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2화 - 이기적인 초월자 (2/114)



〈 2화 〉2화 - 이기적인 초월자

[너 혹시…… 시간을 거슬렀냐?]

“……”


나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는지 그는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회귀자라니!  생에 이런걸 보게  줄은 몰랐는데?! 확실해졌어! 너, 내 선택 받아들일 생각 없냐?]

그의 질문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물론, 선택자가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이기는 했다.

웬만해서는 실보다 득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사실 처음 이 공간으로 들어왔을  부터, 나는 이미 대답을 정해놓은 상태이기도 했고.

‘그래도 왠지 모르게 믿음이 안 간다는 말이지……’

초월자야 늘상 제멋대로이기는 하지만, 이 녀석은  거부감이 들었다.

선택을 받은 상태로 B급에 머물러 있는 헌터들도 있는 만큼, 섣불리 받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어차피 내가 수락하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선택을 진행할 수 없었기에 나는 질문을 던졌다.


“그 이전에, 네 소개가 먼저 아닌가?”

[아차차! 그래, 역시 중고신인은 다르네! 신중하기 그지없어!]

“……”

[나는 『이기적인 초월자』. 네가 이기적인 행동을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있지.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 네가 처음인  알지?]

“이기적인 초월자……?”

그의 말과 함께  앞에 메시지 창 하나가 떠올랐다.

[『이기적인 초월자』가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초월자의 선택을 따르시겠습니까?]


똥 밟은 거 맞네.

젠장할.

될 놈은 된다고 했던 말 취소였다.


‘어차피 99층을 돌파하려면 동료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런 놈과 섣불리 손잡을 수는 없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거절하겠어.”

[역시~! 어? 뭐…? 대체 왜? 이런 기회 흔하지 않다는 거,  알잖아?]

“내가 하려는 일에 방해돼. 아쉽지만,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고.”


그런 말과 함께, 내가 ‘거절’을 확정지으려는 순간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가 내 손을 붙잡았다.


[회귀하기 전의 능력치를 돌려받을 수 있다면?]

“……뭐?”

회귀하기 전의 능력치라니?

물론, 이전의 내 능력치가 압도적으로 강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S급 헌터 여럿이 덤벼도 가볍게 제압할  있을 정도로.


그러니까 홀로 타워의 공략을 거의 끝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회귀하면서 전부 사라졌을 텐데……?’


의아한 표정의 내게, 그는 말을 이었다.

[네 능력치는 사라진  아니야. 단지 봉인되어 있을 뿐. 나라면 그걸 풀어줄 수도 있어.]

“그런 게 가능하다고?”

[다른 초월자라면 흔적도 찾기 힘들겠지. 하지만 나라면 가능해. 어때? 이제 좀 마음이 바뀌었어?]

나는잠시간 고민에 빠져들었다.

“굳이 내게 이런 조건을 내세우는 이유는?”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해?]

의아하게 되묻는 그에게,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유 없는 호의를 받아들일 정도로 순수하지 않아서. 특히나 이런 후한 조건이면뒤가 구린 경우를 많이 봤거든.”

그에 그는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후훗…… 예리하긴 하네. 하지만 그런 건 없어. 어차피 초월자 입장에서 선택자가  되면 좋은 거잖아?]

“고작 그런 이유로?”

[물론, 다른 멍청한 놈들은 더 원대한 야망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를 수 있겠네.]

그의 말투에서 묘한 흥분이 느껴져 왔다.

[재미있어 보여서. 그게 전부야. 너같은 회귀자라면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뭐가 말이지?”

그제서야 그는 본색을 드러냈다.

[너는 망가지지 않을 것도 같아서. 그게 아니라도, 네가 힘에 취해 자멸해 가는 그 모습도 꽤나…… 재미있을것 같거든.]


“……”


권능에 취한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어렵지 않게  수 있었다.

이기적인 행동을 통해얻을  있는 힘.

그 맛을 잊지 못하고 계속 찾게 된다면, 그 말로는 결국 좋지 않을 것이 뻔했다.

“요컨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건가……”


[이젠 알려줄 수 있는 건 다 알려줬으니, 순전히 네 선택이야. 이것마저도 거절한다면 굳이 붙잡지는 않을게. 초월자의 선택을 거절하는 인간도 처음이니까.]


그의 말에 나는 미소지어 보였다.

똥 밟았단 말 취소.

될 놈은 된다는  취소했던 것도 다시 취소다.

“마음에 드네.”

나는 그의 선택을 수락했다.


[잘 해 보라고. 99층에서 돌아온 선택자씨.]

*

우우웅……

그날 밤.

10시가 넘어서 매니저 형이 전화를 걸어왔다.

당연히 받을 생각은 없었다.

‘사람이 염치가 있지.’

내게 한 없이 잘해줬던 그였지만, 앞으로 보지 않을 생각이었다.

겨우 떨어뜨렸던 정 붙였다가나중에 더 힘들것 같기도 했고.


세 번 정도 전화를 무시하자, 이번에는문자가 날아들었다.


-가람아, 전화 받아봐.

-대체 무슨 일이야?

-너 탓하려는  아니야. 잠깐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오늘 있었던 일은 내가 어떻게든 처리했으니까 그 걱정은 하지 말고.

-무슨  있는 거지? 나한테  못할 사정이야?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의 문자공세에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러지……?”

아무리 진상이었다지만, 직원으로서 그렇게 폭언을 쏟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거기다 무책임하게 일을 내팽개치고 뛰쳐나왔으니, 없던 정도 다 떨어져 나갈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걱정스레 묻는그의 말에, 나는 결국 답장 버튼을 눌렀다.


-솔직히 말하셔도 돼요. 제가 잘못한 건 알고 있으니까. 정말 죄송해요.

-괜찮다니까. 내가 너를 모르는 줄 아냐? 네가 이유 없이 그럴 녀석이 아닌 건 내가 더 잘 알아.

“……”

아, 이러면 안되는데.


겨우 잊고 있었는데……

다시 정 붙이면 안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의 문자에서눈을 떼지 못했다.


-내일   뒀으니까, 내일 이야기좀 해.


그는그런 사람이었다.

변변한 일자리도 찾지 못했던 나를 채용해 주고, 힘들 때마다 옆에서 도와주던 사람.

사적인 고민까지 털어놓을 수 있었을 정도로 친했던 형.

‘그리고…… 몇년  던전 브레이크로 죽었던 사람.’


묘하게 아려오는 가슴을 숨기며, 나는 답장했다.

-네…… 그럼 내일 봬요.


*


“최대한 간단하게 끝내자. 괜히 더 정들기 전에……”


근처 공원.

나는 남은 담배꽁초를 바닥에 지져 껐다.

“그나저나,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닌데.”

나는 초월자에게서 받은 권능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초월 권능_이기적인 선택자]
[주변의 인지도와 감정에 따라 힘이부여됩니다]
-영구적인 스테이터스 증가
-영구적인 스킬 획득(희소)
-스테이터스 증가 버프
-스킬 숙련도 증가 버프


조건이 조금 까다롭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은 권능이었다.

거기다 잘만 하면 회귀 이전의 능력치도 돌려받을 수 있었으니 잘만 활용하면 이전보다 더 강해질 가능성도 충분했다.


보유 스킬
-감지(C)


어제 카페에서 있었던 일 덕분일까, 벌써부터 스킬 하나가 습득되어 있었다.


“어쩌면 상당히 괜찮을지도……?”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제약에 관한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현재 제약_97%]


초월자가 말한 능력치의 봉인은 ‘제약’이라는 이름으로 한쪽에 나타났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활용하냐인데……”

가능하다면아카데미에서 최대한 제약을 해제할 필요가 있었다.

헌터가 되는 방법이야 다른 길도 있었지만, 결국 타워에 오르려면 제대로 아카데미를 졸업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게 제약을 푸는데 더 수월하기도 하고.’


어느 아카데미를 가든 조별 과제는 존재하니까.

“전에야 뭣도 모르고 월영으로 갔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백골단으로 가야겠네.”

확실한 무투파 아카데미.


마법에 소질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내 주력은 단도를 활용한 무투에 더 가까웠다.

그렇게생각하며 내가 스마트폰을 꺼내들었을 때였다.


“일찍 왔네? 많이 기다렸어?”

“아, 매니저 형.”

매니저 형이도착했다.

“오래 기다렸어?”
“아뇨. 뭐…… 저도 방금 와서 담배한  핀 참이에요.”


“그렇구만. 그래서……”


말 끝을 늘이는 그.

그는 내게 자그마한 캔커피 하나를 건내며 옆 자리에 걸터앉았다.

“대체 뭔 일이야? 갑자기 그만둔다니?”

“별 일 아니에요. 그냥, 제 적성에 안맞아서요.”


그렇게 대답하며 나는 그가 건낸 캔커피를 땄다.


“너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바리스타가 적성이라면서?”

“그보다 저랑 더 맞는 일을 찾았거든요.”


매니저 형은 자신의 캔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후, 입을 열었다.

“그렇게 확신해 오던 꿈까지 버릴만큼 확실한 진로가 대체 뭐길래?”

그의 질문에 나는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헌터요.”

“헌터……?”


매니저 형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마치 해괴한 것이라도 바라보는듯한 눈빛으로.


“너…… 솔직히 말해. 다른 이유지?”
“네?”

“전에는 너랑 헌터는 연이 없다면서? 솔직하게 말해도 돼. 사장님한테 한 소리 들었어?”

“아아, 그런 거 아니에요.”

진심어린 눈으로 말하는 그에게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어제같은 일이면 그의 입장에서는 꽤나 난처한 상황임에 틀림없었다.

그것이 의도된 것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결국 점장이나 사장의 욕을 듣는 것은 그의 몫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그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하여간…… 사람이 너무 좋아도 문제라니까?’


정말 사람이 이렇게까지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바보같은 형이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거든요.”

“계기?”

“음…… 그건 지금 알려드리기 힘들지만요.”

아무래도 초월자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은 섣불리 밝힐 만한 사실이 아니었다.



“뭐…… 말하기 곤란하다면 말 안해도 상관없어. 그래도, 그거 확실한 거 맞지? 대충 정한  아니고?”

“아니라니까요. 걱정  하셔도 돼요.”


“그래도 영 불안한데……”

그는 걱정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세상에 헌터는 차고 넘친다.

지금 시점이면 아직 레드오션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미래가 확실하다고 보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아카데미만 제대로 졸업하면 누구나 헌터가 될 수 있다는 말은 그저 허울좋은 이야기일 뿐.

그 속을 파고들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어두운 면이 더 많았다.


멋모르고 헌터가 되겠다고 나섰다가 D급이나 E급으로 졸업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벌기 힘들다.


차라리 편의점 알바를 하는게  효율적이었다.

‘그래서 걱정스러운 거겠지……’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단순한 호기심으로 헌터가 되겠다고 한 것이 아닐까 하고.

그런 그에게, 나는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았다.

“정말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래봬도 확실하게 S급 헌터가 될 몸이니까요.”

“……그러냐.”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잠시간의 정적 후, 그가 말을 꺼내들었다.

“어제 그 사람…… 진명그룹 사모님이더라.”

“네…?”

“사실부담주는 것 같아서 말은  하려고 했는데…… 네가 헌터 한다고 하니까 말해줘야 될 것 같아서.”

“……”

진명그룹.

중소 규모임에도 엄연한 헌터 길드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이었다.


그 정도라면 내 뒤를 캐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고, 헌터 아카데미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아내면 무슨 더러운 수를 써서라도 나를 망치려  것이다.


“괜찮겠어? 정 안되겠으면……”

걱정스레 말하는 그에게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뇨.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쪽은 환영이다.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S급 헌터가 확정된 사람이라구요.”

내 말에 그는 피식- 웃어 보였다.

“그래,  때가 되면 한턱 쏴라.”
“에이~ ‘한턱’이 뭡니까? 제가 카페 하나 차려드려야죠.”

“말이라도 고맙다.”


그리고 그 때, 눈 앞에 메시지창 하나가 떠올랐다.



[스킬 감지(C)로 상대방의 저력을 확인하였습니다.]


“……어?”

정확히는 매니저 형의 머리 위쪽.


[강헌권]
-잠재적 스킬(A) 존재.


바로 어제 습득했던 감지 스킬에 그의 잠재력이 걸린 것이다.

잠재적 스킬이란 결국차후 습득가능한 스킬

아직은 내 스킬의 등급이 낮아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A급의 스킬이라면 충분히 헌터로서의 소양이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저……매니저 형……?”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시 헌터  생각 없으세요?”




 

0