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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20화 - 호출 (20/114)



〈 20화 〉20화 - 호출

최근들어 겪었던 일 덕분에 스킬의 단계 역시 B로 올라 있었다.

‘어쩌면 더 자세한 정보를 알  있을지도 모르지.’


[습득 가능한 스킬 존재.]
[스킬 레벨_A]

[스킬 명_ 광전사의 길.(사용 무기 : 도끼)]

[상세 정보 열람 불가.]


‘오호라……?’

기대했던  이상의 정보에 나는 입매를 말아올렸다.

*


“도끼요?”

“그래. 그게 너한테 더 잘 맞을 것 같거든.”


다음 날, 같은 시간에 훈련장을 찾은 한아름에게 정운성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저는 도끼를 써 본적이 없는데요?”

“그럼 검은?”

“당연히 써 봤죠!”


자신있게 대답하는 그녀의 말에 정운성은 의외라는 표정을지었다.

“정말로?”

“네…… 3년 전에 검도를 배웠거든요.”

“얼마나?”

“……”


그의 질문에 그녀는  없이세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에 운성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3년 전에 배웠다는 검도.

그러나 그녀의 검술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런  하기는 미안하지만, 3년 배운 검이라고는…”

“아, 3년이 아니라요…”

“응? 세 달이었어…?”

3달이라고 해도 살짝 이상했다.
그만큼 그녀는 검에 대한 재능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3주야?”

“3일요.”


“……”


그는 낮게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열었다.

“3일 배운 거라면 배웠다고 표현하기는조금 힘들지 않을까? 더군다나 3년 전이라면서?”

“역시 그런가요……”

“그러니까, 오늘은 검 대신 다른걸 해 보자고. 아직 1학년이잖아? 손에 맞는 걸 찾는게 먼저인 것 같거든.”


친절하게 설명하는 그의 말에도 아름은 확신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도끼는 제가 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한  해 보는 거지. 위험하다 싶으면 내가 끊을 테니까.   해 봐.”

“……네.”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그녀는 도끼를 집어들었다.

그녀의 뒤로 천천히 닫히는문.

훈련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를 들으며, 정운성은 걱정 반 기대 반의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도끼라…… 대체  보고 그런말을 한 걸까…?’

어제 한아름이 돌아간 후,은가람은 그렇게 말했었다.

한아름은 도끼를 쥐여주면 잘 쓸 것이라고.


검이 손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도 확실히 알 수 있었지만, 도끼를 써야 될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던 성운.

그럼에도 그가 도끼를 권했던 것은, 은가람의 말에서 확신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젊은 나이에 비해 경험이많다고 자부하던 그였기에, 그는 묘한 감정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을 녀석은 곧바로 찾아냈단 말이지.’

아직 한아름이 도끼를 잘 사용하는지 못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니 정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만약 그의 말대로 도끼가 그녀의 손에 맞는다면……

‘정말이지 녀석은 괴물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군.’

*


“네. 가고 있어요.”

[정말이지? 지금 어디야?]

“아, 가고 있다구요! 수업 끝난지 이제 2분밖에 안 됐잖아요!”

수화기 너머로 보채는 현화의 목소리에, 은가람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의 반대쪽 손에는 은서현의 손목이 꽉 잡혀 있었다.

“아, 좀! 노라고! 내가 간다니까!”

“그래놓고 도망갈 거 아냐?”

“아니거든!”

“아니기는?”

은서현이 가진 고유 스킬.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는 스킬을, 은가람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얼마 전에도 코앞에서 사라진 경험이 있었기에, 그는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잠깐.”

“응……?”
“뭐야?”


그렇게 현화의 연구실로 향하는 그들의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어디서본 기억이……’

잠시 기억을 더듬던 은가람은 이내 그가 누구였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아, 선도부……?”

“기억하고 있다니 다행이군.”

짧게  올린 머리카락과 눈에 띄는 스크래치.

입학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교내에서 흡연하지 말라고 말을 건내던 이였다.

‘사실 ‘교내’는 아니었지만.’


그는 은가람과 은서현을 잠시 번갈아서 바라보더니, 은가람에게만 입을 열었다.

“널 보고싶어하는 분이 계신다.”

“혹시 이진명 회장인가요?”

곧바로 되물어오는 은가람의질문에 그는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짓다가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지금 당장 오라고 하시는군.”

“어디로 가면 되는데요?”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실 거다.”


“흐음……”


그에 은가람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바로 조금 전 현화랑 통화를 나눈 참이었지 않던가.

그러나 이런 기회를 날려먹는 것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그는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만약 거절하겠다면요?”

“거절하겠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철혈금강의 요구를?”

“재미있네요. 마치 그 사람이 절대자라도 되는 듯한 말이라……”

“……”


비꼬는 듯한 은가람의 말에 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이내 그의 몸에서 옅은 살기가 조금씩 흩어져 나왔다.


“만약 가지 않겠다면, 힘으로라도 데려가겠다.”

“그럴 능력은 되실지 모르겠지만요.”

“건방진 녀석……!”


그의 이가 조금씩 갈렸다.

그런 그에게, 은가람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제가 안 가면 그쪽에게 문제가 생기나 보네요? 알기 쉬워서 좋네.”

“너……!”

“그리고, 간다는말은 안했어요? 대신, 조건이 있을 뿐이죠.”

“……그게 뭐지?”

거래를 시도하는 은가람의 말에 그는 살기를 거둬들였다.

분하기는 해도, 은가람의 말이 맞았다.


힘으로 데려간다면 하지 못 할 것도 없었지만, 그렇게 되면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물론이요, 십중팔구 한쪽이 죽게 될 테니까.

어느 쪽이건 그것은 그가 바라는 아니었다.


‘일단 지금은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까……’


이미 지금도 그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그에게, 은가람은 간단하게 입을 열었다.


“조건은 아주 간단해요. 자, 여기.”

“……?”

“야!!”

대뜸 잡고 있던 은서현의 손목을 건내는 은가람.

그에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은서현은 다시 한 번 악에 바친 소리를 질렀다.

“방심하면 곧바로 도망갈 테니까, 현화 쌤 연구실로 직행해 주세요. 절대로 손 놓지 마시구요. 그게 첫 번째 조건.”

“……”

잠시간 망설이던 그는 은서현의 손목을 넘겨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번째는?”

“가서 사정 설명이나  해 줘요. 나  왔다고  길길이 날뛸  분명하니까. 회장님 이름을 팔아서라도 변명 잘  줘요. 그거면 됩니다.”


“알겠다.”

어떤 조건이 나올지 내심 불안해 하던 그는 은가람의 설명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사이에 끼어 있던 은서현이 손목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댔지만, 선도부인 그 역시도 3학년의 최상위클래스였기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럼, 서현아. 잘 부탁할게~!”

“이런 젠장할! 너!! 너, 개자식! 두고 봐! 내가  복수할 거다!”

“그래,그래~ 열심히 논문 쓰고~!”


“이런 쌰아아앙!!”


질질 끌려 가는 은서현을 바라보며, 은가람은 해맑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럼 어디…… 우리 회장님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 걸까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교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교문 앞에는 검은 색의 고급스런 세단 하나가 주차되어 있었다.

주차된 차 옆에 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뒷자석의 문이 열렸다.

내가 탑승하자 자동으로 문이 닫히며부드럽게 미끄러져 가는 세단.

고요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속에서, 나이가 지긋한 운전기사가 입을 열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꽤나 실력자시라고 하시더군요? 허허……”

“네, 제가 좀 그렇죠.”

“허세가 아닌 당당함이라. 나쁘지 않습니다. 회장님이 그토록 찾으실 만 하시네요.”

“어지간히도 눈에 거슬렸겠죠. 하기야, 두 아들내미를 그 꼴로 만들어 놨는데 안 그럴 부모가 어디 있겠냐만은요.”

“……”

노골적으로 그를 짚고 넘어가는 내 말에 그는 잠시간 입을 다물었다.

그저 룸미러를 통해 잠깐잠깐 나를 바라볼 뿐.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 살기나 적의도 없다…… 꽤나 실력자네.’

어쩌면 회귀 이후로 만났던  누구보다도 강할지 모르겠다고, 나는생각했다.

“눈에 거슬려서 그런 건 아닐 겁니다.”

“그건 보면 알겠죠.”

“회장님은…… 생각보다 깊으신 분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지도 못하셨겠지만요.”

물론 그 점은 인정할 만 했다.

그의 실력은 확실히 여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그가 이룬 업적도 꽤나 적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나는 구태여 대답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눈 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에 주의를 기울였다.


[상대의 스킬_감언이설 감지.]
[스킬_감언이설에 저항했습니다.]

[상세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


‘감언이설이라……’

나를 구슬려서 어떻게  보겠다는 것일까.

한 번 저항한 만큼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나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 까지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그럼, 좋은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작은 건물.

아니, 사실은 꽤나 큰 3층짜리 건물이었으나, 이진명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기사는 차에서 내려 정중하게 인사를 건냈다.

그리고는  자리에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일단 말 없이 내빼는 건 무리겠구만.’


제약이 걸리지 않았다면 모를까, 지금 상대하기에 저 집사는 너무 위험했다.

결국 정면돌파를 통해 상대의 심중을 알아내는 것이 최선인 상황.

‘그래, 뭐 죽기야 하겠냐?’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우우웅…!

─아니, 그러려고 했다.


왼쪽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울리지만 않았다면.

[머리이상한쌤]


“……”

지금  안 받아도 되지 않을까.

급한 일이었잖아?
나도 불가항력이었다고.

그렇게 합리화하며 나는 전화의 신호음이 끊기길 기다렸다.

그러나……

[안받냐? 지금 너 찾아서 날아가?!]

“하아……”

진심이 가득 담긴 문자메시지에 나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

[야 이 자식아!!!]

“……어우,귀청 떨어지겠네.”

[온다며! 온다고 그랬잖아!]

“미안해요.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구요? 근데 서현이는요?”

[당연히 여기 있지! 지금  몫까지……]


그녀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돌연 수화기 너머에서 뭔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은발 꼬맹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복수한다! 복수할 거라고!!]

“……”

처절한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아 좀! 꼬맹아! 선생님 이야기하시잖니!]

[꼬맹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일단  놔!]


몸싸움이라도 일어난 걸까.

조용히 상황을 듣고 있는데, 문득  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동료 은서현을 배반했습니다.]

‘아니, 잠깐만. 이러면 내가 뭔 나쁜 놈이라도 되는 것 같잖아.’

[차현화 와의 약속을 어겼습니다.]

[차현화가 분노합니다.]
[은서현이 분노합니다.]

[체력 영구 증가_27]
[민첩 영구 증가_22]

[새로운 스킬의 제약 해제_속임수(A)]

‘……’


나는 잠시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아카데미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는 90도로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까짓거, 제가 나쁜  하죠.

[흐억……뭔 놈의…어린 애가……]

한참이나 투닥거리는 소리만 들려오던 수화기 너머에서, 잔뜩 숨이 찬 현화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생 많으십니다, 현화 쌤. 항상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

[그딴 말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안 통하네.


[그래서? 대체 그놈의 급한 일이 뭐야? 시답잖은 거면 너 각오해? 이래봬도 난 월영에서 특별점수 부여할 수 있는 권한 있는 거 알지?]

“그런게 있었어요…?”

[과제랑 시험 다 빼도 A클래스 유지하는 쯤, 일도 아니거든?]

“……”

현실적인 공포에 나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좋아 보이는 조건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과제랑 시험을 다 빼도 괜찮을 만큼 점수를 부여할 수가 있다──

그것 자체만 본다면 아주 좋아 보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그녀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점수  때려박을테니까 365일 연구실에 살라고 하겠지.’

아예 기숙사 방이 연구실 안에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서운 건, 그게 졸업할 때 까지 유지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나는 곧바로 이진명 회장을 팔아넘겼다.

“이진명 회장님이 보자고 하셨더라구요. 저도 거부권이 없었어요.”

[뭐? 철댕이 그 양반이 뭐하러?]

철댕이라니……

철혈금강이라는 멋들어지는 이름을  순간에 강철 멍멍이로 전락시키는 그녀의 말에 나는 간신히 웃음을 삼켰다.


“모르죠? 가 봐야 알겠죠.”

[흐음…… 조심해. 그 양반도 보통이 아니니까.]

그녀의 걱정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지금 들어가 봐야해서, 이만 끊을게요.”

[그 일 끝나면 논문쓰러 와!]

“……”


[대답 안 하지?]

“뭐……!…구요…?! 전파……! 안 닿……! 말이……!”


[개수작 부리지 마, 너! 야! 잘 들리잖아!]


“여…… !세요…?! 나중……! 전……!”


뚝-.



“……”

혼신의 연기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이래도 괜찮겠지?

문제가 생기면 그건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해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건물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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