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8화 - 전데요 (8/114)



〈 8화 〉8화 - 전데요

입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번째의 수업.


헌터에게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필수적인 과목이라고 할  있는 ‘시스템의 운용’ 시간이었다.

그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이현은 한진우의 말에 풀이 죽어 있는 학생들을 향해 격려의 말을 건냈다.

“너희들이 이해해. 원래 진우쌤은 좀 그런 편이니까.”

“하지만…… 조가 없으면 실기시험 자체를 못 보는걸요…”
“그럴  알고 내가 미리 조를 짜 왔지. 상습범이시거든.”

그녀의 말에 반의 분위기가 금세 밝아졌다.

“오오~!”
“쌤 최고에요!”

“나 진짜 아카데미 온  후회할 뻔 했잖아.”

소란스러워지는 학생들을 진정시키며 그녀는 웃음을 흘렸다.

“자자, 우선은 조용히  줄래? 차례대로 이름을 부를……”


그러나 그녀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교실로 찾아드는 불청객이 있었다.

쾅!


“……?”


부서질  격하게 열린 앞문.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그 곳에는전력으로 달려와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의 현화가  있었다.


“현화 쌤…?”

“허억…헉…! 어…어딨어?!”

“네? 무,무슨 말씀이신지……”


광기마저 서린 그녀의 외침에 이현은 식은땀을 흘렸다.

“은가람! 그 놈 어디있냐고?!”

교실 앞문으로 집중되어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동시에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비어 있는 은가람의 자리에 잠시 머물다가, 일제히 은서현에게로 향했다.

“뭘 꼴아?! 그놈이 어디 갔는지 내가 알게 뭐냐고!”

“……”


곧바로 성질을 부리는 은서현.

학생들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앞전에 안경을 끼고 있던 여학생이 입을 열었다.


“은가람이라면 지금 없어요.”

“뭐……? 어디갔는데?!”

“아까전에 누가 와서 데려가던데…… 아마 좋은 이유로는 안 보이던데요. A클래스 선배들이 불렀다고 했거든요.”


“뭐라고?! 이런!”

그녀는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이내 건성으로 고맙다는 말을 던지곤 다시금 달려나갔다.

마치 한 차례의 폭풍이 쓸고지나가기라도 한 것 처럼, 교실에는 싸늘한 정적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이내, 그것이 폭풍전야였음을 알리듯 교실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뭐야? 저 사람은 누구지?”
“은가람 또  일 터뜨린 거 아니냐?”

“문제아라니까, 문제아.”

“혹시 모르지, 반 배정 잘못 되었다고 온 걸수도……”


“자자~! 다들 조용히 해 줄래?  수업 하지 말고 나갈까?”


순식간에 교실을 가득 채우는 말소리에 이현은 다시금 그들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그녀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사실에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현화 쌤이 직접 혈안이 되어 찾아다니다니…… 대체 그런 사람이  이 반에 있는 거야?’


A급의 소질을 타고난 학생들을 보면서도 ‘노답’이라고 무시하던 그녀였다.


자신이 부임한 이후로 단 한번도 그녀의 성에 차는 학생을 본 적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저렇게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건 꽤나 생소한 광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신입생 중에 필기 만점자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점을 따져본다면 전대미문의 사건인 만큼 충분히 납득이 가기도 했으나……


‘아니, 그래서 대체 왜 그런 인재가 이 반에 있는 거냐고?’

결국 의문은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



“그게 진짭니까? 듣기로는 현진을 아주 그냥 떡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진심!  때 옆에서 보고 있었는데, 아주 그냥 속이 시원했다니까요?”

“장난 없다, 진짜. 지금 이렇게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아주 그냥 패기가! 크으……!”


“……”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눈 앞의 셋을 바라보았다.

현재 나는 A클래스 건물의 뒤쪽으로 불려 나온 상황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서자마자 흔히 말하는 ‘손보기’가 시작될 줄 알았던 나는 이어진 그들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까지만해도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들이 일제히 칭찬을 건네기 시작한 것이다.

‘뭐야, 이거? 김 빠지게……’


곧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몸을 긴장시키고 있던 나는 허무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래서…… 수업은 안 들어가셔도 되나요?”

“에이, 어차피 A클래스는 수업보다 자습이 더 많아요.”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셔도 돼요! 저희 다 고3이거든요.”

“아 그래.”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말을 놓았다.

혹시나 곧이곧대로 말을 놓으면 꼬투리를 잡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오히려 그랬기에 나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왠지 느낌이 쎄하다는 말이지……’

분명 순수한 목적으로 나를 찾을 없는데.
오랜 기간 헌터로 지내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뭔가 뒤가 구리다고.

‘일단 크게 별 볼일 있는 녀석들은 없고…… 다들 적당히 A클래스에 맞는 수준들인데. 대체 뭘 원하는 거지?’

혼자 고민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나를 부른 이유가 뭐야?”

“네? 아, 그게……”

“수업까지 빠지면서 칭찬하려고 부른 건 아닐 거 아냐?”

내가 직구를 던져 올 줄은 몰랐는지 그들은 잠시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는 그 중 리더로 보이는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사실 저희는 2반에서 가장 성적이 높은 세 명이거든요. 필기든, 실기든.”

나는 조용히 그의 설명을 들었다.

아무리 정상이라고는 해도 2반은 2반.
1반에 비한다면 뒤떨어진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이 2반에 남게된 것은 그저 성적 때문이아니라는 것이다.


“작년 기말고사때 간발의 차로 현진을 앞섰어요. 아마…… 그 때 밉보인 것 같아요.”


“그렇구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월영 안에서라면 그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꽤나 클 테니까.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인정하기 싫은 거구만, 뭐.’


내가 봤을  이 녀석들은 갑질로 인한 피해라고  수 없었다.
감지스킬을 통해 본 그들의 능력은  고만한 수준이었으니까.

물론, 스킬과 스탯만으로 등급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생겼다고 이런 식으로 남의 손을 빌리려는 것 자체가 그리 탐탁치 않았던 것이다.


‘알만하다, 왜 2반인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뭘 해줬으면 하는 건데? 바라는게있을 거 아냐.”

“아마 오늘 안으로 현진과 그 패거리들이 형님을 찾을 거에요. 아주 단단히 벼르고 있는  같더라고요.”

“그야 그렇겠지. 나이가 어리니까.”


애초부터 한 번에그 버르장머리가 고쳐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 모친을 보면  사이즈가 나오지 않은가.

‘어리다’는 말에 잠시 흠칫한 셋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 때 조금 크게 손봐주셨으면 해요.”
“구체적으로?”

“음……그, 다리나 팔을 부러뜨려 놓는다던가… 무,물론 정당방위라는 것은 저희가 증명해 드릴 수 있어요.”

“하아……”

그들의 말에 나는 말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조금씩 살기를 피워 올렸다.

오로지 경험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그것은 스탯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에 곧바로 그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 갔다.


“너네 끝까지 말 돌릴래?”

“무,무슨 말씀이세요오……”

“그게 아니잖아? 단지 눈꼴시려서 그렇다고? 그게 아니라 그로 인해 얻는 이득이 있을 거 아냐?”

“……”

“굳이 어딘가를 부러뜨려야만 하는 이유라면  나오지. 이번 학기 중간고사를  보게 해 달라는 아니냐고?”


“!!”

사람을 추궁할 때 공포만큼효과적인 것도 잘 없었다.

내 말에 그들은 마치 정곡을 찔린 듯, 눈에 띄게 몸을 떨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지.’


결국 그들이 2반인 이유는 그놈의 마음가짐이 문제라는 말이었다.

‘거기다 나를 이용해 먹으려는 속도 빤히 보이고.’

나는 살기를 거둬 들였다.

그제서야 그들은 참았던 숨을 간신히 몰아쉬었다.

“자, 다시 한 번 물어볼게? 제대로 내가 뭘, 어떻게 해 줬으면 하는지 설명해 봐.”

 말에 그들은 대답을 정정했다.
간결하고, 솔직하면서도 명확하게.


“혀…현진 그 놈을 제대로 족쳐놔 주세요!”
“더도 말고,  이번 중간고사를 못 볼 정도로만!”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만큼,그 놈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테니까!”

마치 쌓아 뒀던 감정을 쏟아내기라도 하듯 줄줄 내뱉는 그들.


그제서야 나는 미소를 지었다.


‘우선 이걸로 건수 하나 확보.’


그런 생각을 삼키며 나는 그들에게, 그들이 바라던 대답을 들려주었다.


“맡겨만 두라고.”


*


“아아, 진짜! 어디 있는거야? 설마 벌써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린 건 아니겠지……?”

A클래스 건물을 이 잡듯 뒤지며 현화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같은 C클래스나 D클래스도 아니고, A클래스가 불렀다면 그리 좋은 의도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필기 만점자이니까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괜찮아야만 해!’

필기시험은 게이트나 던전, 그리고 몬스터에 관한 기본적인 문제부터 시작해서 마법과 술식에 관한 내용까지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장담하건데, 학원이나 학교에서 판에 박힌 공부만 하던 머리로는절대로 만점을 받을 수 없었다.
실전적인 활용도나 창의력, 그리고 상상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면 풀지 못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 시험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만점을 받았으니 제 아무리 A클래스 선배가 덤벼든다고 해도 못 당해낼 리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정작 내 체력도 사람답지 않잖아.’


고작 50미터를 뛴 것 만으로도 기진맥진해 버리는 그녀.
만약 은가람도 자신과 같이 머리만 좋은 경우라면…?

지금 쯤 어디서 두드려 맞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오! 젠장할, 어디있는 거냐고!”


다급한 마음에 그녀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건물을 나섰다.

건물 안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그렇다면 건물 밖에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그녀가 A클래스의 건물을  바퀴 돌았을 때였다.



‘응…? 혹시……!’

인적이 드문 곳에서, 네 명의 남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거리가 멀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순간 한 명의 몸에서 진득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가 금세 자취를 감췄다.


잘은 몰라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 상황.


그녀는곧바로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야,  자식들아!!”


*



‘엉……?’

꽤나 멀리서 들려 온 여성의 목소리에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약 50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누군가가 전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니, 전력은 아닌가?’


약  발자국을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한참이나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


“뭐지…?”
“누구야?”

2반 녀석들도 그녀가 누군지는 잘 모르는 눈치였다.

고작 50미터를 뛰어오는데 2분 정도가 걸린 그녀는 우리 코앞에도착해서는 금방이라도 넘어갈  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헉……그어허억…!”

“괜찮으세요…?”

“괜…괜찮……우웩!…크허억……허어……”


진심으로 전력을 다한 것인지 헛구역질까지 내뱉는 그녀.


‘체력 한  대단하네.’


속으로 감탄을 내뱉으며 나는 그녀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이내 어느 정도 숨을 고른 그녀가 턱에 흥건한 땀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너희……후우……  중에 은가람이라고… 있어…?”

“……예?”
“……”

“……”

순간 셋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집중되었다.

“전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