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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12화 - 광기 (12/114)



〈 12화 〉12화 - 광기

책상에 올려진 시험지.

잠시 후 시험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시험지를 펼치는 소리만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흐음…………중간고사는 그래도 완전히 쉽기만 한 수준은 아니네. 회귀 전에가 더 쉬웠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그 때는 다른 반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괜한 생각을 삼키며 나는 시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입학 필기시험때와 마찬가지로, 필기시험 자체에서 그리 막힐 만한 문제는 없었다.

마법 쪽이나 기술 부문, 그리고 기본적인 상태창 쪽에서의 문제도 꽤나 쉬운 편이었다.

그나마 난이도가 높은문제들도원리를 이해하고 있다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허…………”

하지만 마지막 문제에서, 나는 난처한 표정을지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많이 죽었구만?’

아무래도 1학년의 문제였기에 난이도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지막 문제에는 점수가 없었기에  그랬다.

[추가 문제_(점수 없음)]
[어둠 계열의 술식과 계열의 술식을 활용하여 물리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술식을 적으시오.]

‘쓰읍…………이거 자존심 상하네?’

그래도 어둠 계열이라면  주력 기술이라고   있었다.

가장 애용하던 그림자 검날과 그림자 이동.

S급의  스킬 전부 마법은 아니었지만, 명백하게 어둠 계열이라고 할  있었으니까.

‘거기다가…………그림자를 이용해서 공격을 하는 것이니 물리계에 영향력도 미칠 수 있단 말이지.’

문제는 그것을 ‘스킬’이 아닌, 하나의 술식으로 변환하는 과정이었다.



남은 시간은 약 20분.

‘그래도 가오가 있지! 한 해 보자!’


나는 머리를 싸매고 술식을 계산해 나갔다.

*


“펜들 놓그라! 시험지 걷는다잉.”

탓!


“와아…………”

술식의 마지막 부분을 가까스로 마무리하며 나는 펜을 놓았다.

머리를 너무 굴린 탓인지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뭔 놈의 1학년 시험이 이따위냐고…………”

비록 점수는 없는 문제였지만, 조금만 늦었어도 답을 적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은 전혀 달랐다.

“그래도 첫 시험이라 그런가? 나름 할만 했지?”

“야, 입학시험보다 쉽더라.”

“마지막 문제 못 풀 뻔 했잖아.”

“그니까 공부 좀 열심히 하라니까? 맨날 협곡에 놀러다닐 때 부터 알아봤다.”

“수업시간에 맨날 말했던 건데 헷갈리는건 바보 아니냐?”

‘…………뭐?’


수업에 그런 내용이 있었던가?


‘젠장, 수업시간에 잠만 잤으니 알 리가 있나!’


물론, 간간히 현화쌤의 연구실에 찾아들었던 것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달이 다 되어가는 시간동안 수업을 들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 들었던 수업들도 이미 다 아는 기본적인 상식이 전부였고.


“…………거지같네.”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나는 다시 책상에 머리를 파묻었다.

‘뭐…………실기로 어떻게든 떼우면 되겠지.’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야, 잠깐 비켜봐.”
“어……응…………”

“…………”

앞 자리의 다른 학생을 밀어내는 녀석.

서현이었다.

“왜?”
“넌 풀었지? 그 마지막 문제.”

“풀긴 했는데…………그거라면 다른 애들이  잘 알지 않을까?”

내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른 녀석들은 그 문제 받지도 않았을 걸.”

조심스레 건내는 그의 말에 나 역시도 목소리를 낮췄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점수가 없는 문제를 받은 녀석은 없었다고.”

“그렇다는 건…………”

“그것 뿐만이 아냐. 나랑 비슷한 시험지를 받은 녀석은 없었어. 아마…………우리 둘에게만 다른 시험지를 준 거겠지.”

‘조졌네.’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젠장할, 괜히 혼자 불타가지고…………’

사실상 점수가 없는 문제.

굳이 풀지 않았어도 상관없었다.

상위 클래스로 올라가기 위해 점수를 올리는 것은 중요했지만, 그렇다고 괜한 곳에서 눈에 띄어버리면 곤란했다.

‘진명그룹에서 괜히 나를 주시해버리면 그것도 곤란한데 말이지…………’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현진이나 현성같은 놈들이라면 모를까, 진명에 소속된 헌터가 파견된다면 아직은 조금 위험했다.

A급의 ‘학생’과 A급의 ‘헌터’는 그야말로 천지차이이니까.

당장에 진명 휘하에서 일하는 B급 헌터만 오더라도 상황이 곤란해질 수 있었다.

‘거기다 제일 문제는 회장이지.’


진명그룹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

그 아래에 있는 헌터들이야 그렇다 쳐도 회장은 도저히 무리였다.


직접 맞부딪혀  적이있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일단은 조금 조심해야  필요가 있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런데 굳이 진명에서……”

“뭐? 잘 안들려. 좀 크게 말해. 어차피 우리 이야기를 듣지는 못할 테니까.”

한껏 목소리를 죽인 내게 서현은 신경질을 냈다.

그제서야 나는 녀석의 고유 스킬을 상기해낼 수 있었다.


“아…………그러고보니 기척을 지울 수 있었지.”

“그건  어떻게 알았냐…………”

“다 아는 수가 있어. 그런데 굳이 진명에서 그런 시험지를 만들 이유가 있을까?”


내 말에 녀석은 의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지난 두달간 미운정이 들었던 건지 처음 봤을  처럼 마냥 가시돋힌 말만을 꺼내지는 않았다.

“에휴…………그걸 내가 알면 너한테 물었겠냐?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럼 대체 왜……”


한진우가 혼자서손을  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고 보니…………넌 다른 선생이랑  친하지 않았냐?”

“뭐? 누구?”

“그…………여자 선생.”


“…………”

월영에 여자 선생이 한둘이냐?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자 녀석은 대뜸 화를 냈다.

“있잖아! 차 뭐시기 선생!”

“아아, 현화 쌤?”

“알면서 모른척 한 거지!”

“뭐, 부정은 안할게.”


“짜증나!”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치는 녀석.

그럼에도 고유스킬의 영향인지 우리에게 시선을 돌리는 사람은없었다.

“현화 쌤이라…………확실히 현화쌤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젠장.”

나는 굳은 표정으로 욕을 내뱉었다.

“왜?”
“너…………그 문제 풀었냐?”

일단 시험지가 달랐다는 건 녀석도 처음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것이겠지.

‘하여간 재능충 같으니라고…………’


서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풀다가 때려쳤지. 어차피 점수도 없는 거.”

“일단 풀려고  봤다는 거네.”

“아니, 그게 왜? 답답하게 하지 말고 빨리 본론부터 말하라고!”

답답해하는 녀석을 향해, 나는 진지한 충고를 건냈다.

“너…………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 둬라.”


두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잊을수 없었다.

그 날, 현화 쌤의 눈에 서려 있던 광기를.



“…………뭐?”

“그런 게 있어. 겪어보면 알아.”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말로 설명해 봐야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

“역시!그 놈들은 천재였어!”


개인 연구실에서 장의 시험지를 훑어보며, 현화는 그렇게 소리쳤다.

서현과 가람에게만 따로배분되었던 시험지.

 출제자는 다름아닌 차현화 본인이었다.


“아, 여기는 조금 실수했네.그래도 14살인 나이를 감안하면…………크으으!! 이거지! 이거라고! 이게 채점하는 기분이라고!”


서현의 시험지에 있는 힘껏 붉은 선을 그려넣으며,그녀는 몸을 떨었다.

답답함에 채점을 포기한 지가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몇 년만에 맛보는 ‘정상적인’ 채점 결과에 그녀는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그 시험지도, 꽤나 괜찮은 점수를 보여주는 결과도 ‘정상적인’ 것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었지만.


“은서현, 83점! 은가람! 100점! 역시 이놈들은 될놈들이야! 아아~ 행복해! 역시 월영에 남아있길 잘했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한쪽으로 손을 뻗었다.

연구실의 구석에 박혀 있던 스마트폰이 허공을 날아 그녀의  안에 감겨왔다.

이내 그녀가 화면을 만지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통화가 연결되었다.

한진우 교사의 번호였다.


[여보세…………

“진우쌤! 둘  만점으로 올려줘요!”

[…………하아…………알것심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깊은 한숨.

그녀는 속사포로 말을 이어갔다.


“역시 녀석들은 천재에요! 지금 당장 A급…………아니, S급으로 올려도 손색없을 정……”

뚝-.

뚜…………뚜…………뚜…………

“아악! 말이라도 듣고 끊지!!”


같은 교무실을 사용한지도 어언  년.

한진우는현화의 상대법을 잘 알고 있었다.

*


- 은가람(100)_전교석차 1(공3)
- 은서현(100)_전교석차 1(공3)
- 한아름(100)_전교석차 1(공3)
- 최재현(99.7)_전교석차 4
.
.
.

“뭐?! 99.7이 4등이라니…………! 

이튿날, C클래스 게시판에 올라온 결과를 바라보며 최재현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1반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던 만큼 1등을 확신하던 그였기에 그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실기는 자신없었지만, 필기만큼은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니……대체 저 셋은 뭐하는 놈들이야? 이럴거면 C반에 왜…………”

그런 그의 곁에서3반 학생이 입을 열었다.


“너 몰랐냐? 쟤네가 걔들이잖아.”
“걔들이 누군데?”


다른 학생들 역시도 대화에 가세했다.


“아나,  새끼 이거 헛똑똑이네?”

“그있잖아? 입학시험 때 필기 만점받았던 녀석.”

“뭐………… 그 사람은 A클래스로 간 거 아니었어?”

“몰라.일단 3반에 있던데.”

“그리고 그 사람이…………”

거기까지 말하던 학생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자연스레 다른 학생들도 머리를 맛대며 목소리를 줄였다.

‘……현진이랑 현성을 족쳤다고.’

‘뭐? 그 사람이었어?’
‘그래! 그리고 입학 실기때 같은 조였던게 바로 저 은서현…………14살짜리 어린 신동이라던데?’

‘둘 다 일단 사람은 아닌게 확실한듯.’


신나서 수군거리는 그들의 말에 최재현은 의아하게 물었다.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서 필기시험의 결과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근데 그런 천재들이 왜 C클래스…………것도 3반이야?’

‘들리는 소문으로는 진명그룹에 밉보였다던데……’

‘회장 아들 둘을 족쳤으니  그럴 수 없지.’

‘거기다 성격도 거지같고.’

‘맞아,맞아. 딱 끼리끼리 노는 거지. 둘다 인성에는 문제 심각하잖아?’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그를 까내리는 것은 묘한 쾌감을 불러온다.

자신도 모르게 대화에 집중하고 있던 그들은, 마지막에 끼어든 누군가의 얼굴을 알아채지 못했다.

‘근데 그 사람 인성은 왜? 사정이 있을 수도 있잖아?’

‘사정은 얼어뒤질? 딱 보면 사이즈 나오잖아!’

‘서현이라는 녀석은 누가 봐도 그렇고…………은가람이라는 녀석도 입학 실기때 깽판친 거나, 현진이랑 현성을 그런 식으로 족친것만 봐도…………’

‘정상으로 생각하긴 힘들지? 또라이야, 또라이.’


‘그 또라이가 대화를 들으면 어쩌려고?’


‘에이, 그럴 리…………’

‘…………’
‘………………’


인파들  3반 학생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었다.

순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던 다른 학생들 역시,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눈치채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럴 리 있네? 바로 여기?”

“다들 뒤지고 싶어가지고 안달이 났지? 앙?!”

“그……그게…………”


월영에서 알아주는 또라이 중에서도 상또라이 둘이, 바로 그들의 곁에 있었다.

“됐어, 뭔 변명이야. 그럴 수도 있지. 우리가 뭐 잡아먹기라도 하냐?”

“뭐?! 넌 화도 안 나냐?!”

“너도 좀 조용히 해라.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

“이런 썅!”


서현이 그렇게 욕을 내뱉고 있을 때였다.

낯선 목소리 하나가 거한 감상을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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