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10화 - 매가 답 (10/114)



〈 10화 〉10화 - 매가 답

“……”

서현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것도 싫으면 D급으로까지 떨어질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그렇게  줘요.”


결국 그녀의 말에, 서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성적이 가장 우수하다면 그나마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래, 잘 생각했어. 선생님이 최대한 그 학생에게 잘 말해 놓을게. 알겠지?”

“…네.”


그렇게 일이 한 단락 되는 듯 싶었다.

교무실에서 학생들의 입학 성적을 조회하던 이현은 뒤늦게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했다.


“어……? 아 그러고보니 그랬네. 아직 얼굴도 몰랐는데. 확실히 현화쌤이 눈이 돌아갈 만 하구나?”

C클래스 3반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가진 학생.

필기 만점에, 실기평가 역시도 만점에 가까운 성적으로 입학한 이는 단 한 명 뿐이었다.

“이제 보니 입학 실기때도 같은 조였네? 그러면 괜찮겠지 뭐.  됐다.”


그렇게 그녀는 은가람과은서현을  조에 묶어 서류를 제출했다.

*

“이게 바로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인가?”

현화의 연구실을 나서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직도 그녀의 간곡한 부탁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고 있는 듯했다.

‘수면시간이야 조금 줄긴 하겠지만…… 나쁠 건 없지.’

잠이야 집에 가서 자도 충분하고.

하루 종일 잘 수도 없는 노릇이니  됐네, 뭐.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다시금 A클래스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3교시가 시작했지만, 수업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멀기도 하다.”


클래스마다 다른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아카데미.

각 클래스별로 시설에도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특히나 정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 A클래스나 S클래스는  그랬다.


‘사실 S클래스 시설은 본 적도 없긴 하지만.’

기본적인 강의실의 시설부터 해서, 제공되는 기숙사의 퀄리티와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진까지도.


‘그런데 왜 차현화는 C클래스에 머물러 있는 거지?’

아니, 애초부터 그녀가 왜 월영에 여전히 남아있는지조차 의문이기는 했다.


“흐음…… 모르겠다, 뭔가 있겠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어차피 지금 알려고 한들 알 수 있는것도 아니었기에 이내 관심을 끊었다.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말이지.”


세계 정상급의 마도사를 내 편으로 만드는 건 쉽지 않은일이었다.

그러나 그 기반이 어느정도 마련된 지금, 내게는 보다 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었다.

내가 향한 곳은 A클래스의 1반.

한창 수업중인 강의실의 문을 열고, 나는 크게 소리쳤다.


“이현진씨~? 여기 있습니까~?”

“……뭐야?”
“쟨 누구지…?”

“신입생 아냐?”


한 순간 집중된 시선.

뒷자리에 앉아 있던 현진의 표정이 삽시간에 구겨졌다.

‘역시 여기도 뭔가 있구만.’


나를 노려보는 현진의 눈에서 두려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 더 강한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교수를 향해 고개를 양해를 구했다.

“아아, 죄송합니다 교수님? 현진 학생이랑 몇 명만  데려갈게요~!”


물론, 썩 달갑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그를 아랑곳않고 현진에게 말했다.


“좀 말할 게 있는데 잠시 시간좀 빌려주시죠, ‘선배님’? 뭐, 필요하시다면 다른 친구분들도 따라오셔도 괜찮구요.”



*



“네가 자기 무덤을 파는구나?”

A클래스 건물의 뒷편.

비교적 인적이드문 곳으로, 바로 조금 전 2반의 얼간이들을 만난 장소였다.

수업 도중이었음에도 열 명에 달하는 인원이 그를 따라 나온 상태였다.

그의 형인 현성도 포함해서.

그럼에도 교수는 아무 말 없이 수업을 재개하기만 했다.


‘그래, 교수가 무슨 죄겠어? 어차피 진명그룹에서 한 마디 하면 쪽도 못 쓸 입장인데.’


그런 생각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거 많이도 몰려나왔네. 그래도 겁이 좀 났던 모양이다?”

내 말에 현진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진짜 여기서 뒤지고 싶지?! 너, 내가 못 죽일거라고 생각하냐?!”

“어허~ 학원에서 그런 문제 피워도 되려나? 듣자하니 찍혀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여기 CCTV도 있지 않냐?”

“병신같은 놈! 여기 CCTV는 이미 망가진지 오래 됐어, 새꺄! 그리고 그게 아니라도 우리 아버지 힘이면 네깟  하나정도는 충분히……!”


열변을 토하는 그의 말을 나는 간단히 끊었다.

한쪽 손으로는 귀를 파면서.


“아아, 일단 이야기좀 합시다, 예?”

“이런 개같은……!”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 처럼 살기를 피워올리는 그.

동시에 그의 곁에 있던 다른 이들 역시도 몸에 긴장을 불어넣었다.


‘그게 노골적으로 다 드러날 정도라니…… 결국 학생은 학생일 뿐이구만.’


나는 여유를 부리며 뒤쪽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나오실 타이밍인데요?”

“……?”


그에 현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내 뒤쪽에서 세 명의 학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연락을 주고받았던 2반 학생들.
1반에 방문하기 전에 미리 연락을 돌렸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 현진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풋……푸하하핫!”
“크하하하!”

“아이고~ 무섭기도 하셔라~!”

한참이나 웃어제끼던 현진이 입을 열었다.

“믿는 구석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고작 그게 2반의 떨거지들이었냐? 고작 네 명이서 우리를 어떻게 하겠다고?”


한껏 여유를 부리는 그들을 향해 나는 의아하게 물었다.


“난 싸우자고 한 적 없는데?”

“……뭐?”
“무슨 개소리냐! 그럼 우리가 소꿉놀이나 하자고 수업중에 나온 줄 알아?!”


“말 귀를 못 알아듣네. 싸울 땐 싸우더라도,할 말을 먼저 하자 이거지. 말 한 마디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야.”

“……”

내 말에 현진은 나를죽일듯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어디 무슨헛소리를 지껄이는가 들어나 보자.”


그리고 나는 대답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잠시 후, 스마트폰의 스피커에서는 낯익은 세 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진 그 놈을 제대로 족쳐놔 주세요!]
[더도말고, 딱 이번 중간고사를 못 볼 정도로만!]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만큼,그 놈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테니까!]

“……!”

“자,잠깐! 지금 뭐 하는 거야?!”

“도와주려고 했더니 이런 식으로……!”


뒤쪽에서 들려오는 당황한 목소리.
나는 그에 아랑곳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녀석들 먼저정리하는게 순서 아니냐?  명이서 동시에 덤비는 것 보다 그게 쉽지 않겠어?”

“멍청한 녀석! 그런 수에 우리가 넘어갈  같냐?!”

“일단 너부터 조진 다음에……”


나는 살기를 피워올리며 말했다.


“너희들… 자신 있냐?”

“…!”
“큿……!”


눈에 띄게 안색이 나빠지는 그들.

물론 2반 녀석들과 비교해서 조금은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난 너희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너희들 말대로 2반 녀석들은 상대가 안 되겠지?그런데 내가 끼어들면 결국 너희들은 그 2반의 학생에게 지는 꼴 아니겠냐?”

“허…헛소리 하지 마!”

“그래 놓고 도망칠 생각이겠지!”


“도망? 도망은 너희들이 쳐야지. 지금 기회를 줄게. 오늘을 무사히 넘길  있는 마지막 기회야.”


“……!”

그들 중 몇 명이 미간을 좁히는게 보였다.

진지하게 몸을 빼고 싶은 그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현진과 현성이 가진 진명그룹의 배경이 아니었다면 그 중 몇몇은 진즉에 달아났겠구만.’

당연하겠지만, 지금의 나 혼자서는 현진 한 명을 상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정도의 위압감만 심어 준다면, 그들이 두려움을 느끼기엔 충분하겠지.

아주 조금…… 그들의 판단력을 흐릴 정도가 내가 필요한 전부였다.


“어떻게 할래? 여기서 기다릴까, 아니면 같이 싸워 줄까?”

쐐기를 박는 내 질문에, 그들은 혀를 차며 눈을 돌렸다.

2반 녀석들을 향해 시선을 옮긴것이다.

“쯧…! 일단  새끼들 부터 잡아.”

“제기랄!”
“은가람, 이 개자식아!”

처절하게 외치는 욕설을 귓등으로 흘리며 나는 여유롭게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싸울 거였잖아? 열심히 한 번 해 보라고.”

“이런……씨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 바닥에 앉은 나는 턱을 괴고 그들의 행보를 관람했다.

이내  명이서 세 명을 손보는 타작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아주아름다운 메시지들이 눈 앞을 수놓기 시작했다.


[목연우의원망을 감지합니다]
[최하림의 분노를 감지합니다]

[경재석으로부터 신뢰를 잃었습니다]
[경재석이 배신감을 느낍니다]

‘으음~  청명한 소리~’

[일시적 제약 해제_23% (10분)]

[영구 제약 해제_1%]
[누적 제약 해제_9%]

간간히 매타작 소리를 뚫고 나를 향한 욕설과 패드립이 들려왔지만, 이제는 그것마저도 감미롭게 들릴 정도였다.


[근력 증가_40 (5분)]
[체력 증가_70 (5분)]

제약 해제에 이어 버프까지.

어느 정도 수익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나는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사실 2반의 세 명이 어떻게 되든 나와는 관계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적당한 타이밍을  것은, 새로습득한 스킬의 효과를 보기 위함이었다.

나는 스킬 ‘현혹’을 발동시키며 걸음을 옮겼다.

B급 스킬,현혹.

지금 당장에 빛을 볼  있는 스킬이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사실상 전투에 있어서 현혹스킬이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말 그대로 제로였다.


‘비유하자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해야겠지.’

초월 권능의 특성상 주변에는 적이 넘쳐날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 내게 있어서 현혹 스킬은 일이 마무리된 이후 적을 만들지 않는 최고의 스킬이라고 할  있었다.


탓- 후욱!

“일단 한마리!”
“?!”

퍼억!

“끄악?!”

나는 곧바로 몸을 날려 가장 근처에 있는 녀석의 머리를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경쾌한 타작소리와 함께 3미터는 나가떨어지는 그.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나는 바로 곁에 있던 다른 녀석을 발로 걷어차 날렸다.


“젠장!”

“이게 뭐하자는 거야?!”


“일단 뒤로 물러나!”

순식간에 두 명이 나가떨어진 상황에서 그들은 다급하게 몸을 뺐다.

자연스레 2반 녀석들의 앞을 지키고 있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나는 자세를 낮춰 쓰러져 있는 세 명에게 입을 열었다.

“왜 그래?  정도는 이겨낼  있던 거 아니었어?”

당연하게도, 돌아온 대답은 살벌한 욕설이었다.

“씨…발……!”
“뒤져버려…!”

독기찬 눈으로 노려보는 그들을 아랑곳않으며 나는 말을 이었다.


“진명그룹의 행패라며? 맞서 싸워야지 뭐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하다 못해 수라도 맞춰 주던가!”

“응? 그런 정정당당한 수로 대해주길 바라는 건 욕심 아니냐?”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단 한번도 공평했던 적이 없었다는 게 맞다.

안 그랬다면 내가 타워를 홀로 공략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내 말에 목연우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힘 없는 우리는 당하고 있어라…? 비겁한 녀석은 비겁한 거니까, 그렇게 당해주라고?!”

“날 이용하려   참으로 정정당당한 수였구나?”

“제기랄! 저 새끼들이 먼저 그런 거잖아! 그래서 똑같이 갚아주려고  게 뭐가 나빠!”

“하아……”

악을 쓰며 소리지르는 그들을 바라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비겁한 수에 똑같이 비겁하게 받아쳐야만 적성이 풀린다면, 너희들은 결국평생 2반에 불과한 놈들이란 거다.”


굳이 장황한 말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런 부조리함은, 압도적인 힘으로 밟아버린다면 그만이야.”

나는   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조금 전 거뒀던 살기를 다시금 피워올리며.

방금 전 순식간에 2명이 제압된 상황에서, 그 자그마한 사실은 아주 크게 작용했다.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의 행동은 크게 두 가지.’


도망가거나,

“으…으아아…!”
“이봐, 뭐 하는 거야?! 돌아와!”

혹은 지금처럼 대책없이 달려들거나.


“으으…! 뒤,뒤져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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