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19화 - 변하는 사람과 발전하는 사람 (19/114)



〈 19화 〉19화 - 변하는 사람과 발전하는 사람

“야, 이현진. 적당히 좀 해.”

“뭐야?!”

신경질적으로 돌아보는 이현진.

그러나 반 학생들의 시선은 그리 좋지 못했다.

“쪽팔리지도 않냐? 언제까지 일진놀이 하고 살래?”

“너…! 그 말 후회 안하냐?”


의미심장하게 되묻는 그의 말에 따지고 들었던 학생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왜?  엄마  빌리게? 누구는 빽 없냐?”

“진명그룹이 좀 큰  맞지만, 우리라고  없는  아니거든?”

“염병! 이 새끼는 아니잖아! 내가 잘못했냐? 우리 엄마한테 먼저 막말한 게 누군데! 그리고 난 선배잖아!”

‘오오, 이거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가네?’

오래 전의 일을 들추며 반박하는 현진.

그러나 그의 편을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그게 언제 일인데? 누가 봐도 지금은 네가 유세떠는 거잖아!”

“그리고 지금 네가 2학년이냐? 1학년이지…… 지가 잘못해서 학기초부터 유급당한 주제에 말이 많아?”

‘아……! 그러고보니!’


찍혀서 정학위기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정학이아닌 유급을 당한 듯했다.

그의 형인현성 역시도 마찬가지이고.


‘1학년 수업에 왜 둘의 모습이 보이나 했더니 그런 사정이 있었구만?’

내가 그런 생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게다가와 입을 열었다.

“은가람.”

“……?”

현성이었다.

잠시간 말 없이 나를 바라보던 그는 낮은 한숨과 함께 살짝머리를 숙였다.


“내가 미안하다.”

“형!”


의외로 그가 건낸 것은 사과였다.

‘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사람이 변하고 그래, 무섭게……’

내가 알기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대로일 놈은 때려죽여도 그대로다.

그런 사람을 수도 없이 봐 왔던 탓일까, 현성의 모습이 꽤나 낯설었다.


“이현진. 잔말 말고 자리에 가서 앉아.”

“형까지 왜 그래?! 내가 잘못했어? 아니잖……”

“우리가 잘못한 게 맞아. 그러니까 입 다물어.”

그의 몸에서 옅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제서야 현진은 꼬리를 말고 자리로 돌아갔다.

여전히 그 화는 풀리지 않은 듯 했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1반의 학생들이 한 마디씩 던졌다.

“하여간, 형한테는 쪽도  거면서……”

“지난 번에 한번 얻어터졌다면서 왜 자꾸 저러나 몰라?”

“……”


그렇게 잠시 모여들었던 인파가 흩어지자, 현성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

“되게 의외다? 사람이 변하는 모습을 본  굉장히 오랜만이네.”


학생들이 잘 다니지 않는 복도의 한쪽.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확인한 내가 꺼낸 첫마디였다.


“글쎄, 이런 것도 변했다고 봐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그런가? 그래서, 할 말이뭔데?”

내 질문에 그는 살짝 인상을 썼다.
잠시간 고민하던 그가 꺼낸 것은 짤막한 질문이었다.

“넌…… 누구지?”

“……엉?”

“물론, 네가 나이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네게서 느껴지는 건 그런 분위기가 아니야. 마치……”


그는 잠시간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우리 아버지와 비슷한 느낌이야.”

“……”

촉 한 번 좋은 녀석일세.

철혈금강의 이진명 회장이라면 분명 그럴 수 있었다.

현존하는  안되는 S급의 헌터이자, 그럼에도 타워공략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거기다가 내가 쉽게 잡지 못했던 사람이기도 했고.’


그 이전에 마주한 적이 한 번 뿐이었기에 그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혹시 현직 헌터인가?”

그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니, 그런  아냐. 네가 보고 있듯, 그저 1학년 학생에 불과하지.”

“……그런가.”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만간 아버지께서 보자고 하셨다. 언제, 어디서 보게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그게 용건?”

“그래.”


천하의 이진명이 일개 학생을 보려고 한다라……?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눈에 띄었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인데?”

“그건 나도 모른다. 말씀하지 않으셨거든.”

“아무튼, 하고싶었던 말은 그게 전부다. 현진에게는 내가  말해두지.”

“그 전에 나도 하나만 묻자.”


내 말에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지?”

“내가 너희 어머니한테 어떻게 했는지 들었을 텐데. 그에 대한 건 크게 신경쓰지 않나봐?”

“……”


그에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유 없이 그럴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서.”

그렇게 대답한  그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저 집도 뭔가 문제가 있구만.’

그의 대답은 거짓이었다.

아니, 거짓말일지 아닐지는 몰라도, 그런 이유가 아니라는 것은 확신할 있었다.


“문제는 이진명 이 양반인데…… 혹시 모르니 조심해야  필요가 있겠어.”

*


“정운성 쌤? 지금 관리 가셨는데?”

“관리요?”


이현의 대답에 한아름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근접전투 과목과 훈련장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정운성.

본래 그가 있어야 할 위치는 A클래스의 교무실이었지만, 최근들어 그는 C클래스 교무실에 상주하듯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겠지…?’


그가 C클래스 쪽에 있던  훈련장을 이용하는 몇 안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둘은 현재 A클래스로 올라간 상태.

“왜 그래?”

기운없는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는 그녀에게, 이현이 물었다.

“아아…… 훈련장에 가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안되겠네요.”

“응? 왜? 지금 가면 될 텐데.”

“지금 A클래스쪽에 가 계신 거 아닌가요?”


한아름의 질문에 이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C클래스 훈련장 가셨거든. 맨날 가던 별종  명이랑 같이.”


“……네?”



*

“응……? 넌…… 누구였지?”

“실례합니다. C클래스 3반의 한아름이에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정운성에게, 그녀는 공손하게 인사를 건냈다.

정운성의 수업은 대부분 상위 클래스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그녀의 얼굴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의 인사에 운성은 의자에 기대 있던 몸을 바로 세우며 미간을 좁혔다.


“한아름……아름…? 아! 혹시 이번 필기 만점자였던가?”

“아…! 네, 맞아요!”

“이번에는 C클래스 중에도 성적이 우수한 사람이 몇몇 있어서 기억하고 있지. 그래서, 무슨 일이야?”

한아름은 잠시 생각하다가,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마치 엄청난 결단이라도 내리듯.

“저도…… 훈련장을 이용하고 싶어서요!”

“응? 아, 훈련장을 이용하러 온 거구나.”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그가 알기로 한아름은 ‘실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필기를 만점받을 정도로 뛰어난 머리를 가진 그녀가 지금처럼 C클래스…… 그것도 3반에 있는 이유가 바닥을 치는 체력평가 때문이었으니까.


‘자신이 잘 못하는 부분을 개선하려고 하는 학생은 많지 않은데…… 대견한 학생이군.’


그녀라면 나중에 뭐가 되도 잘 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내심 반가운 감정을 느끼며 그는 훈련장 안쪽에 방송을 울렸다.

“야, 독종들! 적당히 하고 나와. 훈련장 전세 냈냐?”

[아 왜요?! 이제 2시간 밖에 안 됐는데!]

[어차피 우리 아니면 찾을 사람도 없잖아!]

“지금 다른 손님 왔으니까 빨리 방 빼라고, 이것들아!”

[……알았어요. 곧 끝나요.]

“하여간……”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 그들의 고집을 느끼며, 정운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훈련장은 처음이라 그런데, 혹시 몇 단계까지 있나요?”

“난이도말 하는 거지? 총 10단계. C클래스 학생이라면 평균적으로 3단계에 맞을 거야. 하지만……”

그는 말 끝을 흐렸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 지 고민하는 그에게, 한아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저도 제가 실기랑은 거리가 멀다는 건  알아요. 1단계부터 차근차근 해 봐야죠.”

“……그래. 열심히 해라. 너라면 빠르게 올라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럴까요……?”

조금은 기운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 정운성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확신할 수 있어. 자신이 못하는 것을 개선하려고 힘쓰는 사람은 잘 없으니까.”

“감사합니다.”


말 그대로 모범생의 자태를 보여주는 그녀를 바라보던 운성은 화면 속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놈들도 아름이 반만 닮으면 얼마나 좋아.’


한아름은 그제서야 한 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며 질문했다.

“그런데  녀석들은…… A클래스로 올라가지 않았나요?”

“맞아. 근데도 고집스럽게 여기로 오더라고. 괜히 별종들이 아니라니까.”

“혹시…… 지금  단계를 하고 있는지  수 있나요?”

“7단계.”


“그 정도면 A클래스 평균인가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3단계가 C클래스라면 그 상위 클래스인 B클래스는 4단계에서 6단계.

7단계 정도면 A클래스 수준에 걸맞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러나 운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네…?”

“좀 설명하기 힘든데…… 구식 훈련장의 최대단점이라고 해야 할까. 각 단계별로 난이도 차이가 심하거든. A클래스면 평균적으로 5단계…… 잘 해봐야 6단계가 한계일걸?”

그의 설명에 한아름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면 7단계라는 건……?”

“A클래스 급이 아니라는 거지. 나도 쟤네들 이해하기를 포기한지 오래야.”

철컥!
끼이익……

그  때마침 문이 열리며 땀 범벅이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2시간째 훈련장에서 구르고 있던 은가람과 은서현이었다.

“그러게 적당히 했으면 됐잖아!”

“그게 내 잘못이냐? 너도 잘한  없거든, 꼬맹아?!”

“꼬맹이?! 뒤지고 싶냐?!”

나오면서도 끊임없이 투닥거리는 둘을바라보며 운성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좀 적당히들 하지? 간만에 손님 왔는데 너희들 때문에 도망가면 책임 질 거야?”

“……”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훈련장 정리하는데 5분 정도는 걸리니까.”

한아름에게 그렇게 말하며 정운성은 패널을 조작해 난이도를 1단계로 조절했다.

이내 안쪽에서 자동으로 청소가 시작되었다.

“어…? 훈련하러 온 게 너였어?”

준비해 온 타월로 땀을 닦아내던 은가람이 한아름을발견하고는 물었다.


“응? 날…… 알아?”

반에서 그 누구와도 연을 쌓지 않던 은가람.

당연히 자신도 기억하지 못할 거라 여겼기에 한아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알지. 입학하고 첫 수업 끝나자마자 나한테 질문 던졌잖아? 선배니 뭐니 하는 녀석들이 불러서 대답은 못 했지만.”


경재석, 최하림 그리고 목연우.

2학년 3인방을 떠올리며 그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번에 필기 만점도 받지 않았던가?”

“뭐라고? 우리 말고도 만점이 있었어?”

“넌 조금 주변에 관심좀 가져라.”

“그,그래봐야 C클래스 내가 알  뭐야!”

괜히 멋쩍은지 은서현은 씩씩대며 샤워실로 걸음을 옮겼다.


“이해해.  머리가 어떻게 된 꼬맹이니까.”

“난 괜찮아. 새삼스럽지도 않고……”

한아름이 그렇게 대답하고 있는데 샤워실 쪽에서 악에 바친 소리가 들려왔다.

“꼬맹이라고 하지 말랬지!!”

“……쓸데 없이 귀는 밝네.”

“그러게.”

“아무튼, 열심히 해. 이왕 하는 거라면 꾸준히 해 보고.”

그 말을 남긴 후, 그 역시 샤워실로 걸음을 옮겼다.

 때까지 패널을 조작하고 있던 운성이 입을 열었다.

“청소 끝났다, 아름아. 이제 들어가도 돼.”

“아, 네! 감사합니다.”

“최대한 오래 버텨 봐. 그렇다고 무리하지는 말고. 괜히 다치면 역효과니까.”


“알겠어요.”


그렇게 대답한 그녀는 크게  번 심호흡을 하고는 훈련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기는…… 괜히 멋부리는 것 보다 무난한 게 낫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입구에 비치된 검을 들었다.

이내 그녀의 뒤쪽으로 훈련장의 문이 닫히며, 훈련이 시작되었다.

*

“크허어……그억……우웨엑……!”

“……”


훈련장 문 밖에서 쓰러져 헛구역질을 해대는 한아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정운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7분버텼다. 고생했어.”

“허억……뭔……흐아……뭐가 이렇……허억……”



‘어디서 많이 본 광경 같은데.’

그리고 이제 막 샤워를 끝내고 나온 은가람은 얼마 전 봤던 현화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관리 패널 쪽에서 심각한 표정을  운성에게 물었다.


“어땠어요?”

“어떻고 자시고…… 초반 1분을 제외하면 도망만 다니다가 결국 내가 껐거든.”

“좀만……흐억…늦었…후우……으면 저 죽었어요오……”


“혹시 영상 좀 봐도 될까요?”

“그래라.”

그에 은가람은 패널에 녹화된 한아름의 훈련을 재생시켰다.


‘무기는…… 검? 하긴, 가장 무난하긴 하지.’


그러나 그는 미간을 좁혔다.

왠지 모르게 손에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저 그녀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너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그렇긴 하네요.”

“아름아, 다음 번에는 무기를 좀 바꿔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으어어……”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였지만 제대로 된 대답이 흘러나오지는 못했다.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감지 스킬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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