유럽이라면…… 우리 아빠도 갔을텐데?”
“……”
“내 기억으로도 그래. 진명그룹도 당시 진압작전에 투입되었던 걸로알고 있으니까.”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헌터와 마찬가지로 마력을사용하는 빌런의 경우, 협회를 통해 직접 투입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당연히 나도 같이 갔었어. 물론, 진압 작전과는 전혀 관련없는 곳에 있었지만……”
다른 가족이 없는 이상, 같이 데려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빌런의 진압 자체가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아 놓으면 괜찮았을 테니까.
일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녀석을 보호한다.
그것이 아마도…… 그들의 원래 계획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참사가벌어졌지.”
“……맞아.”
몇 년이 지난 후까지도 정확한 진상은 밝혀진 바가없었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었던 것도 아니었다.
알려진 것이라고는 마피아 측도, 헌터 측도…… 심지어 그 주변에 살고 있었다는 시민들 역시 전멸했다는 것 뿐.
그 일대에서 살아남은생명체는 당시 S급 헌터였던 이진명이 유일했다.
“결국……결국 그 자식이 죽인 거나 다름 없는 거잖아!”
끝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은서현이 소리쳤다.
“서현아, 잠깐만! 그렇다고 이진명 회장이 죽였다는 건 이상하잖아?”
“맞아! 우리 아빠가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그러면? 그러면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건데?!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유일한 사람 아냐?!”
“우리 아빠도 기억 안 난다잖아! 너희 부모님 일을 왜 애꿎은 우리 가족에 덮어씌워?!”
양 쪽에서 폭사되기 시작하는 살기.
어느 한 쪽도 물러설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나는 목청을 높였다.
“다들 안 닥쳐?!”
“……”
“둘 다 입닥치고 있어.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다 조져버리기 전에.”
그에 둘은 겨우 입을 다물었다.
나는 먼저 서현에게 물었다.
“너 부터 설명해봐. 왜 이진명 회장이 그런 일을 벌였을까?”
“그,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럼 왜 죽였다고 확신하는 거야?”
“말 했잖아! 계속 진술을 피하고 입다물고 있다고! 본인이 꿀리는게 있으니까 그런거 아냐?!”
그에 다시금 발끈하려는 현진을 나는 한 손으로 말렸다.
녀석은 계속해서 울분을 쏟아냈다.
“S급이잖아! A급 헌터나 빌런이 한 트럭으로 와도 이길 수 있는 게 S급이잖아! 근데 왜…… 왜 그때는 지키지 못 한 거야?! 왜 혼자 살아남은 거냐고!”
“……”
“그런 주제에 왜! 왜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는 건데?! 그게 말이된다고 생각해?!”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는 녀석의 외침에, 나와 현진은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분명, 그의 말에 과장은 없었다.
S급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것이 일반적인 통념.
변수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양 측이 전멸하는 일이나, 그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건 조금 이상했다.
한동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던 그의 인터뷰가 이슈가 되기도 했었고.
‘하지만……’
어느 정도 짚이는 것도 있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뭔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떠올리기 싫었을 텐데…… 설명해 줘서 고맙다. 미안하고.”
“……”
녀석은 더 이상 따지지도, 입을 열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조용히…… 눈물만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후우…… 그러면 그 진상을 알아봐야겠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나갈 준비를 끝마쳤다.
그래 봐야 자켓을 하나 걸쳐 입는 것 뿐이었지만.
“형…… 어디 나가요?”
“너도 따라 와야지.”
“네…? 아, 넵.”
잠시간 은서현과 나를 번갈아보던 녀석은 내 눈짓에 몸을 일으켜 먼저 밖으로 향했다.
그 때 까지도 그 자리에 굳어있는 서현에게 다가가, 나는 조심스레 머리에손을 얹었다.
“……고생했다, 꼬맹이. 네가 그렇게 알고싶어했던 거, 내가 알아봐 줄게.”
그렇게 말을 던지고는 나도 밖으로 향했다.
방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현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 녀석 괜찮을까요?”
“괜찮을 거야. 의외로 강한 꼬맹이니까. 그보다, 너희 아버지한테 다시 가자.”
“아빠한테요?”
“진실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러 가야지.”
그러면서 겸사겸사 네놈 머리통에 박힌 상태이상도 알아보고──
속으로 그렇게덧붙이며 나는 걸음을 옮겼다.
잠시 벙쪄 있던 녀석은 급하게 뒤따라오며 물었다.
“드,등교는요?”
그에 나는 웃으며 녀석을 바라보았다.
“하루 정도는 째도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