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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7화 - 천재 (7/114)



〈 7화 〉7화 - 천재

“와 그러는겨? 틀려도 뭐라  하니께 걱정하덜 말어.”

“……”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
젠장, 자충수였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모른다고 할 수도 없고……!’

칠판에 쓰여진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회귀 전을 기준으로 하면 10년이나 지난 이론이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6~7년 후에야 밝혀지는 부분.


너무도 당연한 문제였기에 아무런 생각없이 답을 한 것이 실수였다.


‘에라 모르겠다. 죽기야 하겠냐.’

한참을 굳어있던 나는 결국 마지막 답을 채워넣고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한참동안이나 교실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3분 정도가 흘렀을까, 한진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확실히 필기 만점자의 시선은 남다르구만.”


“……뭐?”
“만점…?”

“거 봐! 찍은거 아니라고 했잖아?”

간단한  한 마디의 여파는 꽤나 컸다.

“자자, 다들 조용히들 혀~”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진 학생들을 진정시키며 한진우는 교탁으로돌아가 타블렛을 챙겨들었다.


“아직까지 시간이 좀 남긴 혔는디, 오늘 수업은 요까지. 혹시 질문 있는 사람 있는가?”

그런 그의 질문에, 누군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치켜들었다.

안경을 끼고 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한 여학생이었다.


“저희는 조 배정 안해 주시나요?”

“조? 뭔 조를 말하는겨?”

되묻는 한진우의 말에 여학생은 당황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실기때 같이 조요.”

“아아~ 그런 건 걱정 하지 말어. 이짝 클래스에는 그런  없으니께.”

“……네?”


당황한 그녀를 향해 한진우는 심드렁한표정으로 말했다.


“어차피 너희들 중에 제대로 헌터  사람은 없으니께, 그럴 걱정은 없다는 거제. 그냥 이론이라도 진득허게 배워 두면 나중에 더 큰 도움이 될겨. 취직하기도 더 편할기고.”

“하…하지만……”

“하지만이고 자시고, 이짝은 C클래스, 것도 3반이여. 냉정하게 말혀서 소질 없으니께 헌터는 안하는게 낫단 말여.”

“……”

단호한 그의 말에 반이 침묵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중, 다른 누군가가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탕!


은서현이었다.


“개같은 소리 하지 마! 지금 내가 이깟 클래스에 계속 있을거라 생각하는 거냐?!”

“허…… 거 성질 한번 더러운 놈이구마.”

“나도 하나 질문하자! 내가 왜 이런 클래스에 배정된 거지?! 그 현성이란 자식을 때려눕혔잖아!”

“그려, 말 한번  혔다.”


그에 한진우는 집어들었던 타블렛을 다시금 교탁에 내려놓았다.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지만, 그는 아랑곳 않은채로 말을 이었다.

“너랑,  짝에 필기 만점 형씨는  의아하것지? 그 정도의 실력으로 C클 최하급의 반에 배정된게 마음에  들거니께.”

“그러니까!”

“실기 내용은 잘 봤제. 근데 너그들은 인성이 글러먹었다,  말이여. 저짝의 형씨가 잔혹한 것도 그렇고…… 사실상 같은 팀끼리 싸우기도 혔고.  그려?”


“……고작 그딴 걸로…!”


“고작이 아녀. 잘 들어, 젊은 형씨? 월영은 헌터 아카데미여. 헌터를 양성하는 곳이지 빌런을 기르는게 아니란 말여?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나오는  보면 그짝은 헌터랑은 영  맞을 듯하구만.”


그렇게 말하며 그는 다시금 타블렛을 챙겨 교실을 나섰다.

은서현이 잔뜩 화가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조소를 흘렸다.


‘웃기고 있네. 인맥질이 판치는 게 월영인데.’

애초부터 진명그룹의 입김에서 자유롭지도 않은월영이다. 말해 뭐하겠는가.

보나마나 은서현도 그들의 눈에 잘못 보인 것이겠지.


[서현의 분노를 감지합니다.]
[제약 해제_3%]

[누적 제약 해제_8%]


‘오, 개꿀.’


역시 될 놈은 되는구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보상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는 와중에 주변에서는 묘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우리는 헌터가 못 된다는 거야?”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이론이나 배우자고……”

한진우가 마지막에 내뱉고 간 말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테니까.

‘그렇다고 꼭 쓸데 없는건 아니었는데……’

사실 이론을 알아둔다고 나쁠 건 없었으니까.

생각보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나중에는 꽤나 크게 작용한다.

‘나야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퍼질러  거지만.’


그런 걸 받아들일 정도였다면 적어도 이 반에 있지는 않았겠지.

“근데 마지막 문제는 대체  소리였어? 너 알아들었냐?”

“알아 들었으면 내가 여기 있겠냐? 외계어인줄알았다. 수업 내용이랑도 전혀 상관없는  같던데.”

“그냥 맥이려는 거지.”
“근데 그걸 또 간단하게 풀던 녀석은……”



그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내게 모여들었다.
힐끔 힐끔 나를 바라보는 그들을 향해 나는 말했다.


“왜? 말할 게 있으면 직접 와서 말해. 내가 잡아먹기라도 하냐.”


“……”

물론 그렇다고 선뜻 나서는 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서로 미루기만  뿐.

“야, 네가 말해 봐.”
“싫어. 괜히 진명에 찍힐려고……”

‘이럴 줄 알았지.’

아마 학창 생활은 회귀 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려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다시책상에 엎어지려던 순간이었다.


“저기요.”

“……엉?”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않고 말을 걸어오는 이가 있었다.
조금 전 한진우를 향해 조에 관한 질문을 던졌던 여학생이었다.

“조금 전의 문제, 다시 한  설명해 줄 수 있어요?”

‘흐음…… 이 사람은 조금 다르겠는데?’

속으로 내심 감탄을 흘렸다.

단순히 마지막 문제를 물어봤다거나, 한진우의 말에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습득 가능한 A급스킬이라……?’

아직 잠재력으로 남아있을 뿐이었지만 그녀는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보였다.

어쩌면 다른 멍청한 녀석들과 달리  설명을 이해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내가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저기…… 혹시 은가람 여기 있나요?”


조용한 정적 사이를 뚫고 들어온 목소리에, 반의 모두가 뒷문으로 시선을 던졌다.


“서,선배님들이…… 잠시 뵙자고 하시는데요……”


소심하게말을 건내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이거, 너무 전형적이구만.’

*



“아따…… 벌써부터 힘이 빠져부네…”


“오셨어요, 진우 쌤? 오늘은 웬일로 늦으셨네요?”


자신의 의자에 몸을 던지는 한진우를 바라보며 현화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수업이 끝나면 항상 가장 먼저 돌아오는 것이 한진우였다.

C클래스의 최하급반을 가르치는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학생들을 헌터로 각성시킬 생각이 없었으니까.

적당히 이론만 가르치며 학생들의 꿈을 짓밟는 것은 이제 일상이었다.


‘물론……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아예 마력 적성이 낮게 나온 D클래스나, 그 이하의 반이라면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들 중 대다수가 헌터에 대한 꿈을 이미 접은 상태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헌터가 되지 못할 테니까.

문제는 C클래스, 그것도 희망이 없다시피  3반이었다.


‘마음이 너무 약하셔서 문제시라니까……’

그를 잠시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현화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쪼매 골치아픈 일이 있었구마잉……”

“어쩐 일이래요? 천하의 진우쌤이 골치가 아플 때도 있고.”


“하아……”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건내는 현화의 질문에 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더니 책상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조금 전 교실에서 봤던 수식을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대체 우째 이런 발상을 떠올릴 수가 있던 거여……?’

자신 역시도 이론에 관해서는 꽤나 자신이 있었지만, 은가람이 써 놓은 답에는 이해할  없는 부분이 존재했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정확히 어디가 그런지 잡아낼 수 없었기에 더 답답했던 것이다.

암기 스킬을 이용해 완벽한 재현을 하고 있는 그를 향해, 현화는 넌지시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입학생들은 좀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던가요?”

“……있제…두…명이나…”

그에 화면에 고정되어 있던 그녀의 얼굴이 빠르게 돌아갔다.

“역시 그렇……… 있다구요? 그것도 두 명이나?! 웬일이래요? 대체 어떤 인재들이길래…?? 분명 A급으로 들어갔겠죠?”

탁!

속사포로 쏘아지는 그녀의 질문에 한진우는 열심히 놀려대던 펜을 소리나게 책상에 내려놓으며 그녀를 직시했다.

“왜…… 왜요? 저,저야 시험 결과에 크게 관심을 안 가졌잖아요… 뭘 새삼스레…”

“그라제. 잘 알고 있제, 고건. 워낙에 성에 안 차다 보이 홧병 걸릴 뻔 했잖여.”

“……”

“하나 물어볼 것이 있구마.”

“뭔데요……?”


“필기 시험이란 게, 난이도가 원체 쉬운 거당가?”


“……네?”


비장하게 묻는 한진우의 말에 현화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처음 그가 장난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여겼던 그녀는 이내 그가 진지하게 묻는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저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제가 직접 만든 문제들인데, 그게 쉬울 리가 없잖아요? 물론 채점이야 제가 안 하지만.”

“그라제! 홧병나니께!”

“아시면서 왜 그러세요? 애초부터 기본 베이스를 보는 거지 높은 점수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잘 아시잖아요. 물론 제 기준에는 다르지만…… 적어도 평범한 학생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그 필기시험에 만점자가 나왔다, 이 말이여!”


“……농담이시죠…?”

진우의 말에 현화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녀는 소위 말해 천재의 부류에 속하는…… 아니,  누구보다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마력이나 마법적인 측면에서만큼은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인물.

그게 바로현화였다.

그런 그녀가 월영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 단지 그녀가 월영을 졸업했다는 이유때문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진실된 대답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당연하게도 그녀가 직접 출제하는 필기시험은 난이도가 상당한 편이었다.

“지금 나가 농담하는 걸로 보이는겨?”

“하,하지만 틀에 박혀 공부하는 요즘 애들이 그런 문제를 풀… 아니, 그 전에 그 학생 이름이 뭔데요?! 분명 A클라스… 아니 혹시 S인가요?”

아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그치듯 말하는 그녀에게, 한진우는 방금 전 휘갈겨  종이를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

“이거이 그놈이 풀어제낀 문제여.”
“잠깐… 그렇다는 건 C클래스의3반…이…라……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한진우의 말에 놀라던 현화는, 눈 앞에 내밀어진 종이를 읽어내려가며 말 끝을 흐려야만 했다.

“나도 나름은 공부 좀 했지만 고거는  머리로……”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녀에게 그런 말을 건내던 한진우.

현화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로 팍! 그 종이를 뺏아들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한참이나  풀이를 곱씹기 시작했다.


“이건…하지만이렇게 되면 문제가……? 잠깐, 그건 이런 식으로 게이트의 마력파장을 대입하면……”


그녀는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까지 중얼거렸다.


‘거 아예 종이 안으로 들어가것구만 그려.’


그런 생각을 삼키고 있는 진우를, 현화는 홱 소리가 날 정도로 돌아보았다.

그리고 한진우는 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 서린…… 하나의 ‘광기’를.

“이 사람! 이름 뭐에요?!”

“에휴…… 아주  돌아갔구만. 은가람이여.”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문을 부수기라도 하듯, 교무실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

“아오~! 멀기도 하네.”


내가 안내된 곳은 2학년의 A클래스 교실…… 아니, 강의실이었다.
아예 다른 건물에 있다보니 오는 데만 해도 쉬는시간을 전부 잡아먹을 정도.

강의실 근처까지 나를 안내해 주던 동급생은 조금  부리나케 도망친  오래였다.


‘보나마나 입학시험 때의 복수니 뭐니 해서 우르르 오겠지.’


아직 어린 나이라서 그런가 패턴이 너무도 뻔했다.

이제  다음 수업이 시작할 시간.
하지만 어차피 수업을 제대로들을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당당하게 A클래스 2반의 강의실 문을 열었다.


“똑똑~ 혹시 저 찾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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