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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16화 - 철혈금강 (16/114)



〈 16화 〉16화 - 철혈금강

“젠장! 거치적거린다고!”

“도와주려던 거잖아!”

“오지랖이라니까! 너나 잘 하라고!”


[은서현의 분노를 감지했습니다.]

[일시적 제약 해제_15% (10분)]
[영구적 제약 해제_1% ]

[누적 제약 해제_10%]

[현재 제약_90%]

‘이 정도면……!’

어느덧10%에 달한 제약 해제율.

더군다나 일시적인 제약 해제가 있었기에  정도면 할만했다.


‘스킬이라도 하나 던져준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이놈의 초월자놈은 쉽게 질리는 모양이다.

같은 패턴의 트롤링으로 들어오는 보상은 조금씩 줄고 있었다.

‘지금 당장 스킬을 기대하는건 욕심이지.’

지금의 시험을 버텨내는 정도로는 충분했다.


“크르르……! 크워어어!”

후우욱- 쿵…!

머리 바로 옆을 스쳐가는 트롤의 둔기.

나는 놈이 자세를 고쳐잡기 전에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야,위험……!”


“크아아!”

후우웅-!


뒤쪽에서 들려오는 서현의 외침.

그와동시에 위쪽에서 또 다른 둔기가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사람의 몸체만한 거대한 둔기를 휘두르는 트롤.

3미터에 달하는거구의 체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속도였지만, 나는 몸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오른쪽에 쥐고 있던 단도를 역수로 고쳐쥐며 날카롭게 쳐 올렸다.

촤앙-!!

“크륵…?!”

“……!”

쿵…!

트롤이 휘두른 둔기가 말끔하게 잘려나가며 그 일부가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계속해서 공격을 이어나갔다.

반시계 방향으로 몸을 회전시키며 트롤의 몸 안쪽으로 파고든 후, 트롤의 허벅다리를 베어냈다.

스아앗!
촤자자작-!


“크아아아아-!!”

회전력이 고스란히 담긴 두 개의 단도에, 한쪽 다리가 순식간에 썰려 나갔다.

“은서현! 한 놈은 네가 맡아!”

“아…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거든!”


내 말에 넋을 놓고 있던 은서현이 단도를 고쳐쥐었다.

‘이제는 조금 낫겠지.’

명분이야 도와주는 것이었지만, 사실 앞서 내가 했던 행동들은 괜한 오지랖이 맞았다.

아마 녀석의 입장에서는 꽤나 거슬렸겠지.

그 점을 노린 것이기도 했고.

‘어중간하게 트롤링하는 것도 여간 힘든게 아니구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한결 상대하기 좋을 것이다.

나는 쓰러지면서도 한쪽 손으로 나를 쓸어오는 트롤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낸 후, 양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정방향으로 쥐고 있던 왼쪽의 단도 역시 역으로 쥔 후, 머리 위쪽으로 들어올렸다.


“일단 이걸로  놈…!”


그리고는트롤의 뒷목에 그것을 가차 없이 박아 넣었다.

“크아아!! 크르륵……!”


잠시 몸을 부르르 떨다, 이내 축 늘어지는 트롤.

나는 곧바로 시선을 들어 서현 쪽을 바라보았다.

이전에 비해 확연히 나은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혼자서는 벅찬 듯한 모습.

나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단도를 뽑아, 그대로 녀석이 있는 방향으로 집어던졌다.

후우우웅-!


콰직!


“크워어어…!”

“…?!”

회전력을 한껏 담은 단도가 어깻죽지에 박히자 비명을 질러대는 트롤.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서현은  기회를 놓치지않고 재빠르게 놈의 목을 잘라냈다.


쏴아아아아……


쿠웅…!


녹색의 끈적한 피분수와 함께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는 트롤.

그제서야 숲 속이었던 주변 풍경이 다시금 시험장으로 변했다.

“허억…!헉…!후우……훅…”

“후우……”

넘어가기 직전의 호흡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나는 심사관이 있던 자리로 시선을 던졌다.

처음 느꼈던 거대한 존재감의 주인이었다.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까?”



*



‘이 녀석 봐라…?’


은가람을 바라보는 이진명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분명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영락없는 신입생의 그것.


상대의 저력을 알 수 있는 ‘간파’ 스킬로 알아봐도 그리 대단할  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 가면뒤에 뭔가 더 엄청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이진명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놈이 아니군.’

그의 곁에 있는 은서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14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도 그가 가진 실력과 잠재력은 엄청났던 것이다.

자신을 노려보는 두 사람을  없이 지켜보던 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걸음을 옮겼다.

“조금전의 시험은 부당한 것 아닙니까? 이것이 진명그룹이 취하는 태도라고 받아들여도 될까요?”


그러나 이어진 은가람의 말에 그는 걸음을 멈췄다.

조용히 뒤돌아선 그는 서늘한 살기가 담긴 눈으로 은가람을 응시했다.


“지금 뭐라고 했지?”

“못 들으신 건 아닐 텐데요, 이진명 회장님?”


“……”

자신의 살기에도 저토록 당당한태도.

그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실력이 없다고 해도 그가 가진 그릇 하나는 인정할 만하군.’


그가 그런 생각을 삼키고 있는데, 한쪽에서 진득한 살기가 뿜어져나왔다.

비단 이진명 회장 뿐만 아니라 시험장의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섬짓한 살기.


은가람의 옆에 있던 은서현이었다.

“이진명… 회장이라고……?”

“응…?”
“그렇다만? 뭐가 문제지?”

태연하게 되묻는 이진명.


은서현은 한 자 한 자 씹어발기듯이 말을 내뱉었다.

“죽여…버리겠어……!”


“?!”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칼을 빼드는 서현.

그는심사관 자리에 서 있던 이진명을 향해 몸을 던졌다.

바로 옆에서 있던 은가람조차 반응하지 못했을 속도.

그러나 이진명은 간단하게 그를 제압했다.

퍼억!
쿵……!

“큿…?!”


마치 어린  장난이라도받아주듯간단한 동작으로 서현을 바닥에 매다꽂은 것이다.


“꽤나 과격한 녀석이군.”

“제기랄! 이거 놔! 죽여버릴 거야…너 이자식…!!”

있는 힘껏 발버둥쳐 보는 은서현이었지만 압도적인 체격차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그런 서현을 내려다보던 진명의 입에서 나지막한 마법이 흘러나왔다.


“슬립.”

“제길…! 넌 내가……! 진짜……죽……”

“……”

금세 축 늘어져버리는 은서현.
그를 바닥에 눕힌 이진명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뭐가 그리 불만인지 모르겠군.”


“손속이 지나치신 것 같은데요.”

은은한 적의를 담은목소리에 이진명은 다시금 은가람에게 시선을 옮겼다.

“죽이지 않은 것 만으로도 충분한 자비가 아닌가?”

“아직 14살, 그것도 1학년 학생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나를 죽이려 했지.”


“먼저 우리를 죽이려 했던 건 회장님이 아니었습니까?”


“……”

은가람의 말에 그는 잠시 입을 닫았다.

“저희는 C클래스입니다. 조금 전의 심사가 공정했다고 볼 수는 없죠.”


당돌하게 따지고 드는 은가람.

이진명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


“……훗.”

진명그룹의 회장 이진명.

아니, 그 이전에 S급 헌터 『철혈금강』인 자신에게 저렇게 따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입을 열었다.

“그 말, 진심으로 하는건 아니겠지? 본인이 C클래스가 아니라는 사실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 않나?”

“……!”
“……”

순간 웅성대던 시험장에 싸늘한 정적이 가라앉았다.

본 실력이야 어찌 됐든, 결국 공식적으로는 C클래스가 맞았으니까.

지금 그의 말은 월영의 기준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 시치미를 떼시겠다는 겁니까?”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지? 내가 이 곳의 교사인 것도 아닌데 말야.”

그렇게말하며 그는 뒤쪽에 굳은 채로 서 있는 교사들을 바라보았다.

한 명 한 명을 훑는 그의 시선에 교사들은저마다 헛기침을 내뱉으며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하지만 월영에서 진명그룹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미안하지만 잘못 짚었다. 오히려 반대라고 해야겠지.”

“……예?”

그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은가람.

그러나 이진명은 말 없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곁에 있던 숙현과 현진, 그리고 현성 역시도 그를 뒤따랐다.

그가 걸음을 옮기자 주변에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비켜서며 길을 만들었다.


그렇게만들어진 길을 반대로 걷는 여성이 한 명 있었다.


그녀는 이진명 일가를 스쳐 지나며 입을 열었다.


“취미 한  고약하시네요.”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어련하시겠어요.”


그녀는 당당하게 그의 곁을 지나 은가람에게로 다가갔다.

“고생했어, 머리 좋은 돌대가리.”

“조금   말…… 상당히 모순된다는 거 아시죠?”

“꼭 그렇지만도 않을걸?”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서현의 부축을 도왔다.

“일단은 연구실로 가자.”



*



“여보!  도중에 멈춘 거에요?”

“맞아! 그대로 진행했어도 됐잖아? 조금만 더 하면 됐을 것 같은데……!”


시험장을 나서자 숙현과 현진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진명의 대답은 차가웠다.


“어째서 그래야 하지?”

그에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치는 숙현.

현진은 자신의 부러진 팔을 들어보이며 따지고 들었다.

“그놈이 내 팔을 이렇게 만들었다니까?! 형 다리도 그렇잖아!”

“맞아요! 때문에 우리 애들 실기도 못 봤다구요!”

“그래서?”

“……네?”


당황한 표정으로 되묻는 현진.

이진명은 조금 날카로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건 네가 나약한 탓이지. 너희들이 강했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

“……”

그렇게 말한 후 그는 숙현에게로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언질을 줬다고 알고 있는데? 사정이 있으니 만점처리 하라고 말야.”


“그건……”


싸늘한 이진명의말에 숙현은 눈을 피했다.

“우,우리 애들 미래가 있잖아요?  좋자고 하는 건데……”

그에 이진명은 걸음을멈추고 숙현을 바라보았다.


“그걸 위해서 남들을 죽이는 건 좋은 일이었나?”

“죽이다뇨? 무슨 말을 그렇게……”

“그래, 직접 죽인 적은 없겠지. 죽게 만들었을 뿐.”


“……”

이진명의 말에 그녀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현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이런 개같은 짓거리하지 마라. 분명히 경고했다.”

“당신은 어떻게…… 현진이랑 현성이 불쌍하지도 않아요?!”


아들을편들지는 못할 망정, 두 아들을 두들겨  남을 두둔하다니.


숙현은 그런 진명의 태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진명은 단호했다.


“현진과 현성을 위해서라면 가만히 있어라.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치…… 진작 그렇게 말하지.”


그제서야 숙현은 꼬리를 내렸다.


“직접 처리하고 싶다는 거죠? 알았어요. 그런 거라면 안될 것도 없지.”


그렇게 그들은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현성은 조금 나은 편이군. 조만간 은가람  녀석을 따로 봐야겠어.’



*

[마력 증가_10]
[현재 마력_62]

‘으음~ 바로 이 맛이지.’

차를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 마시는 차 만큼은 이제껏 마셔봤던 그 어느음료보다도 달콤했다.

물론, 순수하게 맛 때문은 아니겠지.


‘맛이야 아무렴 어때? 마시는  만으로도 강해질 수 있는 건데.’

약간 식은 차를 단번에 원샷 때리며 나는 테이블에 잔을 내려 놓았다.

“캬~ 맛있네요.”

“맛있는 거 맞아? 넌 차 별로 안 좋아한다며?”

“에이, 그런 소소한 디테일은 넘어가자구요. 좋은  좋은  아니겠어요?”

“하여간 능구렁이 같은 녀석.”


최고급의 마력공정을 거친 찻잎.
효과가 뛰어난 만큼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천문학적인 숫자를자랑하는 것들이었다.

그걸 나는 공짜로 얻어마시고 있었고.


현재 우리는 현화 쌤의 연구실에 와 있었다.

서현의 간호도 할 겸, 간단한 이야기도 할 겸.

현화 쌤은 한쪽에서 새로 우린 찻주전자를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야, 넌 뭐 주스 마시냐? 벌써  마셨어?”

“아주 맛이 끝내주더라구요.”

“공짜 마력이 좋은 거겠지.”

“그게 그거죠~!”

“말이나 못하면.”

내 말에 그녀는 자신의 차를 마시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오늘은 또 무슨 일이에요? 시험장까지 찾아오시고……”

“무슨 일이랄 게 있냐? 그냥 너네들 시험  보고있나 싶어서 가  거지. 거기서 그 양반을 보게  줄은 몰랐지만……”


“뭐, 안 오고는 못 배기겠죠.”


내 잔에 차를 채우며 나는 그렇게 말했다.


“소중한 두 아들내미를 그 꼴로 만들어 놨으니까요.”

“은근슬쩍 계속 마신다? 속물이야?”

“부정하진 않을게요.”


 대답에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너 말야…… 정체가 뭐야?”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전부터 묻고 싶었거든. 천재인 듯 하면서도 평범해 보이기도 하고. 평소에는 얘가 천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약한데, 또 몸에서 배어 나오는 태도는 일개 학생으로  보여.”

“……”


과연 천재는 천재라는 말인가.

정곡을 짚고 들어오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섣불리 밝힐 사항은 아니지.’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녀가 등을 돌리기라도 하면 가장 무서운 적이  테니까.

잠시간 나를 주시하던그녀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 개인 사정이 있겠지. 너도, 그리고 저 꼬맹이도.”

“그 말, 저 녀석한테 했다가는 칼부림 날걸요?”

“괜찮아. 막을 수 있어.”


장난스레 대답한 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이진명이 과연 아들의 복수 때문에  걸까?”

“네…?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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