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29화 - 큰 똥개 (29/114)



〈 29화 〉29화 - 큰 똥개

[또……똥개?! 지금 나한테 지껄인 거냐?!]


5개의 뿔을 가진 링.

본래 개체의 등급은 중요하지 않았다.

본래 뿔이 없는 마물이 뿔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 중에서도3개 이상의 뿔을 가지고 있는 개체는 최소 A등급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했다.

거기에 지능을 가진 마물이라면 그 위험도는 더욱 더 높아진다.



그러나 은가람의 표정에서 위기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없었다.

“그래, 그럼 너 말고  똥개가 여기 어디있냐?”


[건방진 자식! 너부터 뜯어먹어 주마!]

[캬아아아아!!]


마물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주변에 흩어져 있던백여 마리의 링들이 포효했다.

그리고는 일제히 은가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에 사람들은 다시  번 경악했다.

지휘체계의 존재.

짦은 시간 밝혀진 정보만으로도 S- 급은 충분히 되는 위험도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S급 현역 헌터가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가람아!”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현화였기에, 그녀는 양 손에 마력을 끌어모으며 몸을 날렸다.

‘아무리  돌대가리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건 위험해!’


분명,게이트의 발생이나 던전 브레이크를 정확하게 예견한 것은 대단하다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도, 그가 가진 힘은 범인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상태.


그러나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현화는 확신했다.

아직 1학년밖에 되지 않은 학생이, 오각수를 상대하는 것은 그녀의 지식으로도 불가능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아니,너희들 말고. 똥개라고 다 같은  알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은가람이 한 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S급의 헌터 여럿을 압도하던 시절의 은가람을, 그녀는 지금 마주하고 있었다.


스스슷……

슈아아아악!


“……?!”

그의 주변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모여들었다.

링이 덤벼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은가람의 주변을 감싸는 검은 색의 안개.

일순간, 그것은 예리한 칼날로 변하며 사방으로 뻗어져 나갔다.


촤좌좌좍!

[!!]

“저……저건 대체……!”

“이럴 수가…!”

단 일격에 백에 달하는 링이 고깃조각으로 변모했다.

뿔의 갯수 따위, 처음부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듯이.

현화는 멍한얼굴로 은가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큿……!  놈…!!]

기세등등하게 서 있던 오각수의 몸에서 살기가뿜어져 나왔다.

아니,  속에는 두려움 마저도 서려 있었다.

애써감추려고 노력하고 있었으나, 본능적인 공포를 지우지는 못했다.

[평범한 녀석이 아니군!]

“내가 좀 특별하긴 하지?”

[원하는게 뭐냐! 대체 무엇을 위해……!]


은가람은 그의 말을 끊었다.

“야,바보냐?”

[……뭐?]

“생각을 해,  똥개 새꺄. 원하고 자시고, 니가 쳐들어 왔잖아.”

“풋……”

근처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현화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 은가람의 모습을 보고확신이 것이다.

뭘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그라면 무사할 것이라고.

그의 여유에는 이유가 있었다.
항상 그랬듯이.

‘역시 천재는 천재였구만…… 생각보다 더 엄청난 녀석이야. 앞으로 더 굴려도 괜찮겠는데?’

은가람이 알았다면 사색이 될 생각을 하며, 그녀는 다시 뒤쪽으로 몸을 뺐다.


“서…선생님?”

“어떻게 된 거에요? 저,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데……”

그런 그녀를 향해, 월영의  학생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갑자기 배신한 은가람.

던전 브레이크와 오각수의 출현.

은가람을 도우려고 했던 현화의 행동이나,조금  그가 보여준 가공할 위력의 스킬.


무엇 하나 이해되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조금 있다가 전부 설명해 줄게.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자.”

“하,하지만……”


“너희들은 정말 행운아야.”

──헌터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천재.
그런 그와 같은 시대를 타고났으니까.


그렇게 그녀는 덧붙였다.



*



‘아, 진짜 답답해 죽겠네.’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오각수를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능을 가지고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원래 뿔4~5개정도 되는 놈들이라면 으레 그 정도는 했으니까.


‘근데 이놈은 왜 이렇게 멍청하냐? 태생이 똥개라서 그런가…?’

내가 마주해 왔던 다른 5각수들에 비해 상당히 멍청했다.

대화 자체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작게 한숨을 내쉬며, 나는 입을 열었다.

“어이, 똥개. 내 용건은 하나 뿐이야.”

[……뭐지?]

“단검 내놔.”

[……뭐?]

아, 저 똥개새끼 또 이해 못하네.

내가 원하는  단검이었다.

본래 내가 사용하던 무기.

전에는 내가 직접 습득한 것이 아니었지만, 그 출처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놈이 결국 드랍하거나, 혹은 그 소재라는 말인데……’


문제는 그게 완제품으로 등장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이놈 머리통을 깨서 나오는 소재로 제작된 건지는   없다는 것이었다.

잠시간 미간을 좁히고 고민하던 나는, 간단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래, 뭐.  보면 알겠지.”

[자,잠깐…! 지금  하려는……?!]

“아아,잠깐이면 끝나. 긴장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어차피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라면, 직접 갈라서 보면 그만이지.


나는 잔뜩 겁먹고 있는 큰 똥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자,자,자,잠깐만! 살려줘!!]

“아, 글쎄 괜찮다니까? 조금 따끔할 거야?”

[캬아아아-!]


푸화악-!!

잔뜩 겁에 질린 포효.
비참하게도, 그것은나올 균열을 잘못 고른 오각수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



“……”

“아니,정말이라니까? 내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의심 가득한 눈으로 경계하는 세 학생들에게 은가람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우릴 살리려고 그런 짓을 거다?”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진심이었는데?”

“……미친 새끼.”

그리고 당연하게도, 세 명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서현은 대놓고 살기를 쏘아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조금 전에 현화쌤이 다 설명해 줬잖아? 왜들 그러는 거야?”

“가람아, 지금 화내는 거야?”


“……아뇨, 제가 죄송합니다.”


잠시 꿈틀했던 은가람이었지만, 한아름의 싸늘한 말에 곧바로 꼬리를 내려야만 했다.

차현화가 곁에 있다면 조금 나았을지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그녀는 지금 꽤나 바쁜 상태였다.


상황을 파악한 헌터 협회와 언론사에서 벌떼같이 몰려들었으니까.

사실상 기록적인 업적을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던전 브레이크를 최단 시간에, 최소 인원으로, 최소피해와 함께 막아낸 것이었으니까.


바글바글하게 모여든 사람들에게 말을 둘러대느라 그녀는 지금 정신이 없었다.


‘뭐…… 나름 수익은 있었으니까.’

조금  회수한 [오각수의 뿔]을 떠올리며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비록 원했던 단검을 완제품으로 받지는 못했지만, 그 재료만으로도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간것이나 다름없었다.

전 세계에서 손으로 꼽을 정도로 희귀한 재료.

남은 것은 그것을 가공할  있는 대장장이를 찾아가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선물은?”


“……어? 무,무슨 선물…?”


대뜸 묻는 한아름의 말에, 은가람은 벙 찐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한아름은얼굴 한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서늘한 한기가 서린, 그런 웃음을.

“설마 진짜 그게 선물 끝이라고 퉁칠 생각은 아니지?”

싸늘한 그녀의말에 은가람은 식은땀을 흘렸다.


‘머리를 굴려라……! 생각해야만 해!’

목숨이 경각에 달하면 인간은 초월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하던가.

은가람은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엄청난 묘수에 스스로 대견함을 느끼며, 그는 입을 열었다.


“다,다,당연히 있지! 세 명 다!”

“진짜……?”


한아름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졌다.
나머지 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은근히 속물적인 녀석들일세.’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

선조들의 지혜가 백 번은 옳다고 생각하는 은가람이었다.

*



“오각수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있는데 사실입니까?”

“아……네,네! 맞아요!”

“오각수를 어떻게 상대하셨나요?”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최단시간에 던전 브레이크를 막으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여기저기서 쇄도하는 질문과  초마다 십수번씩 터지는 플래시 라이트.

차현화는 식은땀을 빼며 대답을 이끌어 나가야만 했다.

“오각수를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셨나요?”

“제,제가 누굽니까? 저 차현화에요~! 그 정도 마물은 한입거리도  되죠!”

“조금 전에는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고전하셨다고 하셨지 않았나요?”

“동료가 있다고 하셨는데, 혼자 힘으로 하신 건가요?”

“어떤게 사실이죠?”

“그,그게……”

끊임없이 쇄도하는 질문과 인터뷰 요청.

그만큼, ‘던전 브레이크’라는 사건은 엄청난 이슈였다.

오각수의 출현 자체만으로도 향후 십 년은 회자될 정도.

그런 오각수를 홀로, 혹은 소수의 인원으로 처리했다는 사실은 각종 언론사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만한 주제였다.


그랬기에, 현화는 한동안 카메라와 마이크의 사이에서 고통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후……

“하아……이게 뭐냐고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현화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런 그녀에게 은가람이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냈다.


“힘내세요, 현화 쌤. 살다 보면 그런 일도있는 거죠.”

“으그……즈금 느그 뜨믄으르그 승극흐는 글끄……?”
(이게……지금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죄송합니다.”

비록 제대로 된 위로가 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를 꽉 물고 대답하는 그녀의 말에 은가람은 애써 시선을 피했다.

“그래, 나도 안다고, 알아! 오각수라는게 대단하다는 거! 던전 브레이크도 작은 일 아니지!”

“……”

“근데아무리 그래도 정신이상이라니?!”


그녀가 바라보던 스마트폰에는 대문짝만하게 그녀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세계 각지의 언론사들이 같은 내용의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차현화의 정신이상설’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람이 긴장 좀 하면! 어?! 좀 잘못 말할 수도 있고 그런 거지! 아오, 짜증나!”


그것도 각 기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했는데, 정신적인 문제가 있기에  년  부터 은거했다느니, 혹은 마력이 역류해서 뇌에 이상이 갔다는 내용도 있었고, 던전 브레이크의 파장으로 인해 미쳐버렸다는 추측도 난무했다.

심지어는 결혼을 하지 못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분열이 왔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는 개뿔이! 이런 것도 전문가라고!”

한동안 그렇게 열불을 내던 그녀는 홱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려 은가람을 노려보았다.


“너!”

“……네?”

“넌 대체  하는 놈이야? 사람이 이상한 것도 정도가 있지!”

“아, 그건 동의.”
“저도요.”

“……”

그녀의 말에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명의 학생.

현화는 말을 이었다.


“살다살다 각수…… 그것도 오각수를 똥개 취급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말이 되는 소리냐, 그게?”

“아하하…… 그,그녀석이 조금 약했던  아닐……”

“또, 또, 저,  돌대가리인 척 하지?”

“……”

“진짜 미쳐버리겠네!”

끝까지 대답을 회피하는 은가람.

현화는 다시 한  머리를 쥐어뜯었다.

모든 사람이 천재 중의 천재라고 일컫는 그녀로서도, 은가람의 존재는 설명하기 힘들었으니까.

그런 그녀에게, 이현진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선생님.”

“……뭐. 왜.”

“오각수라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건가요? 겉보기에는 그냥 좀 큰 링처럼 보이던데……”

“하아……”

이런 놈도 있는데.

도무지 같은 학년이라고는 생각하기힘든 모습에 현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선생은 선생인지라, 착실히 대답해 주는 그녀였다.


“뿔이 없는 마물이 뿔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개체라는 거야. 그 갯수가 3개부터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그……얼마나요?”

“삼각수 하나 하나가 최소 A급. 5각수에 말까지 하고 지휘체계까지 갖출 정도면 S급 헌터 두세명은 달려들어야 제압 가능한 수준이라고.”

“……저 놀리시는 거죠?”

“나도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그녀의 설명에 이현진은 얼굴을 새하얗게 물들이며 은가람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은서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오각수를! 이 놈은! 똥개 패듯이 팼다고! 말이 되냐? 지가 신이야 뭐야?”

“하하하……”

그에 은가람은 어색한 웃음만을 흘릴 뿐이었다.


‘사실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하지만……’


사실 오각수를 대하면서 그는 내심 서두르고 있었다.

모든 제약이 풀렸던 것은 그저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했으니까.

 상태에서 다시금 제약이 걸렸다면 제 아무리 은가람이라고 해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대체 정체가 뭐냐? 진짜 현직 헌터 아니냐?”

현화의 질문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래왔듯이 판에 박힌 문장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저야 뭐…… 그냥 평범한 월영 아카데미 학생이죠.”

“이런 썅!”

모든 이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은서현의 한 마디.


그렇게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그들이 탄 비행기는 하늘을 갈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