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30화 - 귀국 (30/114)



〈 30화 〉30화 - 귀국

“삼각수의 뿔……?”

“뭐……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흐음……”




자신의 앞에 내밀어진 세 개의 뿔을 바라보며, 이진명은 낮게 침음을 흘렸다.




“사,사실 그런  쯤이야 우리 집안이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테니 거절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선물이라고 하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네?”

살짝 노기를 담은 질문에 이현진의 목이 움츠러들었다.


  실수를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둘째 아들에게 이진명은 설명을 덧붙였다.

“넌 삼각수의 뿔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그냥…… 고급 재료 아닌가요……?”


“아니다!”


쾅!


괜히 자존심이라도 상한 듯, 이진명은 거칠게 자신의 책상을 내리쳤다.

그에 이현진의 목이 더 움츠러들었다.

이진명은 자신이 조금 흥분했음을 깨닫고 목소리를 낮췄다.

“삼각수는 웬만한 던전에서는 출현하지 않아. A급 상위 던전이나 S급…… 혹은 다른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마물이지.”

“다른 세계라면……”

“탑 말이다.”




“……!”



탑.



타워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 곳에는 그야말로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그 내부에는 전혀 다른 공간이 존재하며, 상위 층으로 갈 수록 더 강한 마물이 서식하는 세계.

헌터들의 궁극적인 목표와도 같은 것이 바로 타워였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구하고 싶다고 구할 수 있는게 아니란 말이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거늘……”



이진명은 미간을 좁혔다.



그가 받은 세 개의 뿔.
그것은 분명한 삼각수의 뿔이었다.

가품이나 모조품 따위가 아니라.


그런데 그것을, 은가람은 선뜻 내어 주었다.



 갯수는 무려 아홉 개.



회장인 자신과 두 아들에게 각각 세 개씩 전달한 것이다.

‘대체…… 어떤 힘을 숨기고 있는 거냐…’



던전브레이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자리에 차현화가 있었고, 정확한 과정은 몰라도 그녀의 개입이 상당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녀의 곁에 딱 붙어있었다고 한들, 이만한 수의 뿔을 선뜻 내어 줄 정도라면……


‘아마 훨씬 더 많은 수를 가지고 있겠지.’



사실 그렇게 많다고 해도 이렇듯 쉽게 건내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그러면서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이유였다.




‘그렇다는 건, 결국 던전브레이크를 막아내는데 그의 공이 엄청났다는 소리…… 절대로 적으로 돌려서는 안될 괴물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한 쪽에 위치한 자신의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



“아, 싫다구요~!”

“왜에에에~!? 좀 나눠주면 어디가 덧나기라도 하냐?!”

“너무 양심 없는  아니에요?! 이걸 어떻게 구한 건데?!”


“그래봐야 똥개새끼 한 마리 족친 것 뿐이잖아!”

“그 똥개새끼가 어디 그냥 똥개새낍니까?!”


이른 아침.


1교시가 시작하기 전부터 연구실로 끌려 온 은가람은 탐욕에 물들어 있는 현화와  바탕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잠깐 빌려만 달라니까? 내가 해준게 얼만데 이러기 있어?”

“대체 뭘 하시려고 그러는데요?”

“그,그냥 이것저것 실험을 좀……”

“거 봐요!”



그녀가 말하는 ‘실험’에는 필연적으로 재료의 소비가 동반되었다.


결국 그녀에게 빌려줬다가는 못 돌려받을 확률이 너무도 높았던 것이다.


“그 대신! 그로 인해 얻은 결과물은 공유해 줄게!  정도면 아쉬울  없는 조건 아냐?”

“…… ‘공유’요…?”


“아,아냐! 내가 잘못 말했어! 결과물은 무조건 줄게! 대신 자료만 쓸 수 있게  줘……”



“하아……”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기야 현화쌤 정도면 탐날 수밖에 없겠지……’



오각수의 뿔은 쉽게 구할  있는 것이 아니다.

타워의 밖에서라면 더더욱 그렇고.


그렇기에 그를 다룰 수 있는 사람 역시도 많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있는 대장장이 역시도 그 중 하나였고.




거기다 학구열이 유난히 뛰어난 차현화라면 눈이 돌아가지 않고서는 못 배길만한 재료였던 것이다.

한참이나 고민하던 그는 입을 열었다.

“그럼,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조건? 뭔데? 제발 연구만 하게 해 줘!”

“결과물이야 선생님 자유로 사용하시면 되는데…… 그것 말고 두 가지만 들어주세요.”

“두 가지……?”

“하나는 제가 찾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요. 선생님 정도라면 알  같으니까, 소개해 주세요.”


“뭐어……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못해줄 것도 없긴 한데……”

“그리고 두 번째는……”


띠링-



“……?”



조건을 말하려던 은가람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말을 끊었다.

“음……? 뭐지?”


자신의 계좌에 돈이 들어왔다는 알림.
그 상대가 ‘이진명’이라는 것을 발견한 그가 입매를 말아올렸다.

[이진명_님이 100,000,000 원  송금하셨습니다.]
[이진명_님의 메시지]

[뿔 값이다.]


무려 1억원이라는 거금이 그의 계좌에 들어와 박혀 있었다.


“뭐야? 누군데?”

“아아, 이진명 회장님이 돈을 보내주셨네요.”


“돈? 얼마? 왜?”

“삼각수의 뿔을 세 개 드렸거든요. 기념품으로. 선물이었는데 그게 고맙다고 1억원을 주셨네요?”



“뭐?!”

그에 차현화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삼각수의 뿔을 고작 기념품 취급하다니…… -따위의 이유는 아니었다.


1억원의 금액 때문도 아니었다.


바로 ‘선물’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왜?왜에! 나는 아무것도 없었잖아! 내가 피땀 흘려가며 그렇게 도와줬는데 나는 왜 선물 없어?! 철댕이 영감한테는 주면서!”


“어…… 선생님도 드려요?”

“응! 나도!”

“그러면 뭐…… 오각수 뿔은 없던 걸로 하고 대신……”


“아냐! 미안! 내가 실언했어!”


“……”




곧바로 태세를 전환하는 차현화.

그를 바라보며 은가람이 황당한 얼굴을 짓고 있을 때였다.

“허어…… 나도 다 늙어부렀구만. 환청이  들려오는 걸 보니께……”



“어? 진우 쌤…?”
“언제부터 거기……”


연구실 문에 한진우가  있었다.

“뭐시여, 나랑 대화도 해주는겨? 삼각수니 오각수니 하면서 자기네들 세계로 빠져들어가 나는 걍 무시허는줄 알었는디?”

“죄,죄송해요! 계신줄 몰랐어서……”




“근디, 그놈의 선물 이름을  삼각수로 지었다냐? 살벌허게.”


“네? 선물 이름을 짓다니요?”

“삼각수의 뿔…… 설마 그걸 진짜로 기념품맹키 줬단 말은 아니것제…?”

“맞는데요?”

“……”



한진우는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그였다.
아니, 그 이전에 지금의 상황이 현실이 맞는지조차 의심이 가는 그.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던 그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미친 연놈들 둘이서 쌍으로 아주 지랄들이 납셨구만……”

“……”
“……”



그의 말에 은가람과 차현화는 시선을 피했다.


그들 스스로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소리였으니까.
잠시 후, 은가람이 조심스레 물었다.



“서…선생님도 두어개 드릴까요……?”


“선생으로서 사랑스런 제자가 주는 성의를 무시헐 수는 없제.”

“솔직하시네요.”




“나가 좀 그려.”



*




“응. 아니, 괜찮았어.”

자신의 침대에 누운 채로 한아름은 그렇게 대답했다.

아직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그럼에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일 주일만의 아카데미.

나름 설레는 감정도 드는 그녀였다.


그녀는 옷장에서 말끔하게 정리된 아카데미의 제복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중간에는 조금 섬뜩했다니까? 갑자기 우리를 죽이려고 하지 뭐야?”

[뭐? 그래서?]


“다행이 현화쌤이 구해주긴 했는데…… 알고보니 짜고 친 거였더라구.”



[짜고 쳤다니?]

“곧이 곧대로 말하면 우리가 안 나갈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내보낸 거래.”

[얼마나 못 미더우면 그랬겠냐?]



“언니!”

장난기 가득한 언니의 말에 한아름은 수화기에 대고 성질을 부렸다.

[그래서, 그걸로 삼각수의 뿔을 받은 거다? 화끈한 놈이네?]

“좀 특이하긴 하지.”


[오각수를 때려잡은 것도  놈이란 말이지?]

“사실 그렇긴 한데…… 웬만하면 비밀로 해 달라고 하더라고. 매스컴에 현화 쌤이 잡은 걸로 나간 것도 그래서 그런 거야.”

[흐음……]



‘언니’라고 불린 상대방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녀는 간단하게 입을 열었다.

[조만간 아카데미에 가 봐야겠는걸?]

“응……어? 온다고? 아카데미에? 오,오늘……?”



[오늘은 말고. 왜, 난 가면 안되냐?]


“하,하지만……”


그걸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그런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그녀는 끝내 속으로 삼켰다.


적어도 자신은 언니가 좋았으니까.



‘일단은 선생님들한테 귀띔은  줘야겠네……’



조만간 또 아카데미가 발칵 뒤집어지리라고 그녀는 확신했다.


*




[오호…… 그 놈이랑 관련이 있다, 이거지?]




모자이크 처리된 채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남자는 입매를 말아올렸다.
그가 바라보는 화면에는 [No signal] 이라고 적힌 실루엣이 몇 개 떠올라 있었다.



[비록 떨어져 나간 놈들이긴 하지만 한때 오노라타 소치에타에 속해 있던 놈들이지.]

[거기다 제임스란 놈은 각성까지 해서 꽤나 거슬렸는데 말야……]

“그러면 우선은 끌어들이는게 좋을까요?”

[아니, 아직은 지켜봐야지. 오히려 독이  가능성이 더 크니까.]


한 사람의 말에 다른 이들도 그에 동조했다.

[알아보니 꽤나 힘은 있지만 우리가 두려워 할 정도는 아니었어. 오히려 신경써야  건 차현화지.]

“확실히 그렇군요……”



[일단 기생시킨 녀석만 끌어들여. 어쨌건 거슬리는 그 놈을 제거하는데는 큰 도움이 될 테니까.]

[그 이외에는…… 적당히 죽여버리면 되겠지.]



“알겠습니다.”

그런 남자의 대답을 끝으로 화면이 꺼졌다.



자신의 고유스킬 ‘패러사이트’로 연결된 상대를 지켜보며, 남자는 미소지었다.




*


“그게 알고 싶었던 거야? 사실 별 거 없긴 한데.”


“예전부터 신경쓰였거든요. 선생님이 어느 정도의 마법사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바로 그래서 그런 거야.”


“……네?”

은가람이 내건 두 번째 조건.


그것은 그녀가 월영에 머무는 이유에 관한 것이었다.

세계적으로  손가락 안에 드는 명실상부 최고의 마법사이자, 공학 기술자.

한국의 일개 헌터 아카데미에서 교사로 있을만한 위인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월영에 머무는 이유를, 그녀는 ‘모교이기 때문에’라고 언론에 밝혔었다.

“그것도 이유가 맞긴 맞아. 물론 더 중요한 게 남아있기는 하지만.”

“네? 그게 뭔데요?”

“시간!”


“시간요……?”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은가람에게 현화는 주전자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막 자랑스럽고 유명해지는게 좋고 그랬는데……  적성은 그게 아니더라고. 나는   진득하게 연구에 몰두하고 싶었을 뿐이야.”


“……몇 살때부터 유명했던 건데요…?”




그 질문에 현화는 과거를 떠올렸다.




“내가 처음 마법사로서 뜬  아마…… WMF 공식 대회에서였을걸? 내가 24살 때. 그러다 월영으로 온 게 그로부터 2년 후이고.”

“……쌤 지금 나이는요?”


“여자한테 나이 묻는건 실례인거 몰라? 일단 만 29살, 20대 후반이긴 하지만.”




묘하게 ‘20대 후반’을 강조하는 그녀.
은가람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한국 나이로는 31세……”


“조용히 해라?”

“넵.”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은가람은 이상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그게 질리다니. 역시 천재는 천재라는 걸까.’

일반적이라면 어떻게든 그 유명세를 즐기려고 할텐데.


정말이지 정상적인 사람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그는 생각했다.


정작  스스로도 ‘정상인’의 범위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 한 채.

“그러면, A클래스나 S클래스를 안 가르치는것도 그래서 그런 건가요? 우리 아카데미, 작지만 S클래스도 있잖아요?”


“아아, 그건 조금 다른 이유지.”



그의 질문에 고개를 젓는 차현화.

자신의 찻잔에 담긴 차를  모금 들이키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냥 답답해서 그래.”

“답답하다구요?”

“A반 애들도 천재는 맞아. 그런데, 너같은 천재와는 조금 다른 카테고리지.”

A클래스만 하더라도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이 넘쳐난다.

다만 그들은 말 그대로 ‘교과서적인’ 천재에 불과했다.
암기 속도가 빠르고, 배운 것을 몸에 쉽게 적용시킬 수 있는 이들.

확실히 다른 이들에 비해 재능은 출중했지만, 창의성은 부족했다.




“그에 비해 S급은 확실히 천재라고 할 수 있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니까. 아마 너도 조금 있으면 S급으로 올라갈걸?”


“그런데 그런 S급은 왜 안 가르치시는 건데요?”

“그야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아아.”




간단한 대답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S클래스에는 수업이라는 개념이 크게 존재하지 않았다.

어차피 가르쳐서 발전하리라는 확신도 없었고, 자신만의 길을 추구하는 인재들인 만큼 판에 박힌 주입식 교육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군요.”


“뭐, 내 입장에서 보면 연구비 지원도 받을 수 있고, 수업에 시간도 안 뺏기니까 좋은 거지. 그래서 여기 계속 남아있는 거고.”



그녀의 설명에 은가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였다.


그의 눈 앞에 자그마한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이현진_이 당신을 배신했습니다.]

[이현진_이 동료에서 제외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 증가_30.]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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