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14화 - 훈련 (14/114)



〈 14화 〉14화 - 훈련

현재 설정된 난이도는 5단계.

A클래스건물이나 S클래스 건물의 시설이 개편되기 전 까지는 그런 학생들이 사용하던 난이도였다.

아무리 우수하다고는 하나 C클래스의 학생이 치르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단계.


그럼에도 그는 망설임 없이 훈련을 진행시켰다.

‘그 때  녀석들의 실력은 절대로 C클래스 따위의 것이 아니었어.’

현진과 현성을 일방적으로 찍어누르던 그 순간에, 그는 심사관으로서 그 자리에 있었다.

물리적인 격투술만을 따지고 봤을  그의 실력은 다른 교사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그 날, 그는 어느 시점에서 상황이 뒤집히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갑작스런 전황의 변화.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연스러웠어. 운이 좋다는 것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다.’


급작스럽게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만한 가능성은  가지.

 번째는 전투 속에서 급작스런 깨달음을 얻었을 경우였다.


‘하지만 그랬다면 겉으로 분명 드러났을 것이다.’

한 순간에 손에  힘은 스스로 잘 제어하지 못하는게 당연했다.

때문에 전투를 이기더라도 몸에 밴 부자연스러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당시 은가람에게서는 전혀 그런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납득할 만한 이유는  하나.


‘힘을 숨기고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이지?’

화면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

우우웅-콰아앙!


“큿! 제기랄!”

한쪽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며 은서현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러나  자리에 서 있을 여유는 없었다.

그는 곧바로 몸을 날려 이어져 오는 후속타를 피해냈다.


투콱!
촤아악!

아슬아슬하게 그의 머리를 빗겨가는 공격.

나 역시도 한가하게 그를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투웅! 타닷!

콰앙!


공격을 막은 팔 너머로 묵직한 통증이 전해져 왔다.

뒤이어날아드는 후속타를, 나는 반댓손으로 막아냈다.

‘뭔가 이상한데…?’

회귀하기 전에도 틈만 나면 드나들던 훈련장이었다.

당시에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시간밖에 없었기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훈련장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훈련은 아무리 생각해도 3단계로 생각되지 않았다.


‘아무리 제약이 걸렸다고 해도 이 정도는 너무 심해.’


상위 클래스에 비해한 세대 이전의 훈련장.

구형 시설의 가장 문제라고 한다면  안정성이라고 할  있었다.

총 10단계로 구성된 난이도라고는 하나, 각 단계들 사이의 차이가 너무도 컸던 것이다.

‘3단계나 4단계는 절대로 아냐. 적어도 5단계…… 우릴 죽일 생각인가?’

진명그룹에서 그런 압박을 한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다.

훈련장에서 난이도 설정 오류가 났다거나, 혹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훈련을 강행했다고 해버리면 할 말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단정짓기는 힘들었다.


‘훈련장을 이용하고 싶다고  건 분명 우리였어. 그걸 미리 알고 손을 썼을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썩 나쁘지는 않아.’

 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보통이라면 위험한 상황일지 몰라도, 우리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딱 알맞는 난이도라고 해도  정도였다.

지금 고민한다고 해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기에, 나는 다시금 훈련에 집중했다.



*

“헉…흐억……커헉…!”
“후우… 고생 했다?”

“닥……쳐어……”


온 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은서현.

그러면서도 끝까지 틱틱대는 그의 말에 은가람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은서현에 비하면 나은편이긴 했지만 그 역시도 그리 여유로운 모습은 아니었다.

온 몸에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고,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최근들어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아직 멀었구만.’

제약이 걸렸어도 성장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입학 이전부터 꾸준하게 몸을 단련시켜 오기는 했지만 아직 한참이나 부족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정운성은 미간을 좁혔다.

‘이 녀석들은 대체 뭐지?  나이에 대체 어떻게……’

단지 서현에게만 국한된 말이 아니었다.


24살인 은가람도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벌써부터  정도의 잠재력이라. 진명그룹은 지금 이들을 적으로 돌려서 뒷 일을 감당할  있는 걸까?’

평범한 A급의 헌터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진명이 가진 힘이 적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S급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야말로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이들이라 불리는 만큼, S급 헌터  명의 저력은 상당했으니까.

‘그 정도의 잠재력을 가진 이가 둘이라…… 어쩌면 이번만은 진명의 실수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 그를 은가람이불렀다.

“선생님.”

“어…음? 왜,왜 그러지?”

“방금 전 난이도, 다시  번 확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은서현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뭐? 무슨소리야? 3단계가 아니었다고?”

“확실치는 않은데…… 조금 의아해서. 선생님, 부탁드릴게요.”

그의 말에 화면을 잠시 둘러보던운성은 나지막이 대답했다.


“미안하군. 아무래도오류가 있었던 듯하다.”

“뭐야?! 그럼 몇 단계였는데!”

“3단계가 아니라 5단계였다.  불찰이니 사과하마.”

고개를 숙이는 운성.

그를 잠시 바라보던 은가람이 물었다.

“C클래스 학생에게 5단계는 조금 벅찬 것 같던데요. 위험했던 것…… 알고 계시죠?”

“……”


“솔직하게 대답해 주세요. 혹시 진명그룹에서 지시한 일인가요?”

날카로운 그의 질문에 정운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것 아니다.”

“그러면요?”

“입학 실기 때 부터 의아해서 말이지.”

“……?”


“힘을 숨기고 있잖아? 왜 그런 거지?”


직설적으로 건내는 그의 질문에 은가람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정운성은 질문을 바꿨다.

“너는…… 진명그룹을 감당할 자신이 있나?”


단순히 현성,현진 형제 뿐만이 아니었다.

진명그룹은 엄연히 헌터 길드를 소유한 그룹.

제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라고 해도, 현직 헌터를 상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적어도 그의 상식 안에서는.

그에 은가람은 옅은 미소와 함께 되물었다.

“사자 새끼가 다 큰 개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잖아요?”



*

“다들 긴장허지 말고. 뭐…… 뒤지지는 않을거여. 딱히 기대같은  안 허지만, 할 수 있는만큼 혀.”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실기 평가의 날이 다가왔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학생들을 바라보며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백날 굴러 봐야 시간만 허비할 텐디……’

C클래스부터는 나름 헌터 구실을 할 수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학생들이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는지 뻔히 알았기에, 그의 속마음은 그리 편치 못했다.


‘그런데 저노마들은 긴장조차 안 허는구마.’

그의 시선은 한쪽에서 말다툼을 하고 있는 두 명을 향해 있었다.

반에서 가장 어린 학생과 가장 나이가 많은 학생.

은서현과 은가람이었다.


“어차피 1등은 내 건데.”
“개소리 하지 마!”

“글쎄, 그건 봐야 알지? 뭐…… 솔직히 안 봐도 알  같긴 하지만.”

“이런 썅!”


“……에휴……”

수업중에도 그는 몇 번이나 강조했었다.

월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다름아닌 협력이라고.

혼자 힘으로는 헌터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없었으니까.

자연스레 협력하지 않는 조는 아무리 잘 싸운다 한들 그 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아니, 애초부터 그런 조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없지만 말이제.’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결과.

그는 고개를 저어 잡 생각을 떨치며 학생들을 시험장으로 인솔했다.

입학생들에게 있어서 가장 첫 번째 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시험.

1학년  실기평가가 드디어 그 시작을 알렸다.



*



“쟤네들은 긴장도 안 되나봐?”
“어련하시겠냐? 재능이 있는데.”

“거기다가 되게 빡세게 훈련도 하는  같던데……”


“뭐?”

학생들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모여들었다.

자연스레 그들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얼마 전에 둘이 어딘가로 가는  봤거든? 따라가 보니까 훈련장이더라고. 그 뒤로도 보니까 매일같이드나들더라.”

“훈련장이라면…… A급?”

“아니, C급이지 당연히.”

그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이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야, 그건 그냥 놀러가는 거지.”
“C급 훈련장에서 무슨 훈련이 된다고.”

“그런가……?”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며 잡담을 하는 그들.
그런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은가람은 속으로 조소를 흘렸다.


‘그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니까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거지.’

‘상태창.’


[은가람]
근력: 57 (898)  민첩: 62 (931)
마력: 40 (707) 체력: 55 (677)

비록 C동 훈련장의 시설이 낙후된 것은 맞았지만, 그로 인한 성과는 분명 있었다.

‘끽해봐야 3단계까지밖에  해 봤을 테니 턱이 있나.’


구식 훈련장은 각 단계별로 난이도가 판이하게 달랐다.

3단계는 너무 쉽고, 반면 4단계는 그들로서도 어려웠던 것이다.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다고 생각한 그들은 사설 훈련장을 찾아다녔다.


‘뭐…… 보다보면 알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삼키며 은가람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은가람과 은서현의 차례는 학년  중간쯤에 위치했다.

앞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자유롭게 관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옆자리에 앉은 은서현을 툭툭 치며 말했다.


“쟤네들은 A급이야. 잘  둬.”
“뭐라는 거야? 저런 놈들 경기따위, 내가 알게 뭐야?”

“야, 네가 그러니까 제자리인 거야. 다른 사람의 경기를 보고 배울 수 있어야 더 위로 올라가지.”

“……”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은서현은 혀를 차면서도 눈 앞의 경기를 응시했다.


시험장 위로 올라 온 것은 명.
은가람과 안면식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각각 길다란 창과 검, 그리고 메이스가 쥐여져 있었다.


“A클래스 2반 목연우, 최하림, 경재석입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끝내자 그들의 앞에 거대한 두 마리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 몸을덮은 자색의 비늘과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등에서 돋아난 네 개의 가시.

A급 몬스터에 속하는 [링] 이었다.


“와, A급은 확실히다르구나.”

“저런 것들을 두 마리씩이나…”

“아무리 A클래스라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은  아냐?”

“난 제발 쉬운 상대 나왔으면……”

주변에서 감탄사가 줄줄이 흘러나왔다.


[평가 시작합니다.]


심사관의 짤막한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 명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한 마리의 몸체가 3미터에 달하는 거구.

그럼에도 재빠른 몸놀림을 가진 그들을, 셋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공략해 나갔다.


긴 스피어를 이용해 링의 시야를 흐리는 목연우.
그는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차근차근 치명상을 입혀갔다.

가장 단순해 보이는 검을 이용하는 최하림의 손에서는 화려한 검술이 자연스레 흘러나와 링의 허점을 노려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보조를 받아가며 경재석은 강력한 공격으로 링의 몸에 치명상을 입혔다.

‘꽤 하네…?’

그들의 경기를 보며 은가람은 내심 감탄을 내뱉었다.

지난번 현진 패거리를 상대할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키에엑…!크륵…!
크르르……


쿵…!

“허억……헉…!”


8분 7초의 공략시간.

가쁜 숨을 몰아쉬는그들의 귀에 심사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생했습니다. 다음 평가 조 올라오세요.]


그들이 무대에서 내려가자 바닥을 어지럽히고 있던 링의 사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자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는 다음 조가 무대 위로 올라서며 비슷한 경기를 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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