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13화 - 진상 (13/114)



〈 13화 〉13화 - 진상

“키야~! 역시대단하십니다?!”

“이것이야말로 문무를 겸비했다는 것 아닙니까!”

“만점이라…… 멋지군요!”


“……하아…돌아버리겠네.”

깊은 한숨을내쉬는 은가람.

입학 첫날부터 엮이게 된 A클래스 2반 녀석들이었다.

“뭐하러 이까지 와? 여기 C클 건물이야!”

거기다 그들은 2학년이지 않던가?

A클래스 2학년의 난입으로 주변은 더 소란스러워졌다.


“에이, 그래도 축하는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징글징글한 것들.”

“하여간 츤데레같으니~!”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최하림의 말에, 은가람은 질색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야…… 진심으로 토나온다.”
“에이~ 속으로는 좋으시면서?”

능글맞게 받아치는 최하림.

은가람은그를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 번만 더 해봐.”

“하하, 그것 참…………넵, 안할게요.”

“눈치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야.”

진득한 살기를 내뿜던 은가람은 한숨을 내쉬며 살기를 거두었다.


“그 정도 눈치가 있다면 제발 가서 수업준비나 했으면 좋겠는데……”

“넵! 그럼 분부대로!”

“다음 학기에 1반으로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깍듯한인사와 비장한 다짐을두고, 그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저 진상들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분명 그렇게 좋게 끝난 사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보통의 경우였다면 말이다.

아무리 마지막에 적당한 말을 건냈다고 한들, 그가배신을 때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니까.

‘현혹 스킬이 생각보다 잘 먹히는 거야 다행이지만……’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그저 핑계에 불과했으나, 현혹 스킬의 영향을 받은 그들에게 있어서 은가람의 말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말로 하는 것 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몸소 나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은가람을 만난 것을 인생의 전환점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저럴  알았으면 내가 썼지, 제에엔장……’

그렇게 생각하던 은가람은 이내 작은 한숨과 함께 그에 관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어쨌건 좋은 게 좋은 걸 테니까.

언제가 됐든 쓸모는 있겠지.

그는 옆에서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은서현에게 말을 건냈다.

“그보다 필기 잘 봤나보네?”
“또 뭐가?”


뜬금없는 이야기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은서현.

은가람은 턱으로 앞의 게시판을 가리켰다.


“뭐긴 뭐야? 시험이지.”
“……쳇! 이딴 시험이야 당연하지.”


“다행이다, 짜샤? 그래도 나쁘지 않아서.”

“다행같은 소리 하네! 당연한 거라고 했잖아!”

“아니, 그거 말고.”


“……?”

“네 기준에 나라도 맞는 사람이 있어서 말야. 학급 성적 탑이면 나름 믿을만 하지 않냐?”



“……뭐?”

은가람의 말에 서현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그의 말 뜻을 이해하고는 인상을 팍 구겼다.

“잠깐만! 이게 뭐야?! 설마!”
“그 설마가 맞을걸? 너랑 나랑 같은  인거.”

“이런 썅! 대체 왜 그게 그렇게 되는 건데?!”

“나 말고는 친구 하나 없는 주제에? 다들 너랑 조 하기 싫어하는데 그럼 뭐, 낙제하려고 그랬냐?”

“윽……!”

정곡을 정확하게 짚고 들어오는 은가람의 말에 은서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속으로 분을 삭히던 그는 이내 작게 투덜거렸다.


“젠장, 되는 일이 없어!”

“그러게 좀 잘 하지 그랬냐.”

“닥쳐!”

그렇게 대꾸한 후 그는 씩씩거리며 교실로 돌아갔다.

“하여간 성격 하고는.”

그렇게 중얼거리는 은가람이었지만, 서현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그였다.

어린 나이를 생각해 보면 한창 사춘기일 서현이었으니까.

‘그리고 나 말고는 친구도 없잖아? 나라도 좀 놀아 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교실로 향했다.


‘물론! 나는 친구를 일부러 안 두는 거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아니잖아? 아무튼그렇단 거지.’


속으로는그렇게 상처뿐인 자기합리화를 하며.

“……진짜 이상한 놈들이라니까.”

“A반 애들은 또 왜 저런대?”

“낸들 아냐. 우리랑 사는 세계가 다르니까그런갑지.”

그들이 그렇게 떠나간 후, 그 때까지 말 없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학생들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극히 평범한 그들의 입장에서,은서현이나 은가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


“다들 준비는  했지?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어?”

이현의 말에 3반 학생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했다.


“……설마 준비  한 거니? 아니지?”

이현의 불안 가득한 질문에, 앞줄에 앉아있던 학생이 기어 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 준비는 하기는 했는데요……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시작도 하기 전에 겁부터 집어먹냐.’

물론, 나도  실기 시험때 불안하기는 했다.

 때문에 결과가 처참하기도 했고.


‘결국 돌아보면 긴장 안 하고 적당히 보는게 제일 나은데 말이지.’

하지만 그걸 입으로 몇백 번 말해봐야 상관없겠지.

결국은 겪어보지 않으면 수 없는것들이었다.


“괜찮아! 너희들이라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을거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들 하잖아?”


“그게 아니라요……”


그러나 그것이 단지 실기가 처음이기에 드는 긴장감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나는 뒤늦게야 깨달을 수 있었다.

“어차피 1등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요…?”

“그…게 무슨 소리니?”


“가람 형이랑 서현이가 있잖아요. 둘이 어차피 1등 확정 아닌가 싶어서요.”

*

“죄송하지만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이 미친 노친네가 뭐라는 거야?! 내가 누군지 몰라?!”

홀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잠시간 상황을 살펴보던 그들은 소리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헛기침을 흘리며 시선을 피했다.


왼쪽 팔에 깁스를 하고 있는 남자.
이곳에서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밖에서는  누구도 두려워하지않을 진명그룹 소속의 헌터들었지만, 적어도 이 곳…… 진명그룹 회장실의 앞에서만큼은 한 없이 작아지는 그들이었다.

더군다나  상대가 회장의 아들이었으니까.


“도련님이 누구신지는 제가 잘 알죠. 하지만 현재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집사는 달랐다.

집사의 정중한 말에, 소리를 친 현진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뭐라고? 야,이 자식아!”


짝!

급기야 그는 멀쩡한 팔로 노인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그래?!우리 아빠라고! 아들이 아빠 만나러 가는게 그렇게 잘못됐냐, 앙?!”

“죄송합니다만 회장님께서는 그 누구의 출입도 허가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누가 허락해 달래? 따위의 허락을 내가 받아야 된다는 거야, 지금?!”


다시 한 번 그의 손이 들어올려졌다.

그러나 그런 그의 손을 막는 목소리가 있었다.

현진의 어머니, 이숙현이었다.


“현진아, 뭐하는 거니?”

“어…엄마…”


그녀는 뚱뚱한 몸으로 현진의 곁으로 걸어와 그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았다.

“엄마가 누누이 말했잖니? 교양있게 행동하라구.”

“하지만 이 노친네가…!”

“어머! 노친네가 뭐니? 교양없게.”

“……”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는 현진을 두고, 그녀는나이가 지긋한 집사에게 미소지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집사는 한결같이 공손한 태도를 유지했다.


“우리 아들이 실례했구나. 이제 내가 왔으니 문을열어도 되겠지?”

그렇게 말하며 그는 회장실의 문을 열려고 했다.


척-

“……이게 뭐하는 걸까?”

그러나 집사는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회장님께서 출입을 허가하시기 전까지는 불가능하십니다.”

“뭐…?”

공손하지만 동시에 당당한 그의 말에 숙현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 참…… 저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네가 모시는 회장의 아내야. 사모라구.”

“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는……”

“지금  번 해보자, 이런 의미일까……?”


그녀의 볼살이 파르르 떨렸다.

뒤이어 그녀의 목소리가 홀을 가득 채웠다.

“우리 아들이 다쳐서 왔잖아! 아들내미가 다쳤다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있어?! 당장 안 비켜!”

“……죄송합니다.”

“야!!”

그녀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집사의 뺨을 후려쳤다.


짝!

“내가 사모라고,사모! 어디 일개 집사 따위가!”

짝!

“비키라면 비킬 것이지 무슨 말이……”

그녀가  번이나 집사의 뺨을 내리쳤을 때였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안쪽에서 덩치 큰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190은 족히 되어 보이는 큰 키와 떡 벌어진 어깨.

날카로운 눈매가 턱을 덮고 있는 수염과 어우려져 차가운 이미지를풍겼다.

“지금뭐 하는 거지?”

“여보! 마침 잘 왔어요! 이놈의 무능한 집사, 지금 당장이라도……”

“집사의 말을  들은 건가?”

“……네?”


싸늘하게 내뱉는 진명그룹의 회장- 이진명의 말에 숙현의 두 눈이 떨렸다.

“분명 아무도 출입하지 못하게 시킨건 나다. 거기에 당신과 현진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은 없을텐데?”

“그,그렇지만……”


“하아……”

잠시간 자신의 아내와 아들, 그리고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집사를 내려다보던 그는 몸을 돌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들어와라.”


*



“뭐야? 시설이 왜 이래?”

“왜 그러겠냐? C클래스 건물이잖아. 이런 시설이 있는 것도 감지덕지지.”

C클래스 건물 별관에 위치한 훈련장.

실전적인 기술을 몸에 익히기 위한 공간이었지만 그 시설은 꽤나 낙후되어 있었다.

게이트 너머 던전의 환경을 재현하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환영마법진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기에몬스터의 재현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좁은 훈련장 내에 있는 것이라고는 모의 대련을 위한 전자동 안드로이드가 전부였다.


“이건 좀 심한  아니냐고!”

“야, 내가 만들었냐? 왜 나한테 화를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은가람의 말에 은서현은 속으로 화를 삭혔다.

등급에 따라 시설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이건 헌터를 위한 훈련장소라고 보기 힘들었다.


“자자, 잡담들 그만 하고.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몰라? 이 정도만 해도 훈련하기엔 충분해. 나도 그렇게 했고.”

그들의 뒤에서 한 남성이 입을 열었다.

훈련장의 관리겸 근접전투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

정운성이었다.


“훈련 할 거야, 말 거야?”

“해야죠.”


단호하게 대답하는 은가람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그는 시설의 동력원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우선은 맛보기로 3단계부터 가동한다. 너희들 정도면 3단계는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거다.”

“3단계? 총 몇 단계까지 있는데?”

은서현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총 10단계다. 안전을 위해서 낮은 단계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괜한 억지 부릴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 거다.”


“……쳇.”

단호한 그의 말에 은서현은 혀를 차며 방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내 둘이  안으로 들어서 문이 닫히자, 정운성은 화면 너머로 그들을 바라보며미간을 좁혔다.


‘이 정도면 본실력을 알아볼 수는 있겠지.’


사실 그가 말한 3단계는 거짓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