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22화 - 교육 시작 (22/114)



〈 22화 〉22화 - 교육 시작

“으어어어……”

A클래스 복도를 거니는 한 학생.

1학년임에도 이미 아카데미에서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진명그룹의  아들.

그것도 월영 아카데미에서 꽤나 실력자라고 알려진 현성을 상대로도 압도하는 힘을 보여준 사람.


은가람이었다.

“왜 저래…?”
“좀비 같아……”

“쉿, 듣겠다.”

주변에서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은가람은 그들의 말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그럴 여유조차 되지 않는다는게 맞을 것이다.

그의 얼굴에는 누가 봐도 ‘피곤’이라는 두 글자가 점철되어 있을 정도로 초췌했다.

다크서클이 눈 아래를 완전히 뒤덮을 정도.

‘아무리 그래도 잠도 안 재울 줄이야……’


간밤에 그는 단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제의 일이 영상처럼 재생되고 있었다.

*

“늦었어!”

“죄송합니다……”

훈련장에서의 용무를 마치고 그가 연구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깜깜한 시간이었다.

‘설마 이 때까지 남아있었을 줄이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구실에 들른 것을 후회하는 은가람이었다.


“그런데 서현이는요?”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꼬맹이의 부재를 알아차리고는 물었다.

“당연히 돌아갔지! 걔가 네 몫까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선생님이 힘들어서 보낸 건 아니구요?”

“조,조용히 해라?!”

‘딱 사이즈가 나오는구만……’


워낙에 마이페이스적인 성격의 꼬맹이.

아무리 현화라고 해도 그 성격을 버티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하기야…… 아직 그래도 어린 애니까.’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은 어쩔  없을 것이다.

그럴 때는 몰아붙일 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알기에 돌려보냈을 것이고.


“아, 그리고 너희 둘은 같은 방 쓰는 거 알지?”

“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이제 A클래스잖아? 기숙사 방 나왔어. 서현이 보낸 것도 그때문이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조금만  몰아붙여도 됐었는데……’라고 덧붙였다.

‘무서운 사람……’

속으로 그런 생각을 곱씹던 그는 간과했던 사실을 되짚으며 소리쳤다.

“아!”

“응……? 왜?”

“같은  쓴다면서요?! 침대랑 책상 정리 해야 되는데…… 저,저도 가 볼게요!”

“가긴어딜 가!”


촤아앙-!


그러나 그의 도주시도는 허무하게 막힐 수밖에 없었다.

무려 고위마법인 차단막이 연구실 내에 둘러졌던 것이다.

“……선생님, 마력이 아깝지 않으세요…?”

“내가 남아도는게 마력이란 건, 너도 잘 알지 않니?”

웃으면서 그렇게 되묻는 차현화.

그녀의  눈에 서린 집념을 알아챈 은가람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차랑 커피는 무한리필 가능. 단, 숙박시설은 없어? 조는 순간 소파고 나발이고 다 없애 버릴 거니까, 그렇게 알아?”

‘아…… 조졌네.’


이진명이 아니라 차현화를 선택했어야했다.

이진명 회장 정도면  줄 것이라는 선택은 자충수였던것이다.

뒤늦게 후회하는 은가람이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후였다.


‘아아…… 시간의 선택자일 때가 그립다.’

그 때라면 시간을 돌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구관이 명관이라더라.

이제는 사라져 버린 구관이 너무도 그리운 은가람이었다.

*



“아아…… 돌아버리겠네……”

하다못해 고등학생 때였다면 조금 나았을 것이다.

적어도  때는 밤 좀 샌다고 해서 지금처럼 녹초가 되지는 않았으니까.

아직 25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체력적인 한계만큼은 어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현화쌤도 참 대단하단 말이지.’

간밤에 본 현화쌤의 모습은 ‘광기’ 그 자체였다.

사람이 그렇게 논문에 빠져들  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도 현화쌤은 지금 꿀잠 자고 있잖아…… 젠장.’

물론, 나도 수업시간에 잘 거긴 하지만.

잠에 대한 열망을 품으며, 나는 강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예고한 대로, 나는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책상에 엎어져 다른 세계로 차원이동을 떠났다.


그래, 꿈과 희망이 넘치는 꿈의 세계로.


문장이 이상하다고?

밤새도록 마법과 술식에 대한 증명을 하다 보면 사람이 이렇게 된다.



*


“야, 밥 안 먹냐?”

“으음……뭐야……”

“점심 안 먹냐고? 언제까지 퍼질러 잘 건데?”

“엉……?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기는 한데……”

아직 점심시간 까지는 한참이나 남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


[12 : 02]

“……”

그래, 아직 12시밖에  됐……

……어?

12시…

엉?

나는 화들짝 놀라며 엎어져 있던 몸을 바로세웠다.

한 자세로 자서 그런지 한쪽 목과 어깨가 뻐근했다.

 근처가 끈적거리는 건 덤.

“아, 드러…!”
“쓰으읍……! 잠깐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거긴? 멍청아, 4시간 동안 내리 잔 거지!”

“쉬는 시간에 깨워달라고 했잖아!”
“니가 언제,  화상아!”


안했나?
안했구나.

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꿈이었나 보다.


“에이씨……어쩐지 배가 고프더라.”

목을 좌우로 돌려 뻐근함을 달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몸이  결 가벼워졌다는 걸까.

“그 전에 얼굴에 침이나 닦아라. 더러워서 같이 다니기 쪽팔린다.”


그의 말에 나는 스마트폰의 전면카메라를 켰다.

“오버하기는…… 그래봐야 얼마나 흘렸…… 어우, 쒯……”

서현의 말이 맞았다.
무조건 화장실 들렀다 가야겠네.

“더러운 놈……”

……할 말 없다.

*



“이야, 확실히 A클래스는 시설이달라도 확 다르구나.”

C클래스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아니, 애초부터 비교를 하면 안 될 수준이었다.

C클래스의 식당이 ‘급식’이라면, A클래스는 뷔페였다.

감탄을 흘리며 그릇에 음식을 담던 나는 한쪽에서 조용히 편식하는 은서현을 바라보았다.

‘진짜 애 입맛이 따로 없구만.’


고기만 저렇게 먹으면물리지도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한쪽에서 샐러드를 듬뿍 집어 녀석의 식판에 올려주었다.


혹시라도 녀석이 못 봤을  같았으니까.

이건 배려다.
건강을 생각해주는 배려.

절대로 엿먹이려는 게 아니라.


“야! 뭐 하는 짓이야!”

“편식하는 거냐?”

“남이사! 내가 먹고싶은 거 먹겠다는데 뭐가?!”

“아아, 그래? 미안. 네가 어린애 입맛이라는  잠시 잊었네.”

물론 거짓말이다.

내 말에 금방이라도 태세를 바꿀 줄 알았던 녀석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훗……! 내가 그딴 도발에 넘어갈 것 같냐?”

그러고는 자신있게 그릇 위에 올려두었던 샐러드를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으려 했다.


이 녀석…… 많이 컸네?


‘하지만 아직 멀었단다.’

바로 앞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영양사 분이 끼어들었다.


“학생? 소스 다 묻은  다시 돌려두면 안되지? 다른 사람도 생각해 줄래?”

“……!”

“아이고, 이걸 어쩌나~? 어쩔  없이 먹어야겠네?”


“짜증나!!”

녀석은 씩씩대며 마지 못해 샐러드를 담았다.

그러게 왜 편식을 해?
몸에 안 좋게.


속으로 웃음을 흘리며 나는 내 그릇에 음식을 채워 나갔다.


“어디 보자…… 자리가…?”


앉을 자리를 찾던 나는 한쪽에서 밥을 먹고 있던 반가운얼굴을 발견하고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어, 맛있게 먹고 있냐?”

“……?”

밥먹다 말고 해괴한 표정을 짓는 이현진.

그래, 많이 당황스러울 거다.

나는 그를 아랑곳않고 자리에 앉았다.


“아, 미안한데 서현아.”
“뭐?”

“오늘만 좀 따로 먹자. 얘랑  말이  있거든.”


“쳇…… 그러시던지.”


 말에 서현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식사를 재개했다.

그가 멀어지자 현진은 곧바로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뭐야? 또 시비걸러 왔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아무도 같이 안 먹어주길래 불쌍해서 왔지.”

“씨발, 그게 그거잖아!”

“야야, 음식 다 튄다.”


나를 죽일 노려보다가 몸을 일으키려는 녀석.

나는 수저를 들어 입에 음식을 가져가며 말했다.

“앉아. 할 말 있으니까.”

“내가 왜?”

“너희 아버지가 시킨 일인데?”

“뭐……?”

이진명 회장을 언급하자 곧바로 자리에 앉는 녀석.

‘아버지가 무섭긴 한 모양이지?’


하기야, S급 헌터가 무섭지 않다면 이상하겠지만.

다시 자리에 앉는 녀석을 바라보며 나는 식사를 재개했다.


“뭐야? 빨리 말해.”
“일단 밥부터 먹자. 왜 그렇게 승질이냐?”

“성질은 누가……!”

“너도 아직 다 안먹었잖아? 편하게 먹어. 진짜로 시비 걸러 온 거 아니니까.”


“……”

그제서야 녀석은 마지못해 숟가락을 들었다.

“넌 너희 아버지가 무섭냐?”

“……갑자기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그냥, 이것저것 좀 이야기를 나누면 좋지 않나 싶어서. 용건이야 먹고 말해도 될 거고.”

“……”

잠시간 침묵하던 녀석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버지가 무서운 아들이 어디있다고……”

“생각보다 많을 걸? 그러면 어머니는?”

“몰라. 내가알 게 뭐야. 아니, 그래서 용건이 뭐냐고! 우리 아버지를 만나더니, 이제는 제대로 꼬리라도 흔들어 보겠다, 이거냐?!”

“…….”

대뜸 신경질을 내는 녀석을,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조금씩, 살기를 흘렸다.

“일단 목소리  낮추지? 여기 너만 있는  아니잖아?”

“윽……!”

“그리고 예의좀 차려라.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한결같냐?”

내 말에 그는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신경질적으로 밥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가 식사를 마친 것을 확인한 나는 그에 맞춰 수저를 내려놓았다.


“이제 말하지?”

그리고는 용건을 묻는 녀석에게 곧바로 직구를 날려 주었다.

“이제부터 너의 교육을 맡게 되었다.”

“……개소리 하지 말고.”

“개소리인지 새소리인지는 너네 아버지한테 가서 물어보고.”

“개소리 하지 마! 내가 왜!”

식당이 떠나갈 듯 소리치는 현진.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따악!

“악!”

손바닥으로 녀석의 머리를 한 대 후려쳤다.


“입학시험 전에 기억나지? 그  거 갚아 준 거다.”

“이런 염병……!”

“말 싸가지 좀 고치라니까? 여기서 맞을래?”


“……”


분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현진.

나는  그릇과 수저를 들며 녀석에게 말했다.



“오늘 수업 끝나면 C클래스 훈련장으로 와. 오늘부터 교육 시작할 테니까.”

그리고는 녀석의 대답을듣지도 않고 서현의 옆에 가 앉았다.

“우리 서현이, 많이 외로웠냐?”
“닥쳐.”

“짜식, 삐지기는.”

“아, 밥이나 쳐먹으라고, 진짜!”

*


“넌 대체 누굴 그렇게기다리냐?”

“아아, 제 제자요.”

“제자? 너도 학생이면서 제자가 있어?”

“어제 생겼어요.”


“……별종일세.”


운성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다시금 스마트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벌써 3 시간 째.

한아름과 은서현에게는 따로 양해를 구해 뒀기에 훈련장에 찾아온 사람은 나 혼자였다.


그리고 교육  날부터, 이현진 이놈은 땡땡이를 치고 있었다.

“제자 맞냐? 너 혼자만의 세계 아냐?”

“맞을걸요? 걔네 아버지가 직접 부탁했으니까.”

“아버지……?”

의아한 표정을 짓던 정운성은 번뜩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잠깐만!! 설마 그 제자라는게……”

“맞아요. 이진명 회장의 둘째 아들. 이현진 그 썩을놈이요.”

“허허…… 내가 살다 살다 이런 광경도 다 보게 되네. 근데 걔는 왜  오냐?”

“오고 싶겠어요? 첫날부터 그렇게후드려 맞았는데, 당연히 뻐팅기지.”


물론,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에 대한 대책 역시도 마련해 둔 상태였고.

“그럼 어쩌게?”

“찾아야죠.”

“걔가 어디 있을줄 알고? 너  인맥도 없잖아.”

“저야 없지만 인맥이 넘치는 사람이랑 잘 알거든요.”


나는 씨익- 웃으며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전화번호부에서 [S급 거구 영감]을 찾은 나는 망설이지 않고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름하야, ‘아빠한테  말해’ 작전!

잠시간의 신호음 끝에 무뚝뚝한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무슨일이지?]

“예상했던대로 땡땡이네요. 찾아 주실 수 있죠?”

[10분만 기다려라.]


그렇게 말한 그는 전화를 끊었다.

물론, 끊기 직전에 ‘내 이놈의 자식을-’이라고 말하는 것을, 나는 똑똑히 들었다.


‘앞으로 좀 힘들거다, 짜샤.’

교육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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