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18화 - A반 (18/114)



〈 18화 〉18화 - A반

철컥-.

차가운 금속성이 귓가에 들렸다.
탄환이 장전되는 소리.

약실이 비어있지 않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  있었다.

“이게……  하는 거죠?”


우리에게 총을 겨눈 현화에게 묻자, 그녀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게 조금 적당히 똑똑했어야지. 넌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


그녀의 검지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렸다.

내 몸은 아직 총을 받아낼 정도가 아니었다.


그건 서현도 마찬가지.

지금 상태로 실탄은 분명 위험했다.


‘하지만…… 뭐지?’

그다지 위기감은 들지 않았다.

우리에게로 향한 총구에서 적의나 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왠지 쏘지 않을 듯한 느낌.

그러나 그것을 깔끔하게 배신하듯, 그녀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귀가 먹먹할 정도의 소음이 연구실을 가득 채웠다.


“놀랐잖아! 이게  하는짓이야!”


곧바로 성질을 부리는 은서현.


그리고……

“선생님.”


나는 질린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없었다.

“……진짜 실탄까지 쏴야 했어요?”

내 질문에 그녀는 장난스런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장난으로 실탄을 쏘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이런거  한  해 보고 싶었거든! 어땠어? 소설에 등장하는 악녀 같았어?”

천진난만하게 묻는 그녀의 질문에 은서현은 버럭 화를 냈다.

“악녀고 자시고! 술식에 문제 있었으면 어쩔려고!”

“에이, 결과적으로 아무런 문제 없었잖아? 내가 누군데.”

“……”


 참 당당하기도 하셔라.

총구의 화약 냄새를 맡으며 ‘그립군…이 화약의 내음’- 같은 헛소리를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건내준 술식은 일종의 방어술식이었다.

그 성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 실탄을 쐈던 것이고.

‘이것 보라고. 미친 것 맞구만.’

“너, 지금 굉장히 실례되는 생각 하지 않았니?”

“아뇨. 전혀요.”

“흐음……”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을 내뱉는 내게,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 방어 술식, 일반적인 방어 술식이 아냐.”

“그러면요?”

“일종의 카피(Coppy)본이자, 하나의 증명이기도 하지. 사실상 네가 증명한 거나 다름없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얼마 전 내게 내밀었던 종이를 흔들어 보였다.


“게이트를 넘어 온 마물들이 일반적인 무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증명! 그리고 지금  몸에 두른게 바로 그 증거고!”

“그러니까……. 지금 저희를 마루타로 쓰셨다는 거네요?”

“아니지! 야, 아까부터 말 너무 심한 거 아냐? 그래도 그거, 나름 활용할 수도 있을텐데.”

퉁명스런 어조로 그렇게 덧붙이는 그녀에게 은서현은 자그맣게 투덜거렸다.


“……발동에만 몇 분이 걸리는 술식을 활용하긴 개뿔.”

“그.래.서! 내가 선물 하나 준다고 했잖아?”

“……?”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우리의 어깨에 그녀는  손을 짚었다.

“후후……그  분 걸리는 발동을 순식간에   수 있는 방법이 있걸랑!”

그게 무슨 뜻이냐- 고 물을 여유는 없었다.

 이전에 눈앞에 그에 대한 대답이 떠올랐으니까.


[스킬_ 은화방벽(A)를 습득하였습니다.]

“어때?  정도면 나름 괜찮은 선물이지? 내가 가진 스킬로 다른 사람에게 스킬을 부여할 수 있거든.”

“흐음…… 확실히 대단하네요, 이건.”

타인에게 스킬을 선물할  있다는  자체도 놀라웠지만, A급의 스킬을 선뜻 내어준다는 것도의외였다.

쉽게 말해 스킬북을 공짜로 건낸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보통 A급의 스킬북 가격을 생각하면…… 못해도 천만원 이득인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은화’라는 건 무슨 뜻이에요?”

“은가람의 은!, 현화의 화! 내가 네이밍한 스킬이야.”

“…….”
“네이밍 센스 구려.”

“어허! 은서현! 선생님한테 건방져?”

‘사실 좀 구리긴 하지?’

그런 생각을 나는 속으로 삼켰다.

입 밖으로 내뱉었다가는 이번에는 총알이 아니라 다른게 날아올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네?”

“좀도와주라!”

“뭘요?”

이미 이걸로 도와준 것 아니었나?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그녀는 애절한 눈빛으로…… 아니, 애절함을 ‘가장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논문 쓰는 거! 너희 둘 다  정도 머리는 되잖아?”

그리고그 요구에 나는-


“싫어요.”

-라고 전력으로 거절했다.

“아 왜?! 그게 그렇게 힘드냐?”

“그렇게  힘들면 쌤이 하시면 되잖아요?!”

“혼자하긴 양이 많으니까 그렇지! 세 명이서 하면 더 편하잖아?”

“잠깐만, 거기에 나는  끼우는 거야?!”

가만히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은서현이었지만, 현화의 귀에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러기야? 이때까지 마신 커피랑 차 값만 얼만데……?”

“……”

치사하게 그걸 걸고 넘어지냐?!

결국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아…… 알았어요. 대신!”

“……?”

“매일같이 연구소에 놀러오는 건 힘들어요. 이제 A클래스로 올라가니까 여유  때만이에요.”

“그래놓고 안 올 거 아냐? 딱 정해! 일주일에 번!”

“…한 번……… 아니, 세 번 올게요.”

한 번이라고 대답하던 나는 그녀의  눈에 서리는 광기를 발견하고는 다급하게 대답을 수정했다.

이러다 감금이라도 당하는  아닐지 모르겠다.

썩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최악은 아니었는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래, 그 정도는  주지.”

“하아……”

그리고는 은서현에게로 시선을 옮기는 그녀.

그에 녀석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랑 이 녀석이랑 똑같이 생각하나본데, 난 안 할거야.”

“내가 뭐라고 했니? 어차피 시킬 생각도 없었어.”

“……?”

“아무래도 ‘나이어린 꼬마’에게는 조금 힘든 일일 테니까.”


아, 저런 식으로 도발하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녀의 전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서현의 성격에 저걸 무시하지는 못할 테니까.

“웃기고 있네! 그깟 논문, 얼마든지  수 있거든?!”

“에이, 괜히 말만 그러는 거 아냐?”

“하! 해 주면 될  아냐?!”

그리고 은서현은 아주 보기좋게  떡밥을 물었다.


‘쉬운 녀석.’


물론 신성한 배움의 터, 헌터 아카데미에서 칼부림이 이는 것을 보고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나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절대…… 절대로 혼자 일을 떠맡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아무튼 아니다.

……아, 아니라고.

*


“미친 거 아녀?! 뭔 아카데미 교사가 총을 들고 다닌다는 말이여?!”

“하하…… 죄송해요.”

“엥간히 혀야지! 시방 깜짝 놀라 뒤비지는 줄 알았잖여!”

한진우의 구박에 현화는 거듭 사과를 반복했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며 은가람과 은서현은 속으로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저럴  알았지.’


아무리 생각해도 교사가 총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발포했다면…… 그것도 아카데미 건물 안에서 그랬다면 욕을 먹지 않는게  이상했다.


“하아……그래서, 일은 없고?”

“네. 아무렴요.”

“다시는 그러지 말어?! 나가 심장병으로 뒤지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말여!”

“에이, 걱정 마세요. 제가 누군지  아시잖아요?”


“내 말은……! 에휴…… 걱정한 내가 등신이여.”


무언가를 말하려다 체념한 한진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교무실로 걸음을 돌렸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은가람이 입을 열었다.


“의외네요? 한진우 쌤이 걱정도 하고.”

“응? 아아, 원래 저런 사람이야. 정 많은 사람.”

“정이 많기는 얼어뒤질.”

다소 과격한 서현의 표현이었지만, 은가람도 내심 그의 말에 공감하는 편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학생들과 농담을 주고받기는 했다.

그러나 사실 교실 내에서 그는 정이 많은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툭하면 학생들을 향해 헌터 자질이 없다느니, 어차피  될 놈들이라느니 하는독설을 건내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 생각을 알아챈 현화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게  정이많아서 그런 거야. 조금…… 안 좋은 일이 있었으니까.”

“안 좋은 일이라뇨?”

“진우 쌤은 항상 C클래스 학생들을 가르쳐 왔거든. 몇 년 되셨지.”


“아……!”

그녀의 설명에 은가람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 가는 사건이 있었으니까.


‘한 반이 전멸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2년… 전쯤이었던가?’

자신이 헌터가되기 이전의 이야기라 확실하게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워낙에 시끄러웠던 사건이라 어렴풋이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를   없는 서현은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응? 뭐야? 그래서 뭔데?”

“아, 그냥그런줄 알아.”

“왜?! 너는 다 아는듯이 말한다?”

“그냥  넘어가, 제발.”

그의 배려에현화는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뭐 어때. 괜찮아. 어차피 다 지난 일이고.”

“……”

“그렇게 복잡할 것도 없어. 그냥 C클래스 반 하나가 통째로 죽어버렸다. 그런  뿐이니까.”

갑자기 터져 버린 던전 브레이크.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 속에서, C클래스의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B클래스의 학생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것이란 말이 세간에서 돌고 돌았었다.


어엿한 헌터의 미래를 꿈꾸던 영혼들이 처참하게 죽어난 그 날.


혹여나 불편해 할까 봐 동행하지 않았던 한진우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자책했었다.


‘아마 그 때부터였지…… C클래스 학생들에게 희망찬 말을 건내지 않기 시작한 건.’

 전까지는 매일같이 학생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던 그였다.


너희도 할 수 있다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등급에 연연해 하지 말라고.

다른 교사들은 잘 하지도 않는 개인 지도까지 서슴치 않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사건 이후로 그는 변했다.

새하얀 국화꽃만으로 가득한 교실에서 홀로 수업을 진행하던 한진우.

눈물을 삼키던 그의 처량한 모습을, 현화는 여전히 지우지 못했다.

예전의 밝던 그 모습을 떠올리던 현화는 그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며 두 학생에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 너희들은 뭐하고 있니?”

“예…?”

“수업 들어가야 되지 않아?”

“쌤이 데려왔으면서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그건 1교시였고. 지금 벌써 3교시 하고 있는데? 반도 바뀌었겠다, 적응하려면 지금 가야지?”


“이왕 빠진 거, 하루 정도는 좀 빠져도……”

“지금부터 논문 쓰고 싶다고? 진작 그렇게 말……”

“서현아, 빨리 수업 들으러 가자!”

“아, 아! 발로 갈게! 썅, 내가 간다고!!”

다급하게 서현의 손을 잡아끄는 그의 모습에, 현화는 웃음을 흘렸다.


“저런 학생들이라면…… 진우 쌤을 좀 도와줘도 될 텐데.”


둘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던 그녀는 다시금 연구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

스으윽-

기름칠이잘 되어 부드럽게 열리는 강의실의 문.

확실히 C클래스의 교실과는 달라도 뭐가 달랐다.

그러나 그에 감탄할 새도 없이 나는 손을 들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문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무언가가 내 머리로 날아들었던 것이다.


퍽!

“……?”


낚아채고 보니 마커였다.

워낙에 속도가 빨랐던 탓에 잉크가 터져 손을 새까맣게 타고 흘렀다.

“늦었다.”

정적이 감도는 강의실 사이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에게도 꽤나 익숙한 얼굴.

훈련장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정운성 선생님이었다.


“죄송합니다. 현화 쌤이 급하게 부르셔서요.”

강의실 문 앞에 비치된 휴지로 잉크를 닦아내며 그렇게 말했다.

“일단두 명 다, 앞에 서라.”

“넵.”


그는 들고 있던 타블렛을 교탁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들어라. 오늘부로 A클래스 1반으로 옮긴 은서현과 은가람이다. 다들 알고는 있겠지만.”

간단하게 설명을 건내는 정운성.

그리고 노골적으로 날아드는 살기에 나는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짜식…… 아직도 이를 갈고 있구만?’

당연하게도 그 근원지는 이진명 회장의 둘째 아들, 현진이었다.

‘사실 이제는 굳이 트롤링을 할 필요도 없는데.’

실기평가에 대한 준비도 있었고, 그 사이의 일로 제약도 10%까지 풀려 있었다.

이제는 순수한 깡스탯 만으로도 녀석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 녀석은 의외로 담담하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현성은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동생처럼 이를 갈고 있지는 않았다.

역시 형은 형이라는 걸까.

의외로 정신을 차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현진, 깝치지 마라. 접어버리기전에.”

그리고 그런 현진의 살기를 모를 리 없는 운성은 대번에 그것을 짚고 넘어갔다.

그에 현진의 살기가 곧바로 잦아드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운성은 말을 이었다.

“적당히 빈 자리에 가서 앉아라. 여긴 어차피 C클래스 건물이랑 달라서 좌석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니까.”

“넵.”


간단하게 인사를 끝마친 우리는 강의실의자리로 가서 수업을 들었다.

근접전투에 대한 운성의 수업은 나름 흥미가 있었기에 시간은 꽤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야, 이 개자식아.”


수업이 끝나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현진이 시비를 걸어왔다.

“니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어디 1반 전체를 상대로도……”

그러나 기세등등하던 그의 말을, 누군가가 먼저 자르고 들어왔다.


“야, 이현진. 적당히 좀 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